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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1부 스페셜 오퍼링 은밀한 보고서 / 횡령의 올가미 / 욕망의 연금술 / 순간의 진실 / 지옥의 인프라 / 데드라인 / 엇갈린 운명 2부 신의 대리인 틀어진 계획 / 의문의 메모 / 단서를 찾아서 / 지옥의 대리인 / 잘못된 명분 / 신조어의 탄생 / 새벽의 아들 / 신사참배 / 삯꾼 목사와 말세 / 충(忠)과 환(患) 3부 신화의 탄생 모세의 시간 / 새로운 소망 / 종점 인생 / 운명적 만남 / 목자의 심정으로 / 서서히 그리고 갑자기 / 순조로운 항해 / 새벽의 기적 / 드러나는 야망 / 끝없는 갈증 / 벌어진 틈/ 화이트 엘리펀트 / 욕망의 이집트로 / 검붉은 씨앗 4부 살모사, 공룡 그리고 계시록 없던 길 / 사면초가 / 아담의 변명 / 신사참배 그 후 / 하와의 설득 / 살모사 작전 / 내적 망명 상태 / 자발적 가난과 밀알 / 목사님, 제발 예수님을 믿으세요 / 맨슨의 폭파 / 대성 오적 / 공룡의 계시록 / 새로운 희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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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이 절대적인, 언제나 옳을 수밖에 없는 대성교회의 절대 권력자 명수창 목사.
그는 대성전을 완성한 이후부터 신성불가침의 ‘절대 독립변수’가 되었다. 반면 김일국을 비롯한 핵심 장로들은 종속변수였다. 절대변수인 명수창이 추진한 대규모 사업이나, 의논도 없이 덜컥 벌여놓은 사업의 뒷감당은 언제나 종속변수인 장로들의 몫이었다. 김일국은 성실하여 남들보다 많은 양의 일을 너끈히 해치웠지만 잘되면 명수창의 탁월한 리더십 덕이요, 안 되면 역량이 부족한 장로들 탓으로 돌아오는 희한한 구조였다. --- p.41 “왜 하필…….” 명수창은 신음을 뱉어 냈다. 그 짧은 신음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왜 하필이면 내 집무실 앞에서! 왜 하필이면 오늘! 왜 하필이면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인가. 삼십오 년의 목회 생활을 스캔들 없이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랐는데. 김일국 스스로 오늘까지 반드시 인계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던가. 오늘 다섯 시로 약속한 시간에 나타나지 않더니, 뜬금없이 죽음이라니. 그를 견딜 수 없도록 만든 것이 뭐란 말인가. 그와 함께한 삼십 년이란 시간조차도 김일국이란 한 인간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충분하지 못했단 말인가. --- p.92 “당신은 교회를 파괴하려는 가롯 유다 같은 존재야!” 김현호는 참지 못하고 이 말을 내뱉었다. 이원준은 최후가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원준은 회의 도중에 교회 밖으로 나왔다. “우릴 다 죽이려 한다.” “메슈바!” 그의 뒤에서 험한 소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메슈바라? 하나님께 등을 돌린 배역자! 내가 메슈바란 말인가?’ 이원준은 더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교회는 배교의 기운에 휩싸여 있었다. --- p.189 어려운 문제였다. 세습을 하고도 세습이 아니라는 말을 들어야 하고 또한 사회의 비난을 받지 않는 방법도 찾아야 했다. 그런 방법이 있을까? 명수창은 장로들이 정말 터무니없는 생각을 한다며 내심 혀를 끌끌 찼다. “방법이 있습니다. 아니, 전략이 있습니다.” 심종수가 말했다. “뭡니까?” “살모사를 아십니까?” --- p.304 나는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고 있는가? 조용하고 한적한 융프라우의 산자락으로? 돌이킬 수 없는 아버지와의 시간 속으로? 아니면 이제 소통의 방법조차 찾지 못한 채 서로 말도 않고 지내는 어머니와의 관계 속으로? 나는 무엇을 위해,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가. --- p.4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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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퍼즐, 그리고 한국 기독교의 원죄
시선과 입장에 따라 뒤바뀌는 ‘신의 대리인’과 ‘메슈바’ 김일국 수석장로의 자살사건을 추적하던 우종건 기자는 취재원들을 통해 대성교회가 1,00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을 알아내고 기사화한다. 대형교회 장로의 죽음을 단초로 메가처치의 타락과 목회자의 일탈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양심의 지진계 바늘은 사건의 진앙지를 향하게 된다. 명수창 목사의 최측근 박동제, 심종수, 윤성욱 장로 등은 자체조사 결과 김일국 장로가 투자사기에 휘말려 200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결국, 교회 측에서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로직스에 사건을 맡기기로 결정한다. 로직스는 목사와 교회사건만 변호하는 전문 로펌으로 패소한 적이 거의 없을 만큼 대부분 승소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건의 전개는 등장인물들의 공격과 방어의 치열한 접전으로 연결된다. 