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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면서
1부 사람의 중심은 아픈 곳입니다 노래는 삶에 대한 경외의 산물입니다 새벽을 이고 아침으로 떠나는 춤의 왕이다, 저 익숙한 선율은 어지러운 봄날 한나절 서울 여행기 욕망의 사회와 홍등가의 여인들 적당한 갈망, 지나친 낙관 꽃과 밥 총각김치 담그다 무욕의 흔적을 보았네 첫 잔의 전율 나도 그처럼 할 수 있을까 달콤한 꿈, 꼭 이루어야 할 버스정류장에 서 있으마. 첫차는 마음보다 일찍 오니 꽃피우다 날 저물지라도?나팔꽃의 노래 사람의 중심은 아픈 곳입니다 2부 우리는 사람이 사는 마을로 간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가장 낮은 사람 4대강, 기어이 저지르고 만 아옌데와 노무현 김홍일, 나는 그가 더 슬펐다 나 대신 매 맞아 아픈 이가 있다 그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추억의 노래 속에 숨겨진 과거 첫사랑 혁명의 무덤가에 피어나는 노래 서약은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총탄은 아이와 군인을 구별하지 못하네 목숨 갖고 장난치지 맙시다 우리는 사람이 사는 마을로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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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스무 해를 비주류 음악인으로 살았고 그중에 열두 해는 노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부지런히 살지는 못했지만 딱히 게으르지도 않았습니다.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순간부터 나는 그것을 기다리는 사람이었습니다. 평화를 갈망하는 순간부터는 다시 그것을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내가 만들고 부르고 또 좋아했던 노래들은 대부분 나와 같은 삶을 사는 비주류 인생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독재에 민주를 뺏기고 자본의 억압에 삶의 터전을 뺏기고 거짓 학자와 언론의 놀음에 사상과 역사를 빼앗긴 사람들, 나는 그 많은 사람들 중 하나이고 여기에 싣는 글들은 그동안 발표했던 음반과 더불어 내가 희망하는 세상을 꿈꾸는 기다림의 방식입니다. --- p.7'책을 내면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함께 모여 사시는 광주 ‘나눔의 집’에도 갔습니다. 1년에 두 번, 삼일절과 광복절 때만 방송에 나오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얘기를 담은 노래 〈사이판에 가면〉을 들려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노래가 끝나고 나서 어떤 할머니가 그러셨습니다. “나도 요즘 신나는 노래 많이 아는데 왜 그리 슬픈 노래만 불러…….” 달리 드릴 말씀이 없어서 쑥쓰러운 웃음으로 “근데 할머니 왜 우셔요?” 그랬습니다. ‘참 죄송하지만 그게 지금 우리 세대가 기억해야 할 일인걸요.’라는 말은 너무 틀에 박힌 것 같아 말씀 못 드렸지만 아마 할머니는 아셨을 겁니다. --- p.83‘첫 잔의 전율’ ……노래가 시작된 뒤 1000여 명이 넘는 청중의 시선과 마음이 무대 한 곳으로만 집중되는 적막한 긴장감, 그리고 1절 “니혼노 각고요리 이이데스.(일본 학교보다 좋습니다.)”라는 부분이 끝나고 난 뒤 퍼져 울린 절규에 가까운 환호는 이역만리 땅에서 민족교육을 지키기 위해 흘렸던 재일조선인들의 눈물의 양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 ---p.180‘나 대신 매 맞아 아픈 이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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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가수, 이지상이 노래하는 낮은 세상
