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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몰운대행(1991)
2. 미시령 큰바람 (1993) 3. 풍장 (1995) 4. 외계인 (19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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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몰운대행(1991)
2. 미시령 큰바람 (1993) 3. 풍장 (1995) 4. 외계인 (1997) |
黃東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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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처럼 시간이 몸을 조여오고
밤에도 계속 전화벨이 울릴 때는 꿈꾸는 자들이 아는 그곳으로 나는 가야겠다. 꿈과 길의 끝 해남군 토말 같은 곳 겨울날 동백 채 피기 전 아무도 없는 전망대에 올라 시간 벗은 다도해와 혼자 볼 때는 천더기 같은 갈매기들이 어울리는 곳. 바람에 안긴 성긴 비자나무들이 마음대로 소리내며 바람과 지겹게 입맞추는 곳. --- p.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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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시인이 물었다.
"시인은 끈질기게 어렵게 살아야 시인이 아닐까요? 보들레르, 랭보, 두보를 봇요." 어려운 삶! 일찍이 호머는 눈이 멀어 지중해를 온통 붉은 포도주로 채웠고, 굴원은 노이로제에 시달리며 양자강을 온통 흑백으로 칠했다. 저 어려운 색깔들! "시인은 끈질기게 어렵게 살아야……" 말 잠시 끊고 창밖 풍경을 바라본다. 시야 한번 닫았다 여는 눈보라. 그 열림 속으로 새 하나가 맨발로 날아간다. --- p.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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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오른 참나무 사이사이로 산벚꽃 나타날 때
더도 말고 전라북도 진안군 한 자락을 한나절 걷는다면 이 지상살이 원 반쯤 푼 것으로 삼으리. 장수 물과 무주 물이 흘러와 소리 죽이며 서로 몸을 섞는 죽도 근처 아니면 조금 아래 댐의 키가 조금씩 불어나고 있는 용담 근처. 알맞게 데워진 공기 속에 새들이 몸 떨며 날고 길가엔 조팝꽃 하얀 정 뿜어댈 때 그 건너 색깔 딱히 부르기 힘든 물오른 참나무들 사이사이 구름보다 더 하늘 구름 산벚꽃 구름! 그 찬란한 구름장들 걸어놓고 그 휘장들을 들치고 한번 안으로 들어간다면. --- p.2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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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다오. 가방 속에서 다리 오그리고 그러나 편안히 누워 있다가 선유도 지나 통통 소리 지나 배가 육지에 허리 대는 기척에 잠시 정신을 잃고 가방 벗기우고 옷 벗기우고 무인도의 늦가을 차가운 햇빛 속에 구두와 양말도 벗기우고 손목시계 부서질 때 남모래 시간을 떨어뜨리고 바람 속에 익은 붉은 열매에서 툭툭 튀기는 씨들을 무연히 안 보이듯 바라보며 살을 말리게 해다오. 어금니에 박혀 녹스는 백금 조각도 바람 속에 빛나게 해다오. 바람을 이불처럼 덮고 화장도 해탈도 없이 이불 여미듯 바람을 여미고 마지막으로 몸의 피가 다 마를 때까지 바람과 놀게 해다오. --- pp.189-1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