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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생각은 인간에게는 터부(금기)다... 모든 것이 헛되게 생각된다. 죽음만이 사고되고 논쟁되어질 가치가 있다. 그외의 일체는 중요하지 않고 무형적이며 허위이다.나는 죽음을 알아야한다. 죽음 뒤에 숨어있는 것을 알아야한다. 나는 진종일 죽음만을 생각하였다. 그래야만 했다. 나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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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린은 서른 한 살에 죽었다. 그녀가 어떻게 살았으며, 생전에 무얼 이룩해 놓았건, 또한 그녀의 죽음이 어떤 형태를 취했건 상관없이, 그녀가 요절했다는 이 사실만은 확실히 비극이다.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인간은 서른이 돼야 비로소 정신적인 발전단계가 어느 정도 성숙기에 이르고, 또한 대(對) 사회적 관계에 있어서도 자신의 좌표를 확실히 정하게 되며 따라서 그걸 기점으로 해서 뚜렷한 목표를 향해 안정감을 갖고 전진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20대에 격심한 정신적 방황과 모색, 모험과 투쟁에 열렬히 자신을 던져 넣던 사람도 삼십 고개를 넘게 되면 어느덧 평범, 안정, 타성 등으로 표현될 수 있는 생활의 테두리 속에 안주해서 이른바 삶의 탄력성과 신선감을 잃게 되는 게 보통인데, 말하자면 착실한 시민으로 낙착되느냐, 영원한 아웃사이더로 남아 있느냐의 분계선이 되는 게 30대가 아닌가 싶다. 이러한 의미에서 혜린의 인간과 생애에 어떤 평가를 내리는 데 있어 그녀의 '죽음'에다 특별한 중량을 두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 p.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