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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감방
모조품 사적인 경험 유령 지난주 월요일에 점핑 멍키 힐 숨통 미국 대사관 전율 중매인 내일은 너무 멀다 고집 센 역사가 옮긴이의 말 |
Chimamanda Ngozi Adichie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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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질문을 하는 동안 그의 눈은 눈물 어린 꿈으로 빛났다. “우리도 언젠가는 아드모어나 메인 라인의 다른 동네에 있는 그런 집에서 살게 될 거야.” 그가 말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변해 버린 그들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지난주 월요일에」중에서
당신에게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었을 때, 당신은 나이지리아라고 대답하고 나서 그가 보츠와나의 에이즈 퇴치 운동에 돈을 기부한 얘기를 하길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당신이 요루바족인지 이보족인지를 물었다. 얼굴을 보니 풀라니족은 아니라는 것이다. 당신은 깜짝 놀랐다. (중략) 그는 가나와 우간다와 탄자니아에 가 본 적이 있고, 오코트 프비테크의 시와 아모스 투투올라의 소설을 좋아하며, 사하라사막 이남의 나라들과 역사와 사회문제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다고 했다. 당신은 경멸감을 느끼고 싶었고, 그가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주면서 그 경멸감을 보여 주고 싶었다. 왜냐하면 아프리카를 너무 좋아하는 백인들과 너무 싫어하는 백인들은 똑같은 부류, 즉 찰난 척하는 부류였기 때문이다. ---「숨통」중에서 “부인? 미합중국은 정치적 박해의 피해자에게는 새로운 삶을 제공합니다만 그러려면 반드시 증거가…….” 새로운 삶. 그녀에게 새로운 삶을 줬던 것은 우곤나였다. 그녀는 자신이 새로운 신분, 새로운 정체성에 적응해 가는 속도에 깜짝 놀랐었다. “제가 우곤나 엄마예요.” 그녀는 유치원에서, 교사들에게, 다른 학부모들에게 그렇게 말하곤 했다. (중략) 꽃이 피어서 벌이 모여들면 그녀는 땅 위에 도두앉은 채 꽃을 따서 빨아 먹고 싶었다. 그리고 나중에 다 먹은 꽃들을, 우곤나가 레고 블록으로 그랬듯이, 일렬로 나란히 늘어놓고 싶었다. 그녀는 깨달았다. 그것이 그녀가 원하는 새로운 삶이라는 것을. (중략) 그녀는 돌아서지 않았다. 그녀는 미국 대사관을 나와서, 아직도 법랑 접시를 한껏 앞으로 내민 채 구걸을 하고 있는 거지들을 지나 자기 차에 올라탔다. ---「미국 대사관」중에서 그날은 신부가 미사를 시작하면서 성수로 신도들을 축복하는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패트릭 신부가 왔다 갔다 하면서 큰 소금 통처럼 생긴 것으로 사람들에게 물을 뿌렸다. 우카마카는 그를 쳐다보면서, 미국의 가톨릭 미사가 나이지리아보다 얼마나 억제되어 있나 생각했다. 나이지리아에서였다면, 땀 흘리며 허둥지둥하는 복사(服事)가 든 성수 통에 신부가 담근 것은 망고 나무에서 꺾은 싱싱한 녹색 가지였을 것이고, 신부는 성큼성큼 걸어 다니면서 물을 뿌리고 빙글빙글 돌아서 성수가 비 내리듯 했을 것이며, 사람들은 흠뻑 젖은 채 미소를 띠고 성호를 그으면서 자신들이 정말로 축복받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전율」중에서 그가 카트에 포장육을 담았을 때 나는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나는 오그베테 시장에서 자주 하던 것처럼 고기를 직접 만져 보고 색깔이 얼마나 빨간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곳에서는 푸주한이 방금 자른 고기를 들어 보이면 파리가 그 주위를 윙윙대곤 했다. “저 비스킷 좀 사도 돼요?” 내가 물었다. 버턴스 리치 티의 파란 포장이 눈에 익어서였다. 비스킷을 먹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카트에 뭔가 익숙한 게 있었으면 했다. “쿠키. 미국인들은 그걸 쿠키라고 불러요.” 그가 말했다. 나는 손을 뻗어서 비스킷(쿠키)을 집었다. (중략) “영어로 말해요. 당신 뒤에 사람들 있어요.” 그가 반짝이는 보석으로 가득한 유리 진열장 쪽으로 나를 끌어당기며 속삭였다. “그리고 그건 엘리베이터예요, 리프트가 아니라. 