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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몬 스틱
고은주
문이당 201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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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4
시나몬 스틱 11
마스카라 41
이식 78
카메라 루시다 112
불현듯이 148
표류하는 섬 186
너의 거짓말 210

해설 : 낭만적 사회와 그 적들 / 김나정 238

저자 소개 1

1967년 6월 부산에서 태어나 1990년에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나이 차가 많은 언니 오빠들 덕분에 일찍부터 헤르만 헤세나 토마스 만 등의 독일 관념 소설을 접할 수 있었던 그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부산시내 백일장에서 장원을 하면서부터 작가의 꿈을 키워왔다. 학창시절에는 반장을 도맡아했고 전교학생회장을 지내는 등 이른바 '범생이'였다. 작가가 꿈이면서도 생활인의 의무도 다하고 싶었던 그녀는, 예술지상주의보다는 삶에 뿌리내린 문학, 살면서 얻어지는 것들을 담아내는 문학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진주 MBC 아나운서 시험에 합격했고, KBS
1967년 6월 부산에서 태어나 1990년에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나이 차가 많은 언니 오빠들 덕분에 일찍부터 헤르만 헤세나 토마스 만 등의 독일 관념 소설을 접할 수 있었던 그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부산시내 백일장에서 장원을 하면서부터 작가의 꿈을 키워왔다. 학창시절에는 반장을 도맡아했고 전교학생회장을 지내는 등 이른바 '범생이'였다. 작가가 꿈이면서도 생활인의 의무도 다하고 싶었던 그녀는, 예술지상주의보다는 삶에 뿌리내린 문학, 살면서 얻어지는 것들을 담아내는 문학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진주 MBC 아나운서 시험에 합격했고, KBS 'TV 책을 말하다'의 진행자를 맡기도 했다. 하지만 아나운서 생활 역시 소설가로서 경험을 쌓기 위한 일이었기 때문에 약 3년 간 활동한 후 미련 없이 그만두었다.

1995년에 단편소설 『떠오르는 섬』이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 등단했고, 이후 '정확한 문장으로 주인공의 일상과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 내는 솜씨가 탁월하다'는 찬사를 받으며 여러 작품활동을 해왔다. 1999년에는 첫 장편소설 『아름다운 여름』으로 제23회 오늘의 작가상을 공동 수상하였다. 『아름다운 여름』은 그녀가 아나운서로 일했을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로, 방송국 아나운서로 살아가는 여주인공과 그녀에게 옛 애인의 모습을 투영시켜 집요하게 접근하는 스토커의 이야기가 얽힌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두 번째 장편소설인 『여자의 계절』은 [문학사상]지에 발탁되어 1년간 연재 후 출간한 것으로, 나날이 변화하고 있는 한국의 사랑과 성(性) 풍속도를 대담하고 치밀한 묘사로 보여준다. 그녀는 기교를 부린 문체보다는 진지한 자기 고백적 글쓰기로 호평을 받고 있다. 그 밖의 저서로는 첫 창작집인 『칵테일 슈가』를 비롯하여 동화 『너는 열두 살』, 장편소설 『현기증』, 『유리바다』, 『신들의 황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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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9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04g | 153*224*20mm
ISBN13
9788974565145

줄거리

시나몬 스틱

여자는 향기가 날아간 시나몬 스틱으로 커피를 저어댄다. 하지만 여전히 계피향이 느껴지지 않았다. 시나몬 스틱은 제 쓰임새를 잃었지만 여자는 애초에 의도했던 일이였다는 듯 가장한다. 여자는 남편의 간통사실을 알리는 쪽지를 받는다. 자신의 여자 친구를 뺏겼다는 남자는 집요하게 메일을 보내 부부관계의 본질을 묻는다. 남편은 아내에게 외도 현장을 맨눈으로 확인하라고 종용한다. 여자는 방문만 노려보다가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여자는 다른 남자의 방에서 자신이 머물렀던 매우 좁고 열악했던 과거의 ‘자취방’을 떠올린다. “쿨한 척 남편의 외도를 눈감아주고 있지만, 사실은 내가 무엇 때문에 모든 것을 참고 있는지 그 시절의 기억을 알고 있다. 가난하고 불안한 삶에서 달아나기 위해, 다시 그 궁핍과 초조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여자는 결혼을 택한다.

