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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의 여자
용의자들, 혹시 내가? 누군가 함께 걷고 있다 9층 복도는 알고 있다 죽어야 할, 죽여야 할 죽은 여름 꽃이 소리 없이 움직이다 파비아 RB67S 90㎜ 낡고 기억도 없고 오랜 시선들 오후 반지하 셋방 생물학적 소재의 유전자 합성인간 무연고사체인도동의확인서, 피사체를 포함한 구토 남루한 현상수배 전단 쿠사나기 모토코 소령 2061년 달의 성 지옥 같은 상상에 발목이 잡혀 살인의 감촉 모리아 기도원 쑥색 후드 점퍼 엄지와 검지 사이 깊은 상처 그는, 제기랄, 이미 알고 있었던가? 백단목 향기에 숨이 멎어 마왕 4층 옥탑방 어느 낯선 검은 눈물 벽을 향해 돌아눕다. 잘 가. 에필로그 작품 해설 언론 서평 1 언론 서평 2 작가의 말 |
한차현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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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 같아?”
“아니, 원형 같아. 고친 원형.”---p.107 “깊은 산 속에 나무 한 그루가 벼락을 맞아 두 쪽으로 갈라졌어. 너무 깊은 산 속이라 세상 어떤 사람도 아직까지 그 나무를 본 적이 없대. 그 나무가 벼락을 맞았을 때 소리가 났을 거 같아 안 났을 거 같아?” “넌센스 퀴즈야, 심리테스트야?” “우리들 모두, 차연이고 나고, 언제 어디서나 다른 누군가의 시선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야. 사람은 혼자가 아니거든. 혼자일 수도 없지. 세상은 그래서 온갖 시선과 시선들이 얽혀 돌아가는 거고.”---p.110 “레플리컨트들은 일생에 단 한 번, 죽는 순간에만 고통을 느낀다고 합니다. 정밀하게 조합된 생체 회로가 끝내 작동을 멈추고, 신경 전류 수치가 급속히 올라가고, 독립된 조직들은 오류 데이터를 받아들이며 기계적인 손상을 일으키고, 과열이 되고. 뇌 조직의 활동이 멈출 때까지 연소 시간은 10분 안팎?”---p.138 “세상에 놀랄 일은 없어 차연, 어떤 일로 우리가 놀라는 것은, 그 너머의 전혀 놀랍지 않은 근거를 모르거나 이해 못해서야.” “그게 무슨 의미지?” “거리에서 마주치는 수녀들은 왜 모두들 키가 작고 허리가 굵은지. 핸드폰 안테나는 왜 모두 오른쪽에 달렸는지. 왜 이 나라 대통령이란 새끼들은 죄다 듣기 싫은 사투리를 사용하는 인물들뿐인지. 9시 뉴스는 왜 늘 3개월 간격으로 UFO 관련 소식을 내보내는지. 그런 현상들이 실은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이야기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할 때가 올 거야. 그날이 빨리 오길 바래.”---pp.156~157 2003년 초판 ‘작가의 말’ 중에서 두 번째 써보는 장편소설이다. 그 소감은,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그것도 몇 권짜리 대작을 포함하여 이미 대여섯 종류씩 발표하신 세상의 모든 소설가님들께 아이고 사부님 소리가 절로 나오기에 이르렀다는 고백으로 대신해도 충분할 성싶다. 소설 가운데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乙酉文化社. 세계문학전집 26. 1971년 초판 발행. 김학수 역)의 일부(91쪽)를 인용했다. 전당포 노파 알료나 이바노브나가 살해되는 바로 그 장면이다. 도스토예프스키에게나 번역자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사전에 양해를 구할 수 없었다. 또한 소설 가운데,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팬 페이지라고 할 수 있을 여러 인터넷 사이트의 소중한 텍스트들을, 역시 아무런 양해도 구하지 않고 함부로 차용했다. 