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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며
강물이 울어야 봄이 온다 _ 2월 * 입춘과 우수 사이 ‘쓸쓸한 밤나무 천 그루’ 섬으로 / 강물이 울기 시작했다 / 봄눈 내리는 그림책 속에서 / 튤립나무의 기적 한 그루 작은 우주 _ 3월 * 경칩과 춘분 사이 알파고와 복수초 / 나무가 계절을 읽는 법 / 하늘이 하늘을 먹는다 / 소나무 이사하는 날 / 아린 속에서 꿈꾸는 산수유와 히어리 꽃섬, 혼례가 시작되었다 _ 4월 * 청명과 곡우 사이 벚꽃멀미 / 지는 꽃 피는 꽃 / 봄바람 속 버들가지는 약이다 / 새들은 꽃보다 잎을 반긴다 / 잊지 않아야 봄이다 화려할수록 치열하다 _ 5월 * 입하와 소만 사이 칠엽수와 마로니에 사이에서 / 층층나무 식구들 / 눈부시게 애틋한 산딸나무와 백당나무 / 찐빵 가게 쪽동백나무 단비에도 꽃이 무사히 지기를 _ 6월 * 망종과 하지 사이 일본목련 그늘에서 중국굴피나무 터널로 / 청설모와 잣나무의 통 큰 농사 / 밤꽃 향기에 갇힌 섬 / 비의 선물 가죽나무와 찰피나무의 꽃 꽃이 져야 미래가 여문다 _ 7월 * 소서와 대서 사이 꼭지는 나무의 탯줄이다 / 싸리 빗자루에서 보랏빛 여름을 / 모감주나무는 저물고 자귀나무는 피어나고 / 하늘을 오르는 뜨거운 꽃 능소화 강물은 뜨겁고 초록은 바쁘다 _ 8월 * 입추와 처서 사이 스스로 부채질하는 포플러 / 인생은 무한화서처럼 / 연꽃은 지고 배롱나무는 불타고 / 모두가 하나의 꽃이다 잎은 물들고 열매는 무르익고 _ 9월 * 백로와 추분 사이 풀과 나무에게 얻어먹는다 / 측백나무 그늘 예배당 / 참나무 집안 도토리 형제들 / 가을은 계수나무 향기로부터 변두리에서 중심으로 _ 10월 * 한로와 상강 사이 잎은 가장자리부터 물든다 / 물을 좋아하는 오리나무와 물푸레나무 / 새는 빨간 열매를 좋아한다 / 안개와 첫사랑을 닮은 가을벚꽃 인생에도 떨켜가 필요하다 _ 11월 * 입동과 소설 사이 단풍은 촛불이다 / 키다리 삼총사 낙엽송, 낙우송, 메타세쿼이아 / 초록이 준 마지막 숙제 겨울 숲은 기다리는 곳 _ 12월 * 대설부터 동지 즈음 동지부터 나무는 깨어난다 / 높고 추운 시인의 나라 구상나무 / 주목과 개비자, 저 혼자 귀한 나무는 없다 / 전나무, 길 잃은 이들의 안내자 생명에 빚지다 _ 1월 * 소한부터 대한 즈음 첫 배를 타고 무지개를 만나다 / 나이테 한 칸을 만드는 동안 / 이름을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 나무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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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피우기 위해 후끈 달아오른 나무는 이제 계속 살기 위해 잎을 내민다. 잎으로 차분하게 몸을 식힐 줄 알아야 한다. 뜨겁기만 한 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잎이 난 다음 천천히 꽃을 피우는 나무들이 한결 여유 있어 보이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잊지 않아야 봄이다」중에서
농부는 해마다 씨를 뿌린 뒤 수확 때까지 얼마나 가슴 졸이며 기다릴까. 씨를 뿌리는 것은 사람의 일이지만 농작물을 살찌우고 영글게 하는 것은 여전히 비와 태양의 몫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농사를 통해 식물을 지배하는 듯하지만 사실 나무와 풀들의 생존을 거들며 겨우 얻어먹고 사는 게 아닐까. 벼와 옥수수 입장에서 사람이란 벌 또는 나비와 다를 바 없지 않을까. ---「풀과 나무에게 얻어먹는다」중에서 ‘6+1=7’의 의미로 칠자화라 부르는 사실이 놀라웠다. 새로운 여섯 송이 꽃을 하나로 보다니, 하나와 전체가 다르지 않다는 의미인가. 도덕경에서 ‘도는 하나를 낳고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은 셋을 낳고 셋은 만물을 낳는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 세상 만물은 모두 하나로부터 출발한다. 하나가 곧 만물이고 부분과 전체가 다르지 않다는 의미를 칠자화 꽃 앞에서 되새겨본다. ---「모두가 하나의 꽃이다」중에서 사람 사는 세상의 변화가 변두리에서 중심을 향해 가는 것도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것일까. 나무줄기도 중심부의 심재는 이미 딱딱하게 굳어 있지만 변두리는 물과 양분이 드나들며 살아 움직인다. 변화는 변두리의 특징이고, 움직이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잎은 가장자리부터 물든다」중에서 잎도 꽃도 열매도 없는 겨울나무가 벌거벗은 채 서 있다. 우리가 이름을 부르기 이전부터 있어온 존재 자체로. 만일 화백과 때죽나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구분하지 않았다면 이들을 하나의 생명으로 바라보지 않았을까. 연리목은 생명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다른 생명에게 빚지는 것임을 일러주려고 일부러 우리 앞에 나타나는지도 모른다. 다른 생명에 빚이 없다면 그것은 이미 죽은 목숨이다. ---「이름을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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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땅 남이섬에서 울창한 숲을 이룬 나무들,
