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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 속되고 속되도다(정병설)
제1부 기발하고 유쾌한 성 이야기 장사 나간 네 선비 권력을 조롱한 성 들끓는 욕망 낮 퇴계 밤 토끼 걸쭉한 육담-『유년공부』 중에서 제2부 조선시대의 성 문화 조선시대의 성과 이야기 『기이재상담』과 『유년공부』 옛 소설의 낙서 그림에 대하여 참고문헌 제3부 『기이재상담』 원문 추천의 글 - 조선시대의 음담, ‘밝은 성’의 세계(소메야 도모유키) |
鄭炳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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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담패설은 통속문학 가운데서도 가장 저속하다. 따라서 전하는 것이 적다. 전하더라도 속된 표현까지 그대로 남은 경우는 전무하다 싶을 정도이다. 그래서 제1부 제5장에 있는 『유년공부』에 수록된 이야기는 가치가 크다. 삼백 년 전의 속된 표현, 성적 속어를 생생히 들려주기 때문이다. 속된 것도 버릴 수 없는 우리의 문화적 자산이다. 어느 면에서는 어떤 유산보다 중요한 살아 숨 쉬는 보물이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기이재상담』은 세상에 처음 소개하는 자료이다. 음담패설이면서도 작품성이 높고, 또 편 수는 많지 않지만 조선 음담패설의 다채로운 양상을 보여주는 알찬 구성을 지니고 있다. 특별히 음담패설을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조선의 음담패설에 대해서는 이 정도만 읽어도 될 듯하다. --- 여는 글 ‘속되고 속되도다’ 중에서(정병설) 퇴계 선생과 남명 선생의 성에 대한 견해 차이 조선 명종 때 경상도의 퇴계 이황 선생은 도덕과 명망이 나라에서 으뜸이었다. 그때 경상도에 남명 조식 선생도 있었는데 퇴계 선생과 명성을 나란히 했다. 선비 아무개가 두 선생의 덕을 시험해 보고자 했다. 그는 낡은 옷에 짚신을 신고 머리에는 유학자들이 쓰는 복두?頭를 쓰고 남명 선생을 방문했다. 그는 남명 선생 앞에 서서 고개만 숙이는 읍揖만 하고 큰절은 하지 않은 채 인사를 마쳤다. 그러고는 선생 앞에서 방자히 두 다리를 뻗고 앉아 말했다. “선생께 가르침을 받고자 왔습니다. ‘보지保之’가 도대체 무엇입니까?” 남명이 얼굴을 찌푸리며 상대하지 않았다. 선비가 다시 물었다. “그럼 ‘자지刺之’는 무엇입니까?” 남명이 화를 내며 제자들을 시켜 내쫓았다. “미친놈이다. 다시는 오지 못하게 하라!” 선비는 남명 선생 집을 나와 이번에는 퇴계 선생을 방문했다. 퇴계 선생 집에서도 역시 절도 하지 않고 두 다리를 뻗고 앉아 대뜸 물었다. “보지가 무엇입니까?” 선생이 말했다. “걸어다닐 때는 숨어 있는 것이지. 보배처럼 귀하지만 사고파는 것은 아니야.” 또 물었다. “자지는 무엇입니까?” 선생이 답했다. “앉아 있을 때 숨어 있지. 사람을 찌르긴 하지만 죽이진 않아.” 선비는 퇴계 선생의 덕이 남명 선생보다 뛰어남을 알았다. --- pp.85-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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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음담패설집 『기이재상담』 번역,
그 밝고 유쾌한 성性 이야기 『조선의 음담패설』은 조선시대의 성 문화를 보여주는 음담패설집 『기이재상담』과 『유년공부』를 번역한 책이다. 특히 2008년 일본에서 발굴된 『기이재상담』을 최초로 번역하여 선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깊다. 본문에 소개된 이야기들은 음담패설이지만 밝고 유쾌하다. 