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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란 무엇인가
번역이 만든 새로운 문학과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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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주변/횡단 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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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론
1장|문화 비평으로서의 번역 - 탈식민주의 비평과 번역론
2장|다시 읽기, 다시 쓰기로서의 번역 - 모더니즘 이후와 역사의 해체
3장|타자를 이야기하는 담론 - 서사로의 전환
4장|망각에 대한 저항 - 홀로코스트를 증언하는 자서전
5장|세계문학이란 무엇인가 - 월경의 아포리아를 넘어
맺음말
후기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3

하야카와 아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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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suko Hayakawa,はやかわ あつこ,早川 敦子

1960년 출생으로 일본 쓰다즈쿠(津田塾)대학교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영국 에든버러대학교와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유학하였다. 현재 쓰다즈쿠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세기 영문학 및 번역론을 전공하고 있다. 저서로 『종언으로의 회귀 - 탈식민주의 역사와 사명』(공저, 2012), 『세계문학을 이어가는 사람들 - 번역가의 창가에서』(2012) 등이 있으며, 역서로 『기억의 화해를 위하여 - 2세대에게 남겨진 홀로코스트의 유산』(2011) 등이 있다.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부산대학교 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 현대문학 및 문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작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논문으로 「1960-70년대 노동과 소비의 주체화 연구 : 취미의 정치경제학을 위한 시론(試論)」(2017), 「하층민 서사와 주변부 양식의 가능성 : 1980년대 논픽션을 중심으로」(2016) 등이 있으며, 공저로 『1970 박정희 모더니즘』(2015), 『현대사회와 인문학적 성찰』(201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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はしもと チホ,橋本 智保

도쿄외국어대학교 조선어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했다. 한국 현대문학을 전공했으며 한국문학의 문체인식 변화에 관해 연구했다. 현재는 한국 현대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고 있다. 최근 번역한 책으로 박완서의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이병주의 『관부연락선』, 천운영의 『생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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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9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384g | 148*215*20mm
ISBN13
9788932318684

책 속으로

번역론은 시대의 정신 구조, 역사 감각, 내셔널리즘, 권력, 심리적·정치적 역학을 탐구하는 전략적 방법론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문화적·언어적 타자를 번역 언어로 말하는 번역은 타자의 표상을 기입하는 과정으로 평가되었는데, 이를 통해 번역이 원전과 결코 등가일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 p.18

번역의 다양성에 대한 인식, 그리고 유럽 중심주의가 타자를 억압하는 기제로 구축한 언어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은 현대의 번역론이 공통으로 인식하고 있는 주제이다. 세계화 시대에 문화 비평으로서의 번역론은 ‘상상의 공동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번역 언어의 인식을 통해 제기한다. 나아가 문화 사이의 경계선을 수평적인 선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인식과 타자 인식이 서로 끊임없이 이동하는 교차점으로 인식하여 번역을 동적 이동 과정에 있는 창조로 이론화하는 관점을 발전시켰다. 이 다원성과 동적 역동성으로 번역을 인식하는 관점은 원전 자체의 해체로 이어질 것이다. --- p.19

제국의 정복자들은 점령지의 타자에게 효율적으로 임무를 전달하는 방법만 찾은 것이 아니라, 그들을 복종케 하고 충실한 혹은 ‘협력적인’ 대상으로 감화시키려 했다. 이를 위해 현지인들 중 언어 능력이 우수한 자를 통역자로 교육, 훈련시켜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매개자 역할을 맡겼다. 동시에 모국어가 지배자의 언어인 사람을 통역자로 양성하는 양방향 언어의 매개 시스템도 구축했다. 당시 통역자가 현지인에게는 더 이상 공동체의 일원이 아니라 타자로 인식된 것은 식민 지배자가 끼친 영향이 이질적인 것의 일방적 침입임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제국주의가 언어를 매개로 이질적인 문화를 일방적으로 규범화한 과정이 드러난다. 지배자의 언어가 계몽이라는 부가가치를 지닌 고차원적 언어로 교육되거나, 혹은 지식, 포교라는 이름으로 식민지에 침입하여 언어적 지배 구조를 식민지 문화 속에 형성한 것이다. --- p.24