열두 달 ‘그들’과 나눈 속 깊은 대화! 강원도 춘천 북한강 가운데 자리한 남이섬은 하나의 거대한 숲이다. 수많은 관광객이 섬을 방문하는 것도 북한강 수면과 어우러진 나무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무는 철 따라 다른 모습으로 우리 마음에 기쁨과 위안의 빛을 던진다. 남이섬은 수목원이 아니지만 220여 종의 나무가 숲을 이룬다. 메타세쿼이아, 전나무, 왕벚나무, 은행나무, 잣나무, 튤립나무, 자작나무, 중국굴피나무, 산딸나무 등을 한가지로 심어 조성한 나뭇길도 있다. 숲은 1960년대부터 모래땅에 나무를 심어 가꾸고 새와 바람도 힘을 보태 섬 밖에서 씨앗을 가져온 결과다. 나무는 그렇게 섬으로 갔다. 지은이는 나무가 휴면에서 깨어난 2월부터 다시 휴면에 들어간 이듬해 1월까지 열두 달에 걸쳐 남이섬 나무들을 만났다.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은 나무의 생장 주기를 지켜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매달 사나흘을 섬에서 묵으며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또 저 나무에서 다시 이 나무로 여행을 했다. 나무 여행자는 새들이 숲을 깨우고 나무가 햇빛을 받기 전 박명의 새벽부터 순례의 길을 나섰다. 구도자처럼 나뭇길을 걷고 숲속을 떠돌며 나무와 무언의 이야기를 나누고 깊은 사색에 잠겼다. 나무는 그에게 인간, 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지구별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체로서 때로는 삶의 가르침을 주는 존재였다. 이 책은 열두 달 남이섬 나무 여행기이자 자연과 생명에 바치는 뜨거운 찬가이다. 나무 여행자는 떨기나무, 작은큰키나무, 큰키나무 등이 자라는 숲에서 치열한 경쟁보다는 조화로운 삶에 주목한다. 나무들은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은 새, 곤충, 균류, 미생물 등을 통해 끊임없이 환경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의 가지와 줄기에 기대어 살아간다고 본다. 생명은 서로에게 빚지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음을 일깨우며 나 아닌 다른 존재에 늘 감사와 겸허의 마음을 갖게 한다. 남이섬을 통한 나무의 발견! 270여 장의 관련 사진, 별도 150종 나무정보 수록 『나무, 섬으로 가다』는 남이섬을 통해 나무를 알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제주도 밖에서는 단 한 장의 사진도 찍지 않았던 사진작가 김영갑은 남이섬에서만큼은 나무 사진을 찍었다. 나무 여행자는 그 점에 마음이 끌려 남이섬에서 나무를 하나하나 알아가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나무 앞에서는 더욱 오래 머물며 그 모습을 세세하게 살피고 말을 거는가 하면 먼 기억까지 불러들이는 꿈결 같은 시간을 가졌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도감을 펼쳐놓고 자신이 만난 나무를 공부했다. 그렇게 일 년을 보냈을 때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평소 그냥 지나쳤던 나무가 남이섬에서 알아낸 그 나무였다는 것.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나무와 마주치지만, 그 나무들을 모르기 때문에 그저 무심히 지나치게 된다. 그러나 나무를 알게 되면 꽃과 잎, 열매와 단풍, 낙엽 등이 그전처럼 예사로이 보이지 않는다. 나무에서 느끼는 아름다움과 기쁨이 훨씬 커지고 상상의 폭이 넓어지며 삶이 풍요로워진다. 나무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베풀기만 한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이 책을 쓴 나무 여행자는 남이섬 나무를 통해 그 사실을 일깨운다. 이 책은 결코 어렵지 않다. 식물에 관한 기본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쉽고 친절하게 나무의 세계로 안내한다. 나무 여행자가 남이섬에서 만난 나무들과 자연 풍경들은 270여 장의 사진으로 수록되어 있으며, 책에서 한 번이라도 언급한 나무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별도의 나무 사진과 함께 설명을 곁들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