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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vin Alan Mil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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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부터 선량한 이 축제일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우선 ‘진짜’ 크리스마스를 경험해봐야 한다. 그러고 나면 크리스마스는 예사로운 휴일이나 흥청망청하는 쇼핑 시즌 그 이상의 것이 된다. 이날은 여러분의 일부, 그리고 타인의 행복을 내 행복보다 앞서 챙기려는 하나의 열망이 된다. 한마디로, 종이봉투paper bag다.
종이봉투라고? 그렇다. 하지만 아무 종이봉투나 다 갖다붙일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자. 오래 부대끼고, 주름지고, 손때 묻은 종이봉투만 가능하다. 그 역사를 모른다면 어제 나온 쓰레기와 함께 내다버리고 말 종이봉투 말이다. 너무 더럽고 초라해서 사용할 용도가 딱 하나밖에 남지 않은, 그러니까 우리가 성탄을 축하해야 할 이유를 오랫동안 되새기게 해줄 대체 불가능한 기념물로서만 기능할 종이봉투. --- pp.7~8 진짜 산타가 아닐지라도 내가 이뤄놓은 훌륭한 성취물을 그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어 기뻤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나는 모든 줄을 다 채워넣었던 것이다. 그도 내 역작을 높이 평가할 거라고 생각했다. 산타는 종이를 가져가더니 몇 번이고 앞뒤를 뒤집어보았다. “이런 세상에.” 그의 목소리에 슬픈 기색이 묻어났다. 반짝이던 눈빛이 눈에 띄게 흐려졌다. “이것 참. 이걸로는 절대 안 돼.” 처음엔 그의 말을 똑바로 알아들은 건지 내 귀를 의심했다. 다리 없는 스코틀랜드 출신 가짜 산타가 내 크리스마스 목록을 비판하고 있는 건가? 내가 그렇게 오랜 시간 공들인 것을? 세상에나, 어린이가 갖고 싶어할 만한 모든 것을 담은 이 포괄적인 목록에 대해 그가 어떻게 감히 흠을 잡을 수 있단 말인가? --- p.29 “있잖아… 그러니까… 내가 뭔가를 가져왔어, 카트리나.” 내 손이 문지방을 넘어가자 나는 그렇게 말했다. 다섯손가락으로는 빨강과 하양 줄무늬의 화해 선물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다. “다른 사탕보다 훨씬 커…….” 내 말이 중간에서 뚝 잘렸다. 그리고 발도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지난번에 서 있던 그 자리에 벽을 등지고 선 카트리나가 보였다. 두루마리 휴지로 잠옷바지를 둘둘 감진 않았지만 머리에는 여전히 하얀 종이봉투를 뒤집어쓴 채였다. 나는 꿀꺽 침을 삼켰다. --- p.68 “으아아악!” 내 전신이 충격을 받아 진저리를 쳤다. 한순간 나는 내가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나를 둘러싼 모든 세상이 회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나를 둘러싼 안개 속에서 나는 두 개의 밝은 녹색 눈동자가 나를 내려다보는 모습을 보았다. 친숙한 눈동자였지만 내 기억 속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봉투가 없잖아! 이 아이의 얼굴이 보인다! 얘는 괜찮은가? --- pp.84~85 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나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똥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전에는 진짜 순록 똥을 본 적이 없었다. 자기 연구실에 이렇게 똥이 든 봉투를 놔둘 만한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산타클로스 말이다. “좋아.” 프랭크가 말했다. “이제 너희들은 돌아가거라. 나도 일을 해야 하니까.”그는 다시 한 번 우리 머리를 헝클어뜨리곤 문 밖으로 몰아냈다. 팀은 사슴 똥을 증거로 챙겼다. --- pp.116~117 “뭐가 고맙지, 카트리나 양?” 링글 박사는 이젠 활짝 웃고 있었다. “아시잖아요.” 소녀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크리스마스 선물 주신 거요. 그때 그 빨간 종이에 쓴 거.” “아, 맞다! 천만에 말씀. 넌 충분히 선물을 받을 만했어.” “박사님 말씀은 벌써 카트리나에게 선물을 주셨다는 건가요?” 이제 내가 당황스런 표정을 지을 차례였다. 링글 박사가 어떻게 그 애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줄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한참 동안이나 멀리 나가 있었고, 몇 주 만에 처음으로 카트리나를 보는 길이었다. --- p.133 “저도 동방에서 왔습니다.” 그가 말했다. 머두가 그렇게 느릿느릿 말하는 건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의 입에서 한 마디 한 마디가 똑똑하고 신중하게 흘러나왔다. “인도에서 태어나서 여러분의 종교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해요. 이 아기가 구세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읽은 바에 따르면 이 분은 정말 위대한 선지자이시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이분을 하나님의 아들로 경배할 것입니다.” 소년의 말소리에 강당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다른 천사들과 함께 선 내 자리에서 윔블 간호사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의자에서 반쯤 일어선 채 붉으락푸르락한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성경에서 읽었습니다.” 소년이 말했다. “이분이 차후 장성해서 한 일과 가르치신 것들을요. 이 어린아이는 분명히 성인이 되실 몸이고 세상 가장 귀한 선물을 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 p.1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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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내가 한 번도 바란 적 없는 선물을 주겠다고요?
