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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산티아고 길 위에 서다
DAY 01 생장 피에드 포르Saint Jean Pied de Port 잠 못 드는 첫날밤 또는 마지막 날 밤 DAY 02 생장 피에드 포르Saint Jean Pied de Port -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 육지에 새겨진 노란 조가비를 찾아서 피레네 산맥을 넘는 방법 가지 않은 길 그리고 타이레놀 4알 DAY 03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 - 라라소냐Larrasoana 모자를 삼킨 카미노 모든 스페인 국민을 잠들게 하는 마법? DAY 04 라라소냐Larrasoana - 팜플로나Pamplona - 푸엔타 라 레이나Puenta la Reina 어금니 꽉 깨물고 팜플로나 가는 길 DAY 05 푸엔타 라 레이나Puenta la Reina - 에스테야Estella 행복은 진통제와 함께 카미노의 순례자라면? DAY 06 에스테야Estella - 이라체Irache - 로스 아르코스los Arcos 와인샘, 그리고 포도밭 수업 천상의 종소리와 천사의 코골이 DAY 07 로스 아르코스los Arcos - 로그로뇨Logrono 일탈을 서두를 수 밖에 없었던 이유 DAY 08 로그로뇨Logrono - 나헤라Najera 카미노에서 가장 뜨거운 길 DAY 09 나헤라Najera - 산토 도밍고Santo Domingo 태연한 척했을 뿐 DAY 10 산토 도밍고Santo Domingo - 벨로라도Belorado 몇 시간만 함께 걸어도 전우가 된다 호흡 맞추기 DAY 11 벨로라도Belorado - 산 주안San Juan - 아게스Ages 카미노에 뭔가를 남겨야 한다? 나무가 클수록 넓은 그늘이 생긴다 DAY 12 아게스Ages - 부르고스Burgos 맥주와 콜라로 축배를 DAY 13 부르고스Burgos - 마드리드Madrid - 톨레도Toledo 하이파이브 한번이면 뭐든지 OK 어색한 마드리드 시내 걷기 톨레도에서 기분 좋게 길 잃기 DAY 14 톨레도Toledo - 마드리드Madrid - 리스본Lisbon 아쉬움을 달래는 방법 마음에 마드리드 담기 DAY 15 리스본Lisbon - 마드리드Madrid 전설 속의 도시, 전차 타고 노닐다 2장 서두르지 말고 그러나 쉬지도 말고 DAY 16 마드리드Madrid - 부르고스Burgos - 프로미스타Fromista 카미노에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초콜릿은 익준이도 춤추게 한다 DAY 17 프로미스타Fromista - 카리온Carrion 사랑과 축복이 언제나 함께하길 DAY 18 카리온 - 사하군Sahagun 익준이의 네버엔딩 스토리 DAY 19 사하군Sahagun - 엘 부르고 라네로El Burgo Ranero 파스 냄새 휘날리며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DAY 20 엘 부르고 라네로El Burgo Ranero - 빌라렌테Villarente 떠날 수 있을 때 떠날 것 묘한 인연 DAY 21 빌라렌테Villarente - 비르겐Virgen 내가 사랑하는 사람 매일매일 그리고 하루하루 DAY 22 비르겐Virgen - 호스피탈 드 오르비고Hospital de Orbigo 느리게 걷기 DAY 23 호스피탈 드 오르비고Hospital de Orbigo - 산타 카탈리나Santa Catalina 알면 곧 사랑하게 된다 부엌 예찬 DAY 24 산타 카탈리나Santa Catalina - 리고Riego de Ambros 이 빠진 채, 영웅의 십자가 위에 서다 비밀을 풀고 또 만들며 걷는 길 3장 그리고, 길은 계속된다 DAY 25 리고Riego de Ambros - 빌라프랑카Villafranca del Bierzo 각자의 몫 스스로 선택하기 DAY 26 빌라프랑카Villafranca del Bierzo - 오 세브레이로O Cebreiro 고지식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DAY 27 오 세브레이로O Cebreiro - 트리아카스텔라Triacastela 카미노를 걸을 수 있는 자격 DAY 28 트리아카스텔라Triacastela - 사리아Sarria 다음에 또 이곳에 오게 될까? DAY 29 사리아Sarria - 포토마린Portomarin 하나를 선택하면 DAY 30 포토마린Portomarin - 카사노바 마토Casanova Mato 카미노에 온 비밀 그리고 네잎 클로버 DAY 31 카사노바 마토Casanova Mato - 아르수아Arzua 파리와 끈끈이 산티아고를 코앞에 두고 DAY 32 아르수아Arzua - 몬테 데 고조Monte de Gozo 아무 말 없이 손을 꼭 잡고 DAY 33 몬테 데 고조Monte de Gozo - 산티아고Santiago 내가 만드는 길 DAY 34 피니스테레Finisterre 0.0km DAY 35 카미노Camino 또 다른 카미노가 시작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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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자신이 왕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사자와 호랑이는 동물의 왕국에 왕을 선출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몹시 기분이 상했다. 