또한 양반·승려·천민 등 다양한 신분의 사람들이 등장하여 조선시대의 성 문화뿐 아니라 생활 습관, 결혼 제도, 당시 사람들의 통념 등 조선시대 풍속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 뒤에는 정병설 교수의 해설을 달아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고, 조선시대 소설책에 그려진 다양한 낙서를 삽화로 사용하여 맛깔스러움을 더했다. 【조선시대 음담패설의 새로운 발견】 *『기이재상담』과 『유년공부』 『조선의 음담패설』은 조선 후기의 음담패설집 『기이재상담紀伊齋常談』의 이야기를 번역한 책으로, 조선의 또 다른 이야기 책『유년공부』의 몇 편이 추가되어 있다. ‘기이재상담’의 ‘상담常談’이란 민간의 이야기라는 뜻이며, ‘기이재紀伊齋’란 의미가 분명치 않으나 누군가의 당호(堂號)일 수도 있고, ‘계집’을 뜻하는 육담풍월식의 표현일 수도 있고, 일본 오사카의 지명으로 볼 수도 있다. 20세기 전후에 구성된 『기이재상담』은 전체 31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으며, 그 내용은 조선 후기 음담패설의 전형적인 면모를 두루 포괄하고 있다. 이 고서는 2008년 일본의 소메야 도모유키 교수(이바라키그리스도교대학)가 후쿠오카의 한 고서점에서 찾아낸 것으로, 서울대 정병설 교수에게 전달되어 단행본으로 출간을 결정한 것이다. 원본은 곧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기증될 예정이다. 『유년공부』는 일본 도쿄대학 오쿠라문고에 소장된 음담패설 중심의 이야기책이다. 이 책은 쓰시마의 역관이 부산에 머물고 있을 당시(1705년 을유년) 한국어를 배우기 위한 목적으로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책은 17세기 하층민 사이에 떠도는 이야기를 한글로 적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 전승 과정 엄격한 유교 이념이 지배하였던 조선 후기를 거치면서 오늘날까지 전승되는 음담패설집은 드물고 귀하다. 그런 점에서 『기이재상담』과 『유년공부』의 사료적 가치는 크다. 이 두 책이 오늘날까지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는 조선 땅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들은 18, 19세기에 조선어 통역을 맡은 일본인 관리가 조선어를 공부하기 위해 엮은 것으로, 당시에 통사들은 조선 소설을 주요 한국어 교재로 이용했고 음담패설집도 여기에 포함되었다. 당시 일본에서는 외국어를 학습하기 위해 그 나라의 소설이나 희곡을 교재로 사용하곤 했던 것이다. * 구성 1부에는 『기이재상담』의 이야기 전편(31편)과 『유년공부』의 일부(6편)를 번역하여 수록하였으며, 각 이야기 끝에는 이해를 돕는 정병설 교수의 해제가 실렸다. 2부에는, 조선시대의 개방적인 성 문화와 당시의 음담패설집에 대해 설명한 글이 수록되었고, 텍스트(『기이재상담』과 『유년공부』)에 대한 상세한 자료 설명글이 수록되었고, 이 책에 삽화로 사용된 조선 후기 소설책의 낙서 그림에 대한 설명글이 수록되었다. 3부에는, 『기이재상담』의 원문을 수록하였다. 맨 마지막에는 이 책을 발견하고 가치를 알아본 소메야 교수의 추천글이 실려 있다. * 가치 “음담패설은 통속문학 가운데서도 가장 저속하다. 따라서 전하는 것이 적다. 전하더라도 속된 표현까지 그대로 남은 경우는 전무하다 싶을 정도이다. 그래서 제1부 제 5장에 있는 『유년공부』에 수록된 이야기는 가치가 크다. 삼백 년 전의 속된 표현, 성적 속어를 생생히 들려주기 때문이다. 속된 것도 버릴 수 없는 우리의 문화적 자산이다. 어느 면에서는 어떤 유산보다 중요한 살아 숨쉬는 보물이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기이재상담』은 세상에 처음 소개하는 자료이다. 음담패설이면서도 작품성이 높고, 또 편 수는 많지 않지만 조선 음담패설의 다채로운 양상을 보여주는 알찬 구성을 지니고 있다. 특별히 음담패설을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조선의 음담패설에 대해서는 이 정도만 읽어도 될 듯하다.”