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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어머니의 집 안드리의 휴식 나예요, 타탸 살아남은 자의 슬픔 빨간 부츠 카타리나를 위한 노래 아우슈비츠, 지옥의 끝 초콜릿 바 거래 한여름날의 무지개 묘지 옮기기 키예프의 촛불들 옮긴이의 말 |
Marsha Skryp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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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덤불과 진흙 구덩이, 웃자란 풀숲을 지나서 작은 언덕 위의 공터를 향해 걸었다. 거기에 집이 있었다! 진짜 집이었다! 낡은 오두막에서 고단한 살림을 꾸려가야 했던 다감한 성정의 어머니는 새 집 앞에서 벅찬 흥분과 기대에 휩싸였으리라. 지붕과 바닥과 벽이 온통 진흙으로 된 오두막에서 살면서 겪어야 했던 괴로움은 이제 영원히 안녕이었다. 어머니와 나는 넋을 읽고 집을 바라보았다. --- p.26, 「어머니의 집」 중에서
다닐로는 몸이 붓지 않으려면 매일 조금이라도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일단 붓기 시작하면 두 다리와 배가 심하게 부풀어서 움직이지 못한다. 그 단계가 되면 그저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일이 어머니에게 닥쳤다. 터져버릴 듯 기괴하게 부어오르는 어머니의 몸을 다닐로는 차마 바라볼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몸이 붓기 시작하자 그나마 나오던 젖이 말라버렸고, 아기가 죽고 말았다. 어머니 또한 그 다음날 세상을 떠났다. --- p.83, 「살아남은 자의 슬픔」 중에서 굶주린 사람들이 탄 뗏목들이 노스사스카체완 강을 따라 우리 농장 앞을 지나 하류로 내려갔다. 그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어머니는 강가에 가판대를 설치하고 그 위에 달걀과 치즈를 놔두셨다. 우리는 “필요한 만큼 가져가세요. 하지만 뒷사람을 위해 조금은 남겨주세요.”라고 적은 팻말을 세웠다. 그리고 하루에 두 차례 음식을 채워놓았다. --- p.126, 「빨간 부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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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에서 역사의 격류를 헤쳐온 사람들이 피땀으로 눌러 쓴 백년 서사시
이 책은 1900년대 초 캐나다로 이주한 우크라이나인들이 온갖 역경 속에서 어떻게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왔는지를 사실적으로 담아낸 감동적인 기록이다. 한 세기를 아우르고 있는 이 기록에는 캐나다 이민정책, 스탈린의 기아학살, 전쟁 기간 동안 이민자들에게 가해진 부당한 억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위니펙 총파업과 우크라이나 오렌지혁명 등 다양한 역사적 배경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낯설고 척박한 이국의 땅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사람들, 혹독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날마다 분투하는 정 많고 순박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이 열두 편의 이야기들은 삶의 땅에 뿌리박은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 고통을 딛고 일어선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들로 가득하다. 투박하지만 진실된 목소리들은 두려움과 절망만 남은 세상에서도 삶은 다시 피어나 오래도록 지속된다고 우리에게 말한다. 그들이 피땀으로 눌러 쓴 이 백년의 서사시는 인간이 얼마나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존재인지, 그 낱낱의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존엄한지 일깨워준다. 역사에 희생당한 채 부당하게 잊혀진 존재들의 목소리 이 책을 엮은 마샤 스크리푸치는 캐나다로 이민온 우크라이나인 후손이다. 그녀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이뤄진 우크라이나인의 캐나다 이민의 역사에서 탄압받고 소실된 이야기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민자들의 대부분은 농부, 기술자, 광부 등이었고,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글로 표현할 방법을 알지 못했다. 마샤 스크리푸치가 그들의 이야기를 힘겹게 찾아내 발표하자 여기저기서 수많은 이들이 그녀를 찾아왔다. 