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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창비 2017.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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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2 가장 긴 전쟁
3 호화로운 스위트룸에서 충돌한 두 세계
: IMF, 지구적 불공정, 열차에서 만난 낯선 사람에 대한 몇가지 생각
4 위협을 칭송하며: 평등결혼의 진정한 의미
5 거미 할머니
6 울프의 어둠
: 불가해한 것을 끌어안기
7 악질들 사이의 카산드라
8 #여자들은다겪는다
: 페미니스트들, 이야기를 다시 쓰다
9 판도라의 상자와 자원경찰들
옮긴이의 말


1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2 가장 긴 전쟁
3 호화로운 스위트룸에서 충돌한 두 세계
: IMF, 지구적 불공정, 열차에서 만난 낯선 사람에 대한 몇가지 생각
4 위협을 칭송하며: 평등결혼의 진정한 의미
5 거미 할머니
6 울프의 어둠
: 불가해한 것을 끌어안기
7 악질들 사이의 카산드라
8 #여자들은다겪는다
: 페미니스트들, 이야기를 다시 쓰다
9 판도라의 상자와 자원경찰들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2

리베카 솔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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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ecca Solnit

예술평론과 문화비평을 비롯한 다양한 저술로 주목받는 작가이자 역사가이며, 1980년대부터 환경·반핵·인권운동에 열렬히 동참한 활동가이기도 하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으로 『멀고도 가까운』, 『걷기의 인문학』, 『길 잃기 안내서』, 『마음의 발걸음』, 『야만의 꿈들』, 『어둠 속의 희망』, 『이 폐허를 응시하라』,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등이 있으며, 『그림자의 강』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래넌문학상, 마크린턴역사상 등을 받았다. 『멀고도 가까운』으로 2013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201
예술평론과 문화비평을 비롯한 다양한 저술로 주목받는 작가이자 역사가이며, 1980년대부터 환경·반핵·인권운동에 열렬히 동참한 활동가이기도 하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으로 『멀고도 가까운』, 『걷기의 인문학』, 『길 잃기 안내서』, 『마음의 발걸음』, 『야만의 꿈들』, 『어둠 속의 희망』, 『이 폐허를 응시하라』,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등이 있으며, 『그림자의 강』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래넌문학상, 마크린턴역사상 등을 받았다. 『멀고도 가까운』으로 2013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2010년 미국의 대안잡지 《유튼 리더》가 꼽은 ‘당신의 세계를 바꿀 25인의 사상가’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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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환경 정책을 공부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편집팀장을 지냈고, 지금은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제2회 롯데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상 수상,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로 제55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경험 수집가의 여행』 『비커밍』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면역에 관하여』 『틀리지 않는 법』 『지상 최대의 쇼』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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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636쪽 | 772g | 크기확인중

출판사 리뷰

뭐든 잘난 체 가르치려 드는 남자의 탄생기

구글에서 단어 ‘맨스플레인’을 검색하면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특히 남성이 여성에게, 거들먹거리거나 잘난 체하는 태도로 설명하는 것을 가리키는 합성어’(http://en.wikipedia.org/wiki/Mansplaining)라는 정의를 볼 수 있다. 솔닛의 글에서 비롯했고, 2010년 『뉴욕 타임스』가 꼽은 ‘올해의 단어’에 올랐다는 등 이 말의 역사도 함께 보여준다. 1장이 바로 그 글이다. 지난 2008년 솔닛이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한 남자가 최근 그가 접한 ‘아주 중요한 책’에 대해 거드름 피우며 장광설을 늘어놓았다(알고 보니 책이 아니라 서평을 읽은 것이었다). 듣다 못한 솔닛과 친구가 그 ‘아주 중요한 책’이 바로 솔닛이 쓴 책이란 걸 밝힘으로써(물론 그는 귀담아 듣지 않았지만) 그 자리를 벗어난 일화가 바탕이 되었다.

