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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서원
넓고 깊은 사색의 세계
허균
다른세상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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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장 한국의 서원에 관하여
서원의 입지
교육 목표와 내용
서원 약사(略史)

제2장 진입공간
내삼문과 외삼문
入과 出
三이라는 수
홍살문
정문 둘러보기
병산서원 복례문
도동서원 환주문
소수서원 지도문
옥산서원 역락문
도산서원 진도문
남계서원 준도문

제3장 강학공간
강당과 당호
강당과 재 둘러보기
병산서원
도산서원
남계서원
옥산서원
소수서원
도동서원
돈암서원

제4장 제향공간
위치와 향배
북, 그리고 좌·우
숭현(崇賢) 사상

제5장 유식공간
휴(休)의 의미
쉼의 장소로서의 누각
누각 둘러보기
병산서원 만대루
구연서원 관수루
남계서원 풍영루
도동서원 수월루
필암서원 확연루
무성서원 현가루
옥산서원 무변루
소수서원 경렴정

제6장 정원과 장식
정원
도산서원 정우당과 병산서원 광영지
남계서원 연지
소수서원 오죽
소수서원 탁청지
은행나무
도산서원 천연대·천광운영대
옥산서원 자계
장식
소수서원 경석
도동서원 중정당 석조 장식
돈암서원 숭례사 담장 문자 장식
태극 문양

주요 서원 편람
인용문 출전

저자 소개 1

許鈞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미술사학을 전공해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편수연구원, 우리문화연구원장,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국립문화재연구소 외 부용역과제 평가자문위원,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심사위원, KBS [TV쇼 진품명품]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과 한국민화학회 고문이다. 『한국의 정원, 선비가 거닐던 세계』 『사찰 100美 100選』 『한국의 서원, 넓고 깊은 사색의 세계』 및 공저로 『전북문화 찾아가기』 『충남문화 찾아가기』 『전남문화 찾아가기』 등을 비롯해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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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1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426g | 153*224*20mm
ISBN13
9788977661929

책 속으로

사람의 마음은 외부와 접촉하지 않을 때는 잡된 생각 없이 평정을 유지하다가도 어떤 사물을 보게 되면 동요가 일어난다. 사물 중에는 마음을 바르고 안정되게 해주는 것이 있고, 나쁜 방향으로 격동시키는 것도 있다. 그래서 옛 선비들은 소박하고 검소하며 고졸한 것을 가까이 하고, 사치스럽고 화려한 것을 멀리 했다. 이는 사특함을 막아 천리와 본성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만일 유생과 학인들이 드나드는 서원의 정문이 고대광실처럼 크고 화려하다면, 고요한 마음이 요동쳐 본성을 기르는 데 방해가 될 것은 뻔한 이치다.
--- p.44

강당은 강학당(講學堂)의 준말이며, 중당(中堂)이라고도 부른다. 강(講)은 ‘외우다’, 또는 ‘설명하다’라는 뜻으로, 학생이 지금까지 배운 글을 스승이나 시관 또는 웃어른 앞에서 외워 보이는 것을 강이라 한다. 스승은 강을 통해 제자의 공부가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하게 된다. 또한 강은 강의의 준말로서 ‘해석하다’, ‘풀이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편 학(學)은 ‘배운다’는 뜻으로 배운다는 것의 원천적 의미는 모방이다. 학생들은 유교 성현들의 언행과 그들의 학문적 성과를 따라 배우면서 유교 사상과 사회 규범을 익혀 나간다. 송나라의 성리학자 주돈이는, “선비는 현인처럼 되기를 희망하고, 현인은 성인처럼 되기를 희망하고, 성인은 하늘처럼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학인들이 점진적으로 올라가야 할 단꼐와 이루어야 할 궁극의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 p.63

