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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레즈비언 여자 친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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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보험과 야쿠르트 · 이유리
나의 레즈비언 뱀파이어 친구 · 아밀
다가가지 못하는 · 송경아
여름밤 · 이주란
수리와 안개 · 김유진
소금의 맛 · 이주혜
늦여름 매미 晩蟬 · 성해나

저자 소개 7

결과가 어떻든 과정이 재미있었으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 털이 비단 같은 회색 고양이, 깊은 밤처럼 새까만 고양이, 가끔 등에 이끼가 끼곤 하는 초록 거북이, 야구를 보면 소리를 지르는 연갈색 인간과 함께 산다. 최근 빠져 있는 것은 게임 ‘스타듀 밸리’. 202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빨간 열매」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단편집 『브로콜리 펀치』 『모든 것들의 세계』 『웨하스 소년』, 연작 소설집 『좋은 곳에서 만나요』 등을 펴냈다.

이유리의 다른 상품

김지현 (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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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밀

소설가이자 번역가, 에세이스트. ‘아밀’이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발표하고, ‘김지현’이라는 본명으로 영미문학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창작과 번역 사이, 현실과 환상 사이,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문학적인 담화를 만들고 확장하는 작가이고자 한다. 소설집 《로드킬》 《멜론은 어쩌다》, 장편소설 《너라는 이름의 숲》, 산문집 《생강빵과 진저브레드: 소설과 음식 그리고 번역 이야기》 《사랑, 편지》등을 썼다. 《로드킬》은 2025년 영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옮긴 책으로는 《그날 저녁의 불편함》 《흉가》 《캐서린 앤 포터》 《조반니의 방》 《사생아》 《이별할 땐 문어》 등이 있다.

김지현 (아밀)의 다른 상품

1971년에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4년부터 「청소년 가출협회」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누나가 사랑했든 내가 사랑했든』을 비롯해 소설집 『성교가 두 인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학적 고찰 중 사례 연구 부분 인용』, 『누나가 사랑했든 내가 사랑했든』, 『우모리 하늘신발』, 『테러리스트』, 『책』, 『엘리베이터』 등을 펴냈고 『성, 스러운 그녀』, 『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 등의 엔솔로지에 참여했다. 옮긴 책으로는 『롱 워크』, 『뱀파이어 유격수』, 『S&M 페미
1971년에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4년부터 「청소년 가출협회」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누나가 사랑했든 내가 사랑했든』을 비롯해 소설집 『성교가 두 인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학적 고찰 중 사례 연구 부분 인용』, 『누나가 사랑했든 내가 사랑했든』, 『우모리 하늘신발』, 『테러리스트』, 『책』, 『엘리베이터』 등을 펴냈고 『성, 스러운 그녀』, 『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 등의 엔솔로지에 참여했다.

옮긴 책으로는 『롱 워크』, 『뱀파이어 유격수』, 『S&M 페미니스트』, 『드래곤 펄』, 『오솔길 끝 바다』, 샬레인 해리스의 『죽은 자 클럽』, 『죽어 버린 기억』, 앤지 세이지의 『셉티무스 힙』, 스콧 웨스터펠드의 『프리티』와 『어글리』, 스타니스와프 렘의 『사이버리아드』, 프리츠 라이버의 『아내가 마법을 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카리브해의 미스터리』, 재스퍼 포드의 『제인 에어 납치 사건』과 『카르데니오 납치사건』, 그레고리 키스의 『철학자의 돌』, 『로지 프로젝트』 등 다수가 있다.

송경아의 다른 상품

대체로 한 글자로 된 것들을 좋아한다. 물론 그것들 때문에 문제가 된 적도 있지만 그래도 좋아한다.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모두 다른 아버지』, 『한 사람을 위한 마음』, 『별일은 없고요?』,『수면 아래』, 『해피 엔드』, 『어느 날의 나』, 『좋아 보여서 다행』, 『그때는』 등을 썼고, 김준성문학상, 가톨릭문학상 신인상, 2019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이주란의 다른 상품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2004년 단편소설 「늑대의 문장」으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으며, 2015년 아이오와 국제창작프로그램에 참가했다. 2011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2013년 황순원 신진문학상을 받았다. 저서로 소설집 『늑대의 문장』, 『여름』, 장편소설 『숨은 밤』, 산문집 『받아쓰기』가 있으며, 옮긴 책 『음악 혐오』가 있다. 제2회 젊은작가상, 황순원신진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김유진의 다른 상품