미국인들은 엘리베이터라고 해요.” ---「중매인」중에서 느왐그바가 그 애를 안은 순간부터 아기의 밝은 눈동자는 생글거리며 그녀를 쳐다봤고 그녀는 오비에리카의 영혼이 돌아왔음을 알았다. 여자애로 환생하다니 이상한 일이었지만 조상님의 뜻을 누가 예측할 수 있겠는가? 오도널 신부는 아기에게 그레이스라는 세례명을 주었지만 느왐그바는 손녀를 ‘내 이름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게 하소서.’라는 뜻의 아파메푸나라고 불렀다. 꼬마 손녀가 그녀의 시와 이야기에 진지한 관심을 보이고, 소녀가 되어서도 할머니가 떨리는 손으로 힘들게 도자기를 만드는 모습을 주의 깊게 지켜보는 데 느왐그바는 전율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아파메푸나가 중등학교에 가게 되었을 때는 전율을 느끼지 않았다. 왜냐하면 기숙학교에서 배우게 될 새로운 방식들이 손녀의 투지를 사라지게 하고 아니켄와 같은 옹고집이나 음그베케 같은 무력함으로 바꿔 놓을까 봐 겁났기 때문이다. ---「고집 센 역사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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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1번 감방
나이지리아의 부유한 중산층인 은나마비아는, 외제차를 몰고 다니면서 재미 삼아 도둑질을 일삼는 겉멋 든 비행 청소년이다. 어느 날 은나마비아는 교내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에 휘말려 감옥에 들어가게 되고, 무장 강도로 수배 중인 아들 대신 감옥에 들어온 무고한 노인이 갖은 폭력에 시달리는 것을 보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ㆍ모조품 은켐의 남편 오비오라는 나이지리아와 미국을 오가며 일하는 아트 딜러다. 어느 날, 은켐은 나이지리아를 다녀온 친구로부터 남편이 나이지리아 집에서 애인과 함께 산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은켐은 평온을 깨지 않기 위해 남편에게는 알은체하지 않는 대신 가정부 아마에치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ㆍ사적인 경험 나이지리아의 시장 골목에서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 간 충돌이 일어난다. 이보족 기독교도 치카는 엉겁결에 시장에서 양파를 팔며 생계를 잇는 가난한 하우사족 이슬람교도 여자와 함께 마켓에 숨는다. 폭동 때문에 각각 언니, 큰 딸을 잃어버린 치카와 여자 사이에 묘한 연대감이 생긴다. ㆍ유령들 은퇴한 수학 교수 제임스 느워예의 눈앞에 37년 전 비아프라 전쟁 중에 죽었다고 믿었던 교수 동료 이켄나가 나타난다. 그는 그때 죽은 게 아니라 군인들을 피해 스웨덴으로 도망한 것이었다. 느워예는 이켄나와 이야기하며 지난 과거를 회상한다. ㆍ지난 주 월요일에 미국으로 건너온 카마라는 유대계 백인 남자와 흑인 여자가 부부로 사는 혼혈 가정에서 베이비시터로 일한다. 어느 월요일, 카마라는 그림을 그리느라 지하실에만 처박혀 있던 여자 트레이시를 처음 만나고, 이후 카마라의 일상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ㆍ점핑 멍키 힐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 중 가장 자전적인 이야기. 우준와는 케이프타운 바깥에 위치한 리조트 점핑 멍키 힐에서 열리는 아프리카 작가 워크숍에 참석한다. 그녀는 워크숍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갖가지 편견을 목도한다. ㆍ숨통 나이지리아에서 숙부가 사는 미국으로 온 여자는, 미국에 대한 부모의 막연한 동경과 아프리카에 대한 미국인의 환상 혹은 무시 사이에서 질식할 것처럼 답답하다. 방세를 내기 위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녀는, 식당을 찾아온 손님과 사랑에 빠진다. 그는 여느 미국인들과는 다른 ‘개방적인’ 사람이지만 그런 그도 온전히 그녀를 이해하지는 못한다. ㆍ미국 대사관 쿠데타를 반대하는 언론인 남편을 둔 여자는, 미국 망명 비자를 받기 위해 미국 대사관을 찾는다. 남편은 사흘 전 몰래 해외로 도주했고, 아들 우곤와는 그다음 날 남편을 잡으러 온 정부 요원의 총에 맞아 죽었다. 이 모든 일은 사실이지만 면접관은 그녀가 거짓으로 이야기를 지어냈다면서 비자를 발급해 주지 않는다. ㆍ전율 유학생 우카마카는 나이지리아에서 비행기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녀의 전 남자 친구 우덴나가 타고 있을지 모르는 비행기였다. 