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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막 - 아버님께 드리는 편지
1 신(新)만국박람회장에서 2 영불해협을 건너다 3 육상 운항선 4 파에톤 호 5 대기 위에서 6 우주 공간에서 보낸 나날들 7 우주 공간에 홀로 나서다 8 말다툼 9 달그림자 속에서 10 달에 발을 내디딘 영국인 11 과학적 토론 12 영국의 공기 13 기구 조종사 14 프랑티뢰르 에필로그 -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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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트래블러에게 계기들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게끔 아주 근사하게 설계했다고 말하고는 그 계기들의 상당수는 뭐에 쓰는 건지 모르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당황스럽게도 트래블러는 즉각 강의를 할 자세를 취했다.
“으음, 어디서부터 시작을 한다……? 우선 룸코르프 장치부터 시작할까? 그 장치는 자네도 잘 알 거야.” “……뭐라고 그러셨죠?” “계기들에 빛을 제공해 주는 전기 코일 말야.” 트래블러는 그 코일이 아세틸렌등이 제공해 주는 것보다 좀더 안정되고 한결같은 빛을 제공해 주고 계기들의 문자판에 그을음도 덜 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계기들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그는 부모가 아이에게 설명해 줄 때처럼 제조 회사, 기능, 한계, 심지어 가격까지 자상하게 이야기해 줬다. 홀던은 이내 내가 당황해하는 것을 눈치 채고 계기반들이 늘어선 곳으로 내려가서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그는 트래블러가 계기들을 하나하나 설명할 때마다 마법사의 조수처럼 요란한 제스처를 취하면서 번갈아가며 해당 계기를 가리켰고 나는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참으려고 입 속에 주먹을 틀어넣어야 했다. 그러나 트래블러는 그걸 의식하지 못한 채 강의를 계속했다. ― <8 말다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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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차갑게 말했다.
“한 예로, 선생님은 우리가 이 망할 놈의 공중유영을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실 수 있을 겁니다. 이건 지상 위를 나는 것과 관련된 현상인가요?” 트래블러는 눈 사이에 남아 있는 진짜 코의 그루터기를 문질렀다. “맙소사, 요즘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뭘 가르쳐주는 거지? 아이작 뉴턴 경의 이론도 모르나?” 나는 계속 완강하게 나갔다. “선생님이 인간 먼지처럼 공중을 떠다니는 이유를 아이작 경께서는 어떻게 정리하고 계시는지 설명해 주시죠.” “파에톤 호의 엔진이 꺼졌네. 주변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은 자네도 눈치 챘겠지.” 트래블러의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조사이어 경이 지적해 주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선실 안이 조용해졌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가슴이 설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상에 있는 거로군요. 하지만 어디에?” 나는 어둠침침한 창 밖을 힐끗 돌아봤다. 그 괴이한 푸른빛이 이제는 다른 창을 통해 새어 들어오는 것으로 미루어 그것은 다시 이동한 게 분명했다. “밖은 밤이군요.” 기대감으로 내 가슴은 마구 들뛰었다. 우리는 북아메리카나 그 밖의 어느 먼 곳에 와 있는 것이리라. 아니면 사람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은 어느 정글 속에 처박힌 것일까? 나는 빠르게 말했다. “하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저 이 배를 빠져나가 가장 가까운 데 있는 영국 영사관을 찾아가면 되니까요. 지상에 있는 도시치고 우리 영사관이 없는 곳은 없습니다. 거기 가면 우리에게 쉴 곳을 마련해 주고 도움을…….” “네드.” 홀던은 나를 지그시 쳐다봤다. 나는 아직도 양탄자를 감아쥐고 있는 그의 통통한 두 손이 떨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이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써야 해요. 우리는 당신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먼 곳에 와 있어요.” 트래블러는 아이를 상대하듯 천천히, 그리고 간략하게 말했다. “한 번에 한 계단씩 밟아나가도록 하지. 엔진은 꺼졌네. 하지만 우리는 지상에 있지 않아. 외교관이라도 그런 사실은 금방 알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이 선체는 엔진이 제공해 주는 로켓 추진력이 없는 상태에서 자유낙하를 하고 있어. 