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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_예, 몸짓의 예술인가 억압의 기제인가?
1장 풀이하는 글 1. 예禮 기본 의미: 제사 의례, 도덕 실천, 문화 관습, 사회제도 2. 예의 구조와 특성 3. 예의 역사와 예에 대한 비판 4. 예의 현대적 가치와 의의 2장 원전과 함께 읽는 예禮 1단계 제사와 제의: 근본에 보답하는 의례 2단계 예제와 예전: 공동체를 다스리는 질서와 제도 3단계 예절과 예속: 도덕적 실천과 문화적 관습 4단계 예법과 예치: 문화적 제도와 문화적 통치 5단계 예의 비판자들: 인위적 인간소외와 억압적 봉건질서 3장 원문 및 함께 읽어볼 자료 1. 원문 2. 참고하면 좋은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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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에서 주희를 거쳐 오규 소라이와 정약용에 이르기까지 질서의 규범이자 소통의 몸짓인 ‘예론禮論’의 역사 탐구”
한국국학진흥원 교양총서 ‘오래된 질문을 다시 던지다’ 시리즈 2~3권 출간 한국국학진흥원 기획 ‘오래된 질문을 다시 던지다’ 시리즈의 2권과 3권이 출간되었다. 동아시아의 삶과 문화를 이끌어온 사상사의 주요 개념을 통시적·계보적으로 짚어보는 이 시리즈는 2011년 1월 동아시아 사상의 슈퍼스타 ‘인仁’을 살펴본 『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신정근 지음)를 제1권으로 시작되었고, 이번에 제2권으로 ‘사단칠정四端七情’의 문제를 둘러싼 철학적 담론의 역사를 밝힌 『사단칠정 자세히 읽기』(이상호 지음)와 제3권으로 인간의 삶을 질서와 억압 사이에 위치시킨 채 끊임없이 조율해온 ‘예론禮論’의 전개과정을 살핀 『예, 3천년 동양을 지배하다』(박종천 지음)를 동시에 펴냈다. 제1권이 사람다움을 추구한 사상적 흐름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동양적 사유에서의 ‘정감情感’의 문제와 ‘사회적 질서의 기원’이 핵심 테마로 다루어졌다. 전자는 개인적이고 즉흥적인 정감을 수양을 통해 이타利他적인 정감으로 만들어온 과정을 주로 다루었고, 후자는 사람 사이의 소통이 어떻게 일정한 형식을 이루고 제도화되는가의 과정을 탐구했다. 이번에 나온 두 책 또한 ‘오래된 질문’을 다시 던지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하지만 그 초점은 서로 약간씩 다르다. 『사단칠정 자세히 읽기』는 동서양의 차이를 부각시킨다. 서양의 ‘필로소피philosophy’ 전통에서는 ‘정감情感’은 철학함의 주요 대상이 아니었지만, 동양적 전통에서는 중요한 사유의 대상이었고, 그에 얽힌 수많은 문헌과 논쟁이 존재한다. 『예, 3천년 동양을 지배하다』는 봉건적 예치시스템이 인간을 억눌러온 측면보다는 예禮라는 것이 추구한 인간 사이의 소통의 노력, 삶을 아름답게 꾸미는 미학적 테크놀로지에 더 주목하고 있다. 두 책의 구성과 다루는 내용 두 책의 미덕은 무엇보다 수천 년의 시공간 속에서 사단칠정과 예와 관련된 주요 문헌과 문장들을 꼼꼼히 리뷰해주는 것이다. 저자들은 해당 주제가 어떻게 처음 역사에 등장하여 서서히 형성되고 풍부한 사유로 자라났는지, 그러한 과정에서 어떠한 여러 사유들이 서로 부딪히고 길항하고 융합되었는지를 정리해나간다. 『사단칠정 자세히 읽기』는 1장 ‘해설로 읽는 사단칠정’과 2장 ‘원문으로 읽는 사단칠정’으로 구성된다. 1장에서는 왜 ‘선한 감정四端’을 묻는가라는 연구 의의를 밝혔으며,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정감의 위험성이 먼저 인식되었다는 것, 그런 과정에서 우연히 선한 정감의 발견이 이루어지고, 선한 정감의 객관적 증거들이 제출되기 시작했다는 것, 이후 사단칠정 논쟁이 벌어지고, 조선 주자학 내부에서 논쟁이 어떻게 이어지고 계승되었는지를 살펴보았고, 마지막으로 ‘현대적 정감 윤리’라는 것을 어떻게 정초할 수 있는지를 밝혔다. 2장에서는 총6단계에 걸쳐서 원문읽기가 이뤄진다. 『예기』에 집약된 상고시대부터의 ‘정감’에 대한 사유의 단초가 제시된 다음, 맹자와 주자를 거쳐 조선의 이황과 기대승, 이이와 한원진 등 익히 알려진 계보를 차근차근 밟아가며 소개한다. 『예, 3천년 동양을 지배하다』는 제1장 ‘풀이하는 글’에서 예禮의 기본 의미를 제사의례, 도덕실천, 문화관습, 사회제도로 나누어 살폈고, 예의 구조와 특성, 예의 역사와 예에 대한 비판적 관점 소개, 예의 현대적 가치와 의의 등을 짚었다. 제2장 ‘원전과 함께 읽는 예禮’에서는 『설문해자』 『예기』 『순자』 등의 고대문헌부터 정약용의 『여유당전서』 등 후대의 문헌까지 예를 핵심을 담고 있는 원전을 번역하고 풀이했다. 저자는 예가 ‘근본에 보답하는 의례’에서 출발하여 ‘공동체를 다스리는 질서와 제도’로 나아갔으며 ‘도덕적 실천과 문화적 관습’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거쳐 ‘문화적 제도와 문화적 통치’라는 예법禮法과 예치禮治로 확고화 되었다고 보고 있다. 