(여는 글 중에서) 【 조선시대 성 문화를 보여주는 유쾌하고 기발한 이야기 】 * 유명인사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들 「퇴계 선생과 남명 선생의 성에 대한 견해 차이」는 동시대의 석학인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에 대한 이야기로, 이들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알 수 있는 성적 우스갯소리이다. 어느 당돌한 선비가 남명 선생을 찾아가 남성과 여성의 성기를 묻는 질문을 던진다. 남명 선생은 화를 내며 그를 내쫓았다. 선비는 이번에는 퇴계를 찾아가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퇴계는 여성의 성기에 대해서는 “걸어다닐 때는 숨어 있는 것이지. 보배처럼 귀하?만 사고파는 것은 아니야”라고 답하고, 남성의 성기에 대해서는 “앉아 있을 때 숨어 있지. 사람을 찌르긴 하지만 죽이진 않아” 하고 대답했다. 짓궂은 선비의 질문에 재치 있게 대답해 주는 대학자의 면모, 또는 음담패설에 대해 엄격하기보다 관용적인 태도를 지닌 이황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반영되어 있다. 「병조판서 홍봉한의 애첩을 탐내다」는 혜경궁 홍씨의 아버지인 홍봉한에 관한 이야기다. 홍봉한의 집에 식객으로 지내며 벼슬을 얻으려 한 세 명의 무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들은 오랫동안 벼슬을 얻으려고 홍봉한에게 뇌물을 바쳤으나 허사가 될 듯하자 귀향을 결심하며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한 명은 홍봉한이 먹는 진수성찬을 맛보고 싶다 했고, 한 명은 홍봉한의 다리를 분질러놓고 싶다고 했고, 한 명은 홍봉한의 첩을 범하고 싶다고 했다. 이 말을 엿들은 홍봉한은 그들에게 맘먹은 대로 해보라고 시켜서 대장부다운 면모가 있는지를 확인한 후 각각 어울리는 처사를 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이야기는 대갓집의 문객들 사이에서 많이 오갔던 ‘사랑방 이야기’의 한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사신의 문제를 푼 허난설헌」은 중국 사신의 문제를 푼 허난설헌의 지혜를 전하는 이야기다. 조선에 온 중국 사신은 어떤 인재가 있는지 알아볼 셈으로, “서해에 어떤 것이 있으니, 머리도 꼬리도 없고 가운데 뼈도 없도다, 이것이 무엇이뇨” 하고 질문을 던졌다. 당대의 문장가인 허균이 고심하는 모습을 본 허난설헌이 오라버니를 대신하여 문제를 풀었다. 허난설헌은 “조선에 한 물건이 있으니, 겨울에는 짧고 여름에는 길며 둥글면서도 모가 났도다. 이것이 무엇이뇨”라는 글을 지어 허균에게 주며 사신에게 보이라고 했다. 중국 사신은 “조그마한 땅에 인걸이 많다” 하며 감탄했다. 남자의 성기를 묻는 질문에 처녀가 답한다는 이야기에 허난설헌을 등장시킨 점이 흥미롭다. * 학계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풍속 해설 「미인을 만드는 갖바치」 이야기를 보면, 한 남자가 임신한 갖바치의 아내에게 이렇게 말한다. “갖바치의 아내는 남편을 둘 두지 않으면 귀 없는 아기를 낳지. 갖바치는 아기는 잘 만들지만 귀는 못 만들거든. 내 그대가 다른 남편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뱃속의 아기도 귀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정병설 교수에 따르면, 이 이야기에는 ‘겸부兼夫’(또는 소대남편), 즉 여성이 정식 남편 외에 또 다른 남편을 둘 수 있었던 조선시대 하층민의 풍속이 담겨 있다. 여기서 겸부란 어엿한 남편으로서, 본남편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상황에서의 결혼 형태이다. “조선시대는 상층 남성의 축첩이 예사로 이루어진 시대였던 만큼, 하층 남성들은 결혼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결혼할 여성이 부족한 하층 남성에게 소대남편(즉, 두 번째 남편)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비역으로 학질을 치료하다」는 마을의 어느 상민이 학질로 고생하는 선비를 속여 산속으로 데려간 뒤, 치료를 빙자해 동성애를 하는 이야기다. 