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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용을 둘러싼 그들의 슬픈 저격 사건
병에 걸린 경성 거부 최판선은 죽기 전에 매국노 이완용의 죽음을 보는 게 소원이다. 사회주의 독립운동가 김근옥이 사주를 받고 암살 음모를 꾸민다. 저격할 당사자는 그의 딸 달래. 그녀는 라이플 총을 감춘 첼로 가방을 들고 경성역에 잠입하는 훈련을 받는다. 박을문은 몰락한 역관의 자식으로, 식민지 시대에는 친일파 순사로 살아간다. 병든 노모의 약값을 대기 위해 고등형사가 되려고 애를 쓴다. 이완용 경호 임무는 절호의 기회다. 저격 사건이 이어지는 가운데 박을문은 마지막 함정을 파고 김근옥 일파를 기다리는데……. 이완용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자들과 막으려는 자들의 숨 막히는 대결, 그리고 거기 숨은 식민지 군상들의 처절한 몸부림. 잃어버린 조국, 비극의 시대에 해피엔딩은 가능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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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GROUND
1925년, 회색도시 경성에 가다 경성역 지금의 서울역. 1900년에 개장해 1923년 경성역으로 개칭되었으며, 1925년 역사가 준공되었다. 한일병합 이후 대륙으로 진출할 발판을 마련한 일본은 경성역을 시작으로 하얼빈(哈爾濱), 모스크바, 베를린까지 잇는 거대 철도를 구상했다. 경성역 역사 2층에서 달래는 포드 자동차에서 내리는 이완용을 쏘기로 되어 있다. 조지야 백화점 국내에는 일본의 미쓰코시 백화점이 지점을 내면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백화점은 최고급 상품들이 진열되어 구경한 것만으로도 자랑거리였다. 조지아 백화점은 박을문과 달래가 처음 만난 곳. 박을문은 백화점에 온 달래를 콧대 높은 신여성이라고 착각한다 남촌 일본은 일인 거주 지역을 위해 지금의 충무로 일대를 신시가지로 조성하고 상권을 장악했다. 그 중에서도 황금정(을지로)는 남촌의 중심가였다. 가로등이 세워져 불야성을 이루었는데 전기가 들어오지 않던 조선인 마을 북촌(종로)과 대비된다. 경성의 밤거리 구경은 곧 남촌 구경을 의미했다. 기생 권번 권번은 기생들의 조합이었다. 기생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권번에 기적을 올렸고 세금을 냈다. 권번은 춤과 노래를 가르치는 기생 양성소 역할도 아울러 했다. 당시 신여성은 여학생과 기생 둘 중의 하나라고 할 정도였는데, 달래는 명월관의 한성권번에서 신여성처럼 보이는 교육을 받는다. 포드 자동차 이완용이 전용 자가용으로 타고 다니던 차. 고종 임금이 탔던 차도 포드였는데 당시 이완용의 욕망을 대변하고 있다. 이완용은 황해도에서 열리는 우봉 이씨 시조 제사를 위해 이 차를 타고 경성역에 도착하기로 되어 있다. 남부 권총 1904년 일본 육군 대위 남부 키지로가 만든 권총으로, 겉모습은 독일의 루거 권총을 닮았다고 해서 모조 시비가 일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불발율이 높고 터지는 사례가 많아 자살권총이라 불렸다. 이 소설에는 남부권총 이외에도 안중근 의사가 이토를 쏜 브라우닝 권총, 달래가 이완용 저격용으로 사용하는 윈체스터 95 등이 등장한다. REAL PERSON 역사는 아무도 잊어버리지 않는다 김창숙(1879~1962) 3.1운동 후 망명하여 독립운동에 투신. 1919년 한국 독립을 호소하는 유림단진정서를 파리 만국평화회의에 보낸 ‘파리 장서 사건’을 주도했다. 서로군정서 군사선전위원장으로 활약했고 상해임시정부 국무위원으로 평생을 항일투쟁과 반독재에 헌신했다. 1927년 상해에서 체포되어 대전형무소에서 복역 중 해방을 맞았다. 일제의 모진 고문으로 평생을 앉은뱅이로 살았다. 소설에서는 독립자금을 확보하고 산재한 국내 조직들을 정비하기 위해 귀국했다가 김근옥과도 접촉한다. 나석주(1892~1926) 신흥무관학교 출신으로 군사훈련을 받고 귀국해 항일공작원으로 일했으며, 중국군 장교로 복무하다 의열단(義烈團)에 입단했다. 1926년 대표적인 착취 기관인 동양척식주식회사와 식산은행을 파괴하기 위해 귀국, 폭탄을 투척하고 자결했다. 그의 마지막 말은 ‘나는 조국의 자유를 위해 투쟁했다. 이천만 민중아, 분투하여 쉬지 말라!’였다. 