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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E. 하워드를 추모하며
붉은 그림자Red Shadows (1928. 8) 별 속의 해골Skulls in the Stars (1929. 1) 달그락거리는 뼈Rattle of Bones (1929. 6) 해골의 달The Moon of Skulls (1930. 7) 시체들의 언덕The Hills of the Dead (1930. 8) 내부의 발소리The Footfalls within (1931. 9) 한밤의 날개Wings in the Night (1932. 7) 미완성작 아수르의 아이들The Children of Asshur 바스티의 매Hawk of Basti 로버트 E. 하워드의 생애와 문학 |
Robert Ervin Ho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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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날이 한꺼번에 달빛 아래 번뜩였고, 케인은 밀려드는 창날을 받아치며 다리 위로 뛰어올랐다. 한 명 이상은 올라설 수 없을 정도로 다리는 비좁았다. 전사들 중에서 먼저 나서는 자가 없었다. 그들은 다리 앞에서 창을 뻗었고, 케인이 뒤로 물러서면 우르르 몰려들다가 공격 자세를 취하면 창을 마구 휘둘러댔다. 그들의 창이 케인의 레이피어보다 길었지만 그는 출중한 기술과 냉정하고 맹렬한 공격으로 불리한 상황을 충분히 상쇄했다.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흑인 무리 중에서 갑자기 거인이 튀어나오더니 난폭한 들소처럼 다리로 올라섰다. 창을 낮게 잡은 그의 눈빛은 광기로 번뜩이고 있었다. 그의 창을 피해 케인은 점점 뒤로 물러서면서 허점을 노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갑자기 케인이 다리의 가장자리로 뛰었고, 그 아래 벌어진 어둠의 심연 앞에서 그만 현기증을 느꼈다. 그가 휘청거리며 균형을 잡으려고 애쓰는 동안, 전사들이 시끄럽게 고함을 질러댔다. 마침내 다리에 있던 거인이 포효하면서 흔들리는 적을 향해 돌진했다. 케인은 균형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도 보기 드문 검술로 온 힘을 다해 거인의 공격을 받아넘겼다. 무서운 창날이 그의 뺨을 스쳤고 금방이라도 어둠의 심연 속으로 추락할 것 같았다. 필사적으로 창의 자루를 붙잡고 자세를 잡은 뒤, 거인을 향해 레이피어를 깊숙이 찔러 넣었다. 거인은 붉은 동굴처럼 벌어진 커다란 입으로 피를 쏟았고, 죽어가면서도 미친 듯이 케인에게 덤벼들었다. 다리의 가장자리에 발꿈치까지 밀린 상황, 케인은 거인을 피하지 못한 채 서로 뒤엉켜 협곡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전사들은 모두 멍하니 서 있었다. 두 사람이 어둠 속으로 떨어지기 전까지 거인의 입에서 승리의 함성이 그치지 않았다. 전사들은 다리 위로 올라서서 밑을 내려다보았지만 텅 빈 어둠 속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 〈해골의 달〉 중에서 놀랍게도 남자는 자기를 결박한 사람 중에 친동생이 있었노라 말하고는 아이처럼 흐느꼈다. 텅 빈 눈구멍에 물기가 어리더니 피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그는 오래전 어렴풋한 추격전에서 창이 부러졌다는 얘기를 중얼거렸다. 그가 착란 상태에서 중얼거리는 동안, 케인은 그의 결박을 조심스럽게 풀고 만신창이가 된 몸을 풀밭에 눕혔다. 그러나 이 영국인의 조심스러운 손길에도 불구하고 가여운 남자는 죽어가는 개처럼 몸부림치면서 울부짖었고, 그러는 동안 섬뜩하게 찢긴 십여 군데의 상처에서 다시 피가 흘렀다. 케인은 남자의 상처가 칼이나 창보다는 야수의 이빨과 발톱에 의해 생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잠잠해진 남자는 피투성이 몰골로 부드러운 풀밭에 누워 있었다. 