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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게임에 한번 빠져 볼까나!
2. 나도 콤퓨타 할 줄 안다 3. 게임하는 할머니 4. 더 이상 양보는 없다 5. 앗, 백마다! 6. 소년 의병과 비녀 꽂은 할머니 장군 7. 왜군 소탕 작전 8. 게임을 삭제하시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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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아, 역사 공부는 잘하고 있나?”
할머니가 소리도 없이 그림자처럼 방에 들어왔다. “아이, 깜짝이야! 할머니, 노크 좀 하고 들어오세요. 놀랐잖아요!” “무신 죄 지은 거라도 있나? 와 그리 놀라노?” “죄는 무, 무슨 죄요? 축구 경기는 끝났어요?” 열 손가락을 바삐 움직이면서 컴퓨터에 눈을 고정한 채 한솔이가 물었다. “우리 한국이 억울하게 졌다. 다 이긴 싸움이었는데, 막판에 일본 선수가 한 골 넣는 바람에 그만 졌다 아이가. 아이구, 속상해라!” 할머니는 누구한테 지는 것을 못 견뎌 했다. 심지어 손자인 한솔이한테도 그랬다. 이번 설에 윷놀이를 할 때도 할머니가 이기고 나서야 그만두었다. 할머니 콧김이 한솔이 뒤통수에 와 닿았다. “또 역사 공부하나? 그거 좋은 공부지. 나도 사극이라 카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아이가.”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보던 할머니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근데 어느 시대 역사고? 조선 시대가? 왜정 때가?” “아, 이거요? 조선 시대예요.” 할머니의 눈과 입이 하회탈처럼 변했다. 할머니 얼굴이 하회탈이 되었다는 건, 무언가에 호기심이 생겼다는 증거다. 호기심이 한번 발동하면 할머니를 막을 자가 없다. “오호라! 고거 참말로 재밌것다.” - 2장. ‘나도 콤퓨타 할 줄 안다’ 중에서 “앗, 이럴 수가!” 할머니가 한솔이 아이디를 치고 들어갔던 모양이었다. 그동안 힘들게 쌓아 올린 레벨이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다. “으으, 내가 어떻게 올려놓은 건데……. 할머니 때문에 다 망했어!” 한솔이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며칠을 게임에만 매달리더라도 가장 높은 레벨로 올리기는 힘들 거다. 할머니에게 게임을 가르쳐 준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신무기가 있으니, 며칠만 고생하면 다시 레벨을 올릴 수 있을 거야.’ 한솔이는 마음을 고쳐먹고 열 손가락을 옴직거리며 준비 운동을 했다. 전쟁에 나가는 장수가 된 기분이었다. 이제 게임을 시작하려고 할 때였다. “앗,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백마였다. 홍의 장군이 타는 백마가 갈기를 휘날리며 나타났다. 불러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나타난 것일까? 한솔이는 의자를 앞으로 바짝 당긴 뒤, 모니터 안을 뚫어져라 들여다보았다. 임진왜란 게임에서 늘 보던 그 백마였다. 그때, 백마가 갑자기 움직였다. 갈기가 흔들리고, 코에서는 하얀 김이 뿜어져 나왔다. 분명 살아 있는 백마와 똑같았다. 히이잉, 히이잉! 백마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렸다. 백마가 눈을 슴벅거렸다. 한솔이는 눈을 크게 뜨고 백마의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백마의 검은 눈동자에 한솔이 얼굴이 비쳤다. “으악, 진짜로 백마가 나를 보고 있어!” - 5장. ‘앗, 백마다!’ 중에서 “억배야, 이제 우린 어떻게 되는 거야?” 한솔이는 잔뜩 울상을 지었다. ‘할머니, 제발 구해 줘요.’ 한솔이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할머니를 불렀다. 배 안은 사람들로 빼곡했다. 잠시 후, 배가 스르르 움직였다. “아, 이렇게 꼼짝없이 일본으로 끌려가는구나.” 한솔이의 뺨으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때였다. “불이다! 왜군 진영이 불바다라고!” 한솔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강물 위로 시뻘건 불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한솔이는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했다. 그때 저 멀리서 백마를 타고 오는 사람이 보였다. “앗, 할머니다! 우리 할머니가 틀림없어!” 백마를 탄 할머니는 빠른 속도로 강가로 달려왔다. “한솔아, 니 어데 있노! 할미가 우리 손자 구하러 왔다! 우리 귀한 종손이 일본으로 끌려가면 안 되재! 대답해 보래이!” 할머니는 배에 탄 조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보이소! 얼른 강으로 뛰어내리소!” 할머니의 용맹스러운 외침에 사람들은 안간힘을 써서 서로 밧줄을 풀어 주었다. 그러고는 너 나 할 것 없이 강물로 뛰어내렸다. 기다렸다는 듯 의병들이 왜선에 불화살을 날렸다. - 7장. ‘왜군 소탕 작전’ 중에서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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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빠진 할머니가 손자와 나라를 구한다?!