소설에서는 비밀 독립운동 조직을 규합하는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다. 이재명(1890~1910) 1904년 하와이 노동 이민자로 가족과 함께 미국에 건너갔다가 제1, 2차 한일협약이 강제 체결되자 국내로 다시 귀국, 항일운동을 전개한다. 안중근의 이토 암살이 성공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는 친일 매국노 이완용을 죽이기 위해 암살 계획을 세운다. 1909년 12월 명동성당에서 나오는 이완용의 복부와 어깨를 찔러 중상을 입혔으나 죽이는 데 실패한다. 체포되어 이듬해 사형되었다. 이완용의 죽음을 두고 16년 전 이재명에게 입은 부상의 후유증이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방정환(1899~1931) 아동문화운동 단체인 색동회를 조직하고 한국 최초의 순수 아동잡지인 〈어린이〉를 창간했다. 동화 번역과 창작을 통해 아동문학을 보급하는 데도 애썼다. 3.1독립운동 당시 독립신문을 발행하다 체포된 경험으로 내내 감시의 대상이 되었다. 희망을 잃어버린 조국에서 유일한 희망의 대안으로 삼았던 어린이 운동에 헌신했으나 32살의 나이로 요절했다. 소설에서는 친일파 순사 박을문과 인간적인 교우를 통해 그로 하여금 변신의 기회를 주는 역할이다. 이광수(1892~1950) 이광수는 애초부터 친일파는 아니었다. 도쿄에서 〈2.8독립선언서〉를 기초하기도 하고 상해 임시정부에서 대변인, 기관지 〈독립신문〉 사장을 지냈다. 30년대 후반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이 극심해지자 민족개조론을 주장하며 친일행위를 일삼았다. 해방 후 반민특위에 기소되어 수감되었다가 한국전쟁 당시 납북되었고 그해 10월 병사했다. 소설에서는 박을문이 박영효의 글을 얻기 위해 동아일보 편집국장에서 물러나 있는 이광수를 만난다. 박영효(1861~1939) 개화파 박규수의 영향으로 개화사상을 받아들인 박영효는 김옥균과 함께 갑신정변의 중심에 섰다. 개혁에 실패하고 일본으로 망명하였다가 10년 뒤에야 귀국했다. 한일병합 이후 정치적으로 박영효가 필요했던 일제는 그에게 후작 작위를 주었고, 박영효는 본격적인 친일파로 둔갑한다. 이후 중추원 부의장, 조선식산은행 이사 등을 지내며 죽을 때까지 일제의 꼭두각시로 살았다. 소설에서는 실제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박을문이 음모를 꾸미는 데 요긴하게 이용된다. 이승만(1875~1965) 미국 한인사회에서 명성을 얻고 있던 이승만은 상해 임시정부의 초대 대통령으로 추대되었다. 그러나 강대국에 의지하려 했던 그의 활동은 자주 독립 노선과는 달라서 무력 투쟁을 반대했고, 마침내 탄핵받기에 이른다. 당시 독립운동은 무장 투쟁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었으므로 결국 그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미국으로 돌아간다. 상해 임시정부 요인이었던 김창숙은 김근옥을 회유하기 위해 이승만이 탄핵되었음을 알려준다. CHARACTER 이름을 잃어버린 식민지 사람들 김달래 강원도 산골에서 사냥꾼들을 안내하는 명사수 포수지만, 정신적인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비운의 여인이다. 독립운동가 아버지를 따라 경성에 와서 신여성 교육을 받는다. 이완용을 저격해야 하는 당사자이긴 하나 암살의 의미를 이해하지는 못한다. 기생 권번에서 새로운 여성상을 만나며 봉건적인 숙명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된다. 박을문 몰락한 역관의 자식인 박을문은 병든 노모를 돌보고 생활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일파 순사로 살아간다. 경부 오태주의 주선으로 이완용 경호를 맡으면서 특별고등형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이완용 암살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위기에 몰리게 되고, 마지막 함정에 모든 것을 걸게 된다. 김근옥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딸을 살인범으로 만들어야 하는 운명적인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의 고뇌는 사회주의자로서의 이념, 독립운동가로서의 운동,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의 책무 등 다양한 모습으로 표출된다. 