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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ena Busqu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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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정말 많이 사랑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이들은 사실 상대방을 별로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정말’이란 말을 붙이는 건 ‘그다지’ 사랑하지도 않는데 소심해서, 아니면 “널 사랑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기가 두려워서인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그 말은 누군가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유일한 방법인 거예요. ‘정말’이란 말을 넣으면 진심이 아닐지라도 누구나 쉽게 사랑을 ‘고백’할 수 있으니까요. --- p.11
내가 아는 한, 뒤끝도 없고, 죽음으로 인한 고통을?물론 삶의 고통도?일시적으로나마 쫓을 수 있는 것은 섹스밖에 없다. 절정에 다다르면 모든 것이 산산이 흩어지고 만다. 하지만 그 느낌은 아주 잠시 동안만, 그나마 곧장 잠이 들면 그보다 조금 더 오래 지속될 뿐이다. --- p.17 나는 매일같이 엄마의 얼굴을 보려고 애를 쓰고 있어요. 세월을 거슬러올라가, 빛을 잃고 돌덩이처럼 변해버리기 전 엄마의 진짜 눈동자를 떠올리려고요. 그럴 때마다 망치로 단단한 벽을 깨부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가는 유리들이 바삭거리는 소리를 내며 켜켜이 쌓이듯, 슬픔이 마치 수의처럼 우리를 뒤덮어버리는 듯한 느낌도 들어요. --- p.95 어쩌면 우리는 모두 떠나지 못한 여행을 가슴속에 품고 사는 건지도 몰라요.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늘 떠날 계획을 세우면서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모두 지나갔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에게 단 일 분조차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시간을 사려고 아등바등해요. 눈을 뜨고 있다 해도 살아 있는 동안 다시 볼 수 없는 곳도 많고, 아직 눈을 감지도 않았는데 더는 기회가 없다는 걸 깨닫는 것만큼 견디기 어려운 일도 없을 거예요. --- p.108 거짓말과 예의바른 행동, 그리고 가식적인 미소로 미끄러지기 쉽게 쌓아올린 벽은 망토처럼 나를 보호해준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벽을 세울 힘도, 의욕도 없다. --- p.175 나는 한때나마 사랑했던 모든 이들을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 그간 수많은 이별과 배신?내가 그랬든 상대방이 그랬든?을 겪었으면서도 나는 모든 것이 한줌의 재로 변하기 전의 투명하리만큼 맑고 순수한 인간의 모습을 본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영웅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지금껏 내가 경험했던 사랑이나 마음의 상처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건 나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이다. --- p.1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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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아 숨쉬게 하는 것들.
강렬한 태양, 반짝이는 바다, 친구들의 애정, 달콤한 와인,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얻는 위안. 몇몇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나는 마흔 살이 된 내 모습을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스무 살 무렵, 나는 미래의 내 모습을 그려보곤 했다. 평생의 반려자와 여러 명의 아이들과 함께 오순도순 살고 있는 서른 살의 나. 또는 손자들에게 맛있는 애플파이를 만들어주고 있는 예순 살 된 나의 모습. 사실 나는 달걀 프라이도 할 줄 모르지만 그 정도야 금방 배울 수 있겠지. 그리고 여든 살이 되면 꼬부랑 할머니가 돼서 친구들이랑 위스키나 마시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흔 살-쉰 살은 말할 것도 없고-이 된 내 모습은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자리에 있다. 엄마의 장례식에, 그것도 마흔 살이 돼서. _본문에서 주인공 블랑카는 열정적이고 내키는 대로 사는 데 익숙한 사람이다. 마흔이 되었지만 아직도 스스로를 “겉으로만 어른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현실적인’ ‘책임감’ 같은 단어에 갑갑함을 느낀다. 두 명의 전남편에게서 각각 얻은 두 아들을 키우며 전남편들과는 때로는 친구로, 때로는 섹스 파트너로 계속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는 유부남인 애인을 만나는 중이다. 소설은 블랑카가 엄마의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누구보다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았던 엄마는 파킨슨병에 걸려 고통스러운 말년을 보냈고, 엄마의 마지막 나날을 함께하며 그 고통의 무게를 나눠 지려했던 블랑카는 자신마저 허물어진 삶의 잔해 속에 파묻히는 기분을 느끼며 우울증에 시달린다. 힘들어하는 블랑카에게 주변 사람들은 카다케스에 휴가를 가서 잠시 쉬고 오라는 제안을 한다. 카다케스는 살바도르 달리나 파블로 피카소가 예술적 영감을 찾기 위해 자주 방문하던 바닷가 마을로, 블랑카도 어린 시절부터 가족들과 함께 이곳에서 여름을 보내곤 했다. 엄마의 집과 배가 여전히 남아 있고 엄마가 묻힌 곳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망설이던 블랑카는 결국 상실감과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함께 카다케스로 떠난다. 아들 둘과 친한 친구 둘, 전남편 둘이 함께하고, 가족과 함께 카다케스로 휴가를 올 애인과도 그곳에서 만나기로 한다.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고 바다가 반짝이는 평화로운 카다케스에서 블랑카는 과거의 연인과 새로운 연인, 자신이 사랑했던 혹은 사랑에 빠지고 싶었던 이들로부터 위안을 얻으려 노력한다. 음식과 와인, 햇살과 공기, 친구들의 애정, 섹스를 통해 엄마의 죽음의 무게를 이겨보려 한다. 그리고 엄마가 바랐던 것처럼 블랑카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정 행복한 삶을 살아갈 방법을 찾아본다. 행복과 즐거움이 우리 삶을 스쳐가는 것처럼, 괴로움과 슬픔 또한 언젠가는 다 지나가리라는 믿음을 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