고정 관념을 뒤집는 유쾌 통쾌 역사 판타지 동화 『소년 의병과 비녀 꽂은 할머니 장군』은 제목에서 ‘역사 동화’임을 드러낸다. 조선 시대 역사는 이미 많이 접해서 식상하다거나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더욱 이 책을 추천한다. 이 동화는 엄청 재밌으니까. 마음껏 웃고 나면 어느새 마지막 장이다. 어린이를 위한 문학 작품은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한다는 견지에서 본다면, 이 작품은 단연코 선두를 다툴 만하다. 그러나 짐작하듯이 이 동화의 바탕에 깔린 주제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어떤 것이 옳다고 결론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한일 관계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과 세대 간 의식과 문화의 차이, 공동 운명체인 국가와 국민의 관계, 어린이다움, 어른다움에 대한 고정관념까지, 묵직한 생각거리를 잔뜩 안고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동화답게 이야기 속에 푹 빠져 신나게 즐기도록 만든다. 『소년 의병과 비녀 꽂은 할머니 장군』이 독자의 마음을 간질이는 힘은, 무엇보다 캐릭터의 매력에 있다. 웃음보를 자극하는 개성 만점 캐릭터의 탄생 먼저, 컴퓨터 게임 중에서도 전투 게임을 특히 좋아하는 초등학생 한솔이는 ‘임진왜란’이라는 게임을 하다가 실제로 등장한 백마를 타고 조선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한솔이는 경상남도 의령으로 날아가 홍의장군으로 잘 알려진 조선 최초의 의병장 곽재우 장군을 만나고, 다른 의병들과 함께 실제 전투에서 왜적과 싸우게 된다. 한솔이는 원래 용감한 성격도 아니고, 장래에 군인이 될 마음도 없다. 닥친 상황이 그렇다보니, 게다가 할머니가 너무 적극적이라 얼떨결에 소년 의병이 된다. 그래서 잔혹한 전쟁을 겪고, 왜군의 포로가 되어 끌려가고, 다시 극적으로 구출되면서도 한솔이는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 겁 많고, 게임을 좋아하며, 엄마 아빠의 품이 그리운, 평범한 남자아이일 뿐이다. 한솔이의 매력은 어린아이다움에 있고, 그런 까닭에 공감과 애정을 갖게 되는 인물이다. 홍의장군을 능가하는 지략과 용기를 가진 할머니 장군이라니! 반면, 할머니는 소심한 성격의 한솔이와는 딴판이다. 목소리도 크고 자기주장도 확실하며, 쉽게 고집을 꺾지 않는다. 무언가가 호기심 레이더에 걸리는 순간, 그 대상을 정복할 때까지 할머니에게 포기란 없다. 그 대상이 손자 또래의 어린 아이들이나 즐기는 컴퓨터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한솔이를 밀어내고 컴퓨터 앞에 앉아 밤이 깊도록 왜적을 무찌르느라 허리가 마비되는 지도 모를 정도다. 그토록 귀한 손자가 밥을 굶는지도 잊어버린 채 키보드를 두드려댄다. 실제인 듯 잔뜩 몰입하여 왜군에게 대포를 쏘고, 게임 머니를 사오라며 손자에게 쌈짓돈을 던져주는 할머니를 보고 있자면 웃음이 절로 터진다. 일제강점기 때 탄광촌에 끌려간 아버지와 위안부가 된 언니를 가슴에 깊이 묻은 할머니의 한은 불화살에 담겨 왜군에게로 날아간다. 한솔이와 함께 날아간 임진왜란의 현장에서도 할머니는 주춤거리지 않고,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왜군을 골탕 먹일 작전을 짜고, 홍의장군이 입는 붉은 옷을 여러 벌 만들어 의병 장수들에게 입힌다. 백마를 타고 나타나 일본으로 끌려가던 한솔이와 백성을 구하는 장면에서는 웃음과 탄성이 동시에 터진다. 노인과 여자라는 편견을 깨고 맹활약하는 할머니 장군은 역사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의 조부모 세대에게 그야말로 ‘사이다와 같은 한 방’을 선사한다. 이토록 매력적인 캐릭터가 또 있을까? 할머니와 손자, 과거와 현재가 함께 만들어 가는 미래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할머니는 침착하고 지혜롭게 행동한다. 그런 할머니를 보면서, 한솔이 역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한다. 서로 간 사랑과 믿음을 바탕으로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할머니와 손자는 이전보다 훨씬 단단하게 결속하고, 그만큼 더 깊이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우리아 작가가 의도한 바가 여기에 잘 드러나는데, 우리가 공부하고 놀고 게임도 할 수 있는 일상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선조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작가는 내 뿌리를 알고 우리 모두가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해야 하며, 그 지름길은 역사를 배우는 데서 출발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현재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바로 나라 사랑임을 넌지시 알려준다. 치열한 전투에서 무사히 살아남은 한솔이와 할머니는 다시 백마를 타고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시간 여행을 다녀온 게 꿈인지 생시인지 둘 다 어리둥절하다. 할머니는 여전히 왜군을 무찌르는 상상에 빠져 ‘공격하라!’며 잠꼬대를 하고, 한솔이는 습관처럼 컴퓨터 앞에 앉는다.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이지만, 한솔이는 게임이 펼쳐진 화면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러고는 나름 결심한 바를 실행에 옮긴다. 앞으로도 할머니는 일본을 미워하고 한솔이는 공부보다는 노는 걸 더 즐기겠지만, 두 사람은 확실히 안다. 할머니와 한솔이가 한 배를 타고 있으며, 경험과 생각은 달라도 같은 마음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