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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그녀를 위한 나라는 없다
2화 공식 안티 팬 1호, 이근영 3화 그래서 나는 안티 팬과 결혼했다 4화 도원결의 5화 후준 사용 설명서 6화 뭐 해, 뛰어 7화 안티 팬으로 살아남기 8화 눈물은 소나기처럼, 후회는 쓰나미처럼 9화 미아 하나, 분실물 하나 10화 정체불명 삼인조 11화 너희 집이 어디야? 12화 어디까지 가봤니? 13화 키스 후 그들이 하는 말들 14화 그와 그 자식과의 관계 15화 이 죽일 놈의 타이밍 16화 사랑하거나, 또는 질투하거나 17화 근두운은 어디까지 날 수 있을까 작가 후기 : 나의 세포는 불꽃놀이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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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준의 차를 세차해주느라 한참 결리는 어깨를 풀어가며 글을 쓰고 있는데 ‘표독팀장’이 ‘그냥근영’을 회의실로 불렀다. 아마 점심시간이 막 지난 후였을 것이다. 팀장이 회의실에서 식사를 했는지 순두부 냄새가 가득했고, 팀장의 위 앞니에 빨간 고춧가루가 새 둥지를 틀고 있었다. 웃음으로 볼이 간질간질한 것을 참으며 근영이 손가락을 들어 위치를 알려주려는 찰나였다.
“변명은 됐어. 이근영 씨는 오늘로 아웃이야. 어제 취재한 기사는 유진 씨한테 넘기고 오늘로 책상 정리해.” 팀장이 사무적으로 말했다. “네?” 볼의 간질거림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뭐라고? 책상 정리? 책상 청소하라고? “무슨 말씀인지. 책상 청소는 매일 하는데…….” 근영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어리둥절해하자 팀장은 어깨를 들썩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순두부의 짠 냄새가 코앞까지 풍겨왔다. 아무래도 양치질을 빼먹은 모양이다. “어쩌다가 후준을 건드린 거야?” --- p.24 근영은 어쩌지도 못하고 머리를 긁적거렸다. 아무래도 계획을 수정해야 할 것 같았다. 경비원에게 쫓겨 돌아서는 척하던 근영은 몰래 주차장 입구에 몸을 숨기고 서둘러 자신이 만들어온 대자보를 붙였다. 〈당신이 숨기고 싶은 일을 나는 알고 있다.〉 붙이고 보니 정작 누구에게 말하는지가 빠져 있었다. 후준 집 바로 앞이면 아주 강렬한 인상을 주었을 텐데 아깝다. 근영은 주머니에서 매직을 꺼내 맨 앞에 ‘후준’이라고 굵게 썼다. 그리고 만족스럽게 썩소를 날리며 돌아섰다. 〈후준! 당신이 숨기고 싶은 일을 나는 알고 있다.〉 아, 시원하다. --- p.33 “프로그램 제목은 ‘그래서 나는 안티 팬과 결혼했다’예요.” “네엣?” 근영이 뜨악한 표정을 짓자 그가 너털 웃었다. “진짜 결혼하라는 게 아니고. 같이 생활하니까 그런 의미로. 요즘 이근영 씨가 안티 팬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어서 섭외했어요. 대충 짐작이 가죠? 안티 팬과 인기 연예인이 같이 생활 하는 거예요. 안티 팬이 연예인의 매니저가 돼서 말이죠. 같이 밥도 먹고, 촬영이나 행사 같은 스케줄도 따라다니고, 사적인 취미 생활도 같이 해 보고, 또…….” “또……?” 얼버무리는 그에게 근영은 눈썹을 으쓱여보였다. “아, 같이 생활 한다고 뭐, 같이 자라는 건 아니에요.” --- p.73 자신 같았으면, 다른 남자들 같았으면 친구들을 불러내 술집에서 소리소리 지르면서 떠난 사람을 원망하고, 자신을 때린 그 자들에게 쌍욕과 저주를 퍼붓고, 어쩌면 친구들과 합세하여 복수를 도모하던가, 병원과 경찰을 횡단하며 진단서를 첨부한 고소장을 제출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남자. 혼자 제 손등만 작살내고, 사람들 눈 때문에 집으로 가지도 못하고, 자신을 원수처럼 보는 여자의 집으로 와 겨우 반창고를 붙이고 소주나 마시며, 피와 눈물로 이미 젖은 손등으로 또 눈물을 닦고 있다. 근영의 가슴이, 너무 아팠다. 누구나 본인들에게는 아름다울 그런 사랑도 활자로 찍히고, 입에 오르내리게 되면 어쩔 수 없는 가십이 되는 이 사람들. 그를 어루만져주기에는 그와 자신의 사이가 너무 먼 것 같았다. 위로가 필요한 그에게 진정한 위로를 해줄 수가 없을 것 같아, 근영은 뭐라고 오물거리던 입술을 그대로 다물고 그의 앞에 놓인 잔에 소주를 채워주었다. 그의 사랑을 조문하며, 애도를 표한다. --- p.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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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잡지사의 그저 그런 피처 팀 기자인 ‘그냥근영’은 오늘도 편집장인 ‘표독문희’의 낙점(?)을 받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한류스타 후준이 참석하는 한 클럽의 오픈 행사 취재를 간다. 밀린 오피스텔 전기세와 신세한탄으로 연거푸 마신 술 덕분에 그만 정신줄을 놓아버린 근영은 후미진 클럽 화장실 앞에서 후준이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인을 폭행하는 장면을 보고 놀라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할 뿐!
