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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감투 설화
어떤 사람이 우연한 기회에 도깨비감투를 얻었다. 그것을 쓰면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 사람은 감투를 이용하여 시장에 가서 남의 물건을 훔쳐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번잡한 곳에서 지나가던 사람의 담뱃불에 감투를 태우게 되어 아내에게 그 부분을 기워달라고 하였더니, 아내가 빨간 헝겊을 받쳐서 기워주었다. 그것을 쓰고 계속하여 남의 집 물건을 훔쳐왔으므로, 마침내 도둑을 맞은 사람들도 빨간 헝겊 조각이 왔다 갔다 하면 물건이 없어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그 빨간 헝겊 조각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빨간 헝겊 조각이 나타나자 한꺼번에 덮쳐서 감투를 벗기니 사람의 모습이 나타나므로 사람들이 모두 덤벼들어 그를 실컷 때려 주었다는 설화이다. --- p.12 수색 닷새째에 흥미로운 소식이 있었다. 탈북자 가족 대신, 엉뚱한 변사체가 발견된 것이다. 시신은 비닐에 싸인 채 돌덩이 여러 개와 함께 길쭉한 가방에 담겨 있었다. 태아처럼 양 무릎을 가슴께까지 끌어올려 등을 구부린 자세였고, 어류나 저서동물에 의한 훼손보다는 미생물에 의해 진행된 부패 현상이 더 현저해 보였다. 이제 막 뼈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아 버려진 지 오래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밖에 돌덩이에 눌려 만들어진 특이한 함몰 자국이 눈에 띄었다. --- p.29 욕심 도깨비감투를 쓰면 욕심이 생겨요. 평생 청렴하고 욕심 없는 사람이란 평판을 듣던 사람도 그렇게 되더라는 겁니다. 저희 아버지가 바로 그랬어요. 33년 공직 생활을 청산하고 정년퇴임하셨는데, 경기도 구리에 33평짜리 아파트 한 채와 연금, 그게 재산의 전부였죠. 그런 분이셨는데 어느 날 우연히 도깨비감투를 얻은 후부터는 변하셨어요. 웬만한 세풍에는 끄떡도 없을 것 같던 일흔 노인마저도 유혹에 넘어가는데, 젊은 사람이라면 오죽하겠어요? - 남미희(부친이 도깨비감투를 소유한 적 있다고 주장하는 40대 주부) --- p.35쪽 나는 조 감독과 팀을 꾸렸고 다큐의 콘셉트는 ‘독립수사’로 정했다. 조 감독에게는 이렇게 일러두었다. “이건 경찰 다큐가 아니라, 살인마를 쫓는 다큐야. 범인은 어떤 종류의 인간인가? 그게 우리 질문이야. 경찰에 포커스를 두지 말고, 경찰이 보고 있는 것, 경찰이 추적하는 것, 그걸 카메라에 담아.” 필요하다면 직접 카메라를 들고 범인을 추적할 것이고,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결론에 이를 것이다. 경찰 시절의 개인적 실패를 만회해보고 싶다는 의지도 없지 않았다 --- p.47~48 “범인이 벌인 일련의 살인이 연쇄살인임에도 그 동안 눈에 띄지 않았던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시체가 발견된 경우가 드물어서 대부분 실종 처리된 사건이었다. 피해자들 사이의 연관성은 물론, 범죄의 동기를 유추할 수 없었다. 둘째, 우연히 발견된 변사체도 여성이나 아이, 노인 등의 노약자가 아니라, 평범한 남성들이었다. 전통적인 범행 패턴과 어긋난다. 셋째, 피해자의 사체에서 폭행이나 강간, 신체를 훼손한 흔적, 살인 후 신체 변형 등이 발견되지 않는다. 성격의 뒤틀림이나 덜 성숙한 지성, 흥분이나 분노 등 감정의 과잉, 성에 대한 비정상적인 환상 등 흔히 연쇄살인범이 가지는 광기가 투사된 흔적이 없다. 종교적이거나 이념적인 상징, 기호, 뉘앙스도 없다.” --- p.52~53 그런데 구시대의 패러다임은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탄생하고 만연할 때까지 그것의 발견을 더디게 만들기도 한다. 죄책감도 없이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괴물들을 생각해보라. 지금에야 우리는 그들을 그럭저럭 안다고 생각할 만큼 익숙해져 있지만,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아니었다. 어떻게 주거지를 마구 옮겨 다니면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살인을 저지를 수가 있지? 그것도 반복해서? 한 사람도 아닌 여러 사람을? 그런 질문들이 당시의 경찰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그 시절의 패러다임 하에서는 그럴 리가 없다는 편견의 저항을 받았던 것이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고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나는 한동안 좌절에 빠져 지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다. 어쩌면 새로운 표본이 필요한 시대가 닥친 것은 아닐까? 