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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장. 조문弔文에 담긴 선전포고
15장. 한 번은 우연, 두 번은 필연, 세 번은…… 16장.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 17장. 부서지는 설백령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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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우리 손발이, 어쩜 이렇게 손발이 예쁘지.” 그냥 그렇게 3개월 된 그 아이는 손발이가 되었다. 첫 날은 공간에 적응하느라 손발이가 힘들어했다. 손발이가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힘들었다. 길러보는 것이 처음이라 마음이 급했다. 얼른 적응하고, 매일 내 곁에 와서 놀아주었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는 걸, 그 녀석은 알고 있었지만, 난 몰랐다. 동물은 동물일 뿐이라며 하찮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 p.41
퇴근 이후의 방송은 조금씩 감성과 로맨스를 버무리기 시작한다. 노을이 질 무렵의 음악과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밤의 음악은 달콤하지만 더없이 민망한 편지쓰기에 버금가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멜랑콜리하면서도 말랑말랑하게 심장을 세심하게 쓰다듬는다. 갑작스레 뭉클해지는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바보 같은 옛사랑의 단편들이 떠올라서일까. --- p.93 풀코스를 달린다고 했을 때 마라톤이라는 교집합에 함께하지 않은 100여 명 중 98명은 필사적으로 뜯어말렸다. ‘무릎 나간다’, ‘척추 나간다’, ‘발목 나간다’, ‘도가니 나간다’라며 마라톤 끝나면 중환자실에 병문안을 올 것처럼 호들갑이다. 하지만 나머지 두 명의 대답은 은근 시원했다. 그중 한 명은 “한번 뛰어봐. 죽을 것같이 헐떡여봐야 사는 것의 소중함을 아는 것 아니겠어?”라며 파이팅을 건넨다. 다른 한 명은 “뭘 망설이냐. 몇 시간이면 끝이잖아. 지금껏 수십 년도 넘게 힘들었는데 그깟 몇 시간 가지고 뭘.” 물론 모두가 내 편이었겠지만 두 명의 시원함이 출발 선 앞에 서 있도록 부추겼다. --- p.150 좋아하면 어쩔 수 없다. 미쳐 있으면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내가 영어천재는 아니어도 어디 가서 ‘영어 조금 하네’라고 과분한 칭찬을 가끔 듣는 이유는 영어가 좋아서 어쩔 줄 몰랐기 때문이다. 영어 성적을 잘 따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가끔 묻는 분들이 있다. 그러면 이야기를 잘 들어보고 이렇게 저렇게 퍼즐을 짜 맞추듯 나름의 방법을 말씀드리곤 한다. 하지만 최소의 에너지와 시간을 들여 최대의 효과만 보려고 한다. 세상사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이 있을까. 정말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지름길로 갈 수는 있겠지만 현실에서 축지법이란 없다. --- p.187 인생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불안감이 졸졸거리는 물줄기일 수도, 거대한 쓰나미일 수도 있지만 그것에 사로잡혀 스스로 내팽개치진 않으려 한다. 오늘 밤에도 잠들기 전, 난 중얼거릴지도 모른다. ‘내일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까요”라고 외친 것처럼 그냥 그대로 맞이해야겠지. 소심하게라도 파이팅을 외쳐보려 한다. --- p.2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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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감성과 이성이 절묘하게 만나는 시간, 밤 열두 시
한국의 빌 브라이슨을 꿈꾸며 혼자서도 당당하게 잘 사는 한 남자의 내밀한 공감 스토리 36 “고맙습니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모든 당신들과 이야기들” 뮤지컬 배우이자 잡지 에디터였으며, 베이시스트이자 편집자, 음악평론가, 방송인으로 ‘신나면서도 재미있게’ 살아가고 있는 ‘나홀로 마흔남’의 지금까지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여정을 담아낸 첫 번째 에세이. 글을 쓰고, 다듬고, 평론하는 일을 하고 있기에 저자는 숨 가쁘게 달려가는 문장과 여유롭게 사색하는 문장 사이를 오고가며 에세이 본연의 호흡하며 읽는 맛을 더하면서 쓰고 또 써내려갔다. 한국의 빌 브라이슨을 꿈꾸는 만큼 문장 하나하나에 커다란 애정을 더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의 글은 한밤 중 내밀한 마음가짐으로 초고를 썼다가 한낮에 고치기도 하고, 그 반대의 작업도 거치면서 따뜻함과 발랄함, 수줍음이 교차하면서 여러 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에세이 특유의 감성적인 문장들이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사랑, 가족애, 반려동물, 추억, 우정, 글쓰기뿐 아니라 기부, 비혼, 해고, 강박증, 안락사 등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섬세하면서도 날카롭다. ‘외유내강형 촌철살인’ 문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혼자서도 잘 사는 우리 모두를 위한 공감 세레나데 1인 가구의 트렌드 속 사십춘기 ‘나 혼자 산다’의 솔직담백한 진짜 모습들 혼자라서 결코 외롭지 않은 것이 아니다. 혼자라 해도 짙은 외로움이 없는 것이다. 옅은 외로움은 존재할지언정 외로움을 나에게 맞도록 잘 이용한 이야기들이다. 1장에서는 사랑, 부모님, 반려동물, 추억, 이별 등 아름답고도 드라마 같은 주제들을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낸다. 2장은 예술, 버스킹, 타투, 해외여행처럼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소재들을 오밀조밀하게 써내려갔다. 3장은 적자생존의 정글과 같은 사회 문제를 아이러니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4장은 달리기, 독서, 필사, 영어공부 같은 소소한 이야기들을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곁들여서 다룬다. 5장은 결혼, 청소, 우정, 불안이라는 주제를 사십춘기가 지나서 맞이할 세 번째, 네 번째 사춘기라는 언어로 덧입혀 독특한 읽는 재미를 살렸다. 6장은 경청, 기대감, 저장중독, 깨달음과 같은 메시지를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한 남자의 고민과 다짐을 표현했다. 《밤 열두 시, 나의 도시》는 에세이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르면서도 내용의 다층적 구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가랑비에 젖듯 깨달음을 얻게 되는 책이다. 삶의 2분의 1 정도를 지나는 터닝포인트의 한가운데 서서 지난날의 나와 앞으로의 나를 관조하는 자세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불혹이라는 단어를 설명하는 나이이기에 귀 기울여 들어봄직하다. 한편으로는 결코 묵직하지 않으면서도 더없이 묵직한 메시지에 설렘과 함께 서늘함을 느낄 수도 있다. 트렌드를 좇는 자의 목소리이지만 때때로 감각을 잃어버리지나 않을까 불안해하는 모습까지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기도 하다. 더불어 가끔씩 마주하게 되는 일러스트가 잠시 쉬어가는 쉼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때문에 이 책이 에세이라고 하는 생각의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데 방향키가 되어준다. 마흔, 혼자, 외로움이라는 단어는 이 책을 관통함과 동시에 오늘날을 짚어내는 주된 메시지이며 때로는 낯설고 가끔은 친숙하다. 빌 브라이슨, 무라카미 하루키, 김연수를 동경하는 한 남자의 더없이 옅으면서도 꽤나 짙은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