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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의 시간
상상 201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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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낯선 도시
2 감귤농장
3 변화
4 에이코, 붉은수염 하멜
5 시간의 흐름
6 헬렌의 자리

해설
미르쿠르바노프(니자미사범대 러시아문학과 교수) / ‘펜’과 ‘붓’이 공존하는 서사
윤후명(소설가) / 감귤꽃 향기의 사랑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박미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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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Mikhail

1949년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나 타지키스탄 두샨베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대표 작품으로는 『헬렌의 시간』, 『사과가 있는 풍경』, 『해바라기 꽃잎 바람에 날리다』, 『사과 정물화』, 『애올리』, 『남쪽에서의 구름』, 『밤, 그 또 다른 태양』, 『개미도시』, 『흰 닭의 춤』 등이 있다.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2004), 윤후명의 『둔황의 사랑』(2011), 박경리의 『토지』(2016)를 러시아어로 번역하였다. 러시아 까따예프 문학상(2001, 2007), 러시아 쿠프린 문학상(2010), 한국 재외동포재단 및 펜클럽 문학상(2001
1949년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나 타지키스탄 두샨베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대표 작품으로는 『헬렌의 시간』, 『사과가 있는 풍경』, 『해바라기 꽃잎 바람에 날리다』, 『사과 정물화』, 『애올리』, 『남쪽에서의 구름』, 『밤, 그 또 다른 태양』, 『개미도시』, 『흰 닭의 춤』 등이 있다.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2004), 윤후명의 『둔황의 사랑』(2011), 박경리의 『토지』(2016)를 러시아어로 번역하였다. 러시아 까따예프 문학상(2001, 2007), 러시아 쿠프린 문학상(2010), 한국 재외동포재단 및 펜클럽 문학상(2001), KBS 예술문학상(2007) 등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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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유형원
1987년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철학과,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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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4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94쪽 | 148*210*20mm
ISBN13
9791196064105

책 속으로

밤이면 아프리카 꿈을 꾸곤 한다. 치자 빛 사막과 푸른 하늘, 갈대로 지은 둥근 초가와 당나귀가 끄는 짐마차, 염소 떼, 터번을 쓴 베두인 족 남자들, 커피에 탄 우유 내음과 보리를 넣고 구워 낸 에티오피아의 전통 빵 인제라…… 이따금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만큼 생생한 장면들이 형해화된 꿈의 이미지와 명멸하며 교차한다. 나는 에티오피아에 있었다. 비록 한국으로 돌아오고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머리로, 마음으로, 그리고 영혼으로 나는 그곳에 있었다. --- p.9

잠시 침묵이 흘렀다. 얼마간 그녀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그녀가 물었다.
?소월이라고 합니다. 강소월입니다.
내가 대답했다.
?라이오넬 리치를 좋아하시나요?
?예?
?음악을 틀어 놓고 계시잖아요.
?아, 네. 라이오넬 리치, 참 좋아하죠. --- p.15-16

? 자네, 수학에서 ‘고난’을 어떻게 보는지 알고 있나?
?‘수학’에서요?
나는 오히려 되물었다.
?아니, 숫자로 사람의 정서를 어떻게 파악한단 말씀이신가요?
?말이 안 되는 소리처럼 들리지? 자네는 숫자라는 것이 얼음조각마냥 차갑다고만 생각하지? 거기에 인간의 마음이나 따뜻함 같은 건 전혀 없이 말이야. 모르는 소리일세. 숫자의 언어로도 인간을 위로하고, 보듬고, 따뜻함을 전해 줄 수가 있어. 그 방법만 안다면 말이야. 자세히 설명하긴 힘들고 이걸 한 번 보게. --- p.202

붉은수염 하멜은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런 그의 시선이, 마치 먼 바다의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성난 파도의 소리를, 그 파도가 해변의 바위를 사납게 덮치는 소리를 들으려는 듯하다. 한참 동안 창밖 바라기를 하던 그는 문득 내 쪽으로 돌아앉더니 이렇게 말했다.
?자네에게 보여 주고 싶은 장소가 한 군데 있네. 오래전에 활동을 멈춘 어느 휴화산의 동굴 속인데, 그곳에 가면 시간의 흐름을 눈으로 직접 볼 수가 있지.
?시간의 흐름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니요? --- p.207~208

빌어먹을, 정말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단 말인가? 보쇼, 붉은수염 양반, 이 야밤에 산이며 동굴이 웬 말입니까? 다 집어치우고 그만 집으로 돌아갑시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욕지거리를 간신히 억누르며 나는 그의 뒤를 쫓았다. --- p.229

그들은 풍미가 좋은 와인을 마시다가, 황혼이 도시를 적실 무렵 거리로 나서 사크레꾀르 성당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의 걸음걸이가 주변의 고요함 속에 울려 퍼졌다. 서로를 사랑하는 남녀의 실루엣은 점점 흐려지다가 결국 하나의 색으로 섞여 들었고, 그것은 점차 어둠 속의 동굴 천장으로 바뀌어 갔다. --- p.241

방금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어렴풋이 내 가슴을 건드린, 어느 이야기의 도입이었을까? 나의 영혼으로부터 밖으로 뚫고 나오려고 하는 이것은, 어쩌면 사랑에 관한 거대한 장편 소설은 아니었을까?