어쩌면 김근옥이야말로 당시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가장 인간적인 유형일지 모른다. 조수윤 김근옥과 같은 계열의 독립운동가. 거부 최판선을 만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은 장본인. 김근옥과 달리 왕서방을 통해 독단적으로 암살계획을 세우지만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그러다 알게 된 패륜아 이완용의 손자를 만나면서 암살의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허건 요정 명월관의 경비를 맡고 있는 주먹. 기생 초선의 애인이기도 하지만 정확한 정체를 아는 사람은 없다. 야구공을 잘 다뤄 종로산적을 공 하나로 무너뜨리기도 한다. 류화 나이가 잘 분간 안 가는 명월관의 기생. 한성권번에서 기생을 양성하는 선생이기도 하다. 재력가, 정치가들이 그의 손님들이라 고등경찰 오태주 경부도 함부로 어쩌지 못한다. 그녀는 정보를 사고 파는 데도 능통하다. 오태주 종로경찰서 고등경찰계 경부. 전형적인 엘리트 친일파이자 기회주의자로 등장한다. 박을문이 이완용의 경호를 맡을 수 있도록 주선한 장본인이다. 명민하고 상황파악이 정확한 성격이지만 사리사욕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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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안다지만 대부분 잘 모르는
희대의 매국노 암살 사건 ‘이영구가 이완용을 암살하려 했다’ 일제가 누락시킨 한 줄 기사에서 시작된 역사 팩션 친일파 이완용이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올해는 경술국치 100년 되는 해다. 매국노 정도로만 알고 있는 이완용의 실체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시의적으로 절묘한 시점에 이완용이 등장하는 소설이 출간되었다. 『정약용살인사건』을 쓴 김상현 작가의 신작 『이완용을 쏴라』에 그의 일면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도발적인 제목의 이 소설은 이완용 암살 사건을 다룬 역사 팩션이다. 이재명 의사의 의거가 있은 지 15년쯤 지난 1925년이 배경이다. 죽음을 앞둔 경성 거부가 이완용의 목에 현상금을 내걸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당시 이완용은 더 이상 일제에게 유용한 인물이 아니었다. 철저한 친일 부역자임에는 여전하지만 이미 이용가치가 없어진 늙은이일 뿐이다.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면서 자족하며 사는 말년은 나라를 팔아 얻은 대가치곤 속절없어 보인다. 엄청난 부를 가졌음에도 돈에 연연하는 작태는 꼴불견이다. 경성 거부의 사주로 김근옥은 명사수 딸 달래와 함께 경성역에서 이완용을 죽이기로 한다. 순종적인 달래는 마음의 상처가 큰 여자다. 암살 음모를 저지하려는 자는 친일파 조선인 순사다. 역관의 자식이지만 나라가 망하자 출세하는 길을 고등경찰에서 찾는다. 희대의 매국노를 죽이려는 자들과 살리려는 자들의 대결이 흥미진진하다. 소설은 1920년대 근대 문물이 쏟아지던 일제강점기의 경성을 잘 묘사하고 있다. 백화점, 전화, 자동차, 번화가 등 당시의 배경이 영화의 소품처럼 다분히 시각적이다. 등장인물 역시 이완용 외에도 실존 인물들이 여럿 등장한다. 독립운동가인 심산 김창숙, 동양척식회사에 폭탄을 투척한 나석주. 어린이 운동가 방정환, 소설가 이광수, 임정 대통령 이승만 탄핵서, 안익태가 쓰던 첼로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군상들이다. 신여성 자처하는 기생들이 나오고 봉건적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이 주인공이다. 비주류에 속하는 사회주의 독립운동가, 방황하는 지식인들, 가난에 허덕이는 친일파 형사도 자기 목소리를 가진다. 이들은 식민지 삶을 살아가는 고단하고 힘없는 민중들이기도 하다. 이완용을 저격하려는 무리도, 그걸 막으려는 친일파 형사도 숙명의 처지를 굴레처럼 안고 산다. 그들이 이완용을 쏘려는 저마다의 이유는 무엇일까? 