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manuel Carr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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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한 구성력, 독특한 작가적 상상력, 보기 드문 흥미진진한 소설
엠마뉘엘 카레르는 프랑스에서 상당한 컬트 독자를 가진 독특한 작가다. 40대 초반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동안의 소유자인 그는, 첫인상에 어울리지 않게 자신의 주인공들을 비극 속에 빠뜨려 처참하게 희생시키는 잔인한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것도 아주 기이한 상황을 설정, 주인공과 독자 모두를 혼란에 빠지게 한다. 그의 첫 장편 소설 『콧수염』의 주인공은 콧수염을 민 후로 편집증 환자가 되어 버린다. 다른 소설 『위험을 벗어나서?』에서 주인공인 여교사는 카지노에 미쳐서 폐인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역시 『겨울 아이』의 꼬마 니꼴라도 환상이라는 올가미에 걸리고 현실 속에 냉동되어 버리는 비극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사디스트적인 작가는 아니다. 그는 일련의 기괴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허구가 현실을 능가하고, 이성이 상상 앞에서 흔들리고, 부조리 앞에서 논리가 굴복되며 익살이 비극에 잠식당하는 정확한 시점, 그 민감한 경계 지점을 날카롭게 보여 주려 한다. 그의 소설 속에는, 그래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 또한 아슬아슬하다. 『겨울 아이』의 주인공 니꼴라의 경우도 무죄인 동시에 유죄이고, 희생양인 동시에 백정이 된다. 카레르는 이 작품을 구상하는 데만 8년이라는 시간을 들였다고 한다. 본격적인 집필 기간만 일 년 남짓. 대하 소설도, 역사 소설도, 순수 예술을 표방하는 모더니즘 소설도 아니고 오히려 추리 소설적인 재미가 곁들여진 짧은 이야기에 8년이나 투자했다는 것이 언뜻 의아스럽다. 그러나 막상 이 작품을 읽기 시작하면 이내 고개가 끄덕여진다. 소설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독자가 느끼는 것은 전율이다. 마치 정교한 공예품을 보듯, 각각의 소설적 장치들은 정확한 자리에, 교묘하게, 너무나 치밀하고 완벽하게 배치되어 있음을 그때서야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일종의 복선이랄 수도 있는 요소들―자동차, 인간의 해부 모형, 아버지의 직업, 브라질 팔찌 등―은 결코 억지로 짜 맞춘 듯한 인상을 주지 않고, 오히려 비극적 결말의 필연성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겨울 아이』는, 주인공을 걷잡을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몰고 가서 결국은 길 잃게 만드는 카레르 특유의 <치밀한 전락의 설계도>가 가장 탁월하게 그려진 걸작이다. 기존의 그의 작품과 더불어 이 소설로 인해 카레르는 기괴 소설의 전통을 참신한 방식으로 계승하는 탁월한 작가로 인정받게 되었다. 『겨울 아이』는 95년 출간 직후, 프랑스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인 페미나 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작가인 엠마뉘엘 카레르는 그밖에도 수 차례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작가적 재능을 확고히 인정받았다. 참고로, 카레르의 모친은 프랑스의 유명한 아카데미 프랑세즈(프랑스 한림원)의 회원이자 역사학자인 엘렌 카레르 당코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