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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1. 세계를 해석하는 것에 대하여 2.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에 대하여 |
Avram Noam Chom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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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을 말하는 촘스키>
이 책 『세계를 해석하는 것에 대하여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에 대하여』는 버트란트 러셀이 사망한(1970년) 직후, 러셀의 철학적 유산에 관한 촘스키의 연속 강연을 책으로 묶은 것으로서, 언어학자이자 정치평론가인 촘스키의 두 가지 서로 다른 모습을 통일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격동적 19세기와 20세기의 역사 속에서 실천적 지식인의 전범을 보여준 러셀은 막연히 세계 정세를 진단하고 예견하는 차원을 넘어서, 대량 살상 무기의 확산과 강대국 사이의 갈등, 그로 인한 인류 평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경고한 철학자이자, 반전-반핵운동가로서 치열한 삶을 살았다. 마찬가지로 촘스키 역시 인간의 인식 능력에 관한 깊은 고찰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의 부정이나 폭력에 대하여 명백한 고발을 행하여 왔다. 이 책은 두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에서는 인식론과 과학철학에 대한 러셀의 견해를 다루고 있고, 제2장은 정치학과 사회 이론에 관한 러셀의 견해를 살펴보고 있다. <세계를 해석하는 것에 대하여> 제1장 「세계를 해석하는 것에 대하여」에서 촘스키는, 모든 지식이 경험을 통해 도출된다고 믿는 '경험주의자'와 지식의 중요한 부분은 인간이 본유적으로 타고난다는 '합리주의자'의 견해를 비교하면서 인간의 지식의 근원에 관한 인식론의 주요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이러한 두 입장을 종합하고 있는 칸트의 입장과 러셀의 연구를 언급하면서 촘스키는, 인간이 경험을 통해서 지식을 습득한다는 것은 옳지만, 그것은 인간의 정신에 각인되어 있는 컨텍스트(배경지식) 안에서 가능하다고 말한다. 나아가 촘스키는 자신의 언어학 이론을 전개함으로써, 적어도 언어학 내에서는 인간이 언어를 습득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 이미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자 한다. 촘스키의 변형생성문법의 예비적 지식을 갖추고 있지 않더라도 그것이 시사하고 있는 인간 정신과의 관련성을 이해하기 쉬운 표현과 예증을 통해 전개하고 있다. 촘스키가 경험 과학에 입각한 인간 정신의 규칙성과 창조성, 한계와 자유를 더욱 엄밀하게 논증하고, 지식에 관한 러셀의 이론을 더욱 정밀화하여, 타고난 정신의 원리의 존재를 논증하는 것은 이러한 정신의 원리로부터 인간의 창조성의 가능성과 그 한계가 도출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촘스키는 이러한 원리 없이 과학적 이해와 창조적 행위라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는 러셀의 견해에 입각하여 '창조적인 성격, 규칙의 체계 속에 있는 자유로운 창조'야말로 인간의 진정한 영광이라고 말한다.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에 대하여> 제2장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에 대하여」는 러셀의 사회 이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도주의와 사회주의, 무정부주의에 관한 러셀의 견해를 간단히 소개한 후에, 촘스키는 당시 미국의 동남아시아 외교정책에 대한 신랄한, 그러나 예리하고도 정확한 비판을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 있다. 미국의 베트남 정책에 대한 통렬한 비판자로서 촘스키의 명성은 언어학자로서의 명성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촘스키는 정치평론가로서 더 큰 명성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언어학은 본격적으로 언어학을 공부하지 않으면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정치평론은 대중의 의식을 일깨우고 행동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쓰여졌기 때문이다. 2장에서 정치평론가로서의 촘스키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세계 정세에 자신의 의지를 무력으로 행사하려고 한 미국 정부에 대한 항의뿐만 아니라 이러한 권력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지식인 관료들의 비열함이다. 정부 내에 몸을 둔 지식인은 말할 것도 없고, 학계에 있지만 정부의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에 자신의 지식을 제공한, 특히 사회과학자들에 대한 고발이 주목할 만하다. 촘스키는 많은 권력을 수중에 넣고 있는 정부가 일반의 복지를 표방하면서 민중의 행복을 도외시하고, 소수 엘리트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고 결정하는 경향에 대해서 지식인은 이러한 관행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식인이 권력의 자리에 있는 자들의 이데올로기에 무비판적으로 영합하게 되면 그들은 그것에 의해 먼저 지식인으로서의 양심을 잃어버리고 의무를 망각하게 되는 것이다. 촘스키는 자신의 저작 『American Power and the New Mandarins』에서 자유주의적 지식인의 과오에 관하여 이미 언급한 바 있는데, 이 책 『세계를 해석하는 것에 대하여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에 대하여』에서는 러셀의 교육과 사회 조직에 관한 자유주의적 경향을 지적하고, '권위의 오랜 속박'을 벗어나 '창조적 충동의 해방을 성취하는 자유로운 인간들의 세계'에 대한 러셀의 희망을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촘스키는 베트남 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정치 사회를 가차 없이 비판하고 "신선한 희망으로 가득 찬, 새롭고 보다 젊음이 넘치는 세계가 아침 햇살을 눈가에 머금은 채 나타날 것이다."라는 러셀의 말을 인용함으로써 강연을 끝맺는다. <이 책에서 다시 한 번 강조해야 할 것들> '창조성'과 '자유'는 이 책의 두 강연의 주제를 관통하는 개념이다. 이와 관련해서 촘스키의 언어학과 정치관이 어떻게 관련을 맺고 있는지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촘스키는 1장의 언어학과 관련된 논의에서 자유, 창조성, 자발성 등의 개념을 사용하고 이를 정치적 태도와 연결지었다. 그에게 있어서 개인의 정치적, 사회적 신념은 모두 인간의 본성과 필요에 궁극적으로 토대를 두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창조적인 자기 표현이다. 따라서 자유로운 도구로서의 창조적인 언어 사용은 개인의 풍부하고 자유롭고, 완전한 발전과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이 촘스키의 생각이다. 따라서 이러한 가능성을 허용하고 장려하는 사회 조직을 구상하고 발전시키는 것, 그리고 이러한 가능성을 억압하는 권력을 비판적으로 감시하는 것이야말로 촘스키의 언어학과 정치관을 통일적으로 파악하는 관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자유나 창조성이라는 개념이 촘스키에 있어서 무규정적인 것은 아니다. 언어에 관해서 말하자면 제1장에서의 논의된 것처럼, 언어 능력을 발전시키는 보편적인 자질이나 규칙은 인간이라고 하는 종(種)에게 천성적으로 부여된 것이기 때문에, 인간은 누구나 어려서부터 언어를 습득하여 말을 할 수 있고, 인종의 차이에 관계없이 자신이 자라난 환경에 따른 언어의 규칙을 터득한다. 진정한 인간 언어의 특징은 인간 언어의 보편적 규칙과 각 언어의 개별적 규칙에 지배되며, 이로부터 자유로운 창조가 가능해진다. 이와 같이 인간은 보편적인 언어능력을 천성적으로 구비하고 계승하는 만큼, 자유와 창조성에도 역시 그와 마찬가지의 자격이 부여되어야 하는 것이다. 언어의 외양적인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그 기저에는 인간 언어의 보편적인 특질이 담겨 있다. 인간 사회의 조직에 대해서도 같은 종류의 다양성과 보편성을 추구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자유와 창조성의 가치를 꽃피워내는 것, 이것이 바로 촘스키가 러셀을 기념하면서 강연한 내용의 핵심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