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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만나는 개와 늑대의 시간
한차현
이른아침 201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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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대답해 미친 게 아니라고
사랑이라니, 여름 씨는 미친 게 아닐까
차이와 반복, 요컨대 TV적인 것과 리모컨적인 것이란
내가 꾸는 꿈의 잠은 미친 꿈이 잠든 꿈이고
네가 잠든 잠의 꿈은 죽은 잠이 꿈꾼 잠이다
당신을 만나는 개와 늑대의 시간
에티카, 기하학적 질서에 따라 증명된
자비로운 그녀

저자 소개 1

고전적인 서사의 안정감과 신세대다운 위트를 이색적으로 조화시켰다는 평을 받으면서 평단과 독자들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다. 1970년 서울 동대문에서 태어났다. 1998년 단편소설 「청계산의 남자」를 발표하며 월간문학 소설부문 신인상(제84회)을 받아 등단했다. 1996년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양학부를 졸업하고 출판사, 잡지사 등에서 일했으며,1999년 장편 소설 『괴력들』을 발표한 이후 『여관』 『왼쪽 손목이 시릴 때』『영광 전당포 살인사건』 등 장편 소설과 소설집 『대답해 미친 게 아니라고』『사랑이라니 여름 씨는 미친 게 아닐까』『내가 꾸는 꿈의 잠은 미친 꿈이 잠든 꿈이고 네가 잠
고전적인 서사의 안정감과 신세대다운 위트를 이색적으로 조화시켰다는 평을 받으면서 평단과 독자들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다. 1970년 서울 동대문에서 태어났다. 1998년 단편소설 「청계산의 남자」를 발표하며 월간문학 소설부문 신인상(제84회)을 받아 등단했다. 1996년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양학부를 졸업하고 출판사, 잡지사 등에서 일했으며,1999년 장편 소설 『괴력들』을 발표한 이후 『여관』 『왼쪽 손목이 시릴 때』『영광 전당포 살인사건』 등 장편 소설과 소설집 『대답해 미친 게 아니라고』『사랑이라니 여름 씨는 미친 게 아닐까』『내가 꾸는 꿈의 잠은 미친 꿈이 잠든 꿈이고 네가 잠든 잠의 꿈은 죽은 잠이 꿈꾼 잠이다』를 줄기차게 써냈다. 젊은 소설가 모임 '작업'의 동인이다. 그 외 소설『슬픔장애재활클리닉』이 있다.

황소자리 O형 개띠. 삶이란 즐거움의 완성임을 20대에 깨달았지만, 평소의 소설 쓰기와 음주 음악 음행이 그 진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아직 불확실한 편이다. "속 편한 놈"이란 소리를 어째 나이 들수록 듣게 되는데, 더 많이 더 깊이 더 천천히 느끼는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할 뿐. 2021년 8월 인왕산이 잡힐 듯 보이는 종로구 옥인동 노란 집에서 아내 문은, 딸 교원과 함께 소설 쓰며 술 마시며 안주 만들며 음악 들으며 영화 보며 화분 키우며 고양이털과 싸우며 대충 잘 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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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0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358쪽 | 432g | 140*200*30mm
ISBN13
9788993255843

책 속으로

“어디로 가는 거야.”
“멀어.”
“…….”
“상상도 못할 거야. 남극보다도 멀고 지구 정반대편보다도 멀지.”
“언제,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어?”
“오래 걸리지 않아. 그러기 위해 떠나는 거니까.”
-「대답해 미친 게 아니라고」 ---p.35

“너랑 같이 있으면 어떤 줄 알아? 난 더 외로워. 더 외로워진다고. 이해할 수 있어?”
“귀에 딱지 앉겠군요. 뭘 그렇게 이해하라는 거지요?”
“나를. 내 상황을. 나란 인간을.”
“당황스럽군요. 정말이지.”
“이거 봐, 이거 봐. 날 조금도 사랑하지 않고 있다니까.”
-「사랑이라니, 여름 씨는 미친 게 아닐까」 ---p.95

그런 게 기억날 리 있을까. 값비싼 물건이나 돼서 중하게 다루었을 리 없고, 리모컨에 발이 달렸는데 경비가 허술한 틈을 타 도주할지 모르니 사전에 주의를 기울이자고 입을 모은 적도 없다. 도대체 리모컨이라니.
“기억들 좀 해봐. 멍히 그러고 있지만 말고.”
-「차이와 반복, 요컨대 TV적인 것과 리모컨적인 것이란」 ---p.128