불안해하는 사이 예기치 않게 그녀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나이지리아인 치네두가 집으로 찾아오고, 두 사람은 비행기를 탄 사람들을 위해 함께 기도한다. 우연한 계기로 둘 사이에 우정이 싹튼다. ㆍ중매인 미국으로 결혼 이민을 온 치나자는, 입 냄새가 나고 배 나온 아저씨인 데다 재미도 없는 남자와 사는 게 괴롭기만 하다. 남편은 치나자에게 나이지리아인의 정체성을 서서히 버려 달라고 부탁하며, 이보어도 못 쓰게 한다. 그러던 중 그가 이전에 미국 영주권을 얻기 위해 미국 여자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격분하지만, 그녀 역시 비슷한 이유로 아직 그를 떠날 수 없다. ㆍ내일은 너무 멀다 ‘당신’과 당신의 오빠 논소, 고종사촌 도지에가 나이지리아 할머니 댁에서 함께 있었던 18년 전 여름, 할머니가 이들에게 에치 에테카, 즉 ‘내일은 너무 멀다.’라는 이름을 가진 뱀에 한 번만 물리면 10분 안에 죽는다고 말해 준 그 여름에 논소가 아보카도 나무 위에서 떨어져 죽는다. 논소가 왜 죽었는지 진실을 아는 사람들은 당신과 도지에뿐이다. ㆍ고집 센 역사가 부유한 오비에리카는 가난한 사촌들을 물심양면 돕는다. 여러 번 유산 끝에 아들을 얻지만 기쁨도 잠시, 오비에리카가 죽고 사촌들은 그의 아내 느왐그바에게 재산을 내놓으라며 괴롭힌다. 여자는 아들에게 공부를 가르쳐 가산을 지키게 하기 위해 아들을 미션스쿨에 입학시키지만, 곧 기독교에 물들어 가족과 나이지리아의 전통에 무심한 아들 때문에 근심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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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현대 문학의 아버지 치누아 아체베의 “21세기 딸”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최신작 급격히 밀려들어 온 미국 문화의 물줄기 세계화라는 이름이 붙은 그 거센 흐름을 마주한 사람들 동경과 환멸, 몰이해와 소통의 순간들을 오가며 공존에 다다르려는 주변인들의 위태하고도 흥미로운 여정 ㆍ아디치에는 잊을 수 없는 캐릭터들을 만들어 낸다. 이 캐릭터들은 페이지에서 튀어나와 당신의 머리와 심장 속으로 뛰어 들어올 것이다. - 〈USA 투데이〉 ㆍ작가는 우아함과 솔직함을 갖춘 매우 숙련된 이야기꾼이다. 짧은 길이의 제약을 받긴 해도 이야기들은 전체적으로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 〈옵저버〉 ㆍ외국에서의 삶을 꿈꾸거나, 이민자로서의 삶에 적응해야 하는 나이지리아인들에게 보내는 동정 어린 시선. - 〈파이낸셜 타임스〉 아프리카 현대 문학을 이끄는 차세대 대표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신작 『숨통』이 민음사 모던 클래식(51번)으로 출간되었다. 아디치에는 『자주색 히비스커스』로 등단하자마자 “치누아 아체베의 21세기 딸”이라는 명성을 얻었으며, 두 번째 장편소설 『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2006)로 오렌지 소설상을 받고 “천재 상”이라 불리는 맥아서 펠로로 선정되었다. 『숨통』은 2002년부터 6년간 《프로스펙트》, 《그란타》등 세계 유수의 잡지에 발표했던 열두 개의 단편들을 모은 소설집으로, 모든 것이 세계화라는 명목으로 ‘미국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전통을 지키려 애쓰며 자신만의 삶의 양식을 개척해 가는 나이지리아인들의 지난한 여정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 냈다. 전작들을 통해 고국 나이지리아가 겪은 역사의 진실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썼던 작가는 이번에는 열아홉 살에 도미한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인이 아닌 ‘타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보다 동시대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계화라는 커다란 흐름에 놓인 약소국가의 한 개인이 주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담아낸 『숨통』의 이야기들은 우리에게도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작가의 날카롭고 섬세한 관찰력과 진중하면서도 곳곳에 배어 있는 유머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2009년 《파이낸셜 타임스》 선정 ‘올해의 도서’ 목록에 올랐다. 