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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1. 뉴런하우스 2. 첫 만남 3. 고향열차 4. 껍질 5. 트라우마 6. 창문 닦기 7. 빈 의자 8. 상전과 하인 9. 너에게 말하기 10. 파도타기 11. 꿈 작업 12. 사건들 13. 꽃밭에서 14. 그리움 15. 선물 부록 | 마음 들여다보기, 작품 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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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데 질문이 뭐였더라? 참, 그렇지. 나그네 님, 지금 이런 걸 왜 하나요?”
평화가 나를 쳐다보며 눈을 껌벅인다. 나는 흔히 사람들이 뭔가 새로운 것을 경험하려고 할 때,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 질문을 한다는 것을 안다. 우리의 삶은 지금 여기에서만 피어날 수 있는데, 정작 그순간이 오면 도망치다니! 이것이 인생의 슬픈 역설이 아닐까, 나는 매번 탄식을 한다. 지금 평화는 구성원 모두를 대신해서 이 행동을 하고 있다. 즉, 평화와 다른 구성원들은 공모관계에 있다. 그렇지 않다면 평화가 매번 이 역할을 수행하도록 허용해주지 않을 것이다. 나는 평화의 이러한 시도에 응하지 않기로 한다. ---「첫 만남」중에서 “저도 그 개를 골목에서 여러 번 만났습니다. 오아시스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그 개의 눈에서 깊은 슬픔을 봤습니다. 그래서 피하고 싶었습니다. 마치 제 속에 꽁꽁 숨겨둔 방치된 아이를 보는 것 같아서 두려웠습니다. 그 개를 볼 때마다 제 안에서 치열한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외면하고 싶은 마음과 다가가서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서로 무섭게 싸웠습니다. 제가 오늘 오후에 오아시스 님에게 했던 ‘인정 있는 척하지 마!’란 막말은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어요. 오아시스 님에게 그 말을 하자마자 제 가슴에 날카로운 비수가 꽂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트라우마」중에서 “난 선생님이 내게 그런 짓을 할지 몰랐단 말이야. 나는 고작 아홉 살이었다고.” 이렇게 말하고는 아까보다 더 큰 소리로 운다. 나는 이제 상황을 깨닫는다. 어린 시절 겪은 성추행 사건을 부모님에게 알리지 못하고 혼자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아온 어린 소녀가 지금 내 눈앞에 앉아 있다. 아마 이 이야기는 평생 처음 꺼낸 것인지도 모른다. 독일에서도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한 내담자들을 수없이 보았다. ---「꿈 작업」중에서 “자알한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갖가지 다 한다. 이거 어디 동네 창피해서 살겠니? 내가 못 살아. 어서 일어나 이노무 기집애! 집에 가자!” 날카로운 목소리와 함께 중년 여성이 우리를 밀치며 처치실 안으로 들어온다. 고급 블라우스와 정장 슬랙스에 하이힐을 신고, 짙은 화장을 한 얼굴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바람은 금방 손찌검이라도 할 태세로 자기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그녀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홱 돌려 돌아누워버린다. ---「사건들」중에서 부모가 건강하지 않아 아이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아이 앞에서 부부싸움을 하는 부모, 자기 것을 먼저 챙기는 부모, 아이에게 자기 고민을 하소연하는 부모, 자기 미해결 감정을 투사하는 부모, 무책임한 부모, 비겁한 부모, 아이에게 의지하는 부모, 권위적이거나 폭력적인 부모, 과잉보호하는 부모 등 목록은 끝이 없다. 그렇게 부모가 제 역할을 못할 때, 아이들은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가족을 지키려고 애쓴다. ---「마음 들여다보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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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와 너는 같은 공간에 있고, 같은 경험을 해도