누구나 한번쯤 겪는 흔하디흔한 일화를 다루었을 뿐인 이 글은 순식간에 온라인을 달구며 세계로 퍼져나갔다. 칭찬과 공감, 비난이 난무했다. 이러한 화제 속에서 ‘맨스플레인’은 옥스포드 온라인 사전에 올랐고 곧 주류 정치매체에서도 쓰이기 시작했다. 이 단어와 에세이가 얻어낸 전세계적인 공감이 시사하는 것은 ‘거들먹거리거나 잘난 체하는 태도로 남자가 여자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 드는 것’은 세상 사람이 다 아는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남자만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남자는 남자들도 가르치려 든다’는 등의 반론이 이어졌다.
한국에서도 역시 이 책의 출간 이전부터 SNS에서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가 뜨거운 화제에 올랐다. ‘김치녀’ ‘된장녀’ ‘무뇌아적 페미니스트는 IS보다 위험하다’는 한 팝 칼럼니스트의 기고, ‘여자들은 멍청해서 남자한테 머리가 안 돼’라는 개그맨의 여성 비하 발언 등 일련의 논란들과 더불어 공감을 얻은 것이다.

‘맨스플레인’의 핵심은 ‘거들먹거리거나 잘난 체하며’이다. 솔닛은 여성인 상대방은 (당연히) 해당 주제에 대해서 무지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상대방의 존재를 무시하는 이 한순간의 태도가 사회에 널리 퍼진 여성혐오와 비하,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맞닿게 됨을 드러낸다. 그러한 남성들에게 이 태도는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여성을 침묵시키고 그 존재를 지워버리는 권력에서 나오며, 남자에게는 열려 있지만 여자에게는 닫힌 공간, 발언하고 경청되며 존중받고 권리를 가지고 참여할 공간을 제거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말이다.

말할 권리, 귀기울여 들릴 권리

여성이 무언가를 이야기할 때, 그 이야기는 종종 사실임에도 믿을 수 없는 것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DDT의 폐해를 최초로 고발한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은 ‘과학자들은 카슨 양의 지나치게 히스테릭하고 감정적인 토로에 우려한다’는 평을 받았다. 엄연히 카슨 자신이 과학자였음에도 카슨 ‘양’이었기 때문에 받은 비난들이다(「악질들 사이의 카산드라」).

솔닛은 여성의 발언과 관련된 이런 반응들에 나타나는 패턴에 주목한다. 말함으로써 추방당하고 억압받을 것 같은 여성의 두려움, 이를 뚫고 기어이 말하고자 나선 사람을 (죽임도 무릅쓰는 폭력으로) 어떻게든 침묵시키려는 세력, 그리고 말하는 사람의 신뢰도를 깎아내리는 세력이라는 구조의 패턴이다. 특히 성범죄에 대해서 여성이 증언할 때 이 구조는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페미니즘이 “예나 지금이나 호명하고 정의하려는 싸움, 발언하고 경청되려는 싸움”인 이유이다(179면).

이 책에 거론된 여성 혐오와 폭력의 예는 크기도 지역도 시기도 다양하다. 통계적으로 보면 미국에서는 6.2분마다 한번씩 강간이 경찰에 신고되고 여성 다섯명 중 한명은 일생에 한번 이상 강간을 당하며 매일 약 세명의 여자가 배우자나 옛 배우자에게 살해당한다. 한국의 현실이라고 나을 리 없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남편이나 애인 등에게 살해당한 여성들의 사례가 언론에 보도된 것만 3일에 한명이었으며, 한 연구에 따르면 1997~2006년 사이 여성 살인사건의 37.5%가 현재 혹은 과거의 배우자나 애인의 소행이었다고 한다. 즉, “폭력에는 인종도 계급도 종교도 국적도 없다. 그러나 젠더는 있다.” (「가장 긴 전쟁」) 이런 사건들을 통해 솔닛이 이야기하는 요지는, “여성이 사회에서 겪는 사소한 괴로움, 폭력으로 강요된 침묵, 그리고 폭력에 의한 죽음이 모두 하나로 이어진 연속선상의 현상들이라는 사실”이다.

