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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말
역자 서문 머리글: 변 혁 1 번역: 도덕 논쟁을 변위하기 2 거래: 차이를 변위하기 3 이식: 자연을 변위하기 4 이행: 주체를 변위하기 5 초월: 죽음을 트랜스포지션 하기 마치는 글: 전수 혹은 미래를 여기로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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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창의성도 필요하고 함께 할 사람도 필요하다”
'트랜스포지션: 유목적 윤리학'(2006)은 '유목적 주체'(1994), '변신'(2002)에 이어 나온 로지 브라이도티의 여성주의 철학 3부작 중 가장 최근 저서이다. 탈산업화된 선진자본주의 문화에 대한 관심 때문에 쓰여진 '트랜스포지션'은 우리 시대가 전지구적으로 직면한 윤리적 문제, 과학기술, 신자유주의적 전지구화, 정치적 주체를 매우 독창적으로 논의한 여성주의 철학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유목적 주체 개념을 제시하면서, “이데올로기의 종말”과 탈여성주의, 신자유주의를 운운하는 신보수주의, 자유주의적 개인주의, 테크노 자본주의에 맞서 강력하게 전지구적 자본주의를 비판한다. 2000년 이후 진행된 도덕 보편주의의 상대주의와 탈정치화된 냉소적 이성에 맞서 유목적 윤리학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유목적 윤리학은 생명(Life)을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 보는 것에서 출발하며, 테크놀로지로 매개된 전지구적 세계에서 우리가 윤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세계관을 창조하기 위한 개념적 창의의 지평에서 펼쳐진다. 개념적 창의의 새 지평을 저자는 ‘트랜스포지션’이라 부른다. 이 트랜스포지션은 책 속에서 변혁, 번역, 거래, 이식, 이행, 초월의 개념으로 각 장에서 논의가 전개된다. 이 책은 우리 자신과 사회를 변화시킬 사람들을 찾는 책이다. 이 책은 정의의 문제를 사회변화와 연결한다는 점에서 읽어볼 만하다.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정의의 문제를 논의하면서도 서구의 도덕철학 전통 안에서만 정의문제를 거론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정의에 대한 목마름을 설명하지도 해소시켜 주지도 못한다. “유목적 윤리학”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샌델의 책과 달리, 정의를 변혁과 연결하는 정치적 열정에 관한 책이다. “우리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세상에 대한 신념이다. 우리는 세상에서 길을 잃었고 세상은 우리로부터 벗어나 버렸다. 우리가 세상을 믿는다면 사건을 촉발시킬 수 있다. 그 사건이 아무리 별 볼일 없고 또 우리의 통제를 벗어난 것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새로운 시공간 또한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시공간이 아무리 작을지라도 말이다. 우리에게는 창의성도 필요하고 함께 할 사람들도 필요하다.” 이 책의 저자 브라이도티는 모든 저작에서 사회비판이론에의 열정과 인문적 창의성을 함께 묶어낸다. 여성주의 철학자 브라이도티의 인문적 창의성은 자기변혁과 사회변화를 연결하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다. 인문적 창의성에서 나오는 이론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바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주류의 지배적 결을 거슬러 해석하고 행동하기 위한 것이며, 자신과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이들에게 유용할 정치적 태도를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핵심 문제를 거론한다. 통일적 주체관을 핵심으로 하는 서구의 근현대 철학이 차이를 폄하함으로써 철학적 토대를 유지했다면, 이제 후기자본주의는 ‘차이’를 찬양하는 척 하면서 돈이 되는 방식으로 차이를 생산하여 지구지역적으로 유통한다. 주변부 집단과 사회변혁 세력이 투쟁을 통해서 차이를 평등의 긍정적 가치로 탈바꿈시켰지만, 전지구적 자본의 탈/재영토화 과정은 ‘차별’을 은근슬쩍 차이로 둔갑시켜 찬양하며 영리를 추구한다. 급속한 변화 속에서 사회정의 대신 “새로운” 것에 대한 욕망이 판친다. 도대체 누구의 (혹은 누구에게 득이 되는) 욕망인가? 새로운 것을 강박적으로 소비함으로써 얻는 일시적인 행복감과 급격한 변화에 대한 공포심 혹은 묵시론적 비전을 동요하는 유럽의 21세기는 특히 변화에 대한 거부심리를 부추긴다. 그렇다면, 비영리적 욕망과 윤리를 어떻게 상상하고 실천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변화를 원하는가? 이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브라이도티의 핵심 질문이다. 맑스주의와 여성주의 등 사회변화를 꾀해온 모든 정치기획이 그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고 우기면서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찬양하는 신보수주의의 발흥과 더불어 도덕적 냉담이 만연하게 퍼진 이 시대에 사람들은 어떤 힘, 욕망, 열망 때문에 전통적 습관에서 벗어나 변화를 실제로 열망하게 되는가? 변혁을 열망하는 정치적 욕망은 발생하기 마련인데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전지구적 자본주의가 부추기는 “새로운” 것에 대한 소비지상주의적 욕망 대신 사회변화와 변혁을 가능하게 하는 욕망의 양식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쓰여진 이 책은 정치적 열정에 대한 탐구서이다. 브라이도티에게 정치적 열정은 비판을 과업으로 하는 철학을 행동하는 윤리 및 정치와 연결하는 가장 큰 동력이다. 지성은 공감이고 사유는 감정이입과 행동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행위이다. 변혁의 열정에서 나온 브라이도티의 유목적 윤리학은 정서적 감응(affectivity)을 중시하는 유물론적 유목적 주체관(1장과 2장)에 기반하여 지속가능성과 생명의 힘(zoe)을 강조하는 생기론적 윤리(3장과 4장)로 나아간다. 유목적 윤리의 어두운 측면 역시 논의한다(5장). 윤리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부정(negativity)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면 온전한 논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적 열정은 밝은 면만 본다거나 긍정적으로만 생각한다고 온전히 발휘되지 않는다. 정치적 열정에 불을 지피고 변혁정치를 새롭게 가동하며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관점을 질적으로 전환해야 하며(이것이 바로 ‘트랜스포지션’이다) 저항과 힘기르기를 갈망해야 한다. 이 책이 제시하는 변혁의 유목적 윤리학과 함께 “이제는 더 이상 아니지만 아직은 오지 않은” 길을 탐색하면서 열정, 정치, 이론을 독자들이 창의적으로 조합해 보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