아디치에는 2011년 《뉴요커》에서 뽑은 ‘미국을 대표하는 젊은 소설가 20인’과 하버드 대학교 래드클리프 고등 연구소 펠로로 선정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져 나가고 있다. 세계화의 흐름에 맞서 ‘자기만의 삶’을 꾸려 나가려는 이들의 이야기 『숨통』에는 저마다 다른 삶의 내력을 지닌 다양한 나이지리아인들이 등장한다. 나이지리아라는 나라 자체는 낯설게 느껴질지 몰라도,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의 모습과 그들의 고민은 우리에게 크게 낯설지 않다. 나이지리아에 살면서도 미국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거나 미국에 살지만 나이지리아인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는, 양쪽 세계에 걸쳐 살아가는 나이지리아인들의 모습에 구미 문화권 출신도 아니고 영어를 모국어로도 하지 않는 이른바 주변인으로서 오늘날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겹치기 때문이다. 각 이야기들은 미국 혹은 나이지리아 어딘가에서 펼쳐지지만, 그들이 어디 사느냐 하는 공간적 문제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며 주인공을 한국 사람이라고 가정해도 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보편적이다. 작품은 국가, 가족, 개인의 신념 등과 같이 자신의 정체성을 이루는 요소들을 위협해 오는 것으로부터 자기만의 고유성을 지키고 싶어 하며, 보호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완성하길 원하는 인간의 열망을 매우 세밀하게 그려 낸다. 내가 그런 말을 한다면 그 애에겐 마침내 여기 와서 나를 미국으로 끌고 갈 구실이 생길 것이고, 그러면 나는 모든 것이 너무 편리해서 재미없는 삶을 살아야만 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기회”라 부르는 것으로 더럽혀진 삶. 내게는 맞지 않는 삶. (중략) “그런 생활이 좋으세요, 아빠?” 은키루카는 요즘 나랑 통화할 때 은근히 귀에 거슬리는 미국식 악센트로 이렇게 묻는 데 맛을 들였다. 그건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야. 그냥 내 삶일 뿐이지. 나는 딸에게 그렇게 말한다. 중요한 건 그것뿐이다. -「유령」에서 작품들 속에는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신념 아래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가는 이들과 ‘삶의 양식이 의식을 지배하는 것’을 경계하며 미국이라는 거대한 힘에 자신의 삶이 휩쓸릴까 조심스러워하는 이들이 함께 등장한다. 하지만 작가는 무엇이 좋고 나쁜가에 관해서 직접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거대하고 막강한 세력 앞에서 무차별적인 변화를 강요받는 주변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며 모든 것이 단일한 기준에 의해 통합되고 수렴되어 가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문제를 ?기한다. ‘미국’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으로 망명 간 남편 때문에 정부 요원의 손에 아들을 잃기도 하고, 원하지 않는 결혼 이민을 와서 사랑하지도 않는, 배 나오고 입 냄새가 나며 이보어도 못 쓰게 하는 의사 남자와 살며 괴로운 나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수동적으로 당하기만 하기보다는 최대한 저항하며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다. 「미국 대사관」에 등장하는 주인공 여자가 죽은 아들을 팔아넘겨 미국 망명 비자를 받느니 이 땅에 남겠다며 대사관을 박차고 나오는 장면이나, 「고집 센 역사가」에서 노인 느왐그바가 기독교식 장례를 위해 자기 몸에 성유를 발랐다간 남은 힘을 다해 후려쳐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장면 등은 ‘대세’가 무엇이든 각 개인은 자신만의 삶의 양식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자명한 진실을 상기시켜 준다. 편견 너머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해 주는 소설 에드워드는 생각에 잠긴 듯이 한참 파이프를 씹더니, 이런 유의 동성애 이야기는 아프리카의 진짜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어느 아프리카요?” 