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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글 동고비를 만나야 했던 이유 기다림과 만남 둥지 다툼과 둥지의 주인 진흙을 나르는 동고비 은단풍 찻집 경계를 서는 동고비 나뭇조각 나르기 비 오는 날의 동고비 새로운 둥지의 모습 작은 계곡의 새들 나무껍질 나르기 옛 주인의 출현 더 작은 새가 문제 알 낳기의 시작 둥지 아래 풀숲에서는 홀쭉해진 암컷 알 품기 오목눈이 가족은 둥지를 떠나고 동고비의 숲에서 흐르는 시간 새 생명의 탄생 은단풍과 다람쥐 역할 분담 체제의 변화 어린 새를 위한 먹이와 어린 새의 배설물 좌절의 시간 폭우와 동고비 손발이 척척 둥지의 어린 새소리 지친 날갯짓 착한 어린 새 어린 새의 모습 엄마 새가 없는 밤의 둥지 동고비 8남매 다시 만난 동고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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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언가 오랜 시간 습관처럼 해오던 것을 바꾸는 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상황이 달라져 더 이상 예전의 행동과 태도를 고집할 수 없게 되었을 때조차 제대로 바꾸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한결같다는 것과는 또 다릅니다. 그러나 저들은 서툰 시작을 두려워하지 않고 제 모습을 새로운 상황에 새롭게 맞추어 바꾸며 옳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많이 부끄럽습니다.
알을 낳기 시작한 이후로 40일이 넘도록 둥지의 밤을 지켜준 엄마 새가 오늘은 오지 않습니다. 이 밤을 꼬박 지새운다 해도 내일 동이 틀 시간이 되기 전까지는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내일 밤도 엄마 새는 둥지의 밤을 지켜주지 않을 것입니다. 어린 새들에게 있어 세상에서 둥지보다 더 안전하고 아늑한 곳은 없습니다. 그래서 떠나고 싶지 않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떠나야만 합니다. 때가 찼기 때문입니다. 엄마 새는 잘 알고 있습니다. 둥지에서 춥고 어두운 밤을 홀로 맞으며 견뎌낼 수 있어야 둥지를 박차고 떠날 용기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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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동고비의 온전한 자식 사랑 _딱따구리 둥지에 찾아든 동고비 가족의 80일 동고비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본격적인 연구의 대상으로 다루어진 적이 없던 종으로, 그만큼 조사하고 연구하는 것이 쉽지 않은 대상이다. 동고비는 몸집이 아주 작고, 무척 빠른 데다 암수가 외형으로는 구분조차 되지 않는다. 또한 관찰과 촬영 여건마저 좋지 않으니 번식 생태를 알아간다는 것이 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관련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에 번식 과정을 지켜본다 해도 각각의 행동 특징을 설명할 길이 없다. 때문에 저자는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2년에 걸쳐 동고비의 번식 일정을 지켜보아야 했다. 날마다 한 자리에서 열서너 시간을 서서 관찰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가 이 여정에 함께하고 팠던 이유는 그들이 보여주는 남다른 자식 사랑 때문이다. 동고비 암수가 협력해서 아기 동고비 8남매를 키우는 과정은 가슴 뭉클한 깊은 감동을 준다. 부모 새가 하루에 평균 240회나 먹이를 새끼들에게 전해주는데 이는 암수가 각각 하루에 24킬로미터를 비행해야 한다는 추정이고 보면, 단순한 사실의 관찰이나 발견에 앞서 어미들의 엄청난 수고, 노동, 사랑 없이 8남매를 성공적으로 키울 수 없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어미들은 번식 일정의 후반부에 이르면 깃털 다듬을 최소한의 시간마저 8남매를 위해 투자하여 점점 초췌해진다. 새들에게 깃털의 상태는 생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에도 새끼들에게 좀 더 많은 먹이를 전해주기 위해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는 것이다. 조금의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는 분주함 속에서도 조바심 내지 않고 묵묵히 하루치의 일을 감당해내는 동고비의 모습을 보노라면 저절로 무릎이 굽혀지고 감탄을 자아내게 된다. 이 밖에도 둥지를 노리는 침입자를 물리치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우는 모습, 지치고 초췌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에서도 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먼 곳까지 배설물을 물어 나르는 모습, 8마리의 새끼 동고비의 첫 비상을 지켜보던 어미 새가 둥지를 나선 첫째에게 몸을 흔들어주며 용기를 북돋아주고 자식이 날아가는 궤적을 끝까지 눈으로 좇는 모습 들과 마주하노라면 인간의 마음과 다르지 않은 자식을 향한 부모의 애틋한 심정을 느끼게 된다. 저자는 동고비를 만나고 그들의 번식 일정을 80일간 함께하며 무엇을 하든 더 이상 진지해질 수 없는 진지함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 무엇을 할 때 간절히 구하는 마음, 애가 끊어질 만큼의 절실함으로 몸과 마음을 던지는 자세를 배웠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그가 동고비와 함께 80일을 동행했던 이유이자 이제 우리가 동행해야 할 이유다. 자연을 동경하게 하고, 생명을 이해하게 하는 한 편의 동화 같은 생태 에세이 새 연구가 박진영 박사는 저자를 일컬어 ‘자연에 단단히 미친 이야기꾼’이라고 표현했다. 안도현 시인 역시 그를 ‘과학자이자 시인’이라고 했는데 『동고비와 함께한 80일』을 읽다 보면 그 의미를 오롯이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단순히 동고비의 번식 일정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고비를 둘러싼 자연, 숲, 그 안에 담긴 여러 생명체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한 편의 동화처럼 옮겨놓았다. 가령, 동고비가 둥지를 빠져나가는 순간에 서로 얼굴을 보며 작은 소리로 인사 나누는 모습을 보고 “그동안 둥지에서 애썼으니 이제 좀 쉬어요, 힘들겠지만 다시 와 교대할 때까지 애써줘요”라고 표현해 새들의 몸짓 언어를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유추해내는 모습이다. 산벚나무, 보춘화, 다람쥐와 같은 갖가지 생명체들의 미세한 변화를 저자의 시선으로 따라가다 보면 단순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머리로의 이해를 넘어 어느 순간 가슴으로 느끼게 되고 동화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