당연히 잘 달리는 자신이 왕이 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의 독수리 역시 하늘의 왕은 자신인데 또 어떤 왕이 필요하냐고 화를 냈다. 고래 또한 화가 나기는 마찬가지였다. 왕이라면 당연히 수영을 잘하는 자신이 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가 동물의 왕이 되어야 하는지 쉽게 가려내지 못하게 되자, 선거위원회가 구성되고 후보자 자격을 논의하기로 했다. 격론 끝에 결국 왕이 될 동물은 잘 달려야 하고, 헤엄을 잘 치고 그리고 잘 날 수 있어야 한다고 결정하고 후보자 등록을 받았다. 최후의 후보자로 등록한 동물은 오직 하나. 바로 오리뿐이었다.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 오리가 결국 동물 왕국의 왕이 되었다.
모든 것을 잘해야만 하는 우리 아이들은 모두 오리들인 셈이다. 조금 더 점수를 잘 받은 오리와 그렇지 않은 오리들은 각각 서열화된 대학에 가고 그런 오리들을 키우는 데 부모들은 밤 늦게까지 학원에 데려다 주는 등 온 정성을 다 쏟고 있다. 다방면에서 조금씩만 잘 할 줄 아는 오리로 키우는 것보다 잘 달리는 사자나 호랑이, 잘 나는 독수리, 그리고 잘 헤엄치는 고래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맴돌 뿐이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나는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간 이후부터 본인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배낭여행을 보내줄 생각을 해 왔다. 조나단의 〈갈매기의 꿈〉에서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라고 한 말처럼 다양한 경험을 하고 세상을 많이 보아야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처럼 높이 날아서 멀리 보기 위해서는 최소한 세 가지 전제 조건이 있어야만 한다. 첫째는 계속해서 높이 날 수 있어야 하며, 둘째는 높이 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며, 끝으로 높이 나는 것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언젠가 익준이가 맞이하게 될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찍 세 가지 전제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이번 여행이 경험을 쌓기 위해 스스로 동기를 찾게 될 시작점이 되기 바란다. --- p. 119 카미노에서 부자와 빈자의 차이는 의미가 없다. 모두 값싼 알베르게에서 단체로 생활해야만 한다. 비싼 장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더 많은 물건도 필요 없다. 이 길에 나선 이상 일정 구간을 무조건 걸어야만 한다. 직업이 무엇이든, 남녀노소 누구든 똑같은 길을 똑같이 걸어야 한다. 뛰어가면 빨리는 가겠지만 그만큼 힘이 들 것이다. 뛰어가든 걸어가든 각자의 몫이다. 그 결과는 그날 저녁 육체에 나타나기 때문에 다음 일정을 스스로 조절해야 된다. 이처럼 카미노는 우리가 하루하루 살고 있는 인생과 비슷하다.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꾸준히 그러나 쉬지 않고 걸어야 한다. 욕심을 지나치게 부리면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너무나 당연한 일을 굳이 이 길에 와서야 다시 생각해보는 이유는 그만큼 여유 없는 현대 도시생활에 찌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 p.2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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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마음에 온전히 귀 기울일 수 있는 길, 산티아고
그들이 걸은 산티아고 순례길, 카미노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이자 첫 순교자인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로 향하는 길이다. 로마의 순례자들인 로메이Romei가 로마로, 팔미에리Palmieri가 예루살렘으로 순례를 떠났던 것처럼 아일랜드의 수도승들인 페레그리니Peregrini가 야고보를 기리며 스페인의 산티아고로 순례를 떠났다는 바로 그 길이다. 9세기 초 야고보의 무덤이 산티아고에서 발견된 이후 로마의 바티칸, 예루살렘과 더불어 가톨릭의 3대 성지로 떠올랐다.