딸깍.
쇄골에 삽입된 기기에서 나는 소리이다.
딸깍.
곧 기기가 작동한다는 신호이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딸깍.
솔직히, 조금 두렵다. 잠은 죽음이다. 죽음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하다.
딸깍.
그리고 두엽은 소리 없는 잠에 빠져 들었다. 잠의 강물 깊이로 절벅절벅 들어서는 자신을 의식하지도 못한 채, 깊이 더 깊이.
-「내가 꾸는 꿈의 잠은 미친 꿈이 잠든 꿈이고 네가 잠든 잠의 꿈은 죽은 잠이 꿈꾼 잠이다」 175~176쪽

그러므로 이제 나는, 당신에게 오랜 작별을 고한다. 세상 멀리 있을 당신에게. 내 안에 희미하게 남은 당신에게. 더 이상 우연처럼 당신을 마주칠 일은 이제 없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과 내가 가지고 있는 시간은 근본적으로 다르므로.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생각되므로. 따라서 처음의 당신이 내게 발산하던, 지극히도 숨 막히던 낯익음의 정체에 대해서도 나는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기로 한다. 왜냐하면 나는 영영 깨닫지 못할 것이므로. 당신에 대한, 깊고 어두운 우주, 당신과 나라는 낯설은 별들 사이에 꾸준히 존재해 온 관계, 관계의 관계들에 대해서.
-「당신을 만나는 개와 늑대의 시간」 ---pp.268~269

만일 진리가 눈앞에 있다면 그리고 큰 노력 없이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서 등한시되는 일이 도대체 어떻게 있을 수 있을까? 그러나 모든 고귀한 것은 힘들 뿐만 아니라 드물다. 이것만으로 설명은 충분하다.
-「에티카, 기하학적 질서에 따라 증명된」 ---p.314

저는 세상에 두려운 게 없는 사람이에요. 아무것도.
대단히 강한 분이시군요.
강한 게 아니에요.
민감한 성감대를 쓰다듬듯 거울 속 흉터 자국을 조심히 어루만진다.
사막, 여자와 나 사이에 가로놓인.
저주를 받은 거죠. 개들에게.
-「자비로운 그녀」

