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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저자 서문 : 한국과 일본의 신여성 비교를 위한 시론
일제 시기 신여성의 역사적 성격 신여성에 대한 사회적 수용과 비판 조선 '신여성'의 내셔널리즘과 젠더 식민지 조선의 여성교육과 신여성 조선 '신여성'의 연애관과 결혼관의 변혁 신여성의 자화상 : 여성 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조선과 일본의 신여성 : 나혜석과 히라츠카 라이초우의 생애사 비교 《청탑》 이후의 새로운 여자들 : 히라츠카 라이초우와 '신부인협회'의 운동을 중심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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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본격적인 '신여성' 연구
짧은 파마머리에 굽 높은 구두를 싣고, 종아리가 드러난 통치마를 입고 양산을 든 여성의 이미지는 일제시대에 등장한 신식 여자, '모던껄'을 대표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외양의 파괴는 단순한 '겉멋'을 넘어 구체제 인습에 저항하는 상징 코드로 읽히기도 한다. 이 책 《신여성 : 한국과 일본의 근대 여성상》은 여성에게 근대란 무엇이었으며 무엇이어야 했는가 하는 진지한 질문과 그에 대한 해답을 담고 있다. 우리는 일제시기 대표적인 사회주의자였던 허정숙의 고민에서 당시 신여성들이 무엇을 고민했으며 추구하였는가를 엿볼 수 있다. "우월권을 가진 남성으로부터 인격을 유린당하는 것은 신여성이나 구여성이나 마찬가지이다.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하여 싸우는 여성은 가사를 돌볼 수 없거나, 가사를 돌보기 위해서는 사회 운동에 참여할 수 없게 되는 자가당착에 빠지는 것이지만, 여성의 진정한 해방, 이성간의 사랑, 생활의 안정, 가정의 문제, 직업과 일에 있어서 여성이 갖는 근본적인 고통을 해결할 열쇠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동시대 신여성들의 공통적인 고민이었다. 이 책에는 한국 여성사, 일본 근대 여성사, 문화인류학, 한국 문학 등의 분야에 종사하는 한국과 일본의 학자 아홉 명이 쓴 여덟 편의 글이 실려 있다. 이 글들은 조금씩 다른 시각에서 일제 식민지 시대 일본과 조선 신여성들의 개인적인 삶과 활동, 그들이 처해 있던 사회적·정치적 상황의 차이, 그리고 그러한 차이가 양국의 독자적인 신여성 운동의 전개 과정에 미친 영향 등을 분석하고 있다. 신여성, 그녀들은 누구인가? 일제 식민지 시대 조선과 일본에 등장한 근대의 새로운 여성, 즉 '신(新)여성'은 '구(舊)여성'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개인을 억압하는 인습이나 제도에 반기를 들었던 근대의 여성들을 말한다. 하지만, 누구를 신여성이라 칭하였고, 그렇게 불린 이들은 어떠한 사회 범주에 속하였는가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말하기 힘들다. 그동안의 신여성 연구들은 '신여성'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지 않고, 몇몇 선각자적인 여성을 신여성이라는 범주로 묶거나, 근대 교육을 받은 여성 전체를 신여성으로 간주하였다. 그렇게 신여성의 개념과 그 범주를 규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또한 근대의 새로운 여성을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여 '신여자', '신식여자', '신부인', '신여성', '모단(毛斷)걸' 등이 있었으며, 그녀들의 행동들을 비난하며 '모던껄(걸)'이라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근대의 새로운 여성들을 '신여성'이라 개념 규정하였다. '여성(女性)'이라는 어휘는 '여자(女子)'와 구별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자', '남자'는 생물학적인 차이를 담고 있는 어휘인 것에 비해 '여성', '남성'은 사회적·문화적 차이를 함의하고 있는 어휘로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생물학적인 '여자'가 아니라 '여성', 근대 여성 출현의 의미와 구시대의 젠더질서와 사상을 거부하고 남녀평등을 희구하였던 선구자들인 그들의 역사적 궤적을 현재의 시점에서 재조명함에 있기 때문이다. 신여성, 가부장제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자 근대적 인간으로서 신여성이 현실에서 추구한 것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봉건적 가부장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인습이 지배하는 가족의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연애를 통해 배우자를 만나는 것, 각종 경제적 예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개인으로 살아가는 것이었다. 