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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정신_곽재식
거울 세계_김설아 단동이_김성일 파종선단_이경희 매구 호텔_소렐 여우 구슬_송경아 구서담_이한 견우도 직녀도 아닌_문녹주 내가 만난 신의 모습은_전혜진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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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온 세상을 만드셨고 온 세상을 마음대로 움직이고 계시며 또한 온 세상을 끝내실 수도 있는 분, 바로 정신께서 이곳의 토지에 살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온 세상을 만들어 움직이고 계신 정신께서 곁에 계시면서 항상 우리를 이끌어주시는데, 어찌 잘 살 수가 없겠습니까?”
--- p.23~24, 「토지정신」 중에서 어떻게 그럴 수가……. 그런 세계가 있을 수가 있지? 모든 게 반대로, 악의적으로 뒤집혀 버린 세계가. 내가 미치기라도 한 건가. --- p.69, 「거울 세계」 중에서 아침 햇살이 푸르스름하게 반사되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다른 고양이들과 한참 떨어진 그늘 가장자리에 도사린 고양이를 눈치챘다. 단동이와 똑같은 청회색이고, 눈도 같은 녹색이었다. 단지 몸이 마르고 길쭉한 데다가, 곳곳에 털이 지저분하게 뭉쳐 있었다. 마치 귀신 같은 모습이, 불쌍하다기보다는 섬뜩했다. --- p.87, 「단동이」 중에서 빛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다리고 있었단다, 아가.” --- p.165~166, 「파종선단」 중에서 바람이 내게 전해다 주기를, 여우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더는 꿈에 없고 현실에 존재했다. 나의 호텔 안에. 짐승의 울음이 더는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대로 놔둔다면 내 모든 걸 파괴할 걸 알았다. 이제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어둠 속을 걷기 시작한다. 여우가 아직도 배고파하는 것을 주기 위해서 떠난다. --- p.200, 「매구 호텔」 중에서 김명식 대리에게는 이상한 명절이었다. 한편으로는 여느 명절과 똑같았다. 김명식 대리는 안방에 들어가 아버지와 형에게 인사를 하고,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어머니가 내온 과일을 한 쪽씩 집어 먹었다. 그런데 영 몸도 마음도 편치 않았다. 한쪽의 의식은 박영지와 함께 앞치마를 두르고, 전을 부치고, 나물 간을 보고, 접시를 씻고 있었다. --- p.225, 「여우 구슬」 중에서 깊은 산속의 버려진 저택. 백발금안에 꼬리까지 달린 소녀. 그리고 저절로 켜지고 움직이는 불과 시계. 게다가 밤이면 찾아오는 요괴. 보통 사람이라면 이쯤에서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달아났겠지만. 선비는 아니었다. --- p.237, 「구서담」 중에서 나는 그날 뒤틀림에 반해 버렸어. 까마귀의 세계로 갈 수 있다면 뭐든 내던질 수 있다고 말했지. 그게 전부야. --- p.312, 「견우도 직녀도 아닌」 중에서 그 여름과 가을에, 열다섯 살의 삼준은 반쯤 정신이 나간 채, 인민군 비슷한 허깨비만 보아도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제정신으로는 도저히 거기서 그 수라장에서 버텨나갈 수가 없었다. “그래, 그 무렵이었어……. 내가 신을 만났던 것은.” --- p.332, 「내가 만난 신의 모습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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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정신」 곽재식
남사는 고조선 중엽 서해 사람이다. 궁중에서는 멀리 떨어진 곳에 신하를 보내 충성과 예법을 가르치고자 했다. 남쪽의 섬들을 돌아다니며 조선의 법도를 가르치던 남사는 사람들이 모두 서로 사랑하며 베푸는 심혈성에 대한 소문을 듣는다. 그곳에는 비바람을 일으키는 괴물이 산다고 하는데……. 「거울세계」 김설아 어려서 부모를 잃은 장우와 바우 형제는 백두산 기슭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몸이 약한 동생을 돌보며 살던 어느 날 장우의 꿈에 어머니가 나타나 천지 용궁에 가서 약을 얻으라고 한다. 꿈에서 깨어나 천지를 오른 장우의 앞에 용궁으로 향하는 계단이 나타난다. 「단동이」 김성일 휴학을 하고 서울 고모 댁에서 지내게 된 ‘나’는 고모를 대신해 고양이 급식소에 밥을 주게 된다. ‘나’는 주민들에게 예쁨받는 고양이 대장 단동이와, 무리에서 배척받는 단동이의 삼촌 세동이를 만난다. ‘나’는 세동이에게 연민을 느끼고 몰래 따로 밥을 챙겨주기 시작한다. 「파종선단」 이경희 먼 옛날 금강산 기슭에 살던 나무꾼은 하늘에서 떨어진 선녀를 만난다. 환이라는 이름의 기이한 여인은 고장 난 선녀옷을 나무꾼에게 맡기고 혼인을 한다. 마을에는 여인이 남자들을 유혹한다는 소문이 돌고, 여인을 옹호하던 나무꾼의 마음에도 의심의 싹이 돋아난다. 