그리고 우리는 그 안에 있는 상태에서 떨어지고 있는 중이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떨어지는 상자 안에서 대리석 구슬이 떠 있듯이 허공에 뜨는 걸세.” 이어서 조사이어 경은 내 엉덩이와 의자 사이에 반작용들이 존재하지 않는 현상을 포함하여 그 개념을 길고도 복잡하게 설명해 나갔다……. 그러나 나는 그가 설명하는 내용의 본질적인 개념은 이해했다. 우리는 떨어지고 있었다. - <5 대기 위에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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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발랄한 20세기식 『달세계 여행』
유머러스한 이야기 속에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을 담은 대체역사 SF
국내 첫 선을 보이는, 과학소설계의 기대주 스티븐 백스터의 작품! 누구든 어릴 적 『80일간의 세계일주』, 『해저 2만 리』, 『달세계 여행』을 읽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글보다 그림이 많은 책으로든 활자가 밤톨만한 동화책으로든 간에 『우주전쟁』, 『타임머신』, 『투명인간』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시간을 뛰어넘는 모험, 달에 갈 수 있다는 꿈에 어린 독자들의 마음은 설레었다. 『안티아이스』는 쥘 베른과 H. G. 웰스의 장점만을 모아놓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직계후손이라고나 할까? 우주로 날아오르는 파에톤 호가, 근사한 조어 대신 ‘나는 배’나 ‘하늘을 나는 마차’로 불리고, 육상 운항선이 ‘땅 위를 달리는 배’로, 우주복이 ‘공기 옷’으로 불리는 것을 보면, 소박한 프로토SF(1940년대 이전까지의 과학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아련한 향수까지 어른거린다. 이 작품은 그리폰북스를 새롭게 시작하면서 고려한 선별 기준 가운데 ‘현대적이고 새로운 작품’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킨다. 19세기를 다룬 작품이 어떻게 현대적일 수 있을까? 우선 이 작품은 1993년에 발표되었다. 스릴러나 크로스오버 작품을 제외하고, 국내에 번역되는 SF는 대개 70년대 이전의 고전에 집중되어 왔다. 또한 그중 대부분이 아시모프, 클라크, 하인라인 등의 세 거장의 작품들이다. 반면에 이 책 『안티아이스』의 작가 스티븐 백스터는 영국 SF문단에서는 떠오르는 신예로 대접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소개되기 어려운 작가이며 따라서 그의 작품은 국내 마니아에게 신선하게 다가설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에 그리폰북스를 다시 새롭게 내놓으면서 그의 작품을 과감히 제시하기로 한 것이다. 작가는 하드SF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작품에 나오는 이론들은 타당하긴 해도 차분하고 쉽게 설명되어 있어 단순히 하드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일반적으로 알려진 SF에 대한 인식인 ‘과학 이론이 난무하고 허무맹랑하며 읽기 어렵다.’는 관점과, ‘배경이 되는 시대를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힘들다.’는 대체역사에 대한 선입견을 단번에 날려 버리게 해 주는 소설이다. 『안티아이스』의 역사적 사실은 현실과는 조금 다르다. 노르웨이의 아문센에게 영광을 뺏긴 것을 설욕하듯 책에서는 영국이 남극을 18세기 중반에 정복한다. 크림전쟁은, 안티아이스를 독점한 영국이 신무기를 투입하면서 어이없이 끝나고, 안티아이스가 산업혁명을 더욱 부추기는 바람에 디킨스같이 ‘우울한 작가’는 부강한 영국에서 글을 쓰지 못한다. 글래드스턴, 철혈재상 비스마르크, 마크마옹 등 역사적인 인물도 등장하는데, 그들의 행보는 역사에 따라 변하여 비스마르크의 경우 80세가 넘게 살면서 계속 정권을 유지하게 된다. 또한 나폴레옹의 영향력이 유럽 전체를 강력하게 사로잡고 있는 모습이나, 역사에 입각한 시대적인 분위기도 충분히 엿볼 수 있어 매우 흥미롭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포인트는 주인공이 어느날 갑자기 우주로 날아가 버린다는 모험과, 아름다운 짝사랑에 대한 로맨스와, 과학자와 신문기자가 대립하는 것을 보면서 세계정세와 과학기술의 이면을 깨닫는 주인공의 성장 이야기에 있을 것이다. 1985년 처음 출간될 당시 원서 표지에는 버섯구름을 피워올리고 있는 안티아이스 폭발 장면이 실려 있었다. 그 장면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2차대전 당시의 ‘핵’을 은유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렇게 영국이 자기만의 사고방식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안티아이스』의 19세기’는 오늘날과 기묘하게 흡사한 구석이 있다. 주인공이 정신적으로 성숙하는 모습을 그리면서 작가는 현대인들에게 작은 희망 같은 것을 제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