탈식민주의 이론을 경유한 번역론은 유럽 중심주의 역사를 언어적 측면에서 다시 읽고 새로운 방향으로 다시 쓰는 행위가 되었다. 이에 따라 번역의 기능 또한 크게 변화한다. 다른 문화와의 콘택트 존에서 혼종적 언어 공간을 구축하고, 그곳에서 자신과 타자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기 시작한다. 번역론은 고정화된 타자의 표상을 해체하는 동시에 주체 또한 재고하는 시점을 형성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번역은 항상 언어의 개입을 통해 문화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 p.35
번역론에서 자주 인용되는 제3의 공간은 번역의 기점언어와 어디에도 위치하지 않는 ‘사이의 공간’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제3의 공간은 오히려 번역과 교섭의 양극, 곧 간극에 다중의 의미가 기입되는 혼종성의 공간이다. --- p.41

번역은 따라서 타 문화를 가시화하여 그곳에서 독자가 문화적 타자를 발견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불연속의 미학을 강조하는 저항 전략으로서 번역 방법론은 번역을 통해 무엇을 획득하고 상실하는지를 보여주며, 연결 불가능한 문화 간의 거리를 환기시켜 차이와 타자성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문화적 타자 발견’과 ‘저항적 번역’을 통해 ‘차이와 타자성’을 드러내는 행위는 탈식민주의 비평의 핵심 키워드가 된다. 이러한 번역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선 번역자는 불가시적 존재가 아니라 비판적 시야와 명확한 의식을 가지고 텍스트를 읽는 독자가 되어야 한다. 여기서 번역자에게 이중의 읽기(double reading)가 결정적 자질로 요구된다. --- p.51

현대에 이르러 번역 불가능성을 내포한 본질적인 다중성과 문화 비평으로서 번역의 역할은 여러 이론들을 통해 검토되었다. 번역은 유럽 중심주의 헤게모니를 붕괴시키는 계기를 제공하는 한편, 언어 중심주의적 지식을 핵심으로 삼기에 중립적이지 않으며 서구적 사고의 틀에 맞춰진 한계도 노정한다. 이러한 문제성으로 인해 세계적 추세와 더불어 다양성을 갱신하는 역동성이 번역론의 중요한 특징으로 주목받는다. --- p.65

번역과 사회의 관계에 관한 논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번역을 텍스트로 분석하여 언어와 의미의 관계가 사회적 요인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또 하나는 번역을 정치·문화·사회적 위치에서 파악하는 입장이다. 전자의 관점에서는 문학 번역에서 문화 규범이 작용하는 번역 언어의 특징과 법칙을 고려한 수평 방향의 좌표축이 상정된다. 후자는 정치·역사적 배경 아래 번역의 역할과 정치·역사적 역학과의 관계를 현재적 관점에서 파악하는 수직 방향의 좌표축을 설정할 수 있다. --- p.66

다른 사건과 달리 시간의 간극을 가진 홀로코스트는 우리의 사고 속에서 그 특이성을 말하기가 불가능한 대상이다. 언어 외부, 사고 외부의 존재에 대한 인식은 존재와 부재의 이중성이라는 패러독스 속에서 흔적으로만 파악된다. 홀로코스트 서사는 그러한 패러독스 속에서 증언, 자서전, 문학으로 전개되었다.
이글스턴은 홀로코스트 담론이 응답 불가능한 질문으로 종결된다고 말한다. 그 질문은 홀로코스트의 영향이 이후에도 지속되어야 하며 계속 번역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 p.137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에 관한 물음에 대한 답은 언제나 자신과 타자의 번역 사이에 있으며 자신의 안과 밖 모두에 있다. 리쾨르에 따르면 그 주체성은 주체와 타자 사이에서 말해지며 들려온 이야기의 조직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각자에게 서사적 정체성을 부여하고 우리 삶의 독자와 저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
칠 때, 번역과 정체성의 유비적 관계가 드러날 것이다. 독자에 의한 비평적 ‘재번역’이 또 하나의 번역 행위라는 점을 강조한 리쾨르의 번역론은, 이 지점에서 독자는 번역자 번역 행위의 동반자라는 점을 시사한다. --- p.235

다수의 세계문학이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번역문학이라는 사실은 세계문학이 목표언어의 영역에서 유통을 위해 언어적 변화를 겪게 됨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타자성에 관한 논의를 돌이켜볼 때, 이는 타문화로 수용되는 과정에서 원작의 독자성, 그중에서도 문체를 상실하는 시련을 의미한다. --- p.238

번역을 검토하는 작업은 주체의 ‘재번역’이며 그 의지를 각인시키는 것이 언어이다. 역사 다시 읽기/쓰기로서의 번역 개념은 이와 같은 번역론의 자장 속에서 형성된 것이다. 그 과정에 해체 이론과 결합하여 무한의 ‘다시 읽기’는 텍스트를 존속시키는 번역의 본질을 드러내는 동시에 상호텍스트성 층위에서 번역 텍스트를 개입시킨다. 이를 통해 텍스트의 ‘기원’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도입되었으며 애초에 다층적이었다는 점이 밝혀진다.