마스카라

아내는 비염으로 환절기면 후각을 잃는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찾아든 권태감도 아내에게는 전혀 접근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아내는 왜 나를 떠난 것일까? 남편은 텔레비전에 나온 사과와 양파의 냄새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보고 코웃음을 친다. 아내는 정색한다. “저게 우스워 보여? 그럼 나도 우습게 보이겠네? 냄새 못 맡는 괴로움을 당신이 알기나 해?” 체취는 한 사람의 정체성을 이르며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특징 중 하나다. 후각을 잃을 때면 아내는 남편이 ‘사물’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후각상실은 자신을 잃어버리고 타인과 제대로 관계 맺는 것도 방해한다. 「마스카라」의 아내는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이 단순히 불편한 것이 아니라고 역설한다. 아내가 떠난 자리에 등장한 여자는 자신의 본모습을 가리는 화장의 묘미에 대해 말한다. “마스카라는 스페인어로 가면이라는 뜻이 있대. 마스크하고 발음이 비슷하지? 그래서 변장이라는 뜻도 있고.”

이식

여자는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 주기적으로 난자를 병원에 판다. 남편은 타인의 간을 이식받았다. 신체의 거부 반응을 막고, 면역력을 키워 남의 간을 제 몸 안에 받아들이려 한다. 이런 이식의 과정은 남으로 만나 서로를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결혼생활의 비유로 적절하다. 여자의 난자 채취도 삶을 위해 내주어야 하는 자신의 일부를 나타낸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견디며 여자가 이뤄낸 삶은 뭘까?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는 기껏 키워준 면역력을 나에게 발휘하며 저항한다. 내가 무슨 적이라도 되는 듯, 자기 몸을 공격하는 세균이라도 되는 듯…….

카메라 루시다

사진을 매개로 한 여자의 삶을 거슬러 올라간다. 딸은 남편의 폭력이 지나간 흔적을 아름다운 예술사진으로 가린다. 딸은 어머니의 삶을 대물림한 셈이다. 삶의 갈피갈피에 꽂힌 사진을 통해 여자는 자신의 과거를 복원해낸다. 4·3 사건으로 아버지가 억울하게 숨진 뒤로 여자는 이제 더 이상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삶에 대한 기대치는 낮아지고 다만, 살아있거나 생각을 잊기 위해 일에 몰두한다. 전쟁은 서로 다르게 살고 있던 두 남녀를 부부로 엮는 계기가 된다. 현대사의 비극들이 여자를 이런 선택을 하게 떠밀었던 셈이다.

불현듯이

고장 난 센서 등은 불현듯이 켜진다. 어둠에 숨어 있으려는 여자에게 자꾸만 불빛을 들이댄다. 공격적인 빛살과 아파트에서 일어난 ‘사건’을 통해 여자는 자신이 외면했던 과거에 자신이 겪었던 사건과 대면하게 된다. 정신분석의 같은 704호 남자와의 대화를 통해 기억 속의 ‘원 장면’을 복원해내는 것이다. 여자는 자신의 현재를 낳게 한 과거의 원장면과 대면한다. 어지러운 세상과 불안을 피해 방을 구해 달아났고 그 방에서 폭행을 당했다. 그 장면을 되살리는 일이 고통스럽기 때문에 여자는 외면하고 달아났다. 강박증에 시달리고 사람을 피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기억을 떠올린 순간, 여자는 과거의 자신과 대면하게 된다.

표류하는 섬

처음 이 도시로 내려오면서 여자는 이곳 생활에 자신을 맞추면 되리라 생각했었다. 남쪽 바다에 면한 이 작은 도시에 맞춰 살아가다 보면 저절로 단순해지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자는 남편이 사고를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듣고도 그다지 동요하지 않는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던 남자, 그리고 곁에서 불만을 삼키던 여자. 그들의 일상에 무언가 변화가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어떤 변화가 다가오든 저 병원 건물 안에서 아이는 든든한 조부모와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만 가능하다면 여자에게는 더 이상 두려울 게 없다.” 상대의 죽음을 ‘변화’의 조짐으로 받아들일 만큼 관계는 왜곡되어 있는 것이다. 서로는 서로에게 더 이상 사랑도, 사람도 아닌 것이다.

