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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딸깍. 제가 먼저 전화기를 끊었어요. 안그러면 다스릴 수 없는 웃음이 비져나와 수화기를 든 손에 폭풍을 일으킬 것 같았거든요. 아니, 정말로, '사랑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전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찌 않다는 생각이 계시처럼 들었기 때문에, 단지 내가 사랑하는 건 이 순간의 이 미친 비극성, 어떤 운명과도 싸우고 있지 않으면서 나름대로 장중한 비장미를- 따라서 희극성도- 가지고 있는 두 연인(?)들 간의 사랑의 이야기가 아닐 듯 싶어서요. 그래요. 이건 정말 미친 생각이에요. 알아요. 난 그 사람을 사랑해요. 사랑하니까, 이제 조금 있다가 약속장소로 나갈 거에요. 이런 종류의 사랑은 석고처럼 단단해요. 석고처럼 하얗게 순결하기도 하고요. 그래요, 그런데, 아주 만약에 말이에요. 사랑한다는 그 약속의 그 석고가 깨진다면요. 거기에 들어있는 건 ....누가 알겠어요?
왜 그냥 '그'와 '그녀'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참아주지 못하고, 자기 자신이 의미를 탐구해주지 못하고, 나한테 '이런걸 왜 썼느냐'하고 물어야만 했을까. 존재하는 모든 것이 아름다우며 아름다운 모든 것이 글로 쓰여질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기라도 하는 듯이.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