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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있는 풍경
해바라기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
Park Mikh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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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자 사진사가 왔다. 얼굴과 손이 햇볕에 잘 그을린 예쁜 그녀는 청바지에 얇은 흰 재킷 차림이었다. 그녀 이름은 예밀리야였다. ---「사과가 있는 풍경」중에서
“자, 대답해 봐…… 키스해 봤어……? 나한테 키스하고 싶어?” 그녀는 두 눈을 감았다. 둥그스름하고 탄력적인 그녀의 가슴이 숨 쉬는 것에 맞춰 천천히 오르락내리락했다. 젊은이의 가슴이 어찌나 미친 듯이 쿵쿵거리며 뛰던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들렸다.---「사과가 있는 풍경」중에서 “사진에는 기억이 남겨지게 되지만 사진 역시 바래지. 우리가 구름 너머로 향하고 있는 이유는 푸른 별이 빛나는 그 천상에 시간이 내려앉아 있기 때문이야. 결코 과거로 떠나지 않고, 우리들에게 자신의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 시간이 말이야.” ---「사과가 있는 풍경」중에서 좁은 마당과 벤치, 그네, 백양나무, 그리고 자작나무 두 그루. 이반이 날마다 지켜보는 풍경이다. 그는 나뭇잎이 바람에 떨어지고, 나무와 벤치와 그네 등이 비에 젖는 것을 바라보고는 했다. 커다란 갈색 눈은 안개로 뒤덮인 것처럼 멍하니 초점이 없었다. 놀고 있는 꼬마들을 봤을 때만 잠시 눈빛이 반짝 빛날 뿐이다. 그는 한때 세계여행을 꿈꾸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가 남은 평생을 보내게 될, 벽으로 둘러싸인 이 원룸이 세상의 전부가 됐다. ---「해바라기」중에서 해바라기 이야기는 이내 끝나고, 꼬마해바라기는 아프리카 마을을 날다가, 북극으로 날아갔다. 그리고는 공연이 모두 끝났다. ---「해바라기」중에서 이반이 눈을 들어 그녀의 눈을 마주 바라보았다. 바다처럼 초록빛을 띠면서도 푸르고 깊은 눈매였다. 눈길을 떨군 이반은 뭔가를 생각해내고 잠바 주머니에서 꼬마해바라기 렘을 꺼내서 그녀의 머리맡에 있는 선반에 놓아두었다. “아, 여행자네!” 리리야는 싱긋 웃으며 인형을 집어 들고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해바라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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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외롭게 살아가지만 사랑의 본질을 바탕으로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예술혼을 그러잡고 있다. 그들은 우리의 존재를 뒤흔든다.
_윤후명(소설가) 박미하일을 떠올릴 때면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함께 연상될 때가 있다. 한 사람의 정직한 사람을 찾기 위해 대낮에 아테네 시장에서 등불을 들고 다녔다는 디오게네스와 박미하일은 어떤 공통분모가 있는 것일까? 그의 소설에서는 ‘노란색’을 맞닥뜨릴 때가 많다. 『사과가 있는 풍경』이 그랬고, 『해바라기』도 그랬다. 단어로서의 ‘노란색’이 아니라, 그가 활자로 표현하고 있는 장면에서, 주인공의 담백한 대사의 행간에서 ‘노란색’을 만날 수 있었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풍족한 생활이라는 것과는 늘 거리가 멀다. 사람을 쉽게 믿고, 쉽게 의지하고, 쉽게 감동하고, 그래서인지 또 쉽게 상처받는다. 때로는 어이없을 만큼 자존심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아,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바보처럼…….’ 하다가 어느 순간 그 주인공을 가만히 응시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인상 한번 쓰지 않고, 아무 일 없는 듯이 주변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 앞에서 지금까지 그 주인공에 대해 갖고 있던 나의 판단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순간이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누구에게든 진심으로 대한다. 가게 마네킹을 실수로 부러뜨렸을 때 드미트리는 자신의 사진기를 담보로 변상을 약속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별 볼 일 없는 낡은 사진기에 불과하겠지만 그에게는 생명만큼 중요했던 사진기이기에 독자는 그의 진심을 가늠할 수 있다. 거리 떠돌이에게도 그의 진심은 여전하다. 떠돌이나 부랑자라는 이름이 붙은 사람에게 갖게 되는 선입견 따위는 그에게서 찾아볼 수 없다. 그 누구든 우리의 주인공에게는 그냥 ‘사람’일 뿐이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그의 대사에서는 어김없이 ‘노란색’이 반짝인다. 억울한 상황에서조차 주인공의 대사에서 상대에게 주먹이라도 날릴 듯한 분노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방식대로 화내고, 자신의 방식대로 불의를 경멸한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보이는 주인공이지만 그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바로, 자신이 하는 일이다. 그에게 ‘일’은 그냥 단순한 직업으로서의 ‘일’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바쳐 하는 영혼과도 같은 작업이다. 먹고살기 위해 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하기 위해 다른 노동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일을 지켜내야 할 때 비로소 그의 자존감이 발동한다. 거의 무일푼인 드미트리가 사진 한 장으로 거액을 손에 쥘 수 있는 기회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내버릴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런 자존감이리라.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들어주겠다고 말하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한 가지 있습니다. 당신이 내 햇빛을 가리고 있으니 비켜주시오’라고 말했던 철학자 디오게네스처럼 작가는 물질과 권력의 욕망에 얽매이지 않는다. 작가는 독자에게 이렇듯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고는 다시금 아무 일 없다는 듯 묵묵히 자기 일만 한다. 드미트리처럼, 그리고 이반처럼. _‘옮긴이의 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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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잭 케루악이 있었다면 러시아에는 박미하일이 있다. 모스크바에서 페테르부르크로 비행기를 갈아타는 사이에 나는 그가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dust in the wind’ 그것임을 알았다. 그에게서는 자유로운 대지와 바람의 향기가 난다. 그림과 문학에 기대어 역사의 풍우를 헤쳐 가는 먼지 한 점, 그러나 웅숭깊은 내면을 품은 그윽한 먼지 한 점. 어느 오두막 뜰에라도 내려앉으면, 이 먼지는 민들레 홀씨처럼 금방 사랑 꽃을 피운다. 모든 것이 너무 오래 전에 익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소설 속에 가득찬 사랑, 여성, 백일몽, 그리고 방랑의 언어들. 그의 수사학은 밤이 또 다른 태양이 되고 사과가 시간과 천상을 이야기하는 역설과 상징이다. 나는 이 사람처럼 아름다운 소설을 쓰는 자를 알지 못한다. 어서 이 맑고 투명한 영혼의 울림에 귀를 쫑긋 기울이라. - 방민호 (문학평론가, 서울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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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외롭게 살아가지만 사랑의 본질을 바탕으로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예술혼을 그러잡고 있다. 그들은 우리의 존재를 뒤흔든다. - 윤후명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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