다른 감정을 느끼고 다르게 반응할까?” 이제, 진짜 나를 만나다 우리는 같은 경험을 해도 각자 다른 감정을 느끼고 다르게 반응한다. 술에 취에 쓰러져 있는 행인을 보고 누군가는 연민을 느껴 도와주지만, 누군가는 경멸하듯 싸늘하게 쏘아보고 서둘러 자리를 피한다. 욕을 하는 애인 앞에서 누군가는 불같이 화를 내고 떠나지만, 누군가는 못 들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 왜 그럴까? ‘지금 순간의 마음’에 집중하는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는 사람들이 현재를 각각 다르게 보고 느끼는 까닭을, 과거에 경험한 사건과 감정들이 투영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즉 현재의 나는 현재를 온전히 느끼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들을 섞어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에 받은 상처가 해결되지 못했다면, 자꾸 상처는 송곳처럼 튀어나와 현재를 곡해하고 나쁘게 해석하기도 한다는 것. 그러다 보면 남들은 아무렇지 않은 일에도 괜히 상처를 받거나, 예민하게 굴 때가 있다. 아니면 남들은 큰일로 생각하는 일도 의식적으로 무심하게 굴기도 한다. 그것은 내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나의 과거의 경험과 연관이 있다. 현재를 온전히 느끼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런 과거의 경험들을 다시 되짚어보는 과정이 필수다. 『뉴런하우스』는 소설을 읽으며 이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독자들을 이끈다. 책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심리치료 과정에 참여해 자신의 마음을 발견하고 치유할 수 있다. 이는 소설 등장인물들과 배경, 그들이 겪고 있는 일들이 우리의 모습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몰입할 수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치유는 마음과 마음이 만나고, 서로 마음이 통해서 연결성을 경험하게 될 때 기적처럼 일어난다 베를린에서 오랜 시간 심리치료 연구소를 운영하며 심리상담 치료와 제자 양성에 몰두하던 영민은, 어느 날 알 수 없는 이끌림에 충동적으로 안정적인 독일 생활을 접고 한국의 작은 셰어하우스인 뉴런하우스에 심리치료사로 입소한다. ‘뉴런하우스’라는 독특한 이름의 이 집은 대학로 인근 평범한 주택으로, 방값이 저렴한 대신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매주 두 차례 열리는 집단 상담에 참여할 것. 둘째, 절대 자살하지 말 것. 높은 경쟁을 뚫고 뉴런하우스에 입소한 개성 강한 여덟 명의 남녀와 이들을 관찰하고 치유하는 영민의 특별한 시간들. 아픈데도 아프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 그래서 나와 남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며 살아오던 사람들, 이들 따귀 맞은 영혼들이 어우러져 감동적인 치유가 일어난다.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소설 속 장면들이 작가의 상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40년 가까이 사람들의 내면을 탐구하고, 국내 심리치료 분야의 한 축을 이룬 심리치료의 권위자가 직접 이끈 상담들과 그 과정에서 실제로 일어난 장면들을 묘사했다. 따라서 상담이 이뤄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굳게 닫힌 마음이 열리는 기적 같은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한 듯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또한 책 뒤에 심리와 심리치유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 수 있도록 ‘마음 들여다보기’를 수록하여, 소설 속 내용을 통해 치유를 경험한 뒤 관련 내용을 좀 더 탐구하고 싶은 독자들이 궁금증을 해결할 실마리를 얻을 수 있게 했다. 『뉴런하우스』는 심리학 서적을 읽고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해본 사람들, 시간과 비용 면에서 상담센터를 찾아가기가 쉽지 않고 또 스스로 치료가 필요한 정도는 아니라고 스스로 평가하지만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나를 만나는 소중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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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슈탈트 심리치료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지닌 학자이며 심리치료 현장에서 수많은 개인 및 집단치료를 해온 심리학 교수가 쓴 현장성을 바탕으로 한 흥미로운 심리치료 소설. 살면서 늘 밀쳐지고, 평가당하고, 소외되었던 아픈 상처들을 서로 만져주고, 보듬어주면서 함께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우리에게 눈부시게 아름다운 장면들로 보여준다.
- 강학순 (철학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