한때는 산티아고를 걷기만 해도 교황청에서 순례자가 평생 지은 죄를 다 사면해줬을 정도로 성스러운 길이다 보니 오래전부터 많은 순례자들이 종교적 이유로 이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지금은 종교와 상관없이 도보여행을 즐기려고 산티아고를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 이 책을 쓴 서진완 교수와 아들, 익준이 역시 개인적인 이유로 이곳을 선택했다. 산티아고는 많은 것이 필요 없는 길이다. 어차피 모두 값싼 알베르게에서 단체로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여유를 가지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순례자들이 머무는 알베르게에 들어갈 때도, 박물관 표를 끊을 때도 어느 것 하나 신속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시간들을 통해 순례자들은 도시 생활에 관련된 많은 것을 잊는 대신 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산티아고는 사람을 진지하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들고, 처음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한다. 자연을 대하는 마음이 겸손해지고, 자연 앞에 머리를 숙이도록 하며, 사람 사이의 유대를 다지게 한다. 우리가 잃어버렸다고 안타까워했던 그 모든 것이 길 위에서 모두 되살아나는 듯하다. 저자는 아이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던 모든 것이 그곳에 있었다고 말한다. 그곳에서는 따로 교재가 필요 없고, 누군가 일부러 선생이 되어줄 필요도 없다. 아이 스스로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산티아고를 걷는 35일 동안 저자는 옆에서 줄곧 아들을 지켜보며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아빠와 아들은 둘만의 비밀을 나눈 동지이자 누구보다도 친한 친구가 된다. 아빠와 아들의 ‘함께’ 성장하기 산티아고에서는 아이에게 따로 교육을 할 필요가 없다. 발걸음을 맞추고, 하루 종일 함께 생활하고, 자연을 마주하고, 사람들과 만나는 그 자체가 모두 교육이기 때문이다. 저자와 아들 익준이도 마찬가지였다. 즐거워서 매일 걸었고, 즐겁게 외국 사람과 대화를 나누었다. 즐겁게 다음날 일정을 함께 계획했고, 목표달성을 축하했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매일 아침 지저귀는 산새소리를 들었으며, 때로는 달팽이를 피해 걷기도 하고, 여러 종류의 곤충을 만났고, 자연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육체적 피로를 경험했다. 35일 동안 아마 아이는 가장 힘들고 고된 하루하루를 보냈겠지만 가장 행복한 공부를 했을 것이라고 저자는 확신한다. 아이와 이야기를 하며 때로 아이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던 아빠 역시 산티아고 35일은 소중한 길 위의 ‘인생 공부’가 되었음을 고백한다. 40대 중반,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보고 다시 한 번 인생을 살게 해 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그들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잊고 있었던, 혹은 모르고 있었던 아이의 모습은 물론 우리 자신의 삶까지 뒤돌아보게 된다. 이론으로 무장한 열 권의 자녀교육서보다, 평범한 부자가 나눈 35일간의 여행기가 더 가슴에 와 닿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