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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박완서)
따뜻함이 깃들기를(호원숙) 나에게 소설은 무엇인가(박완서) 모녀의 시간(호원숙) 행복한 예술가의 초상(호원숙) 자선대표작_해산바가지 자선대표작_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사는 동안 정신머리 꼭 챙기게(김영현) 미래의 해석을 향해 열린, 우리 시대의 고전(권명아) 박완서, 거짓된 세상 아프게 껴안다(김병익) 부록: 작가연보, 작품목록, 참고문헌 |
朴婉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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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동네의 뿌리 깊음에 전율했고,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에서 그 집까지 걸어올라간 거리가, 어릴 적 그 집에서 매일 통학한 거리의 반의 반도 안됐는데 밤에 다리에 쥐가 나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박완서) --- p.5
“얘, 영정사진 하고 집문서 저기 넣어 놓았다.” 그런 말씀을 하시는데도 귀담아 듣지 않고 어느 서랍인지 확인도 하지 않았고 꺼내 보지도 않았다. 죽음을 준비하는 어머니의 치밀함이 싫었기 때문이다. 나는 결국 돌아가신 날 새벽 어머니가 영정사진이라고 따로 해 놓은 사진을 찾아내지 못하고 작업실 벽에 걸려있던 액자 사진을 그대로 떼어 가슴에 안고 나왔다. 따뜻한 봄볕을 쐬고 있는 듯한 여성적이고 부드러운 표정이었고 그 따뜻함이 스미면 미움도 아픔도 고통도 녹일 것 같았다.(호원숙) --- p.13 남들은 잘도 잊고, 잘도 용서하고 언제 그랬더냐 싶게 상처도 감쪽같이 아물리고 잘만 사는데, 유독 억울하게 당한 것 어리석게 속은 걸 잊지 못하고 어떡하든 진상을 규명해 보려는 집요하고 고약한 나의 성미가 훗날 글을 쓰게 했고 나의 문학 정신의 뼈대가 되지 않았나 싶다.(박완서) --- p.31 나의 동어반복은 당분간 아니 내가 소설가인 한 계속될 것이다. 대작은 못 되더라도 내 상처에서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는 이상 그 피로 뭔가를 써야 할 것 같다. 상처가 아물까 봐 일삼아 쥐어뜯어 가면서라도 뭔가를 쓸 수 있는 싱싱한 피를 흐르게 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그건 내 개인적인 상처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무참히 토막난 상처이기 때문이다.(박완서) --- p.53 80대에 다가간 박완서는 그 노년의 따뜻한 지혜로 생명과 그것을 품어 안는 땅과의 영원한 인연을 깨닫고 그것과의 따뜻한 교감을 소망한다. 이 춥고 아픈 세상을 그는 따뜻하게 껴안고 위로하게 되는 것이다.(김병익) --- p.2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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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서 삶을 견뎌내는 힘을 얻었습니다”
박완서가 남긴 인생과 문학의 아름다움 나목에겐 아직 멀지만 봄에의 믿음이 있다. 봄에의 믿음―나목을 저리도 의연하게 함이 바로 봄에의 믿음이리라. 박완서, 「나목」 중에서 많은 독자들과 비평가들이 지적하고, 스스로 인정하듯, 박완서의 문학은 끔찍하게 황폐했던 한국전쟁의 상흔에서 출발했다. 작가에게 겨울은 그 황폐함과 쓸쓸함의 상징이었다. 스무 살 대학 새내기 생활 며칠 만에 발발한 전쟁은 소녀의 발랄한 웃음과 꿈 많던 청춘을 앗아갔고 그의 오빠와 숙부를 데려갔다. 벌거숭이 겨울나무 같았던 세월이었지만, 애처롭게 떨기만 했다면 박완서 문학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그의 눈은 다른 것을 보았던 것이다. 《모든 것에 따뜻함이 숨어 있다》는 작가 박완서가 자신의 삶을 정리한 산문과 두 편의 자선대표작, 그리고 작가 곁에서 따뜻한 온기를 함께 나누며 지냈던 딸과 동료 문인들의 글로 이뤄져 있다. 여고생 시절부터 임종 직전에까지 이르는 사진들도 한국 문학 독자들이 가장 사랑했던 한 작가의 진면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글과 사진을 들여다보면 작가가 독자들에게 꼭 남기고 싶었던 말이 드러난다. 그건 아무리 아픈 말을 해도 그 뒤에는 언제나 그리움과 따뜻함이 남았던 박완서 문학 그 자체이다. 나목이 의연할 수 있었던 건 봄을 믿었기 때문이 아닌가. 모든 것에 따뜻함이 숨어 있다. 박완서, 이야기의 효능에 꿈을 걸다 스무 살, 전쟁이 앗아갔던 박완서의 꿈은 평범한 주부였던 마흔 살에야 되살아난다.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기 시작한 것이다. 힘을 내라고 용기를 가지라고 직접 타이른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슴에 새겨진 수많은 상처를 이야기로 풀어냈을 뿐이었다. 독자들은 그 이야기를 통해 삶을 견뎌내는 힘을 얻었다. 그것은 어린 시절 작가가 심심할 때나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을 때나 외롭고 속상할 때 언제나 어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만병통치약 삼아 용기를 얻었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에 따뜻함이 숨어 있다》에는 박완서가 스스로 밝히는 그의 삶과 문학이 있다. 박완서는 이야기의 효능과 자신에게 소설이 지니는 의미가 무엇인지 밝히고, 한국전쟁 직후 박수근 화백과의 인연을 매개로 소설을 쓰게 된 배경을 공개한다. 그리고 작가가 직접 선정한 두 작품 「해산바가지」와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은 각각 며느리와 아내의 위치에서 느꼈던 작가의 깊은 속마음을 보여 준다. 다양한 사진과 에세이, 소설보다 치열하고 아름다웠던 박완서의 삶을 들여다보다 《모든 것에 따뜻함이 숨어 있다》의 사진들은 작가의 소중한 일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텃밭을 일구는 모습과 땅에 떨어진 살구를 맛보는 모습 등 작가의 소박한 일상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반갑다. 작가의 고등학교 시절부터 등단 이전의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시절, 또 타계 직전의 가장 최근 모습까지 70여장의 사진들은 우리가 즐겨 읽었던 그의 소설 속 어느 장면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것 같다. 가까이에서건 멀리서건 줄곧 박완서를 지켜봐온 사람들의 이야기도 작가의 삶과 문학을 다각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맏딸 호원숙 선생은 작가의 연대기와 작가의 임종 이후의 이야기 등을 들려주고, 후배 소설가 김영현 선생은 작가와 함께 했던 여행을 비롯, 다양한 에피소드를 조곤조곤 들려준다. 작가의 첫 작품과 마지막 작품을 소개하고 비평한 문학평론가 김병익 선생은 작가와의 인연과 작가의 문학적 성취를 평론이 아닌 에세이로 풀어냈으며, 또 다른 박완서 연구자인 문학평론가 권명아 선생은 박완서 문학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며 독자들에게 작가의 소설을 이해하는 길을 제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