사람은 원래부터 맑고 참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났다. 성인은 이것을 잃지 않고 보존하고 기르는 까닭에 능히 성인이 되는 것이지 다른 데서 가져와서 된 것이 아니다. 서원에서 하는 공부는 귀로 듣고 입으로 외기만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기르고 수신을 하여 성인이 되는 일을 목적으로 삼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다. 그래서 양성이 매우 중요한 공부아지 수신의 대강(大綱)이 된다.
--- p.107

사람의 천성이 선함은 물의 성질이 맑음과 같다. 천성은 본래 선하지만 악이 생기는 것은 물욕이 유혹하기 때문이다. 물은 본래 맑지만 흐리게 보이는 것은 오물이 더럽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악을 버리고 선을 보존한다면 사람의 성품은 그 시초대로 회복될 것이요, 흐린 것을 없애고 맑게 한다면 물의 성질은 본래의 모습을 되찾게 될 것이다.
--- p.145

누정 등 옛 건물의 액호(額號)는 그 글자 자체의 뜻보다 더 넓고 깊은 의미를 가진다. 그러므로 단순한 자의(字意) 해석 수준을 넘어 출처와 전후 사정, 그리고 선택한 취지까지 일거내야 참 뜻에 도달할 수 있다. 담양 소쇄원(瀟灑園)을 예로 들어보자. 소쇄원에는 광풍각(光風), 제월당(霽月堂)으로 불리는 누각과 당이 있다. 자의만으로 보면 각각 ‘빛과 바람’, ‘비갠 후의 달’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고아(高雅)한 인품을 가진 성현에 대한 흠모의 정이 들어 있다.
--- p.161

설사 공자 행단의 나무가 은행나무가 아닌 살구나무라 해도 대다수의 유학자나 유생들이 그것을 은행나무로 여겨 서원에 심었고, 공자 강학처의 상징목으로 생각해왔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은행나무가 아니라 살구나무임을 고집하여 새삼스럽게 은행나무 대신 살구나무를 서원에 심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며, 그것은 오히려 전통적 상징체계를 파괴하는 일이 될 뿐이다.
--- p.185

절제와 경건을 강조하는 서원은 사찰처럼 화려하고 번다한 문양이나 조각 등의 장식을 꺼린다. 대신 강학(講學)·수신(修身)과 관련된 핵심 개념을 문구(文句), 또는 문자 형태로 장식하는 경우가 흔하다. 장식이라고는 하지만 당초부터 아름다움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항상 가까이 대하면서 그 뜻을 마음에 새겨 학문과 수양의 기틀로 삼으려는 데 근본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 눈에 잘 띄는 바위에 새기거나 담장에 베풀기도 하고 액자로 만들어 높은 곳에 걸어두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뜻에 있다고 하지만 한자 자체가 상형문자이기 때문에 장식 효과가 전혀 없지 않은 점이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 p.193

출판사 리뷰

스스로 성인이 되고자 했던 조선의 선비들

서원은 성현을 기리고 인재를 키우기 위해 전국 곳곳에 세워진 사설 교육기관이다. 하지만 관료 양성을 위한 준비기구의 성격이 강한 중국의 서원제도나 학업을 주목적으로 하는 서당과 달리, 자기 자신의 인격을 완성하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삼았다.
서원의 교육은 성현을 따르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성현은 남을 해치거나 남의 것을 탐내지 않고 안빈낙도(安貧樂道)하는 존재이다. 유생들은 이런 성현에 대해 항시 존경심을 갖고, 그들의 말과 행동을 따르기 위해 노력했다. 성현의 모든 것이 유생들의 삶의 근본을 이룬 셈이다.
하지만 유생들이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한 것은, 타고 난 맑은 본성을 회복하는 일이었다. 사람은 원래부터 맑고 참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이것을 잃지 않고 보존하면 성인이 될 수 있었다.
이처럼 학문 성취와 더불어 본성을 함양하는 위기지학(爲己之學)의 전당으로 지대한 역할을 한 서원은 한때 1,000여 개까지 설립되며 조선을 이끄는 한 축을 담당했다. 조정에서는 인재양성과 지역사회의 안정을 위해 서원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학인들은 중앙정계에 활발히 진출하고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는 등 사회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도맡았다.