--- p.277

출판사 리뷰

[가없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녹색 대지는 분홍빛이 비치는 하늘색으로 은은히 물들어 갔고, 주황 기와를 얹은 흰색 집들, 거리, 채마밭이 하나씩 시야에 들어왔다. 저 멀리 보이는 푸른 바다는 먼 곳 어디에선가 하늘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뒤를 돌자 멀리 도시가 한 눈에 내려다보였다. 도시 너머로는 바다가 펼쳐졌고, 사이프러스 숲과 보리를 심은 밭, 오름 산지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막의 카라반을 닮은 오름 산지의 능선은 이따금 아지랑이 속에서 녹아 내렸다. 멀리 보이는 채마밭과 취락 너머로는 한라산이 우두커니 서 있었지만, 이곳 멀리서는 한라산이 그저 장난감처럼 작게만 보일 뿐 그다지 높게 느껴지지 않는다. 한라산 뒤로 가느다란 바람개비가 달린 풍차가 보였고, 다시 구릉, 하지만 이번에는 금빛으로 익은 곡식들로 뒤덮인 구릉이 솟아 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광경을 보고 있자니 마치 갓 만들어진 새로운 세계를 목도(目睹)하는 듯 했다.]

이 장면에서 시간은 멈추고 독자들은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한편의 미술작품, 혹은 물감을 풀어 놓은 팔레트를 보는 것과 같은 체험을 하게 된다. 서술의 완만한 리듬감 덕분에 자연을 묘사한 언어가 생명을 얻어 훌륭하게 시각화되는 것이다.

「헬렌의 시간」에서 독자 앞에 펼쳐진 세계는, 이제 막 인생의 중요한 결정들을 내리기 시작하는 젊은이의 의식의 화면에 비추어진 세상의 풍경이다. 다양한 모습을 지녔으면서도 동시에 주인공의 주관적 의식의 반영인 이 세계에는 수많은 등장인물이 출현한다. 그들은 비록 언어, 피부색, 문화, 종교, 출신지역은 서로 다르지만 하나같이 품위있고 예의바른 사람들이다.

러시아인 엔지니어 이고르 코브리긴, 프랑스인 장 베르트랑, ‘붉은수염 하멜’이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네덜란드 선원의 후예 지다련, 농부 남수연 씨, 감귤농장 주인인 에이코, 제주의 해녀, 에티오피아 경찰 출신인 투켈레, 그리고 다분히 건방지지만 넘치는 매력을 주체할 수 없는 스위스 출신 한국인 여학생 모아까지. 이들 모두는 주인공의 운명에 불쑥 뛰어드는 작품 속 세계의 인물들이다.

소월의 친구인 미래는 그를 향하여 깊은, 그러나 희망없는 사랑에 빠져있다. 반면 소월은 그녀를 그저 강인한 여자이자 한 명의 친구로 여기고 있을 뿐이다. 오늘날의 여성해방과 남녀관계에 관한 시선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미래는 여전히 한국여성의 보수적인 행동제약 속에 머물러 있다. 여자가 남자에게 먼저 사랑을 표현한다는 것은 일종의 터부처럼 여겨지기 때문에 미래로서는 차마 그렇게 행동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밤중의 통화에서 미래가 그에 관한 꿈 이야기를 꺼낸 것은, 그것이 소월에게 관능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랬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해서라도 그녀 자신의 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그 후에 이어지는 젊은이들의 슬픈 작별인사 장면에서는 심리묘사의 대가로서의 작가의 재능이 발휘된다. 또한 이 장면에서는 그가 현대 한국인들의 정서와 행동양식, 그리고 한국의 전통에 얼마나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는지 또한 여실히 드러난다. - 「해설」 중에서

나의 시간, 준의 시간, 미래의 시간, 러시아에서 온 이고르의 시간,
꼬마 소녀 모아의 시간, 에이코의 시간, 남수연의 시간,
붉은수염 하멜의 시간…….

추천평

「헬렌의 시간」은 오늘날 좁은 구도에 갇힌 채 근시안적 문법 속에 헤매고 있는 답답한 우리 소설을 볼 때, 활짝 틘 시야를 보여 줌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제시하고 있다. 제주도는 한낱 섬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인의 무대가 된다.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듯한 문장도 새롭거니와 감귤농장, 즉 제주도로 헬렌의 사랑을 끌어오려는 결말은 감귤나무의 꽃향기처럼 짙게 풍겨온다. 애틋하면서도 절실한 호소력의 향기가 소설이 끝난 다음에도 길게 남는다.
윤후명(소설가)

주인공 소월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헬렌이라는 여성이다. 소월은 그녀를 향한 마음을 오로지 혼자서만 가슴속에 품고 있다. 그는 살아가며 만나는 모든 여자에게서 멀리 아프리카 오로모 부족 아가씨인 헬렌과 닮은 점을 발견하려 애쓰지만 그런 자신을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한다. 헬렌에 관하여 액자식으로 구성된 이야기 속의 이야기는 두말할 것도 없이 놀랍도록 감동적이고 진실한 또 하나의 작은 소설이다. 세부적인 내용으로 들어가서 현대의 잠언집이라 할 수 있는 박미하일의 작품, 그리고 그 안의 등장인물들이 꾸려가는 따뜻하고도 진실된 관계를 음미하는 것은 이제 독자들의 몫이다.
미르쿠르바노프(니자미사범대 러시아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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