나의 게으른 불찰이, 신세 진 모든 이들의 위대한 정신에 아무 흠집도 내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손끝으로부터 우주로 책 하나를 떠나보내는 게 벌써 세 번째다.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다. 숫자란 늘 사람 편이 아니다. 10년 전에는, 적어도 10년 전에는, 세 권가량의 책을 낼 나는, 최소한 (당시의) 나보다 조금은 우아한 사람이겠거니 기대했던 것이다. 어쩔 것인가. 2061년 달의 계곡에 나는 버려졌다. 차연처럼. 2011년 개정판 ‘복간에 붙여’ 중에서 복간을 준비하며 빨간 펜과 교정지를 들고 익숙한 거리를 헤맬 즈음, 그야말로 밀려드는 감회에 속이 거북하고 머리가 아뜩해지곤 했다. 2003년 1월. 이후로 일곱 권의 책을 더 낸 2011년 늦가을. 그새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졌던 소설 안팎의 사람들은 다 어디 갔을까. 다들 어느 우주의 시간으로 사라져 갔을까. ‘지난 책’을 꼼꼼히 읽으며 새삼 느끼고 거듭 탄복했다. 다르구나. 참 많이 다르구나. 저 시절과 이 시절은, 문장 하나부터 서로 그렇게 다르구나. 어느 편이 낫고 못하고를 떠나서, 그때 나는 나였고 지금 나는 나로구나. 하긴 8년 전의 내가 8년 후의 나와 똑같은 나라고 생각했던 게 뻔뻔한 노릇이겠구나. 하여 교정지의 마지막 장을 덮을 즈음, 다시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고백컨대 『영광전당포 살인사건』?은 내 문학의 원형이었다. 그리고 차연이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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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존재와 기억, 폭력과 권력의 한복판을 상쾌하게 가로지르는
슬프고도 괴상한 살인사건 이야기” 이 책 『영광전당포 살인사건』은…… 1999년 첫 장편소설 『괴력들』을 발표한 이후 2011년 『사랑, 그 녀석』까지, 쉼 없이 장·단편소설 작품들을 내놓으며 왕성한 필력을 보여주고 있는 소설가, 한차현. 2003년 1월 처음 출간된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 『영광전당포 살인사건』을 8년여 만에 새로이 펴냈다. 복간을 기해 고심해서 문장을 다듬고 가필 수정한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며 스스로 ‘내 문학의 원형’이라 밝혔다. 그만큼 『영광전당포 살인사건』은 한차현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두 번의 살인 사건, 그리고… 낡고 음산한 아파트 906호에 살고 있는 주인공 차연은 장기실업상태로 불면증에 시달린다. 우연히 이웃 908호의 치매노인을 매주 한 번씩 돌보는 파출부 원형을 알게 되고 밤늦게 일이 끝난 뒤 차가 끊기는 그녀를 하루씩 재워주면서 특별한 관계가 된다. 그러던 중 908호 노인이 끔찍한 몰골로 살해당하고 원형은 사라진다. 908호 노인을 죽인 것은 904호에 살고 있는 김시민으로 밝혀진다. 그는 평소 부패근절과 구세력의 청산을 부르짖던 대학생. 그런데 알고 보니 김시민은 수명이 고작 7년밖에 안 되는 레플리컨트(생물학적 소재로 만든 사이보그)로 원형이 속한 조직의 사주를 받았다. 차연 앞에 다시 나타난 원형은 908호 노인이 늙은 고문기술자 전형근이라고 밝힌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김시민이 죽인 908호 노인은 전형근이 아니라 전형근의 복제인간인 주응달이었다. 진짜 전형근은 서울 외곽에서 영광전당포를 운영하며 서민들을 착취하고 있다. 원형은 차연에게 진짜 전형근의 살해를 요구하고 대의명분에 굴복한 차연은 그를 찾아가 등산용 손도끼로 그의 머리를 박살낸다. 그러나 진짜 살인 사건은 상부의 권력과 원형의 조직이 공멸을 피하는 조건에서 타협하는 것으로 해결된다. 김시민이 살았던 아파트에 그의 분신처럼 보이는 ‘이후영’[‘뒷그림자(後影)’]이 이사 오며, 소설은 또 한 번의 살인 사건을 예고하며 끝난다. 