우리가 아는 범죄자 유형에서 벗어난, 전혀 새로운 유형의 범죄자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알고 있는 프로파일링의 경험치로는 도저히 포착해낼 수 없는 자들 말이다. 나는 그런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히곤 했다.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갔다는 그날, 나를 깨운 것도 바로 그 섬뜩한 느낌이었다. --- p.140 그의 동선에는 낭비와 머뭇거림이 없었다. 탑승한 후 시동이 걸리고 차가 출발하기까지가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기담은 몸을 던지다시피 해서 가까스로 그랜저 뒤쪽 범퍼 아래에 추적기를 붙일 수가 있었다 --- p.200 멘토. 우리 시대에 가르침을 전해주러 온 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도 감히 우리 정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 한번 예속되면 그 가르침을 감히 거역할 수 없는 자. 나는 그날 깨달았다. 야망을 꿈꾸는 이들에게 멘토는 매혹적인 존재였다. 진짜 이름이 까발려질 때까지 그자를 멘토라고 부르기로 했었다. --- p.209 직선의 범죄학. 살인이라는 금기를 뛰어넘는다면, 돌아가는 법 없이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효율적으로 살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이기 위해 살인을 한다. 나는 직선의 범죄학이 어떤 의미인지 짐작이 갔지만, 멘토가 검거될 때까지는 말을 아끼기로 했다. --- p.298~299 우산 돈으로 코팅한 우산 써보셨습니까? 비가 알아서 피해갑디다. LOL. - J호텔 객실 냅킨에 남겨져 있던 필담의 흔적 --- p.3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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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아갈 수 있을까? 저 너머 어딘가에 살인마가 있다.
인간의 마음이 없는 냉혹한 계산자.” 목조선난파사고 실종자 수색 취재 중, 가방에 담긴 엉뚱한 변사체들이 발견되었다. 변사체의 지문은 염산에 지워졌고, 치아는 모두 뽑혔다. 외상 없이 깨끗하게 죽인 다음, 신원을 알아볼 수 없는 상태로 유기한다? 전직 프로파일러였던 류 피디는 이 범죄의 이면에 독특한 무엇이 있음을 직감하고 추적에 나선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기존의 프로파일링 데이터로는 포착하기 힘든, 전혀 새로운 유형의 범죄자가 나타난 것일까? “누군가 나를 노린다. ‘그들’이 보낸 자들일까? 이번엔 경고로 끝날 것 같지 않다.” 기담은 그를 괴롭게 하는 귀신을 떨쳐 버리기 위해 귀신 쫓는 장승과 감투를 구매한다. 그렇게 운명처럼 ‘머리에 쓰면 모습이 사라지는 도깨비감투’를 손에 넣게 된다. 다음날, 자고 일어났더니 귀신은 사라졌다. 그런데 장승이 목을 맨 채 거실 천장에 매달려 있다! 대체 누가 그런 걸까. 기담은 도깨비감투를 쓰고 자신을 노리는 괴한의 뒤를 쫓는다. 류PD와 기담이 쫓는 그 끝에는 과연 누가 기다리고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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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을 감추는 순간 욕망이 드러난다, 도깨비감투
현대인의 욕망은 어떻게 억눌리고 표현되는가 도깨비감투를 쓰면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다. 그때 본능적 욕구가 고개를 든다. 욕구는 머지않아 욕심이 된다.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으니 남의 재물을 훔치는 등 못할 일이 없다. 부도덕한 방법으로 욕심을 채우는 데 거리낌이 없어진다. 도깨비감투 설화가 만들어질 당시만 해도 도둑질의 대상은 소소한 생필품이나 음식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가난한 서민의 보상 욕구였을 것이다. 재산이라 해도 금은전이나 쌀, 가축, 비단처럼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것들로 존재하던 시대’였다. 도깨비는 이런 것들을 사라지게 만들거나 사라지지 않게 만듦으로써 도깨비감투를 쓴 사람의 욕심과 유혹을 통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현대의 재산이란 어떤가. 화폐란 주로 전산상으로 표기되고, 그래서 보이지가 않으니, 그런 방식의 통제 수단이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405쪽) 욕심과 유혹을 통제할 수 없어 보이지 않는 돈을 끝없이 원하게 된다. 오늘날의 이런 현대적 욕망은 과거 가난한 서민의 보상 욕구와 다르다. 병적인 중독이다. “게다가 멘토의 그 욕구란 것 역시 병적인 냄새를 풍기기까지 하니까. 그 사람은 중독된 거예요. 