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고은주의 다른 상품
|
장편소설『그 남자 264』줄거리
일제치하 30년째로 접어들면서 독립에의 열망이 근대의 욕망과 친일의 기세에 밀리던 1939년 가을, 종로 이정목 뒷골목의 작은 서점에 한 남자가 들어선다. 그의 이름은 이육사. 그해 여름 《문장》에「청포도」를 발표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중인 시인이자 항일 저항 단체의 비밀요원인 그를 알아본 친구 덕분에 서점 여주인은 그와 짧고 강렬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육사의 시를 좋아하는 독자였던 서점 여주인은 어느날 밤 누군가에게 쫓기는 그를 골방에 숨겨주면서 밤새 긴 대화를 나누고, 며칠 뒤 고마움을 전하러 찾아온 그와 다시 대화를 나누면서 점점 그에게 빠져든다. 이후로 그의 비밀스런 행적에 동행하고 그가 요양을 떠난 경주에도 찾아가면서 그의 삶과 문학을 깊이 알게 되고 그에게 흠모의 마음을 드러낸다. 의열단의 군관학교 졸업 동지였던 처남의 배신으로 아내와 냉담하게 지내고 있던 육사도 그녀에게 마음을 주지만, 나라를 배신할 수 없듯 아내를 배신할 수 없었기에 결국 그녀에게 한 편의 시를 써주고 북경으로 떠난다. 태평양 전쟁 이후 극에 달한 일제의 수탈과 만행 속에 그에게는 끝까지 가야할 길이 있었다. 동료 문인들이 줄줄이 변절하던 그 무렵에 정반대로 그가 걸어갔던 길은 퇴계의 후손으로 태어나 한학을 익히면서 내면화된 유교적 이상과 중국 유학 등을 통해 습득한 혁명 의식이 결합된 당위의 길이었다. 친구의 오빠를 통해 육사의 소식을 전해 듣던 그녀는 이듬해 그가 북경의 일본 영사관 감옥에서 사망했음을 알게 되고, 그의 시신을 수습한 동지로부터 그의 마지막 모습에 대해서도 전해 듣는다. 그 이듬해 해방이 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분단과 전쟁을 거쳐 살아남은 자들의 비애까지 목격하며 살아온 그녀. 칠순이 되던 해에 마침내 그 모든 이야기를 글로 쓰게 되는데, 그 원고가 30년이 흐른 지금 조카의 손에 들어온다. 개인적인 아픔으로 힘들어하고 있던 조카는 80년 전부터 시작되는 이모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육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그의 유일한 혈육을 만나러 안동까지 찾아간다. 비옥하게 살지 말라는 이름을 아버지로부터 얻었다는 육사의 외동딸 이옥비는 또 다른 관점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데… 육사 생가터와 「절정」의 시상지 등이 포함된 선비순례길을 걸으며 이모의 글을 되새겨보던 조카는 마침내 그의 무덤에서 「광야」의 풍경을 내려다보며 자신의 길을 찾는다. |
|
어두운 밤의 별빛을 노래함(작품 해설)
작가는 소설가적 상상의 자유를 활용하여, 육사의 숨겨진 여인을 이 소설의 첫 번째 화자로 등장시킨다. 표면상, 이 여성은 육사의 시대에 서울의 종로 뒷골목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있고, 여기 우연히 들른 육사와 연애 아닌 연애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맺게 된다. 그녀는 지적인 여성이고 서점을 운영하리만큼 의식 있는 여성이기에 육사의 깊은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신여성으로서 당대의 성 담론, 남성 중심적인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의식을 갖추고 있기에 육사의 의식의 완전성이라든가 깊이 여부를 따져볼 수도 있는 여성이기도 하다. 육사의 연보에 따르면 이 여성이 육사를 만날 즈음 육사는 이미 결혼해 있었으므로 아내와의 사이에서 외동딸까지 남긴 육사와 이 여성의 사랑은 소설 속에서라 해도 맺어질 수 없다. 역사소설은 순전히 창안적 의도를 담은 것이 아니라면 기본적인 연대기까지 손상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소설 속의 이 여성 주인공 화자는 내내 육사를 향한 외사랑 같은 연모의 감정을 키워가는 존재로 남겨진다. 그럼으로써 그녀에게 훌륭한 소설적 역할이 주어진다. 그녀는 많은 활동이 비밀에 붙여져 있었을 육사의 삶의 이면을 가까운 곳에서 지켜볼 수 있었고, 이를 회고담으로 남겨 후세에 전해질 수 있도록 한다. 육사를 향한 연모의 감정을 품고 있는 이 소설의 첫 번째 여성 화자 안에는 ‘분명히’ 작가 자신이 숨어 살고 있다. 그녀는 소설 속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 남자, 이육사가 나의 골방에 들어섰을 때부터 그 방은 내게 감옥이 되었다. 나는 그의 이름으로부터, 목소리로부터, 눈빛으로부터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수인이 되었다. 그가 내게 한 발자국만 더 가까이 다가오기를 간절히 염원하면서.’ 이러한 문장은, 마치, 이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후 육사라는 존재에 관해 탐구하면서 급기야 그를 향한 어떤 애타는 사랑의 마음까지 품게 된 작가 자신의 내적 정황을 고백하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작가는 사랑을 향한 용기를 가진 사람처럼 앞으로 나아간다. 많은 자료들을 섭렵한 후 퍼즐 맞추기처럼 여러 텍스트들을 긴밀하게 연결짓는 소설적 이야기의 자연스러움은 작가가 이러한 나아감에 성공했음을 시사한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결국 추리소설 같은 ‘추적’의 플롯을 가진 흥미로운 내면 탐색의 소설로 완성될 수 있었다. 작가는 육사라는 고결한 존재를 그 살아있는 내면으로부터 그려내는 솜씨를 발휘한 것이다. 작품 해설을 쓴 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육사는 이 시대에 피어난 한 떨기 매화였다. 매화의 참된 가치는 정녕 봄이 아직 오지 않은 겨울이어서야 빛나는 법이리라. 그는 이 어두운 밤의 시대를 밝힌 아리따운 별빛이었다. 낮을 사는 사람들은 이 별빛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는 때가 많다. 그 캄캄한 어둠을 밝히던 존재들 가운데 몇몇은 살아남아 해방의 빛살을 받을 수 있었다. 육사는 동주와 함께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들의 육신은 시대의 희생양으로 역사의 어둠 저편에 남겨진 채 그들의 정신만이 ‘사선’을 넘어 해방된 세계에 이어질 수 있었다. 글 쓰는 사람들이 자주 힘의 논리에 휘말리고 내면의 진실에 눈과 귀를 기울이지 않을 이 때, 육사라는 한 존재를 향해 탐구의 시간을 바친 이 작가의 노고는 얼마나 귀한 땀방울이겠는지 생각한다. 이 한 편의 소설이 작가의 이름을 오래 기억하게 해줄 것이다.’며 고은주 작가의 작품을 높이 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