우준와가 불쑥 말했다. (중략) “지금이 2000년일지는 모르지만 가족들에게 자기가 동성애자라고 고백하는 여자 이야기가 대체 얼마나 아프리카적이라는 거요?” 에드워드가 물었다. 그러자 세네갈인이 알아들을 수 없는 프랑스어를 속사포처럼 쏟아 내기 시작하더니 약 1분 동안의 일장 연설을 마친 뒤에 이렇게 말했다. “내가 세네갈인이에요! 내가 세네갈인이라고요!” -「점핑 멍키 힐」에서 당신은 그와 가까워졌음을 알았다. 당신의 아버지가 실은 교사가 아니라 건설 회사의 말단 운전사라고 그에게 말했을 때. 그리고 당신은 아버지가 털털거리는 푸조 504를 운전했던 어느 날의 이야기를 그에게 들려주었다. (중략) 당신이 이 이야기를 마치자, 그는 입술을 오므리면서 당신의 손을 잡고는 당신 심정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당신은 그의 손을 뿌리쳤다. 세상이 자기 같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고, 혹은 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에게 갑자기 화가 났기 때문이다. 당신은 그에게, 이해해야 할 것은 하나도 없다고, 그냥 사는 게 원래 그런 거라고 말했다. -「숨통」에서 『숨통』은 또한 타자, 특히 주변부를 바라볼 때 범하기 쉬운 오류를 보여 준다. 작품 속에는 소위 아프리카 애호가, 아프리카 전문가라는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아프리카에 대해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알며 더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대놓고 혹은 은연중에 과시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특정 대상에 관심을 갖고 그것에 대해 많은 정보를 터득한다고 해서 그 대상에 대한 ‘이해’가 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중심부에서 서서 주변부에서 살아가는 누군가를 편견 없이 온전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그 불가능성을 겸허히 인정하고 시각의 축을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이동하려는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에드워드 교수가 “이런 유의 동성애 이야기는 아프리카의 진짜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점핑 멍키 힐」)이나 외제차를 살짝 박은 아버지가 길바닥에 엎드려 “저와 제 가족을 판다 해도 선생님 차의 타이어 하나 살 수 없을” 거라며 비는 모습이 꼭 ‘똥’ 같아 보였다는 나이지리아 여자의 이야기를 듣고 미국인 남자 친구가 “당신 심정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숨통」)은 자기가 아는 일부 사실만으로 그 대상을 ‘안다’고 생각하는 ‘만용’과 같다. 작가는 ‘아프리카’를 떠올렸을 때 흔히 생각지 못하지만 아프리카인들의 삶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동성애, 결혼 이민과 같은 일들을 진솔하게 그려 냄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편견의 더께를 걷어 내고 ‘진짜 아프리카’의 모습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 작가는 “소설에는 가슴으로 느껴지는 진실이 반드시 드러나야 한다”며 이것은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일상성 안에서 상황을 설명하기보다는 그대로 보여 줄 때 느껴지는 진실”을 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작가 자신의 경험을 투영하여 세계화의 거대한 흐름이 개인의 삶에 드리운 행복과 불행의 면면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소설집 『숨통』에도 작가의 이러한 신념이 관철되어 있다. 낯선 세계 속에서 갖가지 난관들을 헤치며 자신의 영역을 위태롭게 확보해 나가는 이들에 관한 이 지극히 현실적이고 진솔한 이야기가, 점점 복잡해져만 가는 세상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잊은 채 분주히 살아가는 우리에게 스스로의 삶을 돌아볼 계기를 마련해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