--- p.252

출판사 리뷰

기억과 서술의 문제

번역의 결과물이 처음부터 모국어로 쓰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읽히는 것이 좋은 번역으로 평가받는다. 이 책에서 지은이가 언급한 번역론은 이와 같은 인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데서 시작한다. 원문과 번역문이 완벽하게 대응하는 번역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번역을 통해 만난 두 언어, 두 문화 사이의 격차를 지워버리려는 번역은 폭력적이며 억압적일 수밖에 없다. 일방적인 번역을 강요받은 식민지 지식의 생산·수용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이 점은 더욱 분명하다.

서구의 근대적 지식 체계를 번역을 통해 이식받은 아시아에서 번역은 식민지 체제를 강화하는 도구였다. 번역을 통해 식민 지배자의 지식이 재생산될 때 그 방향은 항상 일방적이었다. 영어를 통해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아들인 인도의 사정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일본이라는 이중의 번역 경로를 통해 근대성을 이식받아야만 했던 한국의 근대화는 서구 중심의 번역 논리 앞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 지은이는 번역이 이와 같은 부정적인 상황을 극복하는 유용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심의 논리를 휘두르는 유럽 중심의 근대성을 모방하기 위한 번역이 아니라, 다양성을 확인하고 주체와 타자의 관계를 성찰하여 중심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게 만드는 번역의 가능성을 탐구할 것을 제안한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논의들은 단일한 중심을 넘어서 다양한 주변부 문화와 주체를 확인하기 위해 번역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보편성 대신 이질성을, 주체성 대신 타자성을 강조함으로써 번역은 식민 지배를 비판하고 혼종적인 문화 공간을 만든다.

타자를 재발견하는 번역의 역할은 역사학의 지평에서도 동일하게 수행된다. 유럽 중심주의가 강조한 단일한 역사는 다시 읽기, 다시 쓰기를 통해 해체되는데, 이 또한 번역이다. 즉 과거의 역사는 현재의 시공간 속에서 다시 읽히고, 다시 쓰이는 과정, 즉 번역을 통해 새로운 전망을 획득하는 것이다. 단일한 역사를 끊임없이 회의하며 미래를 지향하며 과거를 새롭게 갱신하는 행위는 번역의 본질과 일치한다.

번역은 두 언어와 문화의 차이와 타자성을 의식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이를 통해 소외된 목소리를 되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지은이는 번역의 범주를 최대한으로 확장하려 한다. 언어적 전환이라는 협의의 정의를 폐기하고 다시 읽기, 다시 쓰기의 기획을 가진 다양한 글쓰기를 번역의 범주에 포함한다. 억압적 보편성에 저항하며 타자성을 드러내는 글쓰기, 과거를 현재 속에 소환하고 현재를 미래의 전망 속으로 옮기는 사고 모두가 번역으로 규정된다. 이에 따른다면 거의 모든 활동이 번역이 될 터인데, 그중 지은이는 탈식민주의의 기획에 초점을 맞춘다. 이와 같은 기획에 따라 주목한 대상이 홀로코스트이다. 탈근대의 분수령인 홀로코스트는 기억과 서술의 문제를 부각시킨다. 생존자 및 희생자의 후손들에게 홀로코스트의 기억은 쉽사리 드러내기 어려운 것인데,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자신의 기억을 이야기하는 행위는 홀로코스트라는 과거를 소환하여 현재와의 간극을 드러내며 ‘미래의 기억’으로 전환시킨다. 잊히기만을 기다렸던 홀로코스트의 기억은 현재라는 이질적인 시공간에서 ‘번역’되어, 근대적 이성의 미명하에 저질러진 학살과 그 속에서 고통받았던 타자들의 진면목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그 번역이 누구에게나 낯설고 고통스러운 문장임은 당연하다. 이렇듯 번역은 흔적 없이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자기 지시적으로 번역 과정을 드러내어 이국화(異國化)되어야 하는 윤리적 과제이다.

결국 번역이란 자신의 과거를 갱신하고 새로운 주체를 이야기하는 방법론이다. 따라서 번역은 기술적인 언어활동이 아니라 삶에 관한 이야기, 즉 서사일 수밖에 없다. 번역론의 핵심에 홀로코스트가 놓인 것은 이 때문이다. 감히 말할 수 없고 기억조차 버거운 번역의 대상은 비단 홀로코스트뿐만은 아니다. 지은이는 우리 시대 ‘어둠의 유산’ 속에는 수많은 타자들이 번역되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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