솔닛의 의도는 남성들을 뭉뚱그려 폭력적이거나 오만하다고 비난하고자 함이 아니다. 우스꽝스런 해프닝이든 심각한 범죄든 여성과 관련한 문제는 모두, 의식적이든 아니든 여성의 존재를 말소하고 여성의 말을 침묵시키려는 힘과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폭력사건들은 단순한 개인적 차원에서만 다루어진다. 여성을 겨냥한 총기난사에서 여성 혐오를 빼고 총기 허용/규제와 사회적 일탈과 정신질환에 대해서만 논의하는 것이 그렇다. 경기가 나빠서, 신분격차 때문에, 반사회적인 부모 밑에서 자라서 등등 여성을 향한 각종 범죄를 설명하는 이유에서 유일하게 빠져 있는 한가지 역시 그것이다. 왜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 범죄의 90%를 저지르는가, 왜 그것이 여성을 향하는가, 즉 여성을 어떤 존재로 보는가에 대한 관점 말이다.

존재를 드러내고 낯선 곳으로 나아갈 자유

환경·인권 운동에 헌신해온 이력에 종종 가려지지만 솔닛은 유려한 산문가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섬세한 감성과 명확한 관점이 어우러져 산문가로서 솔닛의 매력을 흠뻑 느끼게 해줄 글들도 실려 있다. 5장 「거미 할머니」와 6장 「울프의 어둠」이다. 예술비평가로서의 아름다운 필치를 보여주는 글인 「거미 할머니」에서는 아나 떼레사 페르난데스(Ana Teresa Fernandez)와 몇몇 화가들의 그림에 보이는 여성의 존재와 그 존재를 말소하려는 오래된 힘에 대해 성찰한다. 솔닛은 내다 너는 빨래에 휘감겨 어렴풋한 윤곽만 드러난 한 여자의 모습에서 ‘시트처럼, 수의처럼, 장막처럼’ 그 존재를 지우려 하는 힘을 생각한다. 또한 비교적 최근까지도 결혼과 동시에 남편의 성을 써야 했던 영어권 국가들의 관행을, 할머니도 어머니도 누구도 여자라곤 존재하지 않는 가계도(우리나라의 족보와 닮았다)를 생각한다. 그리고 빨래를 너는 행위에서 빛으로 나아가려는 몸짓을 보고, 내걸린 빨래에서는 무수한 기도의 깃발과 거기 담긴 이야기들을 듣고 싶어한다. “그물을 짜되 그물에 걸리지 않는 것, (…) 아버지들만이 아니라 할머니들을 호명하는 것, (…) 침묵당하지 않고 노래하는 것, 베일을 걷고 모습을 드러내는 것. 바로 이런 것들이 내가 빨랫줄에 너는 현수막들이다.”(118면)
6장 「울프의 어둠」에서는 버지니아 울프와 수전 손택과 솔닛 자신의 문장과 생각이 만나고 가지를 치며 뻗어나가는 풍경이 그려진다. 뛰어난 사유의 창조자 버지니아 울프와 수전 손택에게서 솔닛은 모든 창조의 출발은 미지의 것, 불확정적인 것을 받아들이는 능력임을 확인한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솔닛은 여성에게는 제한되었던 미지로 나아갈 자유, 한밤 낯선 거리를 헤맬 권리를 생각한다. 깊은 어둠으로의 여행에 불쑥 깃드는 창조성에 대한 갈망과 함께, 용감하게 자신도 몰랐던 자아 깊숙이 나아감으로써 버지니아 울프가 보여준 해방의 세계가 펼쳐진다. 뜻없이 거리를 걷는 발걸음에 실려 생각이 걸어가듯 이어지는 문장과 내용이 어울려 읽는 이에게 울림을 증폭한다.

