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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돌아오던 날 초열기(焦熱記) 유월장(逾月葬) 달실에서 온 여인들 개미귀신 운명의 칼 불천위제(不遷位祭) 푸른 관(冠)의 어머니 제단에 오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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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상식과 열정, 두 개가 극한의 대척점에 올라 천칭 게임을 하듯 중심점을 찾을 길 없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종가의 축을 이루어 가는 과정을 기본 구도로 하여 펼쳐지는 이야기는 언간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인물들의 행동 양상을 나열한다. 장손으로서 종가를 이어 나가야 하는 책임은 예나 지금이나 막중한 임무로 작용했고, 이를 지켜 나가기 위해 안동 김씨(언간의 지은이)의 시아버지와 상룡의 할아버지가 보이는 행동 양식은 시대는 다르지만 서로 유사하다. 하지만 차후 세대가 그들의 열정을 소화하는 면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인다. 아녀자인 안동 김씨는 시아버지의 폭력 앞에 어쩔 수 없이 희생당하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상룡은 서자라는 잠재된 상처를 떨치지 못한 채 그 투영물과도 같은 다리병신 정실과의 사랑에서 존재감을 얻으며 할아버지에게 저항한다.
이 소설에서는 인물들의 열정과 상식은 부유(浮游)하지만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어느 하나에 떠밀리는 상황이 계속된다. 치유되지 못한 자신의 내밀한 상처가 한 극단으로 치닫는 힘으로 작용하고 이로 인해 타자와 원활한 소통을 이루지 못한 채 갈등하는 양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연민은 있으나 적합한 소통 경로를 찾지 못함으로써 죽은 감정으로 자리했던 모습은 귀신이 된 해월당 유씨와 상룡이 서로에 대한 오해를 푸는 장면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소통되었던 어느 것 하나라도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는 상황은, 잉태치 못하는 정실이―상룡의 생모가 준 사랑의 초콜릿과 해월당 유씨의 귀신이 준 배[腹]를 통해 맺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상룡의 아이를 가지게 되지만, 안동 김씨의 딸아이가 그 할아버지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듯 상룡의 할아버지에 의해 다치게 되는 장면에서도 그려진다. 상룡과 할아버지는 마지막 언간을 사이에 두고 가치의 대립을 벌인다. 학교에서 배운 상식과 가문에 대한 열정은 언간을 대하는 태도에서 하나의 가치로 맞서게 되고 이 둘은 쉽게 합일점을 찾지 못한다. 그리고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 바로 서지 못했던 각자의 정체성 또한 대립한다. 이제 그들에게는 하나의 몫만 남아 있을 뿐이다. 소설을 통해 종가의 전통을 다소나마 살펴볼 수 있으며 우리 선조들의 살아 있는 열정이 은은히 이어져 왔음을 느낄 수 있다. 접근하기 쉽지 않은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끈기 있게 주제를 천착해 나간 신인 작가의 패기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