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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행이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경로를 답사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여행에서 어떤 ‘결론’을 얻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밀려왔다. 그러나 60여 년 전의 체 게바라와 함께라면 결코 ‘결말’을 찾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체 게바라를 안고 떠난 여행에서 체 게바라를 분실한 것 같았다.
실눈이 떠진 것은, 여행에서 보낸 시간만큼 길어진 수염을 붙이고 서울에 돌아왔을 때였다. 엄청난 촛불이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2008년 1월 20일, 눈 내리는 풍경을 뚫고 출발했던 여행의 결말 아닌 결말은 거기 있었다. 20세기의 ‘혁명’과 21세기의 ‘혁명’의 차이는 촛불의 물결이 출렁이는 정도의, 그 ‘더딤’에 있지 않을까. 요컨대 내 여행의 종착지는 쿠바가 아니라 광화문이었고, 분실한 체 게바라를 그곳에서 다시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본문 중에서 그 시공간은 이미 내 뇌리가 아닌 가슴에 각인되었다. 그것은 게바라 혹은 그 누군가가 바라봤던 것과도 다르다. 그것은 어떤 기록으로도 온전하게 재생할 수 없는 나의 내밀한 영혼에서만 구현되는 완전한 한 편의 시적 영상이자 묵시록이 되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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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만화가 손문상과 「프레시안」 박세열 기자의
또 하나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1951년, 스물세 살 난 의대생 에르네스토 게바라는 의대 선배이자 친구인 알베르토 그라나도와 함께 모터사이클 ‘포데로사’를 타고 남미 대륙 여행길에 올랐다.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다시 아르헨티나로 이어진 8개월 동안의 여행을 마친 뒤, 에르네스토 게바라는 여행일지인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남겼고 쿠바 혁명의 지도자이자 전설인 체 게바라로 거듭났다. 2008년, 그 길을 따라 시사만화가 손문상과 「프레시안」 박세열 기자가 70일 동안 여행했다. 그리고 2010년, 남미 여행 이야기를 《뜨거운 여행》로 묶었다. 손문상은 그 여정을 눈물과 가슴으로 그림과 만화, 사진에 담았고 박세열은 땀과 발로 글을 썼다. 《뜨거운 여행》은 ‘2000년대 판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혹은 ‘또 하나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인 셈이다. 21세기인 지금, 체 게바라를 추억하고 20세기의 혁명을 되짚어 보는 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 혹자는 다소 촌스럽다고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다고 눈살을 찌푸릴지도 모르겠다. 손문상은 체 게바라의 추억과 혁명의 추억을 마음 한 구석에 묻어둔 채 살아왔고 박세열은 체 게바라를 동경했다. 그런 두 마음이 모아져 둘은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여정을 따라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그리고 쿠바로 이르는 70일 동안의 여행을 단행했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서 체 게바라를 되살리려 한 것은 아니다. 혁명을 다시금 일깨우고자 하는 마음은 더군다나 없었다. 둘은 그저 체 게바라로 난 길을 따라 가 보고 싶었을 뿐이다. 물론 희미하게나마 체 게바라를 만나보고 싶은 바람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좇은 남미 땅에서 오히려 체 게바라를 잃어버린 듯했다. 아르헨티나 로사리오에 있는 체 게바라의 생가에서도 아르헨티나 곳곳의 체 게바라 박물관과 에르네스토 게바라가 체 게바라로 변신하게 된 중요한 계기 중 하나였던 페루의 산 파블로 한센인 마을에서도 체 게바라가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활약한 게릴라 산채에서도 체 게바라는 손에 잡히지 않았다. 정작 그들이 체 게바라를 마주한 곳은 여행에서 돌아온 뒤 엄청난 촛불들이 가득 메운 서울 거리에서였다. 체 게바라를 찾아 나선 남미에서 분실한 듯 했던 체 게바라를 무수한 촛불이 밝혀진 광화문에서 만날 수 있었던 건 여전히 체 게바라가 우리 안에 뜨거운 그 무엇으로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리라. 《뜨거운 여행》은 많은 독자들에게 잃어버린 체 게바라 혹은 뜨거운 그 무엇을 되찾아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