李柱惠

번역가이자 소설가. 저자와 독자 사이에서, 치우침 없이 공정한 번역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영어로 된 문학 작품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옮기는 데 관심이 많아 아동 작가로 활동하면서,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아동서 및 자녀교육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 『왜요, 엄마?』, 『레이븐 블랙』, 『지금 행복하라』, 『거인나라의 콩나무』, 『고대 이집트의 비밀은 아무도 몰라!』 , 『카즈딘 교육법』, 『놀이의 힘』, 『하루 종일 투덜대면 어떡해! : 매사에 부정적인 어린이가 행복해지는 법』, 『블러드 프롬이즈』 등이
번역가이자 소설가. 저자와 독자 사이에서, 치우침 없이 공정한 번역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영어로 된 문학 작품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옮기는 데 관심이 많아 아동 작가로 활동하면서,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아동서 및 자녀교육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 『왜요, 엄마?』, 『레이븐 블랙』, 『지금 행복하라』, 『거인나라의 콩나무』, 『고대 이집트의 비밀은 아무도 몰라!』 , 『카즈딘 교육법』, 『놀이의 힘』, 『하루 종일 투덜대면 어떡해! : 매사에 부정적인 어린이가 행복해지는 법』, 『블러드 프롬이즈』 등이 있고, 저서로는『반쪽이』, 『콩중이 팥중이』, 『세계명작 시리즈 - 백조왕자』, 『세계명작 시리즈 - 톰팃톳』, 『전래동화 시리즈』(1-5), 『양육 쇼크』, 『아빠, 딸을 이해하기 시작하다』, 『아이의 신호등』, 『프랑스 아이처럼』,『세상에서 가장 쉬운 그림영어사전』외 다수가 있으며, 2016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쓴 책으로 『자두』가 있다.

이주혜의 다른 상품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 『혼모노』, 경장편소설 『두고 온 여름』 등이 있다. 2024·2025년 젊은작가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24년도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에서 1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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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66g | 135*200*20mm
ISBN13
9791191910070

책 속으로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야쿠르트 아줌마와 보험 아줌마 커플. 둘 다 마흔이 넘은 이 마당에 아줌마라는 단어에 발끈하고 싶지는 않으나, 우선 직함 앞에 우리가 파는 물건의 이름이 아무렇지도 않게 들러붙은 이 모양새가 멋지지 않다. 대개 이런 일을 당하는 직종은 정해져 있다. 종사하는 이는 많지만 그중 대부분이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아닌 직업, 어린이들의 장래 희망으로는 절대 언급되지 않는 그런 직업. 예를 들어 의사는 절대 ‘병원 아줌마’로, 우주 비행사는 절대 ‘우주 아줌마’로 불리지 않는다.
---「보험과 야쿠르트」중에서

“네가 정말 친구야?”
미나가 낮게 속삭였다. 기영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아니면 내가 왜 여기 내 발로 오겠냐?”
미나가 입꼬리만 올려 웃었다.
“그래? 정말로? 네가 자꾸 여기 오는 이유가 그걸까?”
“무슨…….”
“너는 이상한 데서 둔감해. 그리고 지독하게 이기적이지.”
미나의 입에서 나온 날 선 비난에 기영은 흠칫했다. 미나가 기영의 턱을 젖히더니 목덜미에 입을 가져갔다. 다른 쪽 팔은 기영의 허리를 감았다. 그다지 힘이 들어가지 않은 손길인데도 기영은 꼼짝할 수 없었다.
“잘 생각해봐. 너야말로 나를 이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나의 레즈비언 뱀파이어 친구」중에서

“어떤 아이는 쉬는 시간에 나한테 와서 그러더라. BDSM은 아무나 할 수 있으니까 성 정체성이 아니래. 난 ‘아무나’에 대해서는 몰라. 나에 대해서만 알아. 그리고 나는 여자를 사랑하지만, 그냥 여자를 사랑할 수는 없어. 내 사람이 무릎을 꿇고, 내 앞에 항복하고, 내게 힘을 넘겨주고 내가 부드럽게 쓰다듬는 것 이상의 강한 자극을 내게서 바랐으면 좋겠어. 난 내게 그렇게 해줄 수 있는 단 하나의 사람을 찾을 테야. 너희들 눈에 아무리 내가 이상해 보여도, 이건 양보할 수 없는 거야. 이게 성 정체성이 아니라면 난 성 정체성이 뭔지 몰라.”
바로 그 순간, 나는 목마르게 정인이의 ‘단 하나의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다가가지 못하는」중에서

