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孔枝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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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생이 거의 밑바닥에 이르렀을 때 시편 저자의 말대로 “내 영혼이 먼지 속에 엎어져 있고”
“물들이 거의 목까지 차올라” 있고, 어쩌면 “죽은 자로 간주되었”던 그때 나는 사람들이 몹시도 두려웠었다. 날마다 십자가 앞에서 무릎을 꿇고 벌벌 떨 때, 사방은 적으로 둘러싸인 듯하고 나를 미워하는 자들은 셀 수도 없이 많아, 혼자서 도저히 그들을 어쩌지 못한다고 느꼈을 때, 나는 이 시편을 읽었다. 전율이 일었다. 말씀이 방패가 된다는 실감을 이때 처음 경험했던 것 같다. 두려울 때마다 이 구절들을 외웠다. “죄 많은 인간이 무엇이기에” 천사들을 보내어 내 발이 돌부리에 차이는 것까지 보살펴 주신다는 것인지. 하염없이 눈물 쏟으며 생각했다. 아아 당신은 좋은 분, 참으로 좋은 분…. 나의 성채, 나의 방패, 나의 모든 것! ---「시편 91:1-13을 읽고」중에서 2)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소설에 쓴 적이 있었는데 하느님께 천년이 하루 같다는 것은 신이시니까 그렇다, 금방 이해가 되었는데 왜 하루가 천년 같은지는 전혀 이해되지 않았었다. 그러다 어느 날 우리에게로 와서 겨우 보름을 살고 죽은 아기고양이 코코를 통해 나는 알게 되었다. 그 보름을 산 고양이가 내게는 15년을 정들었던 거 같이 느껴졌으니까. 사랑이 별로 없는 나도 하루를 일 년처럼 기억하는데 하느님은 아마도 하루가 천만년 같으실 수도…. 중국인들은 이걸 어찌 설명할 수 없어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했나 보다. 사랑이 아무 힘없다, 사람들은 말을 하지만 공평하게 무자비한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 위력적인 시간을 그렇게도 무력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 그건 오직 사랑일 뿐. ---「베드로2 3:8을 읽고」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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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성경공책을 펼치는 이유
회심한 지 얼마 안 되는 어느 날 한 신부님께서 내게 물으셨다. “그래 마리아씨 이제 신앙심이 좀 깊어지셨나요?” 우리는 나란히 길을 걷는 중이었는데 나는 무심히 대답했다. “신부님, 신앙심이 깊은지 어쩐지는 정말 잘 모르겠어요. 다만 전 하느님하고 아주 친해요.” (엮은이 서문 중에서) “전 하느님하고 아주 친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소리 없이 목을 조르는” 삶에서도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맞으며 “하느님 완전 예뻐요!”라고 외치는 그의 성경공책엔 투명한 믿음이 담겨 있다. 공지영 마리아가 꼽은 자신이 겪은 가장 큰 기적은 18년 동안 하느님을 떠나 있던 자신을 불러 다시 그분에게로 돌려놓은 일이다. 삶의 우여곡절을 돌고 돌아 다시 그분 앞에 선 그가 감히 하느님과 ‘친하다’고 말할 수 있는 믿음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등을 돌렸다고 느낀 고독의 순간마다 한 장씩 쌓아올린 성경구절들과, 성경을 읽으며 쏟은 “에스프레소 잔만큼”의 눈물에서 나온다. ‘하느님이 계시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삶이 죽어라고 자신의 등만 떠미는 듯 억울한 순간을 겪었다면 앞의 문장에서 고개를 끄덕일 테다. 공지영이 서문에서 밝히듯 매일이 순탄치 않은 하루의 연속이지만, 아침햇살을 보며 명랑하게 하느님께 모든 것이 감사하다고 외칠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생긴 마음의 여유 공간 덕분이다. 공지영이 그랬던 것처럼, 마음이 복잡할 때면 성경구절을 읽고 필사 공간에 한 글자씩 적어보자. 자신만의 성경공책이 늘어날수록 세상엔 감사할 것들이 많아진다. 하느님 완전 예뻐요! “하느님 완전 예뻐요. 이렇게 눈부신 나날과 그것을 볼 수 있는 눈과 이 나라에 어쨌든 평화를 주신 걸 감사드립니다. 이 감사를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느님 감히 말씀드리는데 참 행복합니다.” (엮은이의 서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