멈출 수가 없기 때문에 자꾸 반복하는 겁니다. 아주 현대적인 범죄죠. 단순히 돈이 궁하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노리고 살인을 저지르는 그런 경우와는 다르다고 봅니다.” -노성태(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내가 보이니』, 373쪽) 『내가 보이니』는 돈에 대한 병적인 중독,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현대사회의 추악한 욕망의 민낯을 ‘멘토’를 통해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는 마치 돈이라는 감투를 쓴 도깨비 같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도덕적인 방식을 취하는 것은 낭비, 구질구질함, 혐오스러운 것이다. 도덕적인 것들을 무시해버리면 효율적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그 방법이 살인이어도 상관없다. 멘토의 이런 가르침은 야망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매우 매혹적이다. 야망가라 해서 먼 이야기는 아니다. 문 노인의 손자가 그랬고, 펀드매니저와 형사가 그랬고, 평생 청렴하고 욕심 없는 사람이란 평판을 듣던 노인도 그 유혹에 넘어갔다. 현대사회의 병적인 욕망에 대한 민낯이고 어쩌면 진화의 끝에 남는 최후의 인간이 이런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이인율 편집위원은 『시대』에서 “그들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연쇄살인범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진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경쟁자들을 누르고 승자가 될 수 있는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본은 경제적 자본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 인적 네트워크, 학력 등을 모두 포함하는 자본입니다. 그들의 세계관, 문화, 태도 등이 사람들로부터 지지받는 우세한 코드가 될 수 있습니다.” 라고 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범죄자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는 정신병자, 연쇄살인범들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모든 것을 가진 그러나 판단 기준이 다른 사람들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사회 깊숙한 곳의 문제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프로파일러가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기법 차용으로 사실감 넘치는 서사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긴장감 넘치는 서사 이 소설은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이자 전직 프로파일러인 류PD의 수사 취재 기록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프로파일러의 시각으로 범죄를 분석하고, 다큐멘터리 피디로서 수사과정을 기록한다. 범죄 단서를 쫓아 현장을 누비고, 프로파일링으로 용의자를 분석하며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을 세세하게 그려낸다. 각 장마다 나오는 사건 관련자 인터뷰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재미를 준다. 사건 현장과 취재 장면이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처럼 눈앞에서 펼쳐진다. 서사의 짜임새도 영화의 기승전결을 보는 듯하다. 한 명의 살인마를 쫓는 과정에, 그를 쫓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얽혀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한 가운데의 살인범을 향해 촘촘하게 거미줄을 짜서 들어온다. 각 인물들의 과거와 얽히고설킨 관계가 밝혀지는 타이밍은 바둑판 위에 신중히 놓인 한 수처럼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다. 거대한 미스터리를 쫓는 중간 중간에 작은 미스터리를 넣어 이야기 흐름에 계속 긴장감을 부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밀도 높은 이야기 구성과 박진감 넘치는 전개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다른 매체의 스릴러로 각색한다고 해도 무리 없을 정도이다. 영화 시나리오를 써본 작가라 그런지 장면을 구성하고 서사를 끌고 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