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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의 황야 1~14
해설_ 황야를 선택한 남자, 『구형의 황야』에 대하여 1 |
Seicho Matsumoto,まつもと せいちょう,松本 淸張,본명:마츠모토 키요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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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쓰코는 방명록의 한 장 앞을 넘겨 보았다. 한 면 가득 이름이 기장되어 있다. 여러 이름들이 글씨의 버릇을 나타내고 있다. 요즘은 붓글씨라면 누구나 쓰기 어려워하는지, 달필도 있지만 몹시 서툰 글씨도 많았다.
그러다가 그중 한 이름에 시선이 멈추었다. ‘다나카 고이치’라는 이름이다. 물론 세쓰코가 아는 이름은 아니다. 거기에 눈을 멈춘 것은 모르는 사람의 이름인데도 어디에선가 그 글씨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디에선가 ―. “고맙습니다.” 노인은 겨우 꾸러미를 끈으로 묶어 내밀었다. 세쓰코가 방명록의 이름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노인은, “부인께서도 기장을 해 주시겠습니까?” 하고 권했다. --- p. 12 소에다 쇼이치는 그를 불러 세웠다. “노가미 씨의 외교 활동을 공표하면 피해를 입는다는 건 누구입니까? 알려 주십시오.” “내가 그 사람의 이름을 말하면 당신은 그 사람한테 이야기를 들으러 갈 생각인가요?” 무라오 과장은 소에다를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얇은 입술이 웃으려고 한다. “예, 경우에 따라서는.” “그럼 말해 드리지요. 그 사람이 만나 준다면 당신이 인터뷰를 신청해 보세요.”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말해 드리지요. 윈스턴 처칠입니다…….” 응접실을 나가는 무라오 과장의 넓은 등을, 소에다 쇼이치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눈에 남은 것은 과장의 비웃는 입술 모양이었다. --- p. 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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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패배를 바랐던 남자의 이야기!
한 차례 영화화, 그리고 무려 여덟 차례나 드라마로 제작된 세이초의 대표 역사 미스터리! 일본의 오래된 사찰을 둘러보는 취미가 있는 세쓰코는 돌아가신 외삼촌이 좋아했던 사찰, 나라(奈良)의 도쇼다이지를 구경하러 간다. 외교관으로 제2차 세계대전 중 중립국에서 일했던 외삼촌 노가미 겐이치로는 현지에서 과로로 죽었다. 사찰을 둘러보며 외삼촌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던 세쓰코는 사찰의 방명록에서 외삼촌과 똑같은 글씨체의 서명을 발견한다. 죽은 이가 살아 돌아오기라도 한 것일까? 마치 망령에 홀린 것처럼, 세쓰코는 예전에 삼촌이 좋아했던 다른 절들도 뒤져본다. 그곳의 방명록에도 삼촌의 특이한 글씨체와 똑같은 서명이 발견된다.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노가미 겐이치로의 유족들, 아내 다카코와 딸 구미코는 대수롭지 않은 우연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세쓰코와 그녀의 남편 료이치, 그리고 구미코의 연인 소에다는 유족들의 주변을 떠도는 노가미 겐이치로의 존재를 느낀다. 문득 노가미가 죽었을 당시의 상황이 궁금해진 소에다는 당시 노가미와 함께 중립국에 파견되어 있었던 동료들을 수소문한다. 그러던 중 행방이 알 수 없었던 육군 무관이 어느 날, 연고도 없는 외딴 곳에서 교살당한 시체로 발견되면서 상황은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패전의 아픔을 딛고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뤄낸 1960년대의 일본은, 이미 전쟁의 상흔에서 많이 벗어난 상태였다. 전쟁중에 징병되어 참전하기도 했던 세이초는 사람들이 점점 전쟁을 잊어 가는 것을 우려했다. 전쟁은 일본 스스로 벌인 것이지만, 일본 내에서도 전쟁으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은 그 상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 말기, 일본 측에서도 패배를 예감하고 희생을 최소화하고자 일찌감치 항복을 하려 했던 자들이 있었다. 세이초는 그 사실을 단서로, 일본의 패배를 바랐던 남자의 이야기를 쓴다. 배신의 대가로 영원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된 남자. 그는 십여 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야 그리웠던 고향으로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