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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_‘동과 서, 학문의 변신’_ 홍덕선
여는 글_‘학문, 우리 것만이 아닌, 우리 것부터 _ 정수일 첫 번째 키워드 ‘교양culture’ 한국의 교양과 서구화 _ 연순 두 번째 키워드 ‘몸body’ 동서양, 몸의 사유 : 스토아와 동양의학 _ 박규현 세 번째 키워드 ‘양가성ambivalence’ 죽거나 죽지 않거나 : 불가사리 전설을 통해 본 괴물(성)의 양가적의미와 한국적 정서 _ 박정만 네 번째 키워드 ‘환상성fantasy’ 판타지, 다양한 문화의 소통 공간 _ 안상원 다섯 번째 키워드 ‘소통communication’ 숨겨진 말들, 문화를 놓치다 : 동ㆍ서양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갈등 유형에 대한 구조적 탐색 _ 이노미 여섯 번째 키워드 ‘성상icon’ 이콘과 부적, 성스러움과 상징의 문법들 _ 이규영 일곱 번째 키워드 ‘연희play’ 동제洞祭와 카니발 속 ‘나’와 ‘집단’_ 김화임 여덟 번째 키워드 ‘소유possession’ ‘먹다’와 ‘소유하다’의 문화적 맥락 _ 김기일 아홉 번째 키워드 ‘활자type’ 금속활자의 발명, 문화의 전파 _ 신종락 열 번째 키워드 ‘트렌드trend’ 한류, 새로운 대중문화 _ 정혜선 주 집필진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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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의무감에 휩싸여 서양 인문학을 연구하는 대신, 우리 것에 눈을 돌려 이를 새롭게 조망해야할 시점에 도달했다. 지금껏 의무적으로 연구했던 서양 인문학, 그리고 그와 더불어 썼던 원고들은 소중한 참고자료 또는 비교자료로서의 가치를 여전히 발휘하고 있다. 이제 우리의 인문학, 그와 더불어 내 흥미와 자유 속에서 써내는 원고들이 참 빛을 발휘할 때이다.---「동과 서, 학문의 변신」중에서
외국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라도 우리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일과 우리 것과 연구를 병행하는 일이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외국학문을 연마하신 분들도 학문의 기본 이론을 이해하거나 파악하는 데 있어서 적어도 우리 것에서부터 시작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분들이 우리 학생들에게 외국학문을 전달할 때, 과연 우리 것들에서 떠날 수 있겠는가 생각해 봅시다. 그들은 우리 언어로 사고하고, 우리 언어로 발표하죠. 지식이라는 것은 수평적으로 그리고 공시적으로 확대됩니다. 어느 학문도 고립되지 않으며, 결국에는 세계적 측면으로 확대됩니다. ---「학문, 우리 것만이 아닌, 우리 것부터」중에서 문제는 서양 문화의 수용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중심에 수용자의 주체성과 주체적인 문화 내용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근대화 과정에서 식민지적 시대 상황과 서양 문화의 유입으로 중심을 잃고 흔들렸던 한국 교양은 오늘날 세계화라는 급물살에 휩쓸리면서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의 교양은 한국의 전통문화보다 서양의 시민전통에 더 친화력을 갖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1세기 전 이육사가 언급했듯이 “서양과 동양사상을 애써 구별하려고 해보아도 지금의 우리 머릿속에 순수한 동양적이란 것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여기서 별 말할 필요조차” 없게 된 것이다.---「한국의 교양과 서구화」중에서 서구 신화의 괴물 친구들과 달리, 한국인의 정서 속에 불가사리의 괴물성은 어둠의 끝에 도래할 여명의 새날로, 죽음 뒤에 피어날 생명으로, 파괴 뒤에 이어질 창조에 대한 약속으로 인식되고 수용된다. 한국적 정서에서 인식·수용되는 불가사리의 이러한 초월적 존재감과 양가적 정체성은 더 나은 삶에 대한 민중의 희망과 믿음을 고스란히 녹여낸다.---「죽거나 죽지 않거나」중에서 이렇듯 판타지라는 장르 형식은 서구에서 발생한 것이지만, 그 안에 한국의 정서와 소재가 어우러짐으로써 독특한 스타일이 창조된다. 그리하여 한국의 판타지는 서구문화와 한국문화 간 접점의 형식이 되었다. 여러 이질적 문화의 요소들이 다채롭게 조합되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 그것이 곧 판타지의 서사를 풍부하게 하는 생명력이다. 바로 이 점에서 판타지는 다양한 문화의 소통 공간으로서 의미를 갖는다.