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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개정판
김훈
학고재 2017.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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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하는 말

눈보라 / 언 강 / 푸른 연기 / 뱃사공 / 대장장이 / 겨울비 / 봉우리 / 말먹이 풀 / 초가지붕 / 계집아이 / 똥 / 바늘 / 머리 하나 / 웃으면서 곡하기 / 돌멩이 / 사다리 / 밴댕이젓 / 소문 / 길 / 말먼지 / 망월봉 / 돼지기름 / 격서 / 온조의 나라 / 쇠고기 / 붉은 눈 / 설날 / 냉이 / 물비늘 / 이 잡기 / 답서 / 문장가 / 역적 / 빛가루 / 홍이포 / 반란 / 출성 / 두 신하 / 흙냄새 / 성 안의 봄

못다 한 말
부록
― 남한산성 지도 / 남한산성 지도 설명 / 대륙, 명에서 청으로 / 남한산성, 겨울에서 봄으로 / 낱말풀이
참고문헌

저자 소개 1

金薰

1948년 5월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바 있는 언론인 김광주의 아들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돈암초등학교와 휘문중·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하였으나 정외과와 영문과를 중퇴했다. 1973년부터 1989년 말까지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시사저널] 사회부장, 편집국장, 심의위원 이사, 국민일보 부국장 및 출판국장, 한국일보 편집위원, 한겨레신문 사회부 부국장급으로 재직하였으며 2004년 이래로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1986년 [한국일보] 재직 당시 3년 동안 [한국일보]에 매주 연재한 것을 묶어 낸 『문학기행』(박래부 공저)으로 해박한 문학적 지식과 유려한 문체로
1948년 5월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바 있는 언론인 김광주의 아들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돈암초등학교와 휘문중·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하였으나 정외과와 영문과를 중퇴했다. 1973년부터 1989년 말까지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시사저널] 사회부장, 편집국장, 심의위원 이사, 국민일보 부국장 및 출판국장, 한국일보 편집위원, 한겨레신문 사회부 부국장급으로 재직하였으며 2004년 이래로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1986년 [한국일보] 재직 당시 3년 동안 [한국일보]에 매주 연재한 것을 묶어 낸 『문학기행』(박래부 공저)으로 해박한 문학적 지식과 유려한 문체로 빼어난 여행 산문집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으며 한국일보에 연재하였던 독서 산문집 『내가 읽은 책과 세상』(1989) 등의 저서가 있으며 1999∼2000년 전국의 산천을 자전거로 여행하며 쓴 에세이 『자전거여행』(2000)도 생태·지리·역사를 횡과 종으로 연결한 수작으로 평가 받았다.

그의 대표 저서로는 『칼의 노래』를 꼽을 수 있다. 2001년 동인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책은 전략 전문가이자 순결한 영웅이었던 이순신 장군의 삶을 통해 이 시대 본받아야 할 리더십을 제시한다. 이외의 저서로 독서 에세이집 『선택과 옹호』, 여행 산문집 『풍경과 상처』,『자전거여행』,『원형의 섬 진도』, 시론집 『‘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말에 대하여』,『밥벌이의 지겨움』, 장편소설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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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7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448쪽 | 630g | 140*205*30mm
ISBN13
9788956253534

책 속으로

옛터가 먼 병자년의 겨울을 흔들어 깨워,
나는 세계악에 짓밟히는 내 약소한 조국의 운명 앞에 무참해졌다.
그 갇힌 성안에서는 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이 한 덩어리로 엉켜 있었고,
치욕과 자존은 다르지 않았다.
말로써 정의를 다툴 수 없고, 글로써 세상을 읽을 수 없으며,
살아 있는 동안의 몸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을 다 받아내지 못할진대,
땅 위로 뻗은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으리.
신생의 길은 죽음 속으로 뻗어 있었다. 임금은 서문으로 나와서 삼전도에서 투항했다.
길은 땅 위로 뻗어 있으므로 나는 삼전도로 가는 임금의 발걸음을 연민하지 않는다.
밖으로 싸우기보다 안에서 싸우기가 더욱 모질어서
글 읽는 자들은 갇힌 성안에서 싸우고 또 싸웠고, 말들이 창궐해서 주린 성에 넘쳤다.
나는 아무 편도 아니다. 나는 다만 고통받는 자들의 편이다.
성 아래로 강물이 흘러와 성은 세계에 닿아 있었고, 모든 봄은 새로웠다.
슬픔이 나를 옥죄는 동안, 서둘러 작은 이야기를 지어서 내 조국의 성에 바친다.
--- 김훈, 2007년.

