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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머리에 _ 여인을 만나다
1부 _ 노동 현장에서 어느 할머니 이야기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울지 말고 당당하게 어린이집 선생님 수컷 바보들의 행진 완사입 나의 이상형 인생에 도움이 되는 잠 파란색, 빨간색 할머니 환경미화원 백혈병 노동자에 대한 세 가지 관점 새내기 노동자들의 잘못인가 KBS 노동조합의 58년 개띠 크리스마스카드에 관한 기억, 그리고… 눈물의 생리휴가 화장실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휴게소에서 만난 사람 후회 2부 _ 여인의 향기 광복절과 운동화 여자친구의 편지 첫눈 기절 휴지 한 상자 경험이 말한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밤중이나 새벽이나 동반자 귀밑머리 맨발의 이사도라 가시나야, 왜 그러고 사냐… 후배에게 해줄 말 피눈물을 뿌리며… 해묵은 편지 후배 연가 광주 기행, 찻집 아, 나의 님은 갔습니다 아름다운 책방 12월 31일, 바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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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가까운 세월 노동문제와 관련된 분야에서만 살아왔다. 조금 거창하게 표현하면 ‘노동운동’이라 불리는 것이 내가 해온 일일 텐데, 노동문제와 전혀 관계없는 분야에서 만나는 여인들이 있다(굳이 ‘여인’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언젠가 어떤 이가 쓴 글에서 ‘여인[女人]이라는 단어에만 사람 인[人] 자를 쓴다’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것을 얼핏 본 적이 있어서다).
내가 하는 일과 관련 없는 분야에서 만나거나 또는 함께 일하며 아껴온 후배가 어느날 문득 여성으로 다가서는 느낌! 그런 경험이 한 번도 없었다면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거나 내가 목석이라는 뜻일 게다. 내 안해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어느 날 버스 안에서 한 중년 사내를 보았는데 숨이 탁 막히도록 좋은 느낌을 주더란다. 얼른 정신을 차리고 ‘우리 남편도 저렇게 나이를 먹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으로 얼버무렸지만, 한편으로는 ‘남편에게도 이런 일이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는 것이다. 그날 저녁 우리 부부는 대강 이렇게 합의했다. “그런 사람을 만나 가슴 한구석에 한 줌 그리움 정도 간직하고 사는 것까지 뭐라고 하지는 않겠어. 그러나, 그 크기가 한 줌을 넘으면… 그때는 너 죽고 나 죽고, 완전히 사생결단하는 거야.” 이 책은 그렇게 만난 ‘참하다’는 느낌을 주는 여인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읽다 보면 ‘사생결단할 일’은 없으려고 노력하는 갸륵함이 곳곳에 엿보이는 것 같아 스스로 웃음 짓는다. 1부에서는 노동문제와 관련된 공간에서 만난 여성 노동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묶었고, 2부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공간에서 만난 여인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고마운 안해에 관한 추억들을 추렸다. 노동문제에 대해서도 그렇고, 여성문제에 대해서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은 아니다. 그러기에는 내 내공이 한참 모자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당해야 하는 서러움에 대해서는 뼈저리게 보고 느껴서 알고 있는 바, 우리 사회 여인들은 ‘노동자’라는 서러움에 ‘여성’이라는 불리함이 더해져 곱빼기로 힘들 것이라고 막연히 짐작할 뿐이다. 더 보태고 싶은 말이나 꼭 해야 했던 이야기, 기쁨과 슬픔의 사연이 더 많이 있지만, 부질없이 다음을 기약한다. 여성 노동자들이나 그들을 지켜보는 남성 노동자들이나 과거의 척박했던 현실을 돌아보고, 현재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며, 서로 더 많이 사랑하고 배려해서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힘을 얻기 바란다. 혹시라도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함께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을 더욱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곧 5월. 세월은 흘러도 다시 처음처럼 뜨거워질 사람들에게, 그동안 만난 여인들에게, 그리고 미처 말하지 못했던, 훨씬 더 많은 한결같은 그대에게 이 책을 바친다. (머리말 중에서)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이 어린이집 선생님 같은 사람들이 이런 일을 혼자 겪으면 너무 힘에 부치니까 서로 도우며 함께하자고 모인 것, 그것이 바로 교사 노동조합이다. 노동자들이 옳은 일을 서로 도우며 함께 하자고 모인 것, 그것이 바로 노동조합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를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노동자의 신성한 단결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결코 노동자에게만 유익한 집단이기주의적 조직이 아니다. 노동조합은 우리 사회의 잘못된 문제점을 고쳐 더 좋은 사회로 만들어 가는 올바를 수단을 제공한다. 노동조합은 지금까지 200년이 넘는 역사에서 그 역할을 수행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어린이집 선생님 중에서) 아, 나는 그 예금통장을 받을 수 없었다. 