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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숲속 낙엽 더미 속에 누웠어.
그리고 눈을 감았지. 사람들은 내가 죽은 줄 알 거야. 내가 갑자기 죽은 걸 보면 모두 충격을 받겠지. --- p.4 나는 죽은 척하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어. 엄마 아빠가 가까이 다가와서 꿈쩍도 하지 않는 나를 살펴 보고는 내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었어. “블레즈, 블레즈!” --- p.8 엄마는 흐느끼며 내가 아기였을 때 했던 것처럼 내 코와 눈, 이마에 뽀뽀를 했어. “내 보물, 사랑스러운 숲 속의 악동….” 엄마는 툭하면 나를 꾸짖은 걸 후회할 거야. 흥, 그것 참 쌤통이다! --- p.10 “블레즈, 블레즈!” 어딘가 멀리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 그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면서 또렷해졌어. “숲에서 혼자 뭐하는 거냐? 너 혹시 미친 거 아냐?” 나는 눈을 떴어. 친구 가스파르였지. “네 엄마 아빠가 너 찾느라 난리 났어.” --- p.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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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죽거나 사라져 버릴까?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마음에 상처를 입거나 힘들어지는 어느 한 순간에 문득 하게 되는 생각이 있습니다. ‘차라리 죽어 버릴까?’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사라져 버리고 싶다!’는 생각 말입니다. 그러다가도 남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며 그 생각을 떨쳐 버리고 다시 일어서곤 합니다. 여기 주인공 소년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엄마 아빠에게 혼나고, 동생은 자기를 귀찮게만 하고, 친구는 자전거도 빌려주지 않고, 여자 친구는 고백을 받아주지 않고. 어른들이 직장 상사에게 혼나고, 후배들 실수 때문에 화나고, 믿고 있던 동료나 거래처에 배신당하고, 사귀던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 받는 거랑 비슷합니다. 이렇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힘든 일들이 한꺼번에 생기는 날엔 어쩌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 자연스러운지도 모릅니다. ‘내가 죽어 버리면 나를 힘들게 하던 사람들 모두 후회하며 죽은 나를 찾아와 용서를 빌겠지?’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특히나 그 대상이 가족이라면 두고두고 힘들어 하며 살아갈 테니, 그 모습을 보면 속이 다 시원해질 것 같은 생각도 해봤을 겁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 자존감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존재 자체에 대한 인정과 사랑과 믿음이 필요할 때! 주인공 소년인 블레즈는 여러 일들을 겪으며 마음 속에 자기 존재에 대한 불신이 자리합니다. 어디에서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고, 내가 모두에게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되어 버린 건 아닌가 하는 패배감을 느끼게 된 것이죠. 그래서 마음에 상처를 입고 자기 딴엔 자기를 찾지 못할 만큼 먼 곳에 있는 숲으로 들어갑니다. 숲에서도 나무에서 떨어져 무수히 쌓여 있는 낙엽 더미 속으로 몸을 숨깁니다. 여기에서 낙엽은 나무에게 버림받은 존재로, 블레즈는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자기와 낙엽을 같은 처지로 여긴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낙엽이 나무에게 버림받은 존재일까요? 우리는 모두 순환하는 생명, 모두 소중한 존재! 블레즈는 낙엽 더미 속에서 지난 일들을 떠올려 보고, 자신의 죽음으로 벌어질 일들까지도 상상해 봅니다. 자신의 욕구를 억제당하고, 무시당하고, 거절당하고…. 하지만 결국 그들이 나를 무시하고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들도 자기처럼 자신의 마음을 매순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나무가 나뭇잎을 사랑하지 않아서 버리는 게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자연은 최고의 마음 치료사! 블레즈는 숲의 낙엽 더미 속에서 마음껏 상상의 날개를 펼칩니다. 가을과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을 맞이하며 계절을 넘나듭니다. 시원하기도 하고, 춥기도 하고, 서럽기도 하고 가슴이 따뜻해지기도 합니다. 블레즈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연 속에서 상상 체험을 합니다. 그러는 사이 블레즈는 평정심을 되찾습니다. 마음엔 평화가 찾아오고 바람은 상쾌하기만 합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된 것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