선비는 노발대발하지만 결국 말끔하게 학질이 낫는다. 정병설 교수는 음담패설에서 강간으로 학질을 치료했다는 이야기가 곧잘 등장함을 지적하면서, 당시 학질을 치료하기 위해 깜짝 놀라게 하는 치료 방식을 썼던 것을 말함으로써 이 이야기가 공상으로 지어낸 음담패설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밤중의 벌거숭이 사돈」은 한 남자가 벌거벗은 몸으로 죽을 찾아 먹으려다가 망신을 당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정병설 교수는 당시 조선인들이 벌거벗은 채로 잠을 자는 독특한 풍속이 있었음을 유추하고 있다. 이러한 나신(裸身) 취침 관행은 다른 이야기에도 많이 담겨 있는데, 가난한 민중에게는 귀할 수밖에 없었던 의복 문화의 한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중의 양물을 찍다」는 가난하고 무능한 선비가 약은 꾀를 부려 장사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야기 속의 선비는 생활력은 없지만 사람을 속이고 협박하는 데 능란한 협잡꾼으로 그려져 있다. 생활의 기술을 배우지 못한 채 벼슬만을 유일한 돌파구로 삼았던 선비들이 사기와 착취로써 생계를 잇는 식의 이야기는 허구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현실적이다. 「고추 빻는 여인」에선 시골 아전이 민가의 여자에게 “음문 한번 빌립시다.”라며 당당히 성을 요구하는 이야기이다. 정병설 교수는 이 이야기가 조선 후기 민간의 자유분방한 성 관행을 반영한 것으로 본다. 「어, 내 남편이 아니네?」는 장모가 집을 방문한 곶감 장수를 사위로 착각해 딸을 내주어 절개를 잃게 한 이야기다. 정병설 교수는 이 이야기가 조선 후기의 생활 풍속 중 하나인 혼속을 보여 주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전통 혼속은 혼례를 치른 뒤 곧바로 여자가 시집으로 가지 않고 얼마 동안 친정에 그대로 머무른다. 남편은 아내와 함께 처가에 살기도 했고, 간간이 처가에 들르기도 했다. 이를 사위가 처가에 머무는 혼속이라고 한다. 「현풍 곽씨와 밀양 박씨」에서는 한자의 뜻을 이용해 한시를 짓는 ‘육담풍월’로 질펀한 내용의 한시를 짓는 선비가 등장한다. 이 한시는 일반적인 한문 풀이로는 해석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弓楮脫’은 ‘활 궁弓’, ‘닥나무 저楮’, ‘벗을 탈脫’인데, 뜻을 이용해 해석하면 ‘활닥벗’이라 읽고 ‘활딱 벗기고’로 해석된다. 정병설 교수는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육담풍월로 쓰인 한시 전문을 풀이해 놓았다. 【 옛 낙서 그림과 함께 즐기는 육담 문화 】 『조선의 음담패설』은 조선시대 후기 세책소설에 그려진 기발하고 재미있는 낙서를 삽화로 사용했다. 세책소설이란 오늘날의 도서대여점에서 책을 빌려주는 소설책으로, 당시에는 ‘세책집’이라는 도서대여점이 있었다. 세책소설은 자신의 책도 아니고, 아는 사람의 책도 아니므로 주인에게 들키지 않는 선에서 온갖 다양한 낙서들이 그려졌다. 낙서 그림은 남성의 성기를 거칠게 그린 것부터 제법 적나라한 성행위를 묘사한 것도 있고, 주인을 욕하는 글, 한글이나 한자 자모를 베껴 쓴 것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이러한 낙서는 본문의 음담패설과 어우러져 조선시대 하층민의 하위문화를 더욱 맛깔나게 담아내고 있다. 『조선의 음담패설』에서 삽화로 쓴 낙서는 서울대학교 규장각이 소장 중인 『김홍전』 『화충선생전』, 프랑스 파리 국립기메박물관이 소장 중인 『옥인기』, 교토대학 가와이문고가 소장 중인 『정두경전』『남정팔란기』의 세책소설에서 가져왔다. 이것들은 모두 정병설 교수가 일본, 프랑스 등지를 다니며 직접 찍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