그게 뭔데요?” 우당탕탕 좌충우돌 두 형제의 크리스마스 기적 만들기!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어른들은 오래전 졸음을 참아가며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던 밤의 추억에 잠기고, 약삭빠른 아이들은 어떻게든 원하는 선물을 얻어내려 머리를 굴리고, 연인들은 ‘빅 이벤트’의 강박에 사로잡히는 날. 크리스마스이브까지 치면 단 이틀에 불과하지만 모든 12월 위에 군림하는 날. 현란한 루미나리에가 시내 곳곳을 수놓고 겨울바람이 매서워지면 모두들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달뜨는데, 산타(성 니콜라스)는 왜, 언제부터 이 날의 주인공이 된 걸까? 속되고 속된 상술에 휘말려 선물이나 나눠주자고 우리 곁에 찾아온 성인은 아닐 텐데 말이다. 여기, 우리에게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이야기하는 보석 같은 소설 한 편이 있다.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은 것 세상에 산타란 없다고 믿는 모와 애런 형제. 산타를 만나러 가자는 부모님의 말에 볼멘소리로 대꾸한다. “꼭 가야 해요? 우린 이제 알 것 다 아는 나인데요?” 하지만 선물은 필요하기에 하는 수 없이 따라나선 쇼핑센터에서 두 형제는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크리스마스에 내가 받고 싶은 것은…”이라는 제목이 적힌 빨간 종이를 가득 채우는 것! 진지하게 고민하고 아낌없이 시간을 투자한 끝에 형제는 “크리스마스 선물 목록의 왕”이라고 불러도 좋을, 야심작을 완성해내고야 말았다. 앞뒤로 빽빽하게 채운 빨간 종이를 자랑스레 들고 마침내 산타를 알현한 모와 애런. 그런데 산타는 자신들의 목록을 칭찬하기는커녕 ‘이 모든 걸 다 합친 것보다 멋지지만 한 번도 바란 적 없는 선물’을 주겠다며 솔깃한 제안을 해오는데……. 정말, 산타에겐 그런 선물이 있을까? 이 책 『종이봉투 크리스마스The Paper Bag Christmas』는 미스터리와 로맨스를 유쾌하게 넘나드는 소설『달콤한 불행』으로 국내 독자들과 만난 케빈 A. 밀른의 처녀작이자, 전미에서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그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준 작품이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이 소설에서는 종이봉투를 쓴 소녀 카트리나와 주인공 몰러의 ‘특별한’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펼쳐진다. 2006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독자들로부터 “마법 같은 소설”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놓는 책” “크리스마스의 고전으로 자리잡을 책”이라며 뜨거운 찬사를 받고 있다. 종이봉투 소녀를 만나다 다음날 산타가 일러준 장소에 당도하자, 그의 정체는 밝혀졌다. 가짜 산타이자 의사인 크리스토퍼 K. 링글 박사는 모와 애런에게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 어린이병원에서 산타를 보좌하는 요정 역할을 맡겼다. 입원한 아이들에게 그들이 받았던 것과 똑같은 빨간 종이와 사탕을 건네는 일이었다. 모에게 병원 아이들과의 만남은 전혀 어려울 게 없었지만 딱 하나, 난공불락의 성처럼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바로 “E.D.