어릴 적부터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었고 자라는 동안 그 꿈이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던 그가 선생님이 되기 위해 얼마나 어렵게 공부했는지, 그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나로서는 도저히 그 통장을 받을 수 없었다. 내가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하자 그는 주머니에 있는 돈을 모두 털어 내게 주었다. 동료가 모여 있는 장소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눈이 내렸다. 황골고개 긴 언덕을 오를 무렵, 마치 은가루처럼 반짝거리는 조각들이 나풀나풀 떨어지다가 옷에 닿으면 아무 흔적도 없이 녹았다. 언뜻 보면 그냥 지나칠 만큼 작은 눈송이였다. 매번 첫눈은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내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3년이 지난 봄날, 그 친구는 나의 소중한 안해가 되었다. ---본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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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들을 사랑한 노동운동가의 이야기
엄혹했던 개발독재 시절, 같은 나이 또래 여성 노동자들의 처참한 상황을 목격하고 회복할 수 없는 충격을 받은 이래 늘 ‘힘없는’ 노동자들 편에 서 있는 하종강. 그로부터 30여 년이 흐른 지금, 그간 그가 노동현장에서 만났던 여성들, 그와 삶의 행보를 함께한 여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세계 경제대국 13위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화려한 성장의 그늘에 가려져 무명으로 살아갔던 그들은 어떤 슬픔, 어떤 아픔을 겪었을까? 왜 그런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을까? 오늘날 여성 노동자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열혈 노동운동가 하종강의 삶에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긴 누군가의 어머니, 누이, 딸이자 이 땅의 ‘여성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여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노동하며 살아가는 여성의 현실을 들여다본다. 울컥하거나 불끈하거나 노동현장. 특히, 쟁의가 발생한 노동현장의 이면에는 수많은 고통과 슬픔, 분노가 서려 있다. 수십 년 그 긴장의 현장을 드나든 사람이라면, 대다수 인구가 노동자인 한국에서 남다르게 치열한 삶을 살아왔을 것이다. 소수의 행복을 위해 다수가 희생하는 사회보다는, 모두 고르게 행복한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믿는 그가 만난 사람들의 현실은, 그러나 불행하게도 다른 논리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죽은 노동자 어머니의 선한 마음을 이용하여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관리자, 여성 노동자를 생산의 수단으로 여기는 경영자, 친인척에게 일자리를 주고자 성실하게 일하던 여직원을 내치는 사주… 이런 실태를 대하면 울컥하거나 불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어쩌랴. 그것이 우리 삶의 현실인 것을. 중요한 것은 번듯한 경제 강국의 이면에 그런 현실이 존재했고, 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현실을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모두 같은 이름의 국민이 아니던가. 인간의 눈으로 바라보라 그러나 이 책은 무언가를 고발하거나 부조리한 관계를 지적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지 않다. 그보다 저자는 오랜 세월 함께해 온 마음 착한 여인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저자의 머리를 깎아주던 미용실 원장, 여벌의 부록을 저자에게 꼼꼼히 챙겨주시던 가판대 할머니, 따듯한 밥 한 끼라도 대접하려고 저자의 소매를 부여잡던 조합원 아주머니, 그리고 독재정권의 경찰과 정보원들에게 쫓겨 도망 다니던 시절, 아들이자 남편인 저자를 믿고 끝내 곁을 지켜주었던 어머니와 아내, 위기와 고난을 함께했던 후배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이 사적이고 사소한 이야기들이 독자에게 짙은 감동으로 남는 것은, 아마도 그 사소함에 우리 삶이 걸렸고, 그 소소한 현실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인간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기업가들도 여성 노동자를 조금 더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그들의 삶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은 것이 되지 않겠느냐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조금 더 인간적인 사회를 꿈꾸는 영원한 청년 하종강의 과거 기억이자 미래 희망의 고백이다. 선물 같은 책 책에 삽입된 만화가 장차현실의 컬러 삽화는 독자에게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단순화한 정서적인 선과 순수한 감정 표현으로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 장차현실의 그림은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작가의 글과 아주 잘 어울린다. 또한, 책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포장한 예쁜 케이스는 독자에게 소중한 선물을 받은 듯한 흐뭇함을 선사할 것이다. 가까운 사람에게 선물하기에도 좋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