한바탕 악몽을 꾸고 난 느낌, 무엇이 현실이고 상상인가 독거노인의 죽음과 그 집에 파출부로 드나들던 여인, 그리고 무위도식하는 나. 추리소설인가 싶다가 치정극인가 싶다가 조금 더 읽다 보면 고문기술자가 등장하고 복제인간이 등장한다. 결코 함께하기 쉽지 않았을 이 이질적인 요소들은 재기발랄한 작가의 솜씨 덕에 무난히 조합된다. 발표 당시 “판타지·엽기·추리와 사회비판이라는 이질적 요소가 융합된 만화경”이란 평을 받은 이 소설은 불가능해 보이는 현실의 모험을 소설의 모험으로 대신하려는 욕망 속에서 태어났다. 상상의 모험이 실제의 현실로 실현되기를 꿈꾸는 것은 이 소설이 지닌 아이러니컬한 운명이다. 한차현은 ‘실제 현실’의 반영과 ‘상상된 현실’을 혼합하여 세계의 실체를 규명하려 하며, 더 나은 상태로의 변혁을 열망한다. 이 이중의 수고와 변혁의 어려움으로 인해 이 소설은 냉철한 분석력으로 무장하고 있음에도, 약간의 관념성과 감상적인 우수에 젖어 있다. 폭력과 권력의 본질, 그리고 존재와 기억에 대한 의심 이 소설에는 시대를 상징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긴장을 불러일으키며 뒤섞인다. 1980년대 소설의 핵심코드였던 독재정권의 억압과 각성된 주체들의 저항이라는 설정에다 90년대의 코드인 일상과 일탈, 성적욕망, 내면화된 권력, 원본과 복제물의 구별이 사라진 시뮬라시옹과 사이버세계, 그리고 21세기의 화두인 인간복제까지 등장한다. 사이보그, 레플리컨트, 복제인간, 보복살인 등의 설정이 난무하는 이 소설은 추리와 판타지소설을 표방하지만 어디까지나 소설적 재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재치 어린 장치일 뿐이다. 그 이면에는 폭력과 권력의 본질, 정치·사회적인 사안, 억압된 주체들의 저항, 그리고 존재와 기억에 대한 의심이 의미심장하게 숨겨져 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보는 듯한 섬뜩함과 상실감(내지는 허탈감), 『죄와 벌』의 주인공이 된 양, 까닭 없는 죄책감을 느끼는 사이,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내 옆자리의 이 사람은 누구인가 궁금해진다. 『영광전당포 살인사건』의 언론 서평 역사적 정의, 그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살인 및 복수의 정당성에 관한 질문은 소설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룬다. 지난 시절 “나는 네 육체가 참아낼 수 있는 최악의 고통이자 정신이 감당할 수 있는 극한의 모멸”이라고 지껄이며 마음껏 고문과 모욕을 자행했던 한 인물을 사사로이 응징하는 것은 과연 바른 일인가. 이것과 관련되는 또 다른 문제는 무엇이 진짜이며 원형이냐 하는 것이다. 전형근의 복제인간과 레플리컨트 김시민, ‘차연’이 암시하는 끊임없는 차이와 미결정의 연쇄 등은 진위 여부와 ?·부당에 관한 판단 자체를 회의하게 만들기에 족하다. 원형의 옛 동지였으나 지금은 노선이 바뀐 또다른 ‘차연’의 말처럼 “원형은 차연인 원형이고 차연은 또 원형인 차연”이기 때문이다. -2003. 1. 19 ≪한겨레≫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한차현의 두 번째 장편소설 『영광전당포 살인사건』은 판타지·엽기·추리와 사회비판이라는 이질적 요소가 융합된 만화경이다. 작가는 1980년대 소설의 핵심코드였던 독재정권의 억압과 각성된 주체들의 저항이라는 설정에다 90년대의 코드인 일상과 욕망, 내면화된 권력, 원본과 복제물의 구별이 사라진 시뮬라시옹과 사이버세계, 그리고 새 세기의 화두인 인간복제까지 뒤섞는다. 그의 소설에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 나오는 라스콜리니코프의 살인 장면과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묵시론적 장면들이 떠다닌다. 현대사회의 뒤죽박죽을 한바탕의 꿈이나 요설, 영화처럼 카니발적으로 풀어놓는다. -2003. 1. 17 ≪경향신문≫ 한윤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