혼자서 창밖을 바라보며 소시지와 파를 썰었다. 칼질을 하는 실력이 는 후에는 또 너무 빨리 썰지 말라며 손 조심을 하라는 얘길 들었다. 은영 씨, 어쩌라는 거예요. 말하면 은영 씨는 제가 왜 이러는 걸까요, 하면서 멋쩍은 표정을 짓곤 했다. 역시 깜찍하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고 귀엽고 깜찍한 것엔 도무지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중략) 나는 은영 씨와 둘이 원룸에서 살던 시절을 떠올렸다. 방 한 칸에 빨래를 말리는 날에는 텔레비전을 못 봤다. 가려질 수밖에, 없었고 아주 작은 테이블 두 개를 반대로 두고 각자 일을 하곤 했고 식사 시간이 되면 노트북을 바닥에 내려두고 테이블을 붙여 같은 음식을 먹었다. 오랜만에 들으니 좋다, 하면서 설거지를 하고 물을 두 잔 마셨다. 짜게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고요. 우리 건강하게 오래 살아요. 오래 기다려왔으므로 앞으로는 건강하게 오래 살자고, 은영 씨가 있었다면 그렇게 말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전보다 자주 휴대폰을 들여다보게 되었지만 기다리는 연락은 없었다.
---「여름밤」중에서

봉쇄가 시작된 이후, 어쩌면 아파트가 세워진 이후 이렇게 많은 주민들이 정원에 모이는 것은 처음 있는 일 같았다. 수리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 흥분한 듯 보였다.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 고개를 숙여 귓가에 속삭이는 수리의 목소리 끝이 가늘게 떨렸다. (중략)

멀찍이 있던 한 남자가 도시는 정치적인 이유로 봉쇄된 것일 뿐 안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니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고, 봉쇄는 언젠가는 풀리게 되어 있다고, 역사적으로도 그렇다고 했다. 그럼 강을 뒤덮고 있는 저것은 무엇이지? 매일 조금씩 진군하며 우리를 위협하는 저것이 낯선 무언가가 아니라 우리가 알던 바로 그 안개라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잠시 생각했다. 이 김에 고사한 나무도 모두 베어버려야 한다는 사람들과 알 수 없는 이유로 눈물을 닦는 노인들, 이 모든 소란과 무관하게 벤치에 앉아 볕을 쬐며 환담을 나누는 입주민들, 그런 사람들 주위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천천히 둘러보던 수리가 조용히 삽을 들고 가장 가까운 땅을 일구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수리를 뒤쫓아 가 목장갑을 건네주었다. 정원은 구경만 해. 이 정원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말장난을 하며 한쪽 입꼬리를 올려 보이는 수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언제 이렇게 자랐지? 수리가 메마른 땅에 삽을 박아 넣으며 대답했다. 아직 더 클 수 있어.
---「수리와 안개」중에서

하코다테에서 보낸 일주일 동안 우리는 연인이었다. 너의 도시에서도 나의 도시에서도 할 수 없었던 일이 그 도시에서는 가능했다. (중략) 걸핏하면 서로의 뺨을 어루만졌다. 로프웨이를 타고 하코다테산에 올라가 야경을 보았다. 불꽃놀이가 펼쳐졌던 날에는 저 멀리 검은 물 위로 주황색 불꽃이 밤의 태양처럼 쏘아 올려질 때마다 입을 맞추었다. 그런 우리를 이상한 시선으로 흘끔거린 사람들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오직 상대방만 보느라 다른 시선은 알아볼 수 없었다. 신들의 언덕 아래에서 우리는 인간끼리 맘껏 사랑했다.
---「소금의 맛」중에서

풀밭에서 사랑을 나누는 두 소녀가 정미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주위를 의식하지 않은 채 서로의 몸을 끌어안고 밀어를 속삭이는 두 소녀가. 다른 결말을 기다리는 두 소녀가. 달콤한 침이 입 안 가득 고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예요.
의뭉이나 냉소가 섞이지 않은 맑은 얼굴로 그녀는 정미를 향해 웃어 보였다. 정미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중략) 또래 남자에게선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긴장감이나 열띤 흥분, 기분 좋은 고양감이 영휘와 함께 있을 때는 어렴풋이 느껴졌다. 어머니의 눈총 때문에 원활히 대화를 나눌 수 없었지만, 짧은 말 한마디에도 마음을 동하는 상대가 있다는 것이 기뻤다.