참고 참던 거북함을 못 이겨 시원하게 꺼내놓은 그녀의 내용물이 ‘아뿔싸!’ 첫눈보다 하얀 후준의 명품 운동화 위에 쏟아지고…… 간신히 도망 나와 나머지 잔여물을 토해내기 위해 무릎을 꿇고 더듬거리며 찾은 자동차 바퀴는…… 일어서보니 후준이 가장 아끼는 그의 애마…… 초간지 슈퍼 카 ‘베니 쿠퍼’였다!! 전날 밤 3연속 안타의 가공할 실적에다가, 한류스타 후준의 전방위 압력으로 만 하루 만에 잡지사에서 짤리게 된 근영! 설상가상으로 시골 근영의 엄마는 그녀의 오피스텔까지 팔아버리고 귀향을 촉구하는데…… 절친의 반 지하 셋방으로 근거지를 옮긴 근영은 머리띠 질끈 동여매고 명예회복을 위한 한판 일전을 다짐하건만, 불행히도 그녀의 명예회복 프로젝트는 엉뚱한 결과를 만들어 한류스타 후준의 ‘공식 안티 팬 1호’로 언론에서 주목을 받게 되고야 만다. 이제는 동경에서 상해까지 얼굴이 팔린 근영이 두툼한 가발에 모자, 선글라스 없이는 웬만한 외부생활이 힘들어질 무렵, 자칭 예능계의 마이더스의 손이라 불리는 한 PD의 뜻밖의 전화에 눈이 휘둥그레지는데……. ‘네? 천만 원이라고요?’ 그랬다.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지 뭔가를 찍는데 한류스타 후준과 동거를 하면 천만 원을 주겠단다. 게다가 지금 신변도 안전하지 못하니 오히려 과감하게 호랑이 굴로 들어오는 게 어떻겠냐고 친절하게 충고까지 해주는 게 아닌가? 좋다. 당장은 자살특공대의 눈빛을 가진 십대 후준빠들이 드글거리는 이 동네 반지하를 나가 안전한 주상복합 펜트하우스로 가야 한다. 무조건 OK! 일단, 복수고 명예도 두고두고 오래 살고 볼 일이 아닌가. 이렇게 시작된 폼생폼사 이미지형 한류스타 후준과,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천만 원과 펜트하우스를 택한 생계형 안티 팬과의 동거생활!! 내가 사랑하는 스타라면 한 달이 한 시간 같겠지만, 불행히도 나는 그 스타의 안티 팬이다. 24시간 밀착 동거? 같은 하늘 아래 숨쉬는 것도 벅찬데, 한 공간에서 지내자니, 일분일초가 전쟁터에서 폭탄 끌어안고 있는 기분이요, 하루가 백만 년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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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칙릿’이 아닌, ‘루저릿’이다!
누구나 한번쯤 상상하는 일이 이루어졌다. 대한민국 최고 스타와 24시간 밀착 동거. 그러나…… 나는 그의 안티 팬이다! 한류스타 H, 공식 안티 팬 L양과 리얼 버라이어티에 동반 출연키로! 부드러운 매력을 뽐내는 한류 톱스타 H, 그간 자신을 표적으로 삼고 안티질을 하던 안티 팬의 대명사 L양과 리얼 버라이어티에 출연, 24시간 밀착 동거에 들어가기로 했다. H군 : 안티 팬도 끌어안고 가야죠. 제가 대인배 아닙니까. 하하하! L양 : 안티 팬으로서, 그의 가식적인 껍데기를 홀랑 벗겨버리겠어요. 장담합니다! 이들의 인터뷰를 본 H군의 팬들은 괴팍한 마녀 오리에게 아기 백조를 맡기는 격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그리고 L양이 조금이라도 H군에게 악영향을 미칠 경우, 어떤 테러 조치도 감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파파라치 섹션] 스타와 안티 팬의 밀착 동행 리얼 버라이어티 《그래서 나는 안티 팬과 결혼했다》는 방송가에서 여러 종류의 리얼 버라이어티가 흥행, 화제가 되고 있는 요즘, 주목 받을 수 있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방송 소재이다. 각 캐릭터마다의 뚜렷한 개성과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지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는 때로는 티격태격하는 사랑 얘기로 달콤하게, 때로는 누구나 궁금해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연예가 뒷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리며 독자들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여 드라마 제작을 결정하였다. 드라마로 만나기 전, 책을 읽으며 각 인물들의 캐스팅을 예상해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럼 지금부터 대한민국 최고 스타 후준과 그의 공식 안티 팬 근영, 그들의 24시간 밀착 동행 리얼 버라이어티 쇼를 즐겨보자! --- 드라마 제작사〈유니온 엔터테인먼트〉 27세, 여성지 4년차 기자, 오피스텔 거주, 명품 드레스 구입. 