「매구 호텔」 소렐 경성에서 호텔을 경영하던 맥심 씨가 사망하고, 맥심 부인은 유럽으로 돌아간다. 맥심 부부의 조선인 수양딸 로라는 각종 소문으로 뒤숭숭한 경성에 홀로 남아 호텔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로라의 앞에 일찍이 맥심 가문을 떠났던 오라버니 동혁이 나타난다. 「여우 구슬」 송경아 H상사의 김명식 대리는 신입 계약직 여사원이 자꾸 신경에 거슬렸다. 회사의 모두가 박영지에게 호감을 가지고 대하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어느 날 있었던 저녁 약속에 입을 맞춘 뒤로 박영지와 김명식은 연애를 시작하고 두 사람은 순조롭게 결혼까지 하게 된다. 첫날밤, 김명식은 아주 기이한 일을 겪게 되는데……. 「구서담」 이한 문득 금강산에 가보고 싶어진 선비가 말을 몰아 훌쩍 길을 떠났다. 산중에 길을 잃고 헤매던 선비는 허름한 인가를 만난다. 그 집에서 나온 백발의 소녀에게 하룻밤 묵어가게 해달라 청하자, 소녀는 요괴가 나오는 집이니 피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선비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이곳에 묵기로 하는데……. 「견우도 직녀도 아닌」 문녹주 가까운 미래, 도시들은 돔으로 덮이고 인류는 하늘을 떠다니는 공장에서 식량을 생산하게 되었다. 식량생산시설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수리를 하러 올라온 이현우는 소꿉친구인 박견에게 납치를 당한다. 견은 식량생산시설을 탈취해 도시 밖으로 가져갈 예정이라며 현우에게 협력을 요청한다. 「내가 만난 신의 모습은」 전혜진 삼준은 구술 조사를 하는 진숙을 위해 열다섯 살 학도병 때의 기억을 풀어놓는다. 열다섯 살에 피란길에 올랐던 삼준은 친구들과 함께 학도병에 자원해 전쟁을 겪는다. 삼준의 부대에서 성품이 잔인하기로 유명했던 류 중사는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소대장과 계속해서 마찰을 빚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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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이야기가 처음 발생한 순간이 궁금하다. 길가메시의 원본은 어떤 사람이었고 무슨 일을 했기에 신화에 그렇게 남은 것인지? 구미호 누이 전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누가 지어낸 것인지, 아니면 그 발단이 된 사건이 있었는지? 왜 우리는 있었던 일을 그대로 전하는 데 만족하지 않는지?”
-김성일 작가의 말 제주에서 우주까지, 고조선에서 미래까지 더 넓은 세계로 확장된 한국의 옛이야기 독자들은 한국 설화에 기반한 이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의 땅과 역사를 넘어선 세상을 만날 것이다. 단편집은 먼 과거 고조선 시대에 한 사람이 미지의 남쪽 섬으로 떠나는 「토지정신」으로 시작한다. 제주에서 시작되는 독자들의 여행은, 「거울 세계」의 배경인 북쪽의 백두산을 거쳐 우주에까지 닿을 것이다. 가장 많은 작품의 배경이 되는 서울은 「매구 호텔」에서는 매혹적이면서도 암울한 경성이고, 「단동이」에서는 바로 옆 동네에 있을 법한 아파트 단지이며, 「견우도 직녀도 아닌」에서는 많은 인프라가 무너지고 다시 세워진 도시 국가로 그려진다. 고조선에서 미래까지, 제주에서 우주까지 다양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한 단편들은 그만큼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소설의 기반이 되는 옛이야기들은 민담, 전설, 신화, 역사를 아우른다. 〈견우와 직녀〉, 〈여우 누이〉, 〈여우 구슬〉, 〈다자구 할머니〉 등이 새롭게 쓰였으며 여러 이야기가 서로 섞여 다시 탄생하기도 한다. 말하는 사람에 따라 바뀌며 시대를 반영하던 구전 설화들은 문자로 기록되자 변화를 멈추었다. 고정되어 버린 설화들은 지금의 가치를 반영하지 않기에, 새롭게 쓰일 필요가 있다. 작가들은 이야기를 바꿈으로써 현대인이 받아들일 수 없는 옛이야기 속의 폭력성을 제거하기도 하고, 현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을 짚어내기도 한다. 사회의 이방인이었던 이는 자신을 받아줄 낯선 세계를 만날 것이고, 거대한 폭력 앞에서 괴로워하는 인간은 신을 만나 도움을 받을 것이다. “구전 설화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아마도 이 이야기는 무수한 입을 거쳐 변형되고 또 변형되며 당대의 가치와 시대상을 게걸스럽게 흡수해 왔으리라. 하지만 어느덧 설화라는 매체는 생명을 잃고 말았다. (……) 주제넘지만 이 구전 설화가 현대에도 문제없이 작동할 수 있게끔 고쳐보고 싶었다.” - 이경희 작가의 말 “관군을 돕고 사람들을 보호하는 죽령산의 다자구 할머니가, 한국전쟁 중에 나타났다면 누구를 돕고, 어떤 일을 했을까.” -전혜진 작가의 말 기록됨으로써 변화를 멈추고 화석이 되었던 설화들은 작가들의 손으로 다시 쓰임으로써 생명을 얻었다. 시대에 따라 바뀜으로써 또 다른 세계와 가치를 보여주는 이야기,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설화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