판도라의 상자에서 나온 것들
ILO에 의하면 전세계적으로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77%에 불과하고,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현실의 차이와 폭력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즘은 끝난 운동이라고 여기는 시각이 있다. 아직도 그런 얘기를 해야 하나, 남자만 잘못인가, 이만하면 좋아지지 않았나 하는 흔히 듣는 반문에 담긴 시각들이다. 솔닛은 ‘계속 얘기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가 오늘 누리는 약간의 변화는 겨우 40, 50년 사이에 이루어진 것들이다. 아주 오랫동안 사회에 깊이 뿌리 내린 것들을 바꾸기에는 아주 짧은 시간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 실린 에세이 「판도라의 상자와 자원경찰들」에서 솔닛은 희망을 이야기한다. 한번 선악과를 따먹은 이브는 두번 다시 무지한 상태로 돌아갈 수 없듯이, 한번 열린 판도라의 상자에서 나온 힘들은 다시는 상자로 돌아갈 수 없다. 미국에서 1973년에 합법화되었던 낙태가 다시금 불법화될 수는 있어도 여성에게 빼앗을 수 없는 권리들이 있다는 생각은 없앨 수 없다. 때로 헤매고 모순에 빠지고 역행하기도 하겠지만 크게 보아 이 움직임은 결코 예전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모든 차별받는 소수자들의 운동에서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솔닛이 찾아낸 희망의 근거다.

솔닛은 “페미니즘은 인간 세상 전체를 바꾸려는 노력”이라고 말한다. 여성주의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불타오르고 있는 때에, 페미니즘에 대해 새로이 관심을 가지게 된 독자들에게 솔닛의 유려하고 재치 넘치는 에세이는 통쾌하고도 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여성과 남성에 대한 이야기는 한쪽만 나서서는 해결할 수 없으며, 인간 세상 전체를 바꾸려는 페미니즘의 기획은 남성에 대한 깊은 탐구와 대화를 통해 더 넓은 지평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과 함께 그 대화는 시작될 것이다.


“왜 아이를 낳지 않았나요?”
여자들은 자꾸 받는 같은 질문들

전작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에서 자신이 직접 ‘맨스플레인’을 당한 일화를 소개하며 여성의 목소리를 일축하는 현상을 날카롭게 지적했던 솔닛은 이번 책에서는 여성의 삶에 일종의 ‘정답’이 강요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책의 서두에 배치된 「모든 질문의 어머니」라는 글에서 솔닛은 자신이 겪은 일화를 소개한다. 그의 정치 관련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무대에서 인터뷰를 맡은 남자는 갑자기 그에게 왜 아이를 낳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그가 어떤 대답을 내놓아도 남자는 만족하지 못했고, 결국 인터뷰는 엉뚱하게도 “내가 실제로 낳은 책들을 논하는 대신 내가 아이를 낳지 않은 이유를” 캐묻다가 끝난다. 저자는 남자는 이런 경험을 겪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질문은 여자라면 반드시 아이를 가져야 하고 따라서 여자의 생식 활동은 마땅히 공적 문제라는 생각에서 비롯되며, 더 근본적으로는 여자에게 적합한 삶의 방식은 하나뿐이라고 가정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라고 말한다. 이런 질문은 질문이 아니라 단언이다. 저자는 여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정답은 없으며, 우리가 습득해야 할 기술은 오히려 이런 질문을 거부하는 법이라고 말한다.
전작에서 ‘맨스플레인’을 당한 일화를 통해 여성에 대한 폭력과 억압으로 시야를 확장했던 솔닛은, 이번 책에서는 ‘사람’이 아니라 ‘여자’로 환원되는 일상의 경험에서 여성을 침묵시키는 더 큰 체제로 시야를 확장한다. 누구도 멋진 경력과 가정을 둘 다 갖춘 이성애자 남성에게 어떻게 그렇게 모두 잘해내느냐고 묻지 않는다. 아내가 그 비결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은 아무리 성공하더라도 가정을 돌봐야 하며, 많은 여성 직업인들은 “언젠가는 출산하러 떠날” 사람으로 여겨진다. 즉, 여성은 개체가 아닌 표본으로 취급되며 어떤 상황에 있든 ‘여자’로 환원된다는 것이다.