이지상은 노래하는 사람이다. 일본 기후 조선학교, 에다가와 조선학교 등 후원 모금회 공연이나 사형제 폐지 국민운동 공연, 지리산 평화연대 공연, 대한민국 시노래 축제 등 무언가를 살리자는 모임에 가서 노래를 불렀고 지금은 노숙인 / 교도소 인문학 강연, 성공회대학교 ‘노래로 보는 한국 사회’ 과목 강연도 한다. 음악인으로 살아온 20년 동안 그가 다니는 곳은 대개 아픈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낮은 공간이다. 그런 곳에서 그는 발자국을 남기듯 노래를 만들고 불렀다. 기타를 치며 부르는 그의 노래를 보통 포크가요라고 칭하지만 정작 그에게 자신이 노래하는 장르가 뭐냐고 물으면 ‘중얼가요’라고 답한다. 그의 노래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그 말에 쉽게 공감할 것이다. 속삭이듯이 나지막이, 그러면서도 끈질기게 중얼거리듯 부르는 그의 노래는 청각을 자극하는 화려함은 없지만 노랫말을 음미해보면 마음속에 깊은 울림과 여운이 남는다. 그건 “노래는 삶에 대한 경외”라는 말처럼, 그의 노래 속에 오선지 밖 세상이 고스란히 아로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보산리 그 겨울〉은 윤금이 씨 사건을 접하고는 빈농의 집안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갓 마치고 공장에 취직해 독약 같은 세상을 맛봐야 했던 그 시대 누이들을 생각하며 지어 부른 노래이고, 〈폐지 줍는 노인〉은 새벽 어스름에 길에서 빈 박스와 폐지를 줍는 노인을 바라보다 떠올린 노래다. 〈해빙기〉는 신림동 난곡지구 재개발 사업으로 삶터를 빼앗기고 쫓겨나야 했던 사람들 틈에서 만들었다. 〈아이들아 이것이 우리 학교다〉는 일본에서 재일조선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과 민족교육을 받고자 조선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위해 ‘김민기·안치환의 세계와 20세기’ 공연에서 처음 불렀다. 이 노래를 만들어 부른 일을 계기로 ‘에다가와 조선학교 지원모금’ 집행위원장을 맡아 7억여 원을 모아 학교 측에 전달했다.(이는 정부·비정부 기구를 막론하고 한국 사회가 재일조선인에게 보낸 최초의 성금이다.) 그 밖에도 ‘위안부’ 할머니들을 생각하며 부른 〈사이판에 가면〉, 장애인 축구단을 응원하고자 만든 〈꿈은 이루어진다〉, 독립운동에 인생을 바쳤으나 국가로부터 전혀 대접 받지 못하는 투사들을 위한 노래 〈살아남은 자의 슬픔〉, 대구 지하철 참사를 보면서 만들었으나 차마 부르지 못한 노래 〈편지〉 등 그가 짓고 부른 노래에는 손에 잡힐 듯이 생생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녹아들어 있다. 사람의 중심은 아픈 곳입니다 온몸 가운데 어디 한 군데가 아프면 신경은 온통 그곳으로 집중되고 아픈 곳을 살뜰히 보살피게 된다. 사람의 중심이 아픈 곳이듯 세상의 중심도 아픈 곳에 있다. 환부를 외면하는 세상은 사랑도 화합도 나눔도 포기한 생명체나 다름없다. 아픈 곳을 들여다보면 거기엔 아픔을 준 가해자의 모습이 함께 있게 마련이다. 가수 이지상은 자신이 노래를 부르면서 다닌 그늘진 곳을 글에 담으면서 그렇게 중심이 되는 곳을 외면하고 힘 있는 자가 폭력의 주체가 되어 여린 사람들을 고통으로 내모는 세상을 향해 항의하기도 한다. 지은이 스스로는 자신의 노래가 “희망하는 세상을 꿈꾸는 기다림의 방식”이라고 하지만, 그가 살아온 삶과 불러온 노래를 더듬어보면 폭력적인 세상을 등지고 꿈꾸는 세상으로 스스로 전진하는 기운 찬 발걸음이 느껴진다. 20년 동안 비주류 음악인으로 살면서 한국 사회 여기저기 스며들어 있는 굴곡진 삶을 노래한 한 가수가 말하는 세상의 중심, 노래의 참뜻이 이 책 곳곳에 담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