말[言]의 길은 마음속으로 뻗어 있고, 삶의 길은 땅 위로 뻗어 있다.
삶은 말을 온전히 짊어지고 갈 수 없고 말이 삶을 모두 감당해낼 수도 없다.
말의 길과 삶의 길을 이으려는 인간의 길은 흔히 고통과 시련 속으로 뻗어 있다. 이 길은 전인미답이고, 우회로가 없다.
임금은 성안으로 쫓겨 들어왔다가 끌려나갔고, 폐허의 봄에 냉이가 돋았다. 흩어졌던 사람들이 다시 그 성안에 모여들어서 봄 농사를 준비하고 나루가 초경을 흘리는 대목으로 내 소설은 끝났다. 나는 정축년(1637년)의 봄을 단지 자연의 순환에 따른 일상의 풍경으로 묘사했다. 이념의 좌표가 없는, 진부한 결말이지만 억지로 몰아갈 수는 없었다. 나는 일상의 구체성 안에서 구현될 수 없는 사상의 지표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고립무원의 성안에서 많은 언어와 지표들이 뒤엉켰는데, 말, 그 지향성 안에는 길이 없었고, 말의 길을 이 세상의 땅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곳에서 걸어갈 수 있는 길은 겨우 생겨났다. 그 길은 산성 서문에서 삼전나루, 수항단으로 이어지는 하산의 길이었다. 그 길은 문명의 흔적이 없는 황무지를 건너가는 길이었고, 아무도 디딘 적이 없는 땅에 몸을 갈면서 나아가야 하는 길이었다. 저 가엾은 임금은 이 하산의 길을 걸어 내려가면서 비로소 고해의 아비가 되어가고 있었다. 내리막길에는 눈이 얼어 있었고 말이 미끄러졌다. 나는 이 아비를 사랑한다. 미워하지 않는다.
고립무원의 성안에서, 많은 말들이 피를 튀기며 부딪쳤으나, 더 많은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 속에서 그 겨울을 보냈다. 나는 그들의 침묵에 관하여 아무것도 쓸 수 없었다.
침묵하는 사람들의 내면이 어떤 것인지를 나는 상상할 수 없었다. 그 침묵 속에는 더 절박한 언어들이 들끓고 있을 테지만, 나는 나의 언어로 그 침묵 속의 언어에 접근할 수는 없었다. 이 침묵에 관한 한 나의 소설은 미완성의 습작이다.
---「못다 한 말」중에서

지금 한강은 상류가 댐으로 막히고 양쪽 유역이 강변도로로 막혀 있다. 도심의 한강은 굽이쳐서 유역을 적시지 못하고, 우리에 갇힌 짐승처럼 온순하게 엎드려 있다.
행주대교를 지나면서 한강은 자유파행의 흐름을 회복한다. 강은 넓은 습지를 펼치면서 굽이치는데, 그 아래쪽 하구는 군사분계선으로 막혀 있다. 큰 강은 적막해서 새소리가 멀리까지 들리고, 고깃배 한 척도 얼씬 못하는 하구에 바닷물이 드나들고 물고기가 들끓는다. 김포 북단 조강나루에서 바라보면 강 건너 북쪽 조강리가 아지랑이 속에서 흔들려 보인다. 갈 수 없는 대안의 기슭은 이처럼 가까웠다. 이 세계가 영원히 불완전하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사랑과 언어는 이 불완전성의 소산이다.

---「못다 한 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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