-12/79.”라는 이상한 암호가 적힌 방문의 주인과 대면하는 일이었다. 머리에 종이봉투를 뒤집어쓴 채 쉽게 문을 열어주지도, 얼굴을 보여주지도 않는 소녀 카트리나. 봉투 너머로 초록색 눈이 빛나는 그녀와의 만남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주려고 가져간 사탕은 깨먹고, 의도치 않게 소녀를 두 번이나 울린 것으로도 모자라, 위험한 경기에 휘말려 팔까지 부러졌다. 한 번도 바란 적 없는 무언가를 찾아 하지만 소년과 소녀는 크리스마스 연극에 참여하고, 산타클로스의 지령을 완수하기 위해 애쓰는 동안 서로를 보살피는 법을 배워나갔다. 소녀가 겪어온 마음의 상처와 몸의 고통은 어려움 모르고 자란 소년으로 하여금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고, 모난 데 없이 밝게 자란 소년의 쾌활함은 소녀에게 절실히 필요한 선물이었다. 이제 아이들은 어두운 병실을 드나들며 스스럼없이 친구가 되고, 자기 삶의 사소한 조각들이 다른 사람의 마음과 만나며 빚어내는 예측불허의 파장에 환호한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사랑과 배려의 손을 스스로 내밀 줄 알며,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이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워즈워드의 시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은 때때로 어른들의 마음에 천둥 같은 깨달음을 선사한다. 각본대로 이어지지 않던 크리스마스 성극 무대 위로 한 무리의 천사들이 종이봉투를 뒤집어쓰고 나타나던 순간. 그건 타성에 절어버린 우리 어른들이 무엇을 놓치고 살아왔으며 당장 회복해야 할 소중한 것은 또 어떤 것인지 확연히 깨닫게 한 가르침에 다름아니었다. 소설은 서로를 알고 받아들이는, 그 만족스럽고 오롯이 제 것인 경험 앞에서 우리가 맹렬하게 추구해온 이기적인 것들이 얼마나 무력해지는지, 그걸 깨닫는 순간의 감동이 얼마나 강력하고 소중한 것인지 따스하고 설득력 있는 목소리로 들려준다. 케빈 A. 밀른이 선사하는 또 한 편의 감동 『달콤한 불행』에서 삶과 행복의 의미에 대해 탐사하며 국내 독자로부터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행복에 대해 일깨우는 소설” “탄탄한 구성이 매력적인 소설”라는 평을 들었던 케빈 A. 밀른. 그는 이 소설 『종이봉투 크리스마스』를 통해, 우리 마음을 포근하게 어루만지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 선명한 예를 만들어낸다. 한 세대가 지난 후, 모의 아이들은 잔뜩 구겨지고 손때묻은 종이봉투를 크리스마스트리 꼭대기에 걸어둔 뒤 종이봉투 이야기를 들려달라며 아빠 무릎 위에 앉는다. ‘착한’ 이야기, 듣고 또 들어도 눈물나게 아름다운 이야기가 바로 그 구겨진 종이봉투 안에 들어 있으니까. 그러고 보면 우리에겐 찰스 디킨스의〈크리스마스 캐럴〉,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직구로 다가주는 우직한 감동의 선택지가 너무 적지 않았나 싶다. 여기에 케빈 A. 밀른의 『종이봉투 크리스마스』를 추가할 수 있어 다행이다. 이제 다시 맞이하게 될 크리스마스. 올 겨울 산타클로스의 양말 속에는 ‘착한 감동’ 한 자락을 넣어보는 게 어떨까. 낡은 종이봉투 한 장이 전하는 이야기에 빠져 “나도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을 다지는 것보다 더 소중한 선물은 찾기 힘들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