---p.325

출판사 리뷰

쉼 없는 창작의 길… 그 10년의 저력.
참신한 실험정신과 퓨전적 상상력이 빛난다!
소설가 한차현이 직접 가려 뽑은 단편 모음집

이 책 『당신을 만나는 개와 늑대의 시간』은……


1998년 등단 이후 10여 년 동안 독특한 소재와 주제의식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소설가 한차현. 그의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 소설집은, 그간 발표한 단편들 가운데에서 대표적인 작품들을 모은 자선집(自選集)이기도 하다. 표제작 외에 「대답해 미친 게 아니라고」, 「사랑이라니, 여름 씨는 미친 게 아닐까」, 「내가 꾸는 꿈의 잠은 미친 꿈이 잠든 꿈이고 네가 잠든 잠의 꿈은 죽은 잠이 꿈꾼 잠이다」 등 일명 ‘미친’ 시리즈를 비롯, 「차이와 반복, 요컨대 TV적인 것과 리모컨적인 것이란」, 「에티카, 기하학적 질서에 따라 증명된」, 「자비로운 그녀」를 수록했다. 고전적 서사의 우수와 신랄한 위트가 이색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작품들은, 기억과 망각·현실과 비현실·과거와 미래 등이 뒤섞여 만화경 같은 풍경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진중한 주제의식과 경쾌한 문체, 그리고 전위적 상상력
활동 초기부터 삶과 세계를 바라보는 개성적인 시각과 집요한 문제의식, 그리고 문체와 수사의 실험성 등을 두루 갖추고 있는 매력적인 작가로 평가받은 한차현. 그는 줄곧 현대사회의 단자화된 개인들의 암울한 내면 풍경과, 그들의 소통 가능성을 다성적인 목소리와 실험적인 문체로 예리하게 탐구해오고 있다. 왕성한 호기심과 열정을 품은 데다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그는 다소 이질적일 수 있는 소재들을 두루 다루면서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장중하면서도 발랄하고, 발랄하면서도 범박하지 않고, 또한 날카로우면서도 억지스럽지 않은 문체로 독특한 비유를 구사하는 그의 문장들은 도발적이고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다성적인 목소리, 어느 것 하나 공통됨이 없는 이질감
한차현 소설의 개성은 ‘다성적인 목소리’를 지녔다는 사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각개 작품의 표층에서 채록되는 목소리들은 어느 것 하나 공통된 것이 없는 이질적인 것이다.
「자비로운 그녀」나 「당신을 만나는 개와 늑대의 시간」의 목소리는 매우 중후하다. 진중한 주제의식과 문체가 고전적 서사의 성체를 이루면서 자못 황홀한 우수를 자아낸다. 그 목소리에는 어떤 리듬감이 있는데, 운명적인 것으로 고착되고 귀결되는 결말의 어떤 지점에서 급제동을 거는 브레이크가 존재한다. 그것은 해답이 내려지는 순간의 ‘반복’ 혹은 ‘딴지를 거는 것’과도 같은 통쾌함이다.
한편 「에티카, 기하학적 질서에 따라 증명된」이나 「사랑이라니, 여름 씨는 미친 게 아닐까」에서는 실재적인 시공간을 의식적으로 해체하는 전위적인 상상력을 보여준다. 존 위클리프나 존 후스 같은 중세의 종교 개혁가들의 목소리가 현시적 언어로 재구성되어, 폭력의 구조 속에서 위축된 현대인의 자유를 웅변하고 있는 장면이나, 존재 가치가 훼손된 중년 남자가, 정체성 상실의 위기를, 아이를 임신·출산하고 자신의 몸을 분해하여 사회에 공여하는 것으로 극복하는 장면을 보면, 상상력의 수위와 신랄한 위트가 예사롭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기억과 망각·꿈과 현실, 그 ‘착란’에 대한 집요한 탐색
「대답해 미친 게 아니라고」와 「차이와 반복, 요컨대 TV적인 것과 리모컨적인 것이란」은 기억을 통해 과거·현재·미래라는 연속된 시간 안에서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고, 기억하면서 망각하고, 망각하면서 기억하는, 표면적으로는 모순된 인식 행위를 통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인간 존재와 삶에 대한 탐구이다.
「내가 꾸는 꿈의 잠은 미친 꿈이 잠든 꿈이고 네가 잠든 잠의 꿈은 죽은 잠이 꿈꾼 잠이다」는 도무지 해석 불가능한 ‘헛소리’에 가까운 제목만으로도 실재와 꿈, 현실과 실재, 사실과 미신, 주체와 타자, 내부와 외부 등의 잇따른 전복을 통한 ‘착란’의 세계를 다루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착란’은 작가가 집요하게 탐색하는 소설의 ‘안’이기도 하지만, 소설의 바깥, 즉 플롯을 구성하는 중요한 방법론이 되기도 하다.

추천평

한차현은 등단 이후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정력적인 창작을 해왔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쉼 없는 창작의 길로 나아가게 한 것일까. 소설가로서의 작가적 문제의식이 그만큼 높은 수준에 있었다고 판단하게 되는 것은, 그의 소설이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또 대중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온 것도 아니지만, 철학적 존재론과 인식론의 문제를 소설의 중심 문제로 탐구해 온 데서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와 동 세대에 속하는 몇몇 작가들이 소설에서는 비교적 완전한 실험이라고 할 수 있는 역사적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나가거나, 창조적 사유를 펼칠 여지가 거의 없는 추억을 향해 달려가는 소설 쓰기를 선호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차현은 오히려 그것의 역방향으로 달려가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작가로서의 탐구 정신과 성실성이라는 차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명원(문학평론가)
10년 전부터 한차현의 소설을 지켜봐 왔다. 읽을 때마다 늘 놀라는 것이 이 작가의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상력이다. 불면에 시달리는 어떤 사내 이야기를 해도 이제까지 우리가 듣고 읽었던 불면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힘 말이다. 그의 소설은 소설 속 인물들에게 조금의 나른함도 허용하지 않는다. 불면 뒤에 찾아오는 숙면 속에서조차 정말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얘기가 있을까 싶을 만큼 끊임없는 사건이 만들어진다.
더욱 값진 것은 어느 것이 현실이고 어느 것이 비현실인지조차 구분 없는 그의 전위적 상상력이 소설이라는 양식 고유의 고전적 서사와 매우 멋지게 결합하여 독자들에게 소설 읽는 재미를 한껏 선사하는 동시에 저마다의 삶을 그의 엽기적(혹은 철학적) 상상력 속에 대입시켜 보게 한다는 점이다. 그에게 삶은, 그리고 인간의 존재는 그것을 기술하는 문자 속에 언제나, 얼마든지 통쾌하게 뒤집어지는 또 하나의 이야기인 것이다.
한차현의 값진 소설적 실험과 상상력이 나는 언제나 유쾌하며 또한 재미있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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