서원의 모든 공간에는 학인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

이처럼 나라의 한 축을 담당한 서원의 외양은 뜻밖에도 소박하고 검소하며 고졸하다. 화려하고 웅장한 것을 마주하면 마음이 동요할 수 있기에 의도적으로 건물을 작고 수수하게 지은 것이다.
선비들은 배움의 길이 책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먹고, 자고, 쉬는 등 생활하는 모든 것에 배움의 뜻을 담아내려고 했다. 서원의 모든 공간에 교육 철학과 목표가 담겨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부를 할 때는 물론, 출입문을 드나들고,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는 순간에도 흐트러짐 없이 스스로를 다스리려는 선비들의 마음자리가 서원 곳곳에 남아 있다.
선비들은 배움의 목표를 강당의 당호(堂號)로 새겨 그 가르침을 실현하고자 노력했다. 도산서원의 ‘전교당’은 공자의 유교 전범과 가르침에서 따온 말로, 인간은 원래 ‘인(仁)’을 타고난 도덕적 존재이므로 자기 스스로를 극복하여 ‘인’을 실현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돈암서원의 ‘응도당’은 뜻을 세우고 근본을 정하여 잡된 생각 없이 유지하고, 사물의 이치를 밝히며 자기반성을 꾸준히 실천하면 지극한 도가 이루어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또한 남계서원의 ‘명성당’은 진실되고 참된 우주 자연의 도를 밝혀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소수서원의 ‘명륜당’은 교육을 행함으로 인륜을 밝히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숨 쉬는 선비들의 세계

서원은 봄과 가을의 제사 때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제사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고즈넉해진다. 서원에서 수신하던 수많은 유생들은 사라졌지만, 그들의 마음은 편액이나 건물, 바위 등에 아직까지 그대로 새겨져 있다.
소수서원의 죽계 변에는 ‘경(敬)’자가 새겨진 ‘경석(敬石)’이라 불리는 커다란 바위가 있다. ‘경’은 도(道)에 들어가는 문이자 성인(聖人)의 학문과 사상을 배우기 위한 기본적 마음가짐으로, 선비들은 한순간도 마음에서 ‘경’을 놓아서는 안 되었다. 한가롭게 쉴 때는 물론, 정신을 차리지 못 할 정도로 급한 상황에서도 그만 둬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이 ‘경’이기에 바위에 새겨 다짐을 되뇐 것이다.
서원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유형적인 것이다. 시간이 흘러 건물들은 낡고, 꽃은 지고, 나무도 쓰러졌지만, 그 안에 새겨져 있던 마음만은 변함없이 남아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마음이 아닐까? 외면보다 더 깊은 내면의 세계를 이해해야 서원의 참뜻을 비로소 깨닫게 될 것이다.

세계가 인정한 문화유산, 한국의 서원

현재 전국에는 600여 개의 서원이 분포되어 있다. 그중 소수서원, 남계서원, 옥산서원, 도산서원, 필암서원, 도동서원, 병산서원, 무성서원, 돈암서원 총 9개의 서원은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록되어 있다. 서원의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를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그동안 서원을 다룬 책들은 주로 서원의 외적인 면에 주목했다. 하지만 서원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 당시 서원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던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 저자는 눈에 보이는 유형의 것만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무형의 정신을 알아내기 위해 전국 수백 개의 서원을 답사하였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선비들의 넓고 깊은 사색의 세계를 한 권의 책으로 풀어냈다. 저자가 들려주는 선비들의 커다란 가르침은, 우리가 잃어버린 인간의 본성을 찾아가는 길을 밝혀줄 것이다.
리뷰 총점 8.0
한줄평 총점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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