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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쥐어진 달달한 막대 사탕 하나
“이 사탕을 모두 녹여 먹을 때까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주인공 아이가 바스락바스락, 사탕 껍질을 까는 모습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어린이 친구들에게 묻습니다. “막대 사탕 하나가 완전히 녹아 없어질 때까지 뭘 하면 좋을까?” 달달한 사탕을 날름날름 핥아 보고, 입안에서 데굴데굴 굴리다 보면, 이 사탕처럼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무언가가 또 있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눈에 들어온 것은 알록달록한 색의 크레용! 아이는 조심스레 파란색 크레용을 집어 들고 다시 고민합니다. ‘음……. 무엇을 그릴까?’ 마침내, 무얼 그릴지 결심한 아이는 자신의 방 한쪽 벽면에 기다란 선을 긋기 시작합니다. 쭉쭉 이어지는 선은 거침이 없습니다. 과연 이 친구는 무엇을 그리려는 걸까요? 가족들 몰래몰래, 선을 따라 이어지는 팽팽한 긴장감! “이 그림을 완성하고야 말겠어!” 매 장면 이어지는 이야기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조마조마합니다. 아이의 손은 거침없이 선을 이어 그리지만, 일단 내 방을 넘어선 다른 벽들에는 마주치는 사람들이 너무 많거든요. 엄마는 주방에 떡 하니 서서 아이를 힐끗 보고 웃습니다. 과연 지금 아이가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엄마는 알기나 할까요? 아이는 ‘나 지금 아무것도 안 해요.’라는 표정으로 겨우겨우 주방을 지나 화분들 뒤까지 선을 이어 그립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막 집에 들어온 누나와 마주쳤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누나는 뭐가 급한지 허겁지겁 2층으로 뛰어 올라가네요. 그러나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긴 힘들 것 같습니다. 서재 앞에서 할아버지와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거든요. 아이는 헤헤 멋쩍게 웃으며 위기를 넘겨봅니다. 할아버지는 지금 아이가 그리는 그림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까요? 큰 위기를 하나 넘고 거실을 지나, 현관에 이르자 할머니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한 번 닦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 딴청을 부리네요. 연기력이 그 어떤 배우 못지않습니다. 아이는 차고를 지나서, 다시 거실을 지나서, 누구를 또 만날지 모른 채 그림을 이어갑니다. 그런데 이 친구, 이 그림을 완성할 순 있는 걸까요? 나를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건 뭘까? “내 안에 숨겨진 끝없는 이야기들이 말 걸어 올 때.”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엉뚱한 수리점〉의 차재혁 작가, 최은영 작가의 신작 〈사탕〉은 단독으로 된 하나의 이야기가 맞습니다. 그러나 〈엉뚱한 수리점〉이 던졌던 주제 중 하나인 ‘무엇이든 유쾌하고 즐겁게 만들어 버리는 나의 마음’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선으로 연결됩니다. 〈엉뚱한 수리점〉에서 ‘무엇이든 유쾌하고 즐겁게 만들어 버리는 나의 마음만큼은 영원히 고치지 않고 오래오래 간직하길’ 바랐다면, 〈사탕〉에서는 아이들을 즐겁게 만드는 그 무엇, 그 자체에 대해 고민하게 하니까요. 또 최소한의 텍스트로, 그동안 아이들을 가두었던 상상력의 울타리를 부숩니다. 간단하고 명확한 하나의 에피소드만으로도, 아이들은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모릅니다. 어른들은 이런 아이들을 울타리 안에 풀어 놓아선 안 됩니다. 울타리 밖 드넓은 들판에서 마음껏 상상하고 뛰놀며, 헤엄칠 수 있도록 도와줘야하지 않을까요? 그림책 〈사탕〉은 이렇게 아이들이 푸른 들판을 힘차게 달릴 수 있도록, 넓은 하늘을 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림책입니다. 사랑스러운 일러스트 곳곳에 숨겨져 있는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들어 보세요. 주인공의 움직임을 따라, 때로는 주인공의 움직임과는 다르게 시선을 돌리다 보면 자신만의 멋진 그림을 완성할 수 있을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