이윽고 등장하는 J신학대 교수 이건호와 명수창 목사의 딸 명은미. 이건호 교수는 명수창 목사와는 신학대학의 동문이자 선배이지만 ‘자발적 불편 운동’을 전개하며 기독교인들이 가정·교회·사회에서 불편과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학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건호 교수는 독일 유학파이자 그의 아버지 이원준 목사는 평안남도 중화 출신으로 일찍부터 개화하여 기독교를 받아들였다. 아울러 명수창 목사가 아들보다 더 사랑하는 딸 명은미는 명문대학을 나오고도 신학을 공부한 이건호 교수의 제자다. 명석하고 아름다운 인물이지만 불의를 참지 못하며, 아버지 명수창 목사와 사사건건 대립한다. 소설은 대성교회의 민낯과 일그러진 자화상을 추적하면서도 이건호 교수의 아버지 이원준 목사의 일화를 통해 1938년 3월 일제강점기의 신사참배의 배경과 상황을 소환한다. 신사참배를 강요하는 일본 제국주의의 핍박이 시작되고, 조선기독교 장로회 총회장 김현호 목사와 젊은 소장파 이원준 목사는 의견이 정반대로 갈라선다. 교회를 지키기 위해 신사참배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김현호 목사와 교회 문을 닫을지언정 십계명 중에서 제1개명을 깰 수 없다는 이원준 목사. 신사참배 논란으로 조선기독교 장로회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가운데, 현실 속에서는 대형 로펌 로직스는 대성교회의 비자금 문제를 위임받아 소송을 진행하고, 명수창 목사는 또 다른 야망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시선과 입장에 따라 ‘신의 대리인’과 ‘메슈바’(배신자)가 뒤바뀌는 이야기의 전개는 인간의 선악의 문제를 깊이 있게 성찰한 결과다. 문학적 성취를 바탕으로 한 메가처치에 던지는 묵시록 혹은 경고장 소설의 평가기준은 인물, 사건, 주제, 표현력 등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신의 대리인, 메슈바』는 소설적 성취가 차고도 넘치는 작품이다. 새벽의 아들에서 세속의 화신으로 변모한 명수창 목사는 욕망의 자식들인 대성교회 장로들과 대형 로펌 변호사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지만 인간의 순진한 본성을 유지하려는 김일국 수석장로와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다. 반면에 이건호 교수와 명수창의 딸 명은미의 관계는 정의의 사도이자 정신적 지주인 이 교수와 세속적 화신의 딸이라는 측면에서 죄와 속죄의 만남이기도 하다. 또한 이건호 교수와 우종건 기자의 관계는 행동하는 지성과 양심이라는 차원에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특히, 작가는 사람과 사람, 교회와 또 다른 교회, 목회자와 또 다른 목회자, 단체와 단체의 갈등과 위기의 배경에는 신이 사라지고 돈과 세속적인 인간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 가지 사건을 통해 드러낸다. 『신의 대리인, 메슈바』는 신의 대리인인 목회자와 신의 믿음을 저버린 배신자가 일치할 때는 종교적 타락이 최악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 또한 작가는 한국 기독교의 원죄는 신사참배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한국 기독교와 메가처치에 던지는 묵시록 혹은 경고장인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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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의 신앙은 두 개의 진리, 즉 인간의 자연성의 ‘타락’과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를 양립시키는 데 있다고 말한 사람은 철학자 파스칼이다. 권무언의 『신의 대리인, 메슈바』는 기독교 목회자의 타락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측면에서 문제적 작품이다. ‘메슈바’는 ‘등을 돌리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 히브리어인데, 하나님과 맺은 언약을 배신하고 믿음을 저버리는 행위를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성경에는 ‘반항하다’라는 뜻이 담긴 히브리어 ‘마라드’라는 표현도 나오는데, 이는 배신하는 차원을 넘어 적극적으로 하나님께 도전하는 불신앙적 행위자를 가리킨다.
결국, 작가 권무언은 『신의 대리인, 메슈바』에 등장하는 명수창 목사를 통해 메슈바에 머물러 있는 인간들이 속죄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마라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신의 대리인, 메슈바』는 한국 기독교의 타락의 핵심은 일제강점기의 ‘신사참배’에서 출발한다고 진단한다. 성경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와 성찰이 돋보이고, 오래 다져진 듯한 탄탄한 문장력과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도록 몰아가는 사건의 구성력도 놀랍다. 문학적 정진이 ‘마라드’에 이르기를 바라며, 묵직한 작가의 탄생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 강희진 (소설가, 제7회 세계문학상 수상자) |