---「늦여름 매미 晩蟬」중에서

줄거리

“나의 애인, 혜원은 오늘부로 야쿠르트 아줌마가 되었다.”
_이유리, 〈보험과 야쿠르트〉


보험 아줌마인 ‘나’와 야쿠르트 아줌마인 ‘혜원’은 여름에는 한강 풀장에 가고, 가을에는 도시락을 싸서 관악산에 오르고, 겨울에는 목도리를 두르고 골목을 걷고, 봄에는 냉이된장국을 끓여 먹으며 평범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중년 레즈비언 커플이다. 시트콤처럼 슬프고도 웃긴 이들의 사랑은 끝까지 무사할 수 있을까?

“가끔 기영은 자신에게 미나 같은 친구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_아밀, 〈나의 레즈비언 뱀파이어 친구〉


‘미나’는 ‘기영’에게 유일한 레즈비언 친구이자, 유일한 뱀파이어 친구다. 헤테로인 ‘기영’은 가끔 자신에게 ‘미나’같은 친구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둘은 20년 동안이나 친구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에게 거짓말을 하고 ‘미나’의 집에 놀러온 ‘기영’에게 ‘미나’는 런던으로 이주하기로 했다는 고백을 한다. 둘의 우정(?)은 지켜질 수 있을까?

“내가 너의 섭이 될게, 너는 내 돔이 되어줘.”
_송경아, 〈다가가지 못하는〉


‘나’는 두 엄마와 함께 참석한 퀴어 퍼레이드에서 삼태극과 비슷한 강렬한 빨간색 깃발을 본다. 곧 그것이 BDSM 깃발이라는 것과, 깃발을 든 소녀가 같은 반의 15번 임정인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얼마 뒤 ‘나’는 ‘임정인’과 같이 과외 수업을 받게 되면서 자신이 정인이와 비슷한 사람이 아닐까 고민한다. ‘나’와 ‘정인'이는 둘만의 세계를 완성할 수 있을까?

“우리 건강하게 오래 살아요.”
_이주란, 〈여름밤〉


이른 열대야가 계속되던 어느 여름밤, ‘은영 씨’가 조용히 사라진다. ‘나’는 놀라지 않는다. 조만간 좀 떠나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은영 씨’가 봄부터 말했기 때문이다. ‘나’가 은영을 기다리며 퀴어 친구들과의 우정 어린 일상을 보내는 사이 해가 바뀐다. 친구 석구 씨 어머니의 백 세 잔치를 다녀오던 길에, ‘나’는 집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본다. ‘은영 씨’일까?

“정원은 구경만 해. 이 정원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_김유진, 〈수리와 안개〉


‘수리’는 ‘나’의 옛 남자 친구의 딸로, 여름방학을 맞아 놀러 왔다가 안개 때문에 도시가 봉쇄되는 바람에 그대로 함께 살게 된다. 일주일에 한 번 배급 받는 식량과 생필품을 아껴 쓰며 지내던 어느 날, 아파트 정원에 비닐하우스를 만든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수리’와 ‘나’는 이 재난 속에서 소중한 것들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까?

“신들의 언덕에서 만나요.”
_이주혜, 〈소금의 맛〉


어느 날 ‘나’는 아주 오랜만에 ‘너’의 메일 한 통을 받는다. 세 번쯤 읽었을 때 비로소 그 메일이 영화 〈캐롤〉의 원작 소설 《소금의 값》의 도입부를 번역한 것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날부터 ‘나’는 1년 넘게 ‘너’와 메일을 주고받는다. 서로 다른 언어로 이어지는 번역문에서 테레즈는 사랑에 빠지고 캐롤은 고통받는다. 마침내 번역이 모두 끝난다. 둘은 처음 그랬듯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우리에겐 다른 결말이 펼쳐질 거야.”
_성해나, 〈늦여름 매미 晩蟬〉


‘정미’는 어머니가 운영하던 명동의 레즈비언 업소였던 로즈다방에서 ‘영휘’를 처음 만난다. ‘정미’가 결혼을 해 아이를 낳고, ‘영휘’가 건설 노동일을 하며 전국을 도는 근 10년이나 둘은 만나지 못한다. 그러던 1990년의 어느 날, 로즈다방으로 ‘영휘’가 다시 찾아온다. 몇 십여 년을 외면해온 둘의 사랑은 마침내 이루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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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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