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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닮은 손가락
어느 「고쿠라 일기」전 국화 베개 빨간 제비 불의 기억 청색 단층 깨진 비석 약점 돌 뼈 하코네 동반 자살 피리 단지 상실 편집부 후기 |
Seicho Matsumoto,まつもと せいちょう,松本 淸張,본명:마츠모토 키요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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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두철미하게 아버지를 뿌리친 작은아버지에게 나는 반감보다 일종의 공감을 느꼈다. 이 현실적인 작은아버지가 아버지의 비굴한 성격을 감당할 리가 없었다는 잔혹한 공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게도 그런 아버지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자각에서 비롯된 공감이었다.
---「아버지를 닮은 손가락」중에서 고사쿠의 마음이 움직인 것은 그런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였다. 오가이의 문장을 읽고 뜻하지 않게 어린 시절 전편꾼이 울리던 방울 소리의 기억이 되살아난 이래, 고사쿠는 오가이의 작품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고쿠라 일기?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고 난 뒤부터, 본 적도 없는 그 일기에 마치 자신과 같은 피가 흐르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어느 「고쿠라 일기」전」중에서 누이는 1946년에 병원에서 죽었다. 57세였다. 간호 일지에는 날마다 “혼잣말을 하다가 혼자 웃곤 했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녀를 기쁘게 한 것은 무슨 환청이었을까 ---「국화 베개」중에서 그녀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영문도 모른 채 제비를 뽑았을 뿐인데, 그녀들의 몸에 무슨 더러운 때라도 묻었단 말인가. ‘하마터면 미군의 위안부가 될 뻔했다’라는 사실이 ‘창녀의 자격이 있는 여자’라는 편협한 의식에 덧씌워져 보이지 않는 낙인이 되었다. ---「빨간 제비」중에서 다쿠지가 “시즈에, 시즈에!” 하고 큰 소리로 불렀다. 그리고 지금까지 쓴 부분을 흥분한 목소리로 읽어주고는 “어때” 하며 감상을 재촉했다. 열에 들떠서 눈이 빛났다. 그런데 그 무렵에는 시즈에도 매일 열이 나곤 했다. “요즘 귀가 잘 안 들려요. 당신 목소리가 멀어요.” 하며 귀에 손을 대고 말했다. 병균이 이미 그녀의 귀를 좀먹고 있었다. 다쿠지한테서 옮은 것이다. ---「깨진 비석」중에서 “폐를 끼쳐서 미안해요. 그만 가볼게요.” 스다는 아무 감정 없는 목소리로 쌀쌀하게 말하더니 등을 돌리고 방에서 나갔다. 취한 발소리는 아니었다. 마침내 두려워하던 일이 벌어졌다. 생계가 도망갔다. 구와지마 아사코는 다리에서 힘이 풀렸다. ---「상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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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에게도 피어싱』도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도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의 ‘기댈 곳 없음’을, 그리고 그런 현실과 싸우면서도 타협해 나가는 일상을 그렸다고 봅니다. 이는 곧 「어느 「고쿠라 일기」 전」의 주인공 고사쿠와 상통합니다. 고사쿠도 당시 세상에 기댈 곳이 없었습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존재 근거로서 소중히 여기며 결코 놓치지 않으려고 매달렸던 삶의 목적이 ‘고쿠라 시절의 모리 오가이의 발자취를 조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 아무리 발버둥 쳐도 살기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어쨌든 지금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인간을 현재 진행형으로 자세히 그리는 것이 아쿠타가와 상이 지향하는 순문학이라면 「어느 「고쿠라 일기」전」은 분명 순문학입니다.”
(미야베 미유키, 소설가.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상, 재인용) “세이초의 문장은 실로 살인범을 추적할 수 있을 만큼 자유자재의 힘을 지니고 있다.” (사카구치 안고, 소설가 _ ‘아쿠타가와상 심사평에서’) 불구(불완전)의 삶이 던지는 헌신과 몰입, 비운의 주인공들에게서 발견하는 우리들의 분신 여기에 수록된 12편의 소설 가운데 4편은 일종의 실명實名 소설 혹은 전기傳記 소설이다. 세이초는 실제로 존재했던 이 인물들로부터 자신의 분신을 발견하고, 그들의 생애에 자신의 비극적 드라마를 투영해 처절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어느 「고쿠라 일기」전」의 주인공 고사쿠耕作는 같은 이름의 청년 향토사가가 모델이었고, 「국화 베개」의 누이ぬい는 여류 하이쿠 작가 스기타 히사杉田久(1890~1946)의 인생을 그린 것이다. 「깨진 비석」의 기무라 다쿠지는 고고학자 모리모토 로쿠지森本六爾(1903~ 1936)의 불우한 삶을, 「돌 뼈」의 구로즈는 와세다 대학의 교수 나오라 노부오直良信夫(1902~1985)의 집념어린 학문적 고난을 모델로 삼아 썼다고 한다. 이 주인공들은 스스로의 재능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지만, 대부분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문을 닫아버린 견고한 세상 앞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소외와 고립에 떨어져도 끝내 자기 길을 걸어간다. 그들의 보답받지 못한 인생은 너무나 가련하다. 그러나 타협할 줄 모른 채 끝내 컴플렉스와 아집으로 스스로 문을 닫고야 마는 그들의 인생은 한편으로 너무나 끔찍하고 답답하다. 아버지의 부재, 위안부 문제, 예술과 희생, 공직 비리, 사랑과 현실 등 일상과 역사적 현장의 화두 속에서 삶의 깊은 성찰을 이끌어내는 솜씨 이 밖에도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들이 많아, 세이초의 단편소설 세계가 더 깊고 넓게 전해진다. 그의 단편 세계는 일상과 역사적 현장에서 문제적 화두를 끄집어내어 간결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휴먼 드라마를 이끌어낸다.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소재부터 ‘일본인 위안부 문제’처럼 특수한 역사적 현장에 이르기까지 촌철의 필치로 써나가는 그의 솜씨는 현란하고 섬뜩하다. 아버지의 존재와 부재를 통해 정체성 문제를 다룬 「아버지를 닮은 손가락」과 「불의 기억」, 일본의 패전과 위안부 문제 속에서 욕망의 비루함을 다룬 「빨간 제비」, 예술과 인간 희생을 그린 「청색 단층」, 공직 비리의 덫을 포착한 「약점」, 사랑과 현실의 문제를 담고 있는 「하코네 동반 자살」과 「상실」 등, 세이초 단편소설의 짧고도 깊은 맛이 유려하게 펼쳐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