그들이 지난 백년 동안 가슴속에 묻어둔 이야기는 실로 다양하고 절절했다. 이 책에 실린 열두 편의 이야기는 역사에 희생당한 채 부당하게 잊혀진 그들이 직접 혹은 후대의 손을 빌어 기록한 실화들이다. 국경을 넘어 보편적 공감과 감동을 전하는 열두 편의 이야기 〈어머니의 집〉은 부유한 집안 출신 여인이 약혼자를 따라 캐나다로 이민 와서 갖은 고생을 겪으며 일가를 이루기까지의 사연이 ‘집짓기’를 중심으로 꼼꼼하고 다채롭게 펼쳐진다. 낯선 땅에서 겪어야 했던 신산과 고통을 엄살 없이 삶에 녹이면서 자신의 자리에서 하루하루 버텨낸 이들의 모습이 마치 세밀한 풍속도처럼 그려져 있다. 〈안드리의 휴식〉은 캐나다에 사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제1차 세계대전 때 겪었던 부당한 대우에 대한 증언이다. 무력한 개인으로서는 휩쓸려갈 수밖에 없는 난폭한 역사의 격랑을 순한 어조로 고발함으로써 더욱더 설득력을 얻는다. 이 책에서 가장 문학적인 작품인 〈나예요, 타탸〉는 과거와 현재, 추억과 현실을 씨실과 날실로 삼아 ‘위니펙 파업’이라는 역사적 사건 속에서 한 이민 여성노동자의 삶과 사랑을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가슴 뭉클하게 들려준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홀로코스트와는 또 다른 ‘홀로도모르’, 곧 스탈린의 기아학살 사건을 생생하게 다루고 있다.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게 만드는 넌픽션 문학의 절정이다. 〈카타리나를 위한 노래〉에서는 부모를 따라 새로운 땅에 와서 행복한 삶을 꿈꾸던 우크라이나 처녀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우슈비츠, 지옥의 끝〉은 문장 한 줄 한 줄마다 절실함이 가득하고 생생한 일화마다 대단히 충격적인 글이다. 유대계 이탈리아인으로서 2차 세계대전 말 아우슈비츠에서 1년여를 보낸 프리모 레비의 처절한 증언을 연상시키는 이 글은 자신의 체험을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책임감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그밖에, 화합된 노동으로 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는 건강한 삶이 그려진 〈빨간 부츠〉, 전쟁이 끝난 뒤 난민수용소에서 벌어진 사건을 코믹하게 형상화한 〈초콜릿 바〉, 부모를 도와 상점을 보면서 겪었던 일화를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장으로 풀어낸 〈거래〉, 읽는 이를 평화롭고 광대한 캐나다 농장지대로 데려가는 한 편의 전원 교향곡 같은 〈한여름날의 무지개〉, 토론토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이 친지의 묘지를 옮기는 과정에서 벌어진 뜻밖의 소동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묘지 옮기기〉, 한 캐나다 소년이 우크라이나의 오렌지혁명을 통해 정치적 참여의 중요성에 눈뜨게 되는 과정을 그린 〈키예프의 촛불들〉등은 국경과 세대를 뛰어넘어 보편적인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작품들이다. 어떤 고난 속에서도 삶은 다시 피어난다. 그것이 삶의 힘, 사람의 힘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가운데 자신의 삶을 쉽게 포기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고단하고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묵묵히 최선을 다해 살아갔다. 마샤 스크리푸치는 그들의 삶을 기억하고, 죽음을 해명하고 기록하기 위해 이 책을 엮었다고 말한다. 역사에서 소외당한 힘없는 개인들의 삶을 잊지 않고 한 번쯤은 기억하기를, 왜곡당한 진실이 바로잡히고 세상에 드러나기를 바란 것이다. 역사에서 의도적으로 묻힌 채 저마다의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백년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비록 부와 권력을 갖진 못했으나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존재들이 뿜어내는 성스러운 삶의 힘이 느껴진다. 그 힘이 삭막하고 살벌한 경쟁 사회에서 전쟁같은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험난한 역경에 빠진 동시대인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과 용기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어떤 역사적 명분도 개인의 고유한 인권과 자유를 짓눌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새롭게 일깨워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