너의 거짓말

다른 삶의 방식을 택한 여자들이 등장한다. 하나는 안정을 위해 결혼을 택했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여자에게는 남편이란 존재가 때론 나보다 더 강력하게 나를 드러내는 법이거든. 인수 씨는 나의 남편이고 나의 현재야.” 다른 친구는 실연 뒤에 ‘일’에 매진해 스스로 빛나기를 선택했다. 하지만 둘의 인생 결산은 쓸쓸하다. 결혼이란 선택도, 일이란 선택도 짐작과는 다른 결과를 낳았다. 나이가 들수록 불안감은 더해가고 자신의 선택이 옳았는지에 대해 자문하게 된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질문은 왜 이런 양자택일의 선택지만이 주어지느냐는 것이다.

출판사 리뷰

동화나 낭만적인 드라마는 환상을 양산한다. 그 환상은 위험하다. 사막의 신기루처럼, 없는 것에 붙들리게 만든다. 애초에 없던 것을 사라졌다고 절망하게 만든다. 『시나몬 스틱』에는 쇼윈도 부부, 아내가 떠나고 홀로 남은 남편, 간이식을 받는 남편과 난자 채취를 당하는 아내, 배우자에게 상처를 받는 관계를 대물림하는 모녀, 떠도는 남편과 소외되는 아내, 결혼 혹은 일을 선택한 여자들이 등장한다. 주로 부부를 중심에 두고 아내와 남편을 화자로 삼아 인간관계의 본질과 변질을 묻고 있다.

고은주의 소설들은 집요하고 매서우며 날렵하다. 환상없이 폐허를 응시한다.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달콤한 자장가는 없다. 안도를 위한 섣부른 화해도 거부한다. 압축된 사물 상징과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구질구질한 삶의 면모를 메스로 도려낸다. 결혼은 안착도 아니고 안정을 보장해주지도 않는다. 습관적으로 그럭저럭 살아가는 인물들은 어느 날, 흔들리기 시작한다. 굳건하다고 믿었던 땅이 흔들릴 때 사람은 더 이상 우아함을 가장할 수 없다. 가면은 벗겨지고 화장은 지워지며 거짓말은 멈추고 생생한 비명이 터져 나온다. -김나정(문학평론가)

고은주의 소설은 그 환상의 민낯을 보고자 한다. 고은주는 부부관계를 표본으로 생의 방식을 탐구한다. 어떻게 사람답게 살고, 어떻게 나답게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타인과 관계 맺을 것인가. 외면은 자기기만을 낳고, 감각의 마비는 생生의 생생함마저 앗아간다. 작가는 메스를 들고 겉으로 드러난 것의 ‘속’을 발라내고 가면을 벗긴다. 화장을 지우고 민낯을 보게 한다. 마비된 감각을 깨우기 위해 악취를 맡게 하고, 어둠 속에서 끄집어내 고통스러운 장면과 대면시킨다. 다시 살려면 살기 위해 버렸던 것들은 되살려야 한다. 과거든 감각이든 자신이든. 어두운 산도를 통과하는 고통을 다시 겪더라도. 고은주의 소설은 우리에게 달아나지 말고, 무뎌지지 말고, 기만하지 말라고 요구한다.

인간의 욕망을 변질시키는 결혼 제도에 대해 역설적인 질문을 던졌던 나의 첫 소설집 『칵테일 슈가』의 주제는 그래서 이번 두 번째 소설집 『시나몬 스틱』에서도 유효하다. 표리부동한 삶을 받아들여야만 어른 대접을 받는 우리 사회에 대한 씁쓸한 연민 또한 여전하다. 이번 소설집을 통해 ‘부부’라는 가깝고도 먼 관계에 한층 더 깊이 천착해 들어가면서 내가 거듭 마주친 것은 인간에 대한 슬픔이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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