혹은 왜 목숨까지 걸며 그를 지키려 할까? 어느 쪽이든 이완용의 죽음은 숙명의 굴레서 벗어날 기회다. 조국의 독립이라는 거창한 목표 이전에 넘어서야 하는 것. 각기 처한 암담한 현실에서 빠져 나오려는 몸부림이다. 죽임으로써 혹은 지킴으로써 그들은 새로운 삶을 꿈꾸는 것이다. 거창한 제목과 달리 이 소설은 다행히 국수적이거나 선동성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 대중 역사소설이 그 지점을 포기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작가의 역량이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한 번에 끝까지 읽히는 놀라운 흡입력은 스토리의 긴장감 없이 성취가 어렵기 때문이다. 시대상의 현실 감각이 생생한데다 당시 사람들은 정말 그랬을 것 같은 개성이 잘 형상화된 덕분이기도 하다. 다 읽고 나면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내가 이 당시에 이들과 똑같은 나이라면 무엇을 하며 살았을까? 작가는 모두가 이 소설의 등장인물 중 하나일 수 있다고 했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이 아닌 그 소용돌이 안의 마이너리티를 주목한 이유가 여기 있을 것이다. 독립된 나라에서 2010년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백여 년 전 식민지에서 나의 아바타를 찾아보게 하는 힘, 이 소설이 가진 또 하나의 미덕이자 팩션의 새로운 가능성이다. 친일 매국노 이완용의 정체 ‘영악한 처세술로 나라마저 팔아먹은 매국노’가 누구냐고 물으면 대부분 이완용을 지목할 것이다. 올해는 경술국치 100년 되는 해다. 그는 이제 파렴치한 기회주의자가 권력을 잡으면 망국(亡國)에도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이 되었다. 구한말 격동기에 관료로 입문한 그는 대리공사관으로 미국에 다녀와서는 친미파로, 아관파천을 주도할 때는 친러파로,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자 일본의 주구로 변신을 거듭했다. 한국의 외교권마저 일본에 넘긴 제2차 한일협약의 주인공이 되어 을사5적으로 낙인찍혔다. 1910년 한일병합조약 때는 임금의 옥새를 훔쳐 조약서에 찍어 나라를 일제 강점기 치욕의 역사로 밀어넣었다. 나라를 완전히 넘긴 대가로 그는 백작의 작위를 받고 은사금 1천5백여 원을 받았다. 말년에는 중추원 의장으로 행세하며 친일행각을 멈추지 않았고, 수많은 재산을 긁어모아 나라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그가 철저한 친일부역배로 생을 마감하는 동안 식민지 민중들의 삶은 착취와 핍박의 구렁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투옥, 사형되었으며, 모진 고문으로 수족을 쓰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다. 매국노 이완용을 죽이려는 시도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이재명 의서의 의거지만, 패륜아 조카에게 맞아죽을 뻔한 사실도 훗날 밝혀졌다. 일제강점기에서는 고종만큼 장례가 성대했지만 해방 이후에는 그의 무덤 위에서 아이들이 매국노라고 침을 뱉으며 놀았다. 『이완용을 쏴라』는 이완용이 중심에 있는 소설이 아니다. 이완용이 빌미를 만들어 일제의 경찰력으로 통제되고 억압받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식민지 민중들이 주인공이다. 희망 없는 삶으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발악의 행동이 곧 이완용 암살이다. 역사는 가정이 없지만 가정해보지 않는 역사도 죽은 역사일 뿐이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자신의 아바타를 만드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내가 식민지에 태어났다면 어떻게 살았을 것인가? 그리고 인물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볼 것이다. 달래, 박을문, 조수윤, 김근옥, 류화, 오태주 혹은 허건의 삶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