여성의 역사는
침묵의 역사였다

이 책에서 가장 긴 글이자 가장 최근에 쓰인 글인 「침묵의 짧은 역사」에서 솔닛은 여성의 역사는 침묵의 역사였다고 이야기한다. 강간 피해자의 목소리에 대한 불신부터 사소하게는 일상의 맨스플레인이나 말 끊기(맨터럽션manturruption, man+interruption)까지 여성의 목소리는 축소되고 제한되고 침묵된다. 때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언어를 가짐으로써 가능해진다. ‘성희롱’이라는 용어는 처음 1970년대에 ‘발명’되어 1990년대가 되어서야 상용되었다. ‘데이트 강간’이라는 용어 역시 1970년대에 발명되었지만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는 낯선 개념이다. 솔닛은 “새로운 인식에는 새로운 언어가 필요하다”며 페미니즘은 개개인이 외따로 겪고 있던 경험들을 묘사할 단어를 만들어냄으로써 현상을 인식하고 연대를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페미니즘의 싸움은 목소리를 갖는 것, 말하는 것, 경청되고 신뢰받기 위한 싸움이었다는 것이다.
침묵의 균열은 때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어났다. 트럼프가 여성 성기를 움켜쥐었다고 자랑하는 비디오테이프가 공개되었을 때 2,700만개가 넘는 트윗에 #notokay(괜찮지 않다)라는 해시태그가 달렸고, 어떤 남자들이 “모든 남자가 다 그런 건 아니야…”라고 여성의 경험을 일축할 때 #yesallwomen(여자들은 다 겪는다)로, 2016년 스탠퍼드 대학 강간 사건에 대해 #iwasrapedtoo(나도 강간당했다)라는 해시태그로 연대했다. 한국의 2015년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 해시태그 물결, 강남역 살인 사건에 대한 대응이었던 #살아남았다 해시태그 등을 떠올리게 한다.


데이트 폭력부터
여성혐오 범죄까지

솔닛은 이 책에서 데이트 폭력, 디지털 성범죄, 여성혐오 살인, 강간문화, 여성을 배제하는 문학작품, 코미디, 역사까지 다양한 주제를 오가며 여성에 대한 침묵과 그 침묵을 강요하는 힘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일곱명의 죽음, 그후 일년」에서는 대학 캠퍼스에서 ‘여자들이 자신을 깔본다’며 여성 여섯명을 살해한 아일라비스타 총기 난사와 그 사건에서 비롯된 #yesallwomen(여자들은 다 겪는다) 해시태그 운동을 이야기하고, 「여자가 읽지 말아야 할 책 80권」에서는 여성을 깎아내리는 문학의 고전들을, 「500만년 된 교외에서 탈출하기」에서는 여성을 배제하는 과학과 역사를, 「최근 강간 농담의 짧고 흐뭇한 역사」에서는 여성혐오적인 코미디를 논한다.
‘주어가 없는’ 여성을 위한 음주 가이드라인(‘지나친 음주는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을 조목조목 뜯는 「사라진 범인」은 솔닛의 재치 있는 글쓰기가 빛을 발하는 글이며, 「비둘기들이 다 날아가버린 비둘기집」에서는 “범주는 샌다”라는 말을 통해 젠더와 인종 같은 범주를 때로는 인식하거나 인식하지 않음으로써 사고를 유연하게 하고 통찰을 끌어내는 저자의 유려한 글쓰기 비법을 엿볼 수 있다.
「남자들, 페미니즘에 합류하다」라는 글에서는 굳건히 여성혐오를 붙드는 성차별주의자들과 최근 증가하고 있는 남성 페미니스트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거대한 여인」에서는 영화 「자이언트」를 소재로 우리 모두가 가부장제의 권위에서 벗어나 차별과 편견을 버린다면 남자들도 여자들 못지않게 더 자유롭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책의 백미로 꼽히는 글이자 일찍이 한국 소셜미디어에서도 회자되었던 「남자들은 자꾸 내게 『롤리타』를 가르치려 든다」에는 저자가 그간 관심을 갖고 탐구해온 주제들이 집약되어 있다. 이야기의 중요성, 예술의 의미,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이 하는 것이야말로 독립성과 자유의 기본 조건이라는 것, 그러나 그동안 여성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할 기회가 적었다는 것, 그동안 남성들은 여성의 이야기까지도 가로채어 자신들이 대신 말해왔다는 것까지. 여성이 역사적으로 강요받아온 침묵을 깨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한 이유와 이어지는, 유쾌하고 날카로운 글이다.