즉, 4단계로 예가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유의 원전들을 소개한 다음 5단계 ‘예의 비판자들’에서는 노자, 장자, 장유, 루쉰 등을 통해 그것이 어떤 논쟁을 불러일으켰는가도 살펴보았다. 가령 노자의 『도덕경』에서는 예를 상실과 퇴화의 산물로 보았으며, 루쉰은 『광인일기』에서 “예교가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표현으로 날선 비판을 응축시키기도 했다. 『예, 3천년 동양을 지배하다』의 원문 읽기와 예의 이율배반성 “예禮는 제례祭禮입니다. 기示는 그 신神이고, 곡曲은 대나무 그릇이며, 두豆는 나무 그릇이니, 신기神示 옆에 변두?豆와 궤조?俎를 진설한 것이 제례가 아니겠습니까?” 정약용의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이여홍에게 답하는 편지答李汝弘」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처럼 예는 신에게 바치는 음식과 먹고 마시는 연회에서 비롯되었다. 제사의 구체적인 의식 형태와 과정은 다른 모든 일상생활의 과정에도 확장·적용되었다. 『예기禮記』 「예기禮器」에서는 “예라는 것은 근본으로 돌아가서 옛것을 닦아서 그 시초를 잊지 않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것은 예가 천지자연의 신 및 조상을 모시는 것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가 국가의 위계질서로 자리잡히는 과정을 보자. “예는 임금이 나라를 다스리는 큰 권력으로서, 의혹을 판별하고 세밀한 차이를 밝히며 귀신을 대접하고 제도를 고찰하고 인의仁義를 분별하며 정치를 다스리고 임금의 자리를 안정시키는 것이다.”(『예기』 「예운」)라고 했고, “예는 국가를 굳건하게 하고 사직을 안정시켜 임금으로 하여금 그 백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군주가 군주답고 신하가 신하다운 것이 예의 정도이며, 위엄과 은덕이 임금에게 있는 것이 예의 명분이며, 높고 낮음, 크고 작음, 강하고 약함에 따라 자리를 잡는 것이 예의 도수이다.”(『신서新書』 「예禮」)라고 했다. 순자는 독특하게 예를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것이라고 보았다. “예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사람은 나면서부터 욕망을 갖고 있는데, 욕망하면서도 얻지 못하면 추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추구하는 데 일정한 기준과 한계가 없으면 다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다투면 혼란스러워지고 혼란스러우면 궁해진다. 선왕先王께서 그 혼란스러움을 싫어하셨기 때문에, 예의禮義를 제정해서 분별함으로써 사람의 욕망을 길러주고 사람의 욕구를 공급하셨다. 욕망으로 하여금 반드시 물건에 궁해지지 않도록 하고, 물건으로 하여금 반드시 욕망에 모자라지 않도록 해서, 두 가지가 서로 의지해서 자라날 수 있도록 했으니, 이것이 바로 예가 일어난 까닭이다. 그러므로 예는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것이다.”(『순자』 「예론」) 반면 노자는 “예禮가 높은 이는 인위적으로 하지만 아무도 응하지 않으므로 팔을 걷어붙이고 강요한다”며 예가 지배자가 백성을 억누르는 도구로 변질되었음을 확언했고, 장자는 “도를 잃은 뒤에 덕이 있고, 덕을 잃은 뒤에 인이 있으며, 인을 잃은 뒤에 의가 있고, 의를 잃은 뒤에 예가 있다”라고 하며 예를 “도의 꽃이요, 혼란의 근원”이라고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예는 소통의 몸짓이면서 동시에 억압의 기제이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가 예의 근원을 알고, 그것을 추구한 인간의 사유의 역사를 안다면, 그것이 왜 소통과 억압의 양극단을 왕래했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예를 움직이는 주체의 문제이며 동시에 그것을 조절하는 ‘정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책은 예가 지닌 다양한 층차에 대한 총체적 설명을 시도한 결과물이다. 예는 종교, 수양, 윤리, 정치, 제도 등을 아우르는 복합적 문화체계(cultural system)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제사, 예절, 예속, 예제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문화의 총체를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