---「판타지, 다양한 문화의 소통 공간」중에서 미디어에 의한 초국경적인 세계화로 서양의 커뮤니케이션이 전 세계로 파급됨에 따라 동·서양의 커뮤니케이션 양식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특히 대륙의 중간에 위치해 주변과의 끊임없는 교류로 문화의 수용성이 높은 아시아 지역은 서구의 커뮤니케이션 양식을 적극 수용하여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이 차용되거나 변용되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숨겨진 말들, 문화를 놓치다」중에서 한류는 아직 진행 중이며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 있다. 무엇보다 한류는 인프라의 측면에서 일등 국가가 아닌 지역의 대중문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다는 전대미문의 행보를 보여주었으며, 이 점에서 진행된 모델이 없는 시행착오 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그 무언가이다. ---「한류, 새로운 대중문화」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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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과 서’ 사이에 열 개의 키워드로 징검다리를 놓고
오고가는 문화의 의미와 맥락을 되짚다 오늘날 ‘동과 서’라는 지역적 경계의 의미는 사실상 무색해졌다. 하지만 사람들의 머릿속 어딘가에 남아있는 그 추상적인 구분으로 인해 두 문화는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며, 그래서 오고가기도 하고 아예 서로를 막아서기도 한다. 이러한 인식의 경계는 아직 또렷하다. 이에 이 책은 문화교류의 의미를 탐구하는 열 명의 연구자들이 ‘동과 서’의 문화를 ‘객관적인’ 포즈로 마주보게 한 뒤 비교하고 대비시킨 결과의 보고서다. 각각 ‘교양culture’ ‘몸body’ ‘양가성ambivalence’ ‘환상성fantasy’ ‘소통communication’ ‘성상icon’ ‘연희play’ ‘소유possession’ ‘활자type’ ‘트렌드trend’라는 열 개의 관측점에서 그 흥미로운 대면의 얼개를 짠다.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에서 꾸준히 기획하여 펴내고 있는 동아시아학술원총서의 열 번째 책이다. ‘교양’의 장에서는, 서구에서 형성된 교양의 개념을 추적해보고, 현재 한국에서 통용되는 교양의 의미를 비판적으로 고찰함으로써 그 개념의 오리엔탈리즘까지 반성한다. ‘몸’의 장에서는 스토아철학과 동양의학(한의학)에서 각각 몸을 바라보는 관점들을 대비시키면서 동과 서가 전망했던 마음과 영혼의 문제까지 진입한다. ‘양가성’의 장에서는 여러 예술작품(회화?조각?영화 등)에 나타난 괴물(불가사리)의 형상을 관찰하면서 각각의 이미지가 내포한 의미의 양가성을 정리해낸다. ‘환상성’의 장에서는 동과 서의 판타지 장르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환상의 의미에 내포된 같고 다름을 분석해낸다. ‘소통’의 장에서는 의사소통의 차원에서 동양과 서양을 분석한다. 동양은 이심전심의 고맥락 차원, 서양은 여전히 분석적이어야만 하는 저맥락 차원으로 구별하여 선명한 대비를 노린다. 또한 ‘성상’의 장에서는 각각 이콘화와 부적이, ‘연희’의 장에서는 동제洞祭와 카니발이, ‘소유’의 장에서는 음식문화가 ‘활자’의 장에서는 목판?금속활자가, ‘트렌드’의 장에서는 한창 기세등등한 한류韓流가 동과 서 비교의 객관적 매개체로 등장한다. 동서양 문화가 서로 마주보는 지점에서 우리 것만이 아닌, 우리의 학문을 비로소 돌이켜 생각하다. ‘동과 서’에 대한 총체적인 조감은 우리 안에서 우리를 다시 보게 만든다. 서로를 상대화하며 비판적인 검토 끝에 도달하여 할 곳은 다시 ‘지금 여기’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여는 글을 쓴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도 지금은 “세계 속의 한국”의 차원을 넘어 “한국 속의 세계”에 담긴 ‘내재적 세계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임을 강조하고, ‘보편적인 민족주의’의 관점 하에서 중심 잡힌 연구가 진행되기를 고대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여기 실린 열편의 글들을 고루 관통한다. 주로 서양인문학(외부)을 전공한 집필진들이 관심의 촉각을 ‘나, 우리’(내부)에게로 돌리도록 추동한 것도 ‘내 안의 타자들’을 환기함으로써 ‘진정한 나’를 반성하기 위함에 다름 아니다. 이럴 때 맥락과 의미 없는 외부 학문이나 고립된 나만의 학문은 비로소 극복되기 시작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것만이 아닌, 우리의 학문을 돌이켜 생각해야만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