지금 페미니즘의
가장 강력한 목소리

신기하게도 이 책에 언급되는 세계의 사건들은 한국에서의 사건들과 겹친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한국에서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관심을 끌어낸 것처럼 미국에도 아일라비스타 대량 살인 사건이 #yesallwomen 운동을 이끌어냈고, 최근의 여성 BJ 살해협박 사건은 여성에 대한 온라인 살해협박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게이머게이트와 연결되어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고발과 연대로 유명 코미디언 빌 코스비가 수십년에 걸친 성폭력의 죗값을 치르게 된 것처럼 한국에서는 문학계와 게임업계 등 사회 구석구석의 젠더권력이 까발려졌다.
「봉기의 해」에서 저자는 2014년을 미국 페미니즘의 분수령이라 말한다. 근래 한국의 페미니즘 대화는 2015년에 시작되었다고 이야기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한국과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말랄라에서 에마 왓슨까지 전세계에서 활기를 되찾고 있는 페미니즘 물결의 한 줄기다. 솔닛은 함께 목소리를 내는 “그 용감무쌍하고 당당한 신세대 페미니스트들과 인권운동가들에게 가없는 감명을 느낀다”며 이 흐름에 작은 역할을 하게 되어 고맙다고 이야기한다. 2017년 8월 『뉴욕 타임스』는 ‘리베카 솔닛은 어떻게 저항의 목소리가 되었는가’라는 기사를 실었다. 솔닛의 말대로 새로운 언어를 갖는 것, 목소리를 내는 것이 동등한 존재로 인식되기 위한 싸움의 시작이라면, 그는 그 전세계적인 싸움의 가장 강력한 목소리일 것이다.

추천평

지금은 새로운 페미니즘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솔닛은 그 혁명의 가장 강력한 목소리이자, 가장 매혹적인 목소리다.
- 바버라 에런라이크(『긍정의 배신』)』

이글거릴 정도로 치열하다. 모든 사람이 읽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내셔널 옵서버』

신랄하면서도 희망적인 이 책은 가부장제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페미니즘의 노력이 모든 사람들이 사회 정의를 누리는 세상을 향한 것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늘 그렇듯 솔닛은 날카로운 통찰을 유려하게 전달한다.
- 『커커스 리뷰』

강펀치를 날리는 짧고 예리한 에세이들. 우리 시대 페미니즘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여성들을 두루 언급하며 독자의 마음을 뒤흔든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젠더와 페미니즘에 관한 예리하고 시기적절한 해설. 솔닛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명료하고, 당당하다. 모든 글에서 따뜻한 재치와, 자신감 있되 신중한 분석의 균형이 느껴진다. 매서우면서도 읽기 편하고 즐겁다.
- 『북리스트』

솔닛은 우리에게 이상을 보여주고, 세상을 좀더 명료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많은 생각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페미니즘 책.
『라이브러리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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