초기 아주 극소수였던 신여성들은 봉건적인 관습과 제도에 맞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획득하는 것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았다. 통념에 맞서 자유 연애와 자유 결혼, 나아가 자유로운 이혼을 이상으로 삼고 모성의 신화를 깨뜨리는 데 앞장섰던 그들은 극심한 저항에 부딪혔고 개인적으로는 불행한 삶을 살았다. 3·1운동 이후 불붙은 문화열과 교육열 속에서 여학교를 다닌 신여성들은 선각자로서 의무감을 느끼는 한편 교육을 통한 계층 상승을 꿈꾸기도 했다. 일반 사람들이 제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던 신여성인 보통학교의 여교사는 근대의 표상이었다. 또한 각종 사회 운동에 투신한 여성활동가들은 가족과 주변의 몰이해와 싸워야 했던 외로운 존재였지만 새로운 공동체를 지향하면서 여성의 영역을 넓혀갔고 신여성 내부에서 계급적 인식에 편차도 생겨나 상호 비판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교육을 받은 신여성이라는 것 자체가 희소성을 가지면서 결혼이나 취업 등을 통해 계층 상승이 가능했고 많은 신여성은 결혼 후 '현대 여성'이라는 말로 포장된 현모양처를 꿈꾸었고 그렇게 되었다. 대공황 시기를 전후하여 활발했던 대중 운동의 열기 속에서 여학교 시절을 보낸 신여성들은 사회에 나오면서 실업, 전향 등의 어려움에 부딪혔고 1930년대 말부터는 일제의 전쟁에 동원되었다. 일부 신여성은 전시하 여성의 동원을 새로운 여성 해방으로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군국의 어머니가 되고자 했고, 또 다른 편에서는 거기에 맞서서 민족적 주체로 서기를 꿈꾸었다. 신여성 운동의 역사적 의미 한국 근대 여성사에서 중요한 사건의 하나가 신여성의 등장이다. 소위 '신여성'의 등장은 이전보다 훨씬 많은 수의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하지만 최린과의 연애로 이혼 당하고 행려병자로 삶을 마감한 나혜석처럼 여성이 봉건적 공동체를 벗어나 개성을 찾아 나서는 길은 많은 경우 가출, 자살, 일탈 등으로 귀결되었다. '인형의 집'을 떠난 노라처럼 방황하다가 백기를 들고 귀가하거나, 연애의 갈등으로 자살하거나 병들어 죽고, 또는 궁핍에 내몰려 매춘으로 살아가는 패배의 길이었다. 그리고 그 다른 한편에 여성 자신의 힘을 믿으면서 공동체의 인습에 저항하고 새로운 공동체를 지향하는 노력이 있었다. 성적·경제적 해방은 동시에 추구되어야 했으며 그것은 쉽지 않은 과제였다. 거기에 식민지라는 조건 속에서 민족의 해방이라는 더 큰 과제가 있었다. 이러한 신여성들의 활동에 대한 평가는 각각의 연구자마다 상이하다. 먼저, 신여성을 근대 교육의 혜택을 받고 사회 활동이나 저술 등을 통해 일반 여성을 선도하는 위치에 있던 여성들로 이해하는 이배용 교수는 신여성들의 활동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면 자주 독립에 대한 각성과 사회·경제 발전에 보탬이 되었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보면 여성의 경제적·심리적 독립에 보탬이 되었다고 평가한다. 또한, 식민지하의 독립 운동과 민족 저항이라는 맥락에서 일찍부터 한국 근대 여성사 연구를 진행해온 박용옥 교수는 1920년대의 신여성 운동을 "민족과 국가에 부수된 여성의 운동이 아니라, 여성을 억압했던 구시대의 관습을 타파하고 해방된 여성 문화를 창조하고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여 평등하게 사회적 의무까지 지겠다는 운동"이었다고 규정한다. 그러면서도 "신여성의 희망은 식민지하의 빈곤 대중을 외면한 의식이요 행태였으며, 봉건적 가치와 질서를 지속시켜 조선인을 순종적으로 만들려는 우민화 정책을 썼던 식민 통치자들에게도 경계와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주의 여성 운동 단체인 조선여성동우회가 조직된 1924년 이후의 신여성 운동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한다. 반면, 송연옥 교수는 1920년대와 1930년대 조선의 신여성 운동의 성공적이고 긍정적인 측면보다 실패와 좌절의 측면에 주목하고 있다. 이처럼, 신여성 운동에 대한 연구는 초기 단계이며, 신여성에 대한 개념 규정부터 가치 평가까지 각각의 연구자들마다 상이하다. 하지만, 일제시대 등장한 '신여성'을 근대적 여성으로 자리매김하고 이들을 재조명함으로써 한국의 근대적 여성성, 한국 여성해방 논리의 형성에 대한 계보를 탐색하는 작업으로도 그 의미는 크다. 또한 이 연구들은 그동안 내셔널리즘 논의에 갇혀 등한했던 '개인'에 대한 탐구와 젠더 논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송연옥 교수의 말처럼 민족을 후퇴시킨 젠더 논의가 위태로운 것과 마찬가지로 젠더를 후퇴시킨 계급 논의 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