무늬는 영락없는 ‘칙릿 걸’! 하지만 속사정은 ‘루저 걸’! 동방신기 식 이름 짓기가 유행이던 때, 직장 동료들 중 누가 붙였는지, ‘그냥근영’이라고 붙렸던 것이 지금까지 그대로다. 4년차 되도록 포스 넘치는 특종 기사 하나, 질 좋은 연애질 한 번 없으며, 좀비 영화에 심취해 좀비 특집이나 꿈꾸고 있고, 자존심 때문에 산 명품 드레스 때문에 10개월 할부 신세에, 오피스텔 전기세를 내지 못해 엄동설한에 오피스텔에서도 쫓겨날 신세다. 거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류스타의 입김 한 방으로 졸지에 백수가 되어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스물여덟을 맞이할 판이다. 이제 바닥에 떨어져 ‘루저’가 된 근영은 다시 한 번 인생 역전을 꿈꿀 수 있을까? ‘스타’가 아닌, ‘안티’가 주인공이다! 사회생활의 단맛, 신맛을 경험한 초년생을 지나…… 3년을 넘기고 ‘죽을’ 4년차를 시작한 여주인공 근영. 열정은 사그라들었지만 그래도 잡다한 일까지 다 챙겨가며 생계를 위해 악착같이 직장을 다녔는데, 하루아침에 잘려버렸다. ‘책상 빼!’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정말 타이밍 한번 절묘하게도 제대로 된 기사 한번 쓰고 죽고 싶다는 소망이 꿈틀거린다. 이 모든 것은 그놈의 ‘한류스타’ 때문이다. 결국 다른 직장 알아보라는 충고는 귓구녕에도 담지 않고, 뒤늦게 기자로서의 사명감에 불타 ‘복직’을 요구하며 한류스타를 상대로 피켓 시위를 하다 재수가 없었는지 한류스타 팬들에게 계란세례를 받고 무참히 짓밟히는 모습이 인터넷에 뜨고, 한 번도 써보지 못했던 신문 기사 1면을 본인 기사로 장식하면서 ‘공식 안티 팬’으로 등극했다. 그리고 자고 나니 졸지에 천만 안티까지 생겨버렸다! 기자였을 때는 한 번도 실감하지 못한 ‘펜’과 인터넷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가 뼈저리게 알아버렸다. 지금까지 이런 ‘동거 리얼 버라이어티’는 없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전성시대다. 연애 리얼 버라이어티 〈우결〉, 합숙 리얼 버라이어티 〈패떳〉, 토크 리얼 버라이어티 〈강심장〉, 스포츠 리얼 버라이어티 〈천하무적 야구단〉등…… 공중파,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방영되고 있다. 소설 『그래서 나는 안티 팬과 결혼했다』에서도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신개념 버라이어티 쇼가 등장한다. ‘예능계의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한 PD의 제안으로 어떤 개념으로도 설명 안 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그래서 나는 안티 팬과 결혼했다〉가 탄생한다. 그 주인공은 물론 한류스타 후준과, 그의 공식 안티 팬 1호 이근영. 〈그래서 나는 안티 팬과 결혼했다〉는 다양한 연예인 커플이 등장해서 가상으로 결혼 생활을 하는 동거 리얼리티인 〈우결〉처럼 낭만적인 그림이 떠오르는 리얼리티가 아니다. 화면 속 커플을 보면서 가슴 콩닥거리며 대리 만족할 수 있는 리얼리티가 아니다. 한류스타와 그 한류스타 때문에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다 못해 ‘공식 안티 팬 1호’가 되고, 어느 순간 천만 안티가 생겨버린 여기자의 피 튀기는 생존 게임이다. ‘안티 팬’의 눈으로 바라본 연예계 뒷담화! 『그래서 나는 안티 팬과 결혼했다』는 스포츠신문 이니셜 기사에 흔히 등장하는 연예계 뒷담화와 매니저, 기획사, 팬, 연예기자 등…… 연예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예기치 않은 사건을 통해 ‘안티 팬’의 눈으로 직접 바라보고 경험하는 생생한 연예계 이야기다. 게다가 한류스타를 모델로 한 이 소설에서 ‘스타’와 ‘언론’, 그리고 ‘대중’이라는, 오늘날 대중문화를 ‘생산’, ‘유통’, ‘소비’ 하는 주체들이 온몸으로 부대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부대낌 속에서 다소 생뚱맞은 우리의 주인공 ‘공식 안티 팬 1호’ 근영을 통해 지극히 인간적인 질문이 던져지고 해답이 제시되는, 복잡한 2010년 현재 대중문화 코드를 가장 빨리 이해할 수 있는 ‘입문서’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