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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시골의 혼인 준비 변신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여가수 요제피네 혹은 쥐 종족 카프카로의 초대 : 「변신」을 더 생생하게 읽는 법 |
Franz Kaf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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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괜찮아요. 잘 덮으셨어요.” “아니야!” 당신 질문에 마땅한 답이 아니었던지 아버지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허공에 펄럭일 만큼 세게 이불을 걷어찼다. 그런 다음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으며 천장에 닿을 정도로 한 손을 치켜들었다. “나를 덮어 주려 했겠지만, 너란 놈은 이불로 내 몸 하나 제대로 덮어 줄 수도 없는 놈이란 걸 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라도 내가 네놈 하나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 당연히 난 네 친구를 알지. 그 애가 내 마음의 아들인 걸. 그래서 네놈이 몇 해를 두고 그 앨 속였던 게지. 그렇지 않으면 왜 그랬던 거냐?” 시골의 혼인 준비 그 노신사는 나무 문짝에 몸을 기댄 라반 근처에 그대로 서 있다가, 자꾸만 흘끔거리며 라반을 쳐다보느라고 한 번은 아예 목을 꺾기도 했다. (…) “좋은 책이라면 저는 맛난 저녁 식사 다음으로 좋아해요. 그건 늘 그랬어요. 그런데 얼마 전 어떤 전단에서 ‘좋은 책 한 권은 최고의 친구’라는 어떤 작가든가 누군가의 인용문을 봤어요. 그거 정말 맞는 말이거든요. 좋은 책 한 권은 진짜 제일 좋은 친구잖아요.” (…) “이번 여행에 뭐 특별한 사연이 있으신가 보군.” “그게 아니고요.” 라반은 다시 현관 입구에 몸을 기대며 대답했다. 변신 어느 날 아침 어수선한 꿈들로 뒤척이다 잠에서 깬 그레고르 잠사는, 침대에 누워 있던 자기 몸이 이상한 갑충으로 변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침대에 닿은 등짝이 철갑처럼 딱딱했다. 머리를 좀 들어 올리자 당겨진 활 모양의 갈색 배때기에는 큰 주름 몇 개가 접혀 있고, 그걸 덮고 있는 이불은 당장이라도 미끄러져 내릴 듯 위태로워 보였다. 게다가 저기 눈앞의 덩치에 비해서 너무 가늘어 참 볼썽사나운 다리들이 버둥거리고 있었다.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그는 잠시 생각했다. 꿈은 아니었다. (…) “일단 눈을 좀 더 붙이고 잠을 더 자면서,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잊어버리는 게 좋겠다.”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존경하는 학술원 회원 여러분! 영광되게도 회원님들께서 나의 원숭이 시절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하셨다지요. 하지만 송구스럽게도 난 이에 응할 수는 없겠습니다. 달력으로 따지면 얼마 안 되는 기간일 수 있지만, 오 년에 가까운 세월은 원숭이로 살았던 시절에서 오늘의 나를 완전히 떼어 놓았거든요. (…) 두 발의 총상을 입고 내가 깨어난 곳은 철창 우리였습니다. (…) ‘자유’라는 표현은 일부러 안 씁니다. 온 사방으로 열려 있는 자유라는 위대한 느낌과는 완전히 다르거든요.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도 나는 그런 자유를 갈구하는 게 아닙니다. (…) 난 공부했어요. 내게 필요해서, 반드시 출구를 찾아야 한다 싶으면 공부밖에 다른 길이 없는 거예요. (…) 사실 그 자체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어요. 하지만 나를 철창에서 나오게 하고, 그래서 인간이 될 수 있는 특별한 출구를 마련해 줬다는 점에서 내게는 아무래도 의미가 각별합니다. 여가수 요제피네 혹은 쥐 종족 우리 여가수의 이름은 요제피네다. 그녀의 음악을 접해 본 적이 없다면 노래의 힘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구라도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 단번에 반하고 만다. 게다가 우리가 워낙 음악과는 거리가 먼 종족이다 보니, 그 의미와 가치는 더욱더 대단하다. 아무런 소리도 안 들리는 평화가 우리에게는 최고의 음악이니까 말이다. (…) 오직 요제피네만이 우리와 다르다. 그녀는 음악을 사랑하며 그걸 전달하는 법까지 안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그녀가 죽고 나면 음악은 우리들의 삶에서 아주 사라질 것이다. (…) 실제로 우리는 눈곱만큼도 음악적인 재능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요제피네의 노래를 이해한다는 게 대체 무슨 뜻일까? (…) 노래를 들은 적이 없고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는데도 노래가 아주 특별한 것이라고 알 수 있는 느낌은 대체 무엇인가?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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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이에요, 잠사 씨!”
어느 날 아침 어수선한 꿈들로 뒤척이다 잠에서 깬 그레고르 잠사는, 침대에 누워 있던 자기 몸이 이상한 갑충으로 변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고 스스로 자문하고, 나오지 않는 소리를 끌어 모아 가족들과 회사의 상무에게 자신의 견해를 피력해보지만, 그저 끙끙대는 한 마리 갑충으로밖엔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기괴한 일이 하루아침에 일어난 것이다. 잠사는 자신을 달래고, 이 비현실적인 꿈에서 어서 깨어나길 바라며 상황을 지켜본다. 잠사가 현재 하는 영업사원일은 그에게 부당한 환경이기도 하지만 보람이라는 명분을 주고, 가족 생계를 책임지게 하는 인간 삶의 근원적인 수단이다. 단지, 벌레로 변한 것뿐인데, 잠사는 가족들과 가정부, 상무 등 그의 삶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에게 기피 대상이 된다. 그런 그가 가족을 편히 해주고자 선택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고민해보지만, 결국엔 그들의 눈에 띄지 않게 숨어 지내는 일과 벌레가 된 자신의 운명을 아무 말 없이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좋은 아침이에요, 잠사 씨!” 단지 하루 정도 출근 시간을 지키지 못했을 뿐인 사원을 찾아와 전하는 상무의 인사는, 현대인의 피로와 고독, 거대한 운명 앞에 선 가녀린 개인이라는 문학의 영원한 주제에 대해 전설적인 우화로써 여전히 「변신」이 자리매김할 수 있는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는 그 외에도 카프카의 예고치 않은 장난기와 예술에 대한 술회를 볼 수 있는 매력적인 단편, 네 편이 추가로 실려 있어 카프카의 세계로 한 걸음 더 다가서는 데 깊은 도움을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