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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한 특수어 사전
『제인 에어 납치사건』에 나오는 소품들과 용어들을 간단히 소개한다.
1) 리테라텍: 특수작전망 내의 한 분과. 특수작전망(줄여서 특작망)은 일반 경찰들이 담당하기에는 너무 별나거나 전문적인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전체 서른 개의 과가 있으며, 이웃조사과, 문학조사과(리테라텍), 미술범죄과 등이 이곳 소속이다. 2) 윌스피크: 셰익스피어 독백 자동 판매인형. 10펜스를 넣으면 셰익스피어를 짧게 단편적으로 공연해준다. 1930년대 이후 생산이 중단되어 지금은 매우 희귀한 물건이 되었다. 3) 시간의 문: 서즈데이의 삼촌 마이크로프트가 발명해낸 이 기발한 제품을 통하면 원하는 문학작품 속으로 들어가 주인공들과 만날 수 있다. 마이크로프트 삼촌은 그 외에도 장례식과 결혼식 모두에 쓸 수 있도록 검은색에서 흰색으로 자유자재로 바뀌는 자동차, 개인별 냄새분석기, 일하다 지겨울 때 눈을 감으면 멋진 동영상을 제공해주는 망막 스크린세이버 등을 발명했다. 4) 도도새: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요즘은 슈퍼에서 캔에 들은 복제 세트를 구입하여 집에서 만들 수 있다. 서즈데이 넥스트가 가지고 있던 도도 피크위크는 버전이 낮은 편이라 주의가 요망된다. 도도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바로 마시멜로이다. 5) 지구교차자: 일종의 비밀 회합 모임으로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시간에 모여 ‘포수 글러브’로 뜨거운 운석을 받아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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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 열광한 한 시대에 대한 유쾌한 상상!
2002년 6월, 온 국민은 월드컵에 잠 못 이루고 열광했다. 거리 곳곳마다 넘쳐나던 붉은 색 티셔츠와 태극기...... 축구라는 스포츠가 전 국민을 하나로 묶었었다. 그런데 만약, 정말이지 만약, ‘문학’에 전 국민이 이토록 열광한다면 도대체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 유명 작가들의 초판본이 상상 못할 가격으로 거래되고, 사람들은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고, 위조본이 암암리에 거래될 것이다. 자녀들의 이름을 자신이 존경하는 작가의 이름을 따서 짓는 것이 일상화되어 이름으로 사람들을 구별하는 일이 무척 힘들어질 것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런던 전화번호부를 뒤져보면 아마 4천 명의 존 밀턴, 2천 명의 윌리엄 블레이크, 비슷한 수의 워즈워스와 키츠, 그리고 소수의 드라이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대중적인 법 개명은 법 집행에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술집에서 일어난, 공격자, 희생자, 증인, 주인, 체포한 경찰관과 판사가 모두 알프레드 테니슨인 사건 이후로, 이름을 딴 사람들은 귀 뒤에 등록 번호를 새기고 다니도록 강제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169쪽 인용) 세상이 이렇다 보니 문학범죄자들만을 집중적으로 수사하는 문학조사반(리테라텍)이 생길 수밖에...... 이곳에서는 콜리지의 모조판이나 필딩의 위조본을 추적하고 새뮤얼 존슨 책의 초판본을 훔쳐 팔던 갱단을 체포하는 일 등을 도맡아 처리한다. 『제인 에어 납치사건』의 여주인공 서즈데이 넥스트도 이곳 리테라텍 소속의 8년차 형사이다. 서즈데이 넥스트가 살고 있는 1985년 영국에서는 제정 러시아와의 크림 전쟁이 131년째에 접어들고 있어 국내외로 종전 압력이 거세고, 골리앗 주식회사라는 거대 기업이 정부까지도 좌지우지할 정도의 막강한 권력을 쥐고 행사하고 있다. 서즈데이는 집에서 자신이 직접 복제한 도도새 피크위크와 런던의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으며, 아버지는 <이상한 나라의 폴>처럼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잠시잠깐 안부를 전하는 게 고작이다. 제인 에어가 납치당했다...... 그러나 소설은 계속 쓰여져야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순수한 악을 순수한 선만큼이나 사랑하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악한 아케론 하데스가 서즈데이의 삼촌 마이크로프트가 발명한 ‘시간의 문’을 통해 『제인 에어』 속으로 들어가 제인 에어를 인질로 유괴해 몸값을 요구한다. 문학을 그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영국 국민들에게 이 사건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제인 에어가 소설 밖으로 빠져나가버림으로써 소설의 줄거리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다. 여기서 잠깐! 『제인 에어』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플롯과 약간, 아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제인 에어』는 어떠한가. 로체스터가 제인 에어와 결혼하려던 바로 그 순간, 로체스터의 중혼 사실이 밝혀지고 제인 에어는 훌쩍 그의 곁을 떠나간다. 그후 로체스터와 ‘다락방의 미친 여자’인 그의 아내가 살고 있던 저택에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하고 로체스터는 부인을 구하려다 그만 시력을 잃고 불구의 몸이 되고 만다. 한편 제인 에어는 친척들을 찾게 되고 ‘뜻이 맞는 한 남자’와 인도로 떠날 결심을 하게 된다. 그러다 로체스터의 환청을 듣고 다시 저택으로 돌아와 로체스터와 행복하게 잘 산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1985년의 영국 국민들이 열광하는 『제인 에어』 판본에는 제인 에어가 인도로 떠날 결심을 하면서 끝이 난다. 모두들 그 결말을 아쉬워하면서도 차마 소리내어 불만을 말하지는 못하는 분위기! 용감한 리테라텍 요원 서즈데이 넥스트는 ‘시간의 문’으로 들어가 아케론 하데스와 최후의 대결을 벌이고, 더 중요한 건, 『제인 에어』의 결말을 우리가 알고 있는 행복 버전으로 바꾸어놓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다. 더불어 크림 전쟁으로 헤어졌던 자신의 연인 랜든 파크레인과 행복한 재회를 하게 된다. 마치 제인 에어와 로체스터처럼. 재치 있는 대화, 기지 넘치는 문학적 암시들 『제인 에어 납치사건』은 영문학을 자유롭게 헤쳐모여 하고 있어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의 실제 저자가 누구냐에 대한 논쟁, 호수의 노시인(워즈워스)이 ‘시간의 문’을 통해 들어온 서즈데이의 숙모 폴리를 유혹한다는 설정, 『햄릿』의 명대사 중 일부분은 사실 서즈데이의 아버지가 집어넣은 것이라는 것 등, 영문학 작가들의 캐릭터가 한껏 두드러진 설정과 대사들로 인해 독자들은 문학 속에서 자유로이 즐길 수 있게 된다. 작품 속에서 유독 찰스 디킨스와 브론테 자매 등 빅토리아 시대 작가들을 많이 언급하는 것도 소설의 부흥기였던 그때에 대한 아련한 추억 때문이 아닐까? 작가들의 한 문장 한 문장에 반응하고 열광하던 그때의 독자에 대한 아련한 부러움 같은 것 말이다. 『제인 에어』를 못 읽은 채 『제인 에어 납치사건』을 읽게 된다면, 책을 덮은 뒤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를 들쳐보지 않고서는 못 견딜 것이다. 『제인 에어』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이 책 역시 열렬히 사랑할 것임은 말할 것도 없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