케인이 챙이 있는 낡은 모자를 쓴 채로 지켜보는 가운데 남자는 거칠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케인은 남자의 찢긴 입술에 물통의 물을 부은 뒤, 가까이 구부리고 이렇게 말했다. “그 악당들에 대해 더 자세히 말해주시오. 내 동족이 믿는 신의 이름을 걸고 기필코 그들을 응징할 겁니다. 사탄이 나를 막아선다 해도.” 죽음을 앞둔 남자가 케인의 말을 듣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그는 다른 소리를 듣고 있었다. 인근의 덤불을 지나던 천성적으로 호기심이 많은 마코 앵무새 한 마리의 커다란 날개가 케인의 머리칼에 스치듯 지나갔다. 날갯짓 소리를 들은 만신창이 남자가 갑자기 상체를 일으키더니 케인이 죽는 날까지 악몽으로 남을 만한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날개! 날개! 놈들이 다시 오고 있어! 아, 제발, 저 날개!” 그는 입에서 피를 쏟고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 〈한밤의 날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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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천재 작가 로버트 E. 하워드의
힘 있고 거칠고 야성미 물씬 풍기는 액션 판타지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아바타』를 잇는 신화가 시작된다! 열다섯 살부터 소설 창작을 시작한 하워드는 그로부터 3년 만에 첫 단편 〈창과 송곳니〉를 발표했는데, 이것이 〈위어드 테일즈〉(환상물과 공포물을 주로 다루는 펄프 잡지)에 실렸다. 이어서 같은 잡지에 중편소설을 발표하면서 그의 명성은 점점 높아졌고 그 이듬해부터 『솔로몬 케인』의 단편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영국 청교도인 솔로몬 케인은 거침없는 전사이자 정의의 사도로서 아프리카 정글에 있는 원시도시의 폐허들을 비롯해 세계의 낯선 곳을 모험하는 인물이다. 이 일련의 단편들을 통해 하워드는 자신의 가장 뛰어난 재능 하나를 입증했다. 그것은 바로 인류가 출현하기 이전의 공포와 마법이 스며든 성채와 지하의 미로가 곳곳에 간직된 초고대의 거대한 석제 도시에 대한 묘사력이었다. 또한 『솔로몬 케인』에서는 그의 작품의 특징인 유혈의 전투를 묘사하는 기법과 필치가 얼마나 뛰어났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로버트 E. 하워드는 무엇보다 야만인과 개척자 시대의 단순하고 유서 깊은 세계, 용기와 힘이 교묘함과 계략을 압도하고 강건하고 용맹한 종족들이 싸우고 피를 흘리면서도 적대적인 자연에게 아무런 은혜를 구걸하지 않았던 시대를 사랑했다. 그리고 그의 모든 작품들이 이러한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그 누구도 하워드보다 폭력과 유혈을 더 자신 있게 쓰지 못했다. 그의 진정한 재능은 독자들이 그의 작품을 읽고 추측할 수 있는 것 이상이며, 아마 그가 더 오래 살았더라면 자신이 사랑하는 남서의 서사시로 본격 문학에서도 큰 족적을 남겼을 것이다. 생기 없는 인물이나 상황을 설정하고 그대로 방치해두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그는 싸움과 살육 묘사에 발군이었을 뿐 아니라 괴기한 공포와 섬뜩한 긴장감의 실감나는 감정을 창조하는 데에도 가히 독보적이었다. --- H. P. 러브크래프트 그가 창조한 다른 영웅들과 마찬가지로 솔로몬 케인도 작품 속에 투영되기 오래전인 소년 시절에 구상된 캐릭터였다. 16세 무렵 강인한 전사에 대한 흠모로 인해 탄생한 솔로몬 케인은 16세기에서 17세기를 살아간 뛰어난 검객이자 전사로, 엘리자베스 여왕의 청교도 박해와 그 자신의 타고난 방랑벽 때문에 생애 대부분을 영국 밖에서 떠도는 인물이다. 대부분의 모험이 펼쳐지는 배경은 아프리카이며, 하워드는 여기서 아프리카를 태고의 미스터리와 강렬한 마법의 땅으로 묘사하고 있다. 선과 정의에 대한 뿌리칠 수 없는 집념 하나로 기이한 오지를 떠돌며 악을 응징하는 솔로몬 케인. 곧 스